책과 몸으로 친해지는 것은 효과적인 육아법이다. 책을 쌓으며 책의 모양과 무게, 물리적 성질을 익혔다면 책 표지의 색채로, 숫자로, 제목으로, 또는 아이 마음대로 뽑고 꽂으며 놀도록 도와주자. 그러다 우연히 만난 책 속 세상은 우리 집으로, 아이의 온몸으로 들어온다.
책육아를 하려는데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상당수 엄마들이 아이에게 처음 독서를 가르칠 때 가장 막막해한다. 하지만 독서를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의외로 쉽다. 우리가 책을 읽는 첫 단계와 마찬가지로, 책장에서 책을 골라 뽑아보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뽑고 꽂으며 놀아보자. 아이는 이 놀이를 통해 독서의 시작과 끝을 몸으로 익히며 책과 친해질 수 있다.
책 뽑기가 놀이가 된다고?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을 모조리 뽑아 늘어놓는 건 돌 전후 아이들에게 그 자체로 즐거운 놀이이다. 마구잡이로 책을 뽑는 아이에게 몇 가지 임무만 주면 더욱 즐겁게 놀 수 있다. 책의 색깔, 숫자, 제목을 활용하면 된다. 글을 모르는 유아라면 색깔부터 시작하자. 시각적으로 도드라져 유아들도 쉽게 해낼 수 있다. 우선 책장에 꽂힌 책 중에서 책등이 초록색이나 빨강색인 책만 뽑아오도록 한다. 색깔별로 책을 뽑기에 능숙해졌다면 그 다음엔 숫자로 시도해보자. 0 또는 1 등 특정 숫자가 적힌 책만 뽑아서 각각 쌓아보는 식이다.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두는 시기라면 ㄱ이나 ㅁ 등 특정 자음이 들어간 책을 뽑아보라는 고난도 미션도 가능하다.
알록달록 무지개 만들기로 책 꽂기도 뚝딱!
한바탕 책 뽑기 놀이를 하고 나면 책이 무더기로 잔뜩 쌓이기 마련이다. 무작정 정리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책을 꽂으며 놀아보자. 처음에는 색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선 책장을 구역별로 나누고 칸마다 색깔 이름을 붙인다. 책장 제일 위 칸엔 ‘빨강 책장’, 오른쪽 아래 칸엔 ‘검정 책장’ 등 메모지를 붙여 놓으면 된다. 글을 모르는 아이라면 색종이로 색깔을 표시하면 좋다. 그리고 책등 색깔에 맞게 책장에 직접 책을 꽂아보게 하자.
알록달록 전집으로 색의 조합을 활용하면 더욱 재미있게 놀 수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순서로 꽂으면 무지개 책장이 완성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색 배열을 시도해봐도 좋다. 이를테면 파랑, 빨강, 노랑, 초록을 이용해 책장을 타요 버스 정거장으로 만들어보거나 해리포터 팀 색깔 순서로 꽂으며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꾸며봐도 좋겠다. 비슷한 색깔 별로 책을 분류하며 아이는 색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책 꽂기로 배우는 수의 규칙
전집의 책 번호는 꽂기 놀이에 활용하는 데 제격이다. 수 개념이 형성되기 전이라면 우선 1권부터 10권까지는 엄마가 함께 꽂으며 도와주자. 아이가 어려워하면 먼저 5권까지만 꺼내 섞어놓은 후 스스로 배열하게 하면 된다. 성공할 때마다 한두 권씩 늘려보자. 직접 꽂아보며 10까지는 금세 익힐 수 있다.
순서대로 꽂기에 어느 정도 능숙해졌다면 응용도 가능하다. 10부터 1까지 거꾸로 꽂기, 짝수끼리 혹은 홀수끼리 꽂기, 3씩 건너뛰며 꽂기 등 여러 가지 규칙을 정해서 꽂아보자. 조금씩 난도를 높여가면 6~7세 아이들도 책 정리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
그냥 읽고 싶은 대로 아이가 꾸미는 나만의 도서관
색깔과 수의 활용이 지루하다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보자. 바로 좋아하는 순서대로 꽂기다. 앞선 놀이와 달리 여기엔 정답이 없다. 아이의 마음속 기준이 곧 책장의 새로운 질서가 된다. 아이가 최근에 읽은 책들을 모아 재미있다고 느꼈던 순서대로 꽂아보도록 하자. 왜 그 책이 꼴등인지 책의 내용을 반추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레 독후 활동도 겸할 수 있다. 아직 안 읽은 책들을 대여섯권 정도 주고 아이가 읽고 싶은 순서대로 꽂아보게 해도 좋다. 아이는 자신의 독서 취향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나무 책장, 전면 책장... 스페셜 북코너로 활용
책장에 변화를 주면 책 꽂기 놀이를 더욱 즐길 수 있다. 적은 수의 책더미를 나뭇가지 위에 쌓아두는 나무 책장이나 책 표지가 보이도록 한 권씩 배치하는 전면 책장, 책을 둥그렇게 꽂도록 하는 원형 책장 등을 특별한 책장으로 활용해보자. 공간의 효율성 때문에 많이 쓰이진 않지만 특별한 책장을 하나 정도 아이 방에 장만해놓으면 책 꽂기 놀이 루틴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이 책장에는 이번 주에 꼭 읽고 싶은 책,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 책 등 의미 있는 책을 골라 꽂아두는 용도로 사용해보는 것이다. 책을 정리하는 재미와 책에 담긴 의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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