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3월호에서는 변호사이자 저자인 신주영 변호사를 소개한다.
Q 변호사로서 다른 사람을 변호하는 일이 그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변호를 할 때 나만의 원칙이나 마음가짐이 있는가.
A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의 존재 이유, 또는 본질이라고 할 선(善)이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선(善)은 분쟁에 들어선 사람 또는 분쟁에 들어서게 될 위험이 있는 사람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송과 분쟁은 다르다. 소송에 이긴다는 것이 분쟁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지 않을 때도 있다. 이기고도 상처뿐인 영광인 때도 있고,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경우도 있다. 소송과 관계없이 자기 내면에서 전쟁이 끝나야 한다. 소송 때문에 변호사를 찾아오는 사람은 아파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와 비슷하다. 병을 치료할 때 수술이 가장 마지막에 고려되어야 하는 것처럼, 소송 문제에서도 당사자의 삶에 최소한의 침해가 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경청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상담할 때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Q 저서인 《법정의 고수》에 나온 일화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 8화로 각색되었다.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침해하는 자동차전용도로가 건설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소송인데, 그런 종류의 소송을 실제로도 많이 하는지 궁금하다.
A 그런 종류의 소송은 행정소송이라고 하는데, 공공기관이 내린 결정의 효력을 다투어 무효로 만드는 소송이다. 실제 소송은 재판 과정에서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서 도로 공사가 중단된 적도 있었을 만큼 팽팽히 맞섰던 사건이다. 하지만 결론은 드라마와 달리 패소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팽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되는 바람에 도로구역 결정이 취소된 것처럼, 실제 사건에서도 구석기시대 돌도끼 8천여 점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도로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판결이 난 지 수년 후 도로 공사 거의 막바지에 있었던 일이라 사태를 뒤집지는 못했다. 행정 소송 중에서도 주민이 단체로 하는 이런 종류의 소송은 과정도 복잡하고 이해관계도 많이 얽혀 있어 선뜻 맡게 되지 않는다. 그때도 고민을 하다가 맡았고 진짜 열심히 해서 거의 승소를 기대하다가 패소했던 터라 실망이 컸고 그런 소송은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 에피소드가 드라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환경과 주민의 권리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현상을 보면서 승소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음을 깨달았다. 그때 쏟은 열정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
Q 어린 시절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들었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였는지, 어떤 작가를 꿈꿨는지 궁금하다.
A 어떤 작가를 특별히 편애하지는 않았고, 주로 고전에 속하는 책들을 많이 읽다 보니 읽은 책의 작가들을 모두 존경했다. 그래도 내가 작가가 되고 싶다거나 이런 글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 작가는 헤르만 헤세인 것 같다. 문화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학에서 보편적 진리와 인간성의 순수를 추구하는 진정성과 치밀함이 좋았다.
Q 다른 사람을 변호하는 일과 작가로 글을 쓴다는 것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일이 더 어려운가.
A 두 가지 일의 공통점은 일하는 방법이 언어로 구조를 만들어서 사상을 표현한다는 거다. 변호사는 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도움으로써, 작가는 관찰과 사고를 거친 작품으로써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향이 다를 뿐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이 더 어려운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작가로 글을 쓰는 것은 혼자만의 작업이지만 변호하는 일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서 대체적으로는 변호사 일이 힘들다.
Q 2010년에 첫 책으로 10년 간 변호사로 활동한 이야기를 담은 《법정의 고수》를 출간했고, 이후 《옛이야기로 만나는 법 이야기》 《헌법수업》 등 어린이 · 청소년 책을 써왔다. 첫 책을 쓸 때의 마음은 어떠했나.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는 나의 책은?
A 《법정의 고수》를 쓰게 된 계기는 어느 잡지사 기자님의 원고청탁을 받고 기행문을 썼던 일이었다. 기자님이 글이 재미있다며 법정 사건 이야기를 몇 번 더 써달라고 해서 몇 꼭지를 더 쓰게 됐는데, 그렇게 내 경험을 글로 써보니 생각이 정리되면서 다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묶어서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았고 그때쯤 출산휴가 중이어서 순식간에 빨리 썼다. 변호사 일을 신나게 하던 때여서 그 내용을 글로 쓰는 작업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마치 내 아이들 중 누가 제일 예쁘냐는 질문처럼 내 책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을 고르기는 어렵다. 책마다 다 쓰게 된 계기가 있고 사연이 있다. 그런데 《법정의 고수》는 30대에 10년 동안 있었던 경험을 소재로 그 나이에 쓴 것이다. 지금은 나 자신이 같은 주제와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다르게 쓸 수밖에 없고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쓸 수도 없다. 그런 고유성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Q 네 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자녀 교육을 하면서 꼭 읽히는 책이 있나.
A 꼭 읽히는 책은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가서 스스로 고르게 한다. 검열하지 않고 다 사준다. 그래서 만화책도 많이 산다. 때가 되면 자신에게 잘 맞는 독서 취향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로스쿨을 준비하거나 변호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법률 관련 명언도 좋다.
A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과 답.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은 명언이다.
Q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하는 취미생활이 있나.
A 수영, 독서, 아이들과 음악 콘서트에 가기, 좋은 인연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기. 최근에 여러 가지 할일들이 많아서 독서 시간이 많이 줄었었다. 이 인터뷰의 추천도서를 고르기 위해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다가 다시 힐링했다. 역시 마음의 건강을 위해 독서만큼 좋은 활동이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좋은 인연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여성변호사회 주관으로 재즈댄스 동호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선후배 여성 변호사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땀 흘리며 춤을 춘다. 열정 넘치는 전미례 지도교수님이 귀감이 되어주신다.
Q 지금 쓰고 있거나 다음에 쓸 책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바로 이번 주(2월 16일)에 10대를 위한 《대혼돈의 사이버 세상 속 나를 지키는 법》 신간이 나왔다. 지금 10대는 디지털 내이티브 세대다. 사이버 세상에 로그인하면서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의 무질서한 환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법의 규율을 받는 시기가 훅 앞당겨진 거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챗GPT 등 신기술이 보편화될 때는 새로운 법과 규칙도 필요하다. 이런 내용을 다루는 원고를 작년에 썼고 지금 책으로 나왔다. 다음에 쓸 책은 이제 막 시작했는데 ‘정의(正義)는 언제 왜 필요해?’(가제)라는 제목의 책이다. 정의를 다 실현하고도 2퍼센트 모자라는 건 뭐지? 그런 내용이다.
복제인간들이 주인공인 SF소설이면서 성장소설. 가슴 저미는 설정, 에피소드들이 인물의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읽고 나면 정신은 날이 서고 마음은 처연해진다. 클론의 운명이 거칠게 보면 인간의 운명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인식과 함께 죽음을 향해가는 인간의 운명과 살아갈 이유, 차별의 근원과 존재 이유, 진실을 아는 것과 삶의 의미는 서로 어떻게 관계하는지 등, 자신도 모르게 끝이 보이지 않는 철학적 사유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와 별개로 슬프지만 너무 재밌다.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삶과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소유적 실존 양식과 존재적 실존 양식을 비교하면서, 윤리적인 문제를 통사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 사례와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설명한다. 두 가지 실존 양식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면 인간관계와 사회현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존재적 실존 양식으로 무게 중심을 두려는 의지가 생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를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 책. 한나 아렌트가 《뉴요커》 지 위탁을 받고 유대인 학살의 책임을 묻는 전범 재판이 열리는 예루살렘에서 재판 과정을 취재한 보고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당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독일인들의 정신이 위기였을 때, 양심을 지킨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모호한 언어 뒤에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의식 없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 이 정도의 평범한 악으로 거대한 악이 실현될 수 있음을 통찰하고 치밀하게 써내려간 뛰어난 보고서다. 법조 지망생에게 강추.
《삶과 나이》(로마노 과르디니)
‘완성된 삶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삶의 시기를 유년, 청년, 성년, 중년, 노년과 말년으로 구분하고 각 시기를 일별한다. 각 시기별 특징과 다음 시기로 건너갈 때의 위기, 각 시기의 고유한 과제 등을 다룬다. 특히 노년과 말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공들여 사색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노년이 아름다운 사람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이다. 역자는 ‘우리 삶의 본질에 대한 가장 간결한 말’이라고 평한다.
《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 책을 사법연수원 시절에 읽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내가 《법정의 고수》를 쓰지 못했거나 《법정의 고수》 내용이 지금과 달랐을 거라는 점이다. 제목과 달리 이 책은 ‘바람직한 삶은 어떤 것인가’를 묻는다. 그런데 반전은 그에 대한 해답으로 심리학과 통계학을 동원해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반전은 문체가 유려한 수필처럼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신주영_변호사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가 되어 현재 법무법인 대화에서 일하고 있다. 양민웅 미국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와 결혼하여 네 자녀를 두었고,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며 느끼는 행복감이 커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세상과 사람을 연결하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다. 변호사 10년 차에 법정 경험담을 소재로 《법정의 고수》(2010)를 처음 출간했다. 이후 어린이, 청소년들이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빈아, 오늘은 어떤 법을 만났니?》(2012), 《헌법수업》(2018), 《옛이야기로 만나는 법 이야기》(2019), 《질문하는 법 사전》(2021),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 이야기》(2022), 《대혼돈의 사이버 세상 속 나를 지키는 법》(2024)을 펴냈다.
Q 안녕하세요, 선생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감사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김순식입니다. 감사교육원은 감사원의 소속 기관이고 감사원 직원들의 감사에 필요한 교육을 시키는 곳입니다. 감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 교육, 전문 교육, 감사 방법론 교육 등을 하고, 외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감사 업무 종사자들에게 감사
Q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은 언제부터 이용하셨나요?A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을 처음 이용한 것은 중학생 때예요. 사실 그때는 책을 빌려 보려고 간 게 아니라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 위해 방문했어요. 친구와 어디에서 공부할지 고민하다가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도서관에 가자고 했던 것 같아요. Q 도서관에 담긴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요?A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지하 식
더 라이브러리 ‘석학 인터뷰’는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을 모시고삶과 독서에 관한 풍성하고도 깊이 있는 경험과 철학을 나누고자 기획되었다.이번 호에서는 한국의 대표 철학자 최진석 교수를 만나 독서의 신비와 주체적 독서에 대해 인터뷰했다. 최진석 철학자, 서강대 명예교수 [인터뷰 개요]1. 상상력과 창의력은 왜 필요한가 “더 나은 자기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