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성교육도 조기교육이 필요할까? 20년 동안 이어온 성교육기관 푸른 아우성의 대표로서 40만 건의 상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언제 성교육을 받았고 어떤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교육을 하기 좋은 시기와 방법, 그리고 책을 통해 성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성교육의 골든 타임은 바로 유아기
유아기에 성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성 의식은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 유아기는 정보의 흡수가 빠른 시기이므로 성에 대한 지식의 옳고 그름을 빠르게 배울 수 있다. 2018년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에서는 성교육 시작 시기를 5세(만 4세)로 권장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유아기에 성교육을 시작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1955년부터 모든 아이의 성교육을 5세부터로 의무화했고,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아이가 5세 때부터 가정에서 성교육을 시작하며 공교육 영역까지 이어오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이 성교육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것은 유아기 성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해 배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유치원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유아들에게 성교육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시기에 어떤 성교육을 해야 할까? 유아기의 성교육은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면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스킨십을 하면서 아이에게 영향을 주어 아이가 성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효능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아기는 아이들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성의 기초가 세워지는 시기로, 부모·양육자를 통해 긍정적 영향을 받는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아이는 세상에 나올 때부터 육아를 거치며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육아가 곧 성교육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기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겨주고, 로션을 발라주는 모든 것이 곧 성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와 연결되어 있음에 안정감을 느끼고, 부모·양육자에게 의존하고 애착할 때 좋은 느낌,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좋은 성교육의 방향이다. 유아기에는 이러한 기초적인 긍정감이 형성되어야 한다. 부모와 상호작용을 통해 성적으로 좋은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유아기 발달 단계에 부모가 줄 수 있는 ‘부정성’
아이가 자라면서 어느 날 부모와 함께 목욕을 하다가 부모의 몸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부모의 음모나 성기에 유독 관심을 보이기도 할 것이다. 나와 다른 몸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서 자신과 타인의 몸을 비교하기도 하고, 그 차이에 대해 궁금해하며 돌발적인 성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유아기에 들어서 이러한 ‘노출 욕구’, ‘관찰 욕구’를 보이는데, 성적 발달에 맞춰 성기에 집중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집중도가 ‘입’에 생기면 구강기의 발달 단계를, ‘항문’에 생기면 항문기의 발달 단계를 거쳐가는 것처럼, ‘성기’에 몰리면 남근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발달 상황 속 부모들의 대처가 더욱 중요하다.
코를 긁는 아이가 있다. 부모·양육자는 대수롭지 않게 아이의 코를 긁어준다. 하지만, 아이가 속옷에 손을 넣고 성기를 긁는다면 코를 긁었던 상황과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엄마가 만지지 말라고 했지?” 혼을 내거나 행동을 제지하기도 한다.
“조심해”, “하지 마”, “큰일나” 등 부모·양육자가 내면에 담긴 부정적인 생각을 표현한다면 그것이 아이의 행동에서 무의식 중에 그대로 나타난다. 성적인 부정성은 아이들을 위축시키고 경직시키며, 성적 수치심을 갖게 한다. 부모·양육자도 모르게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학습된 부정성이 대물림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교육의 절반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유아기 아동들의 질문에 대응하는 방법
성교육은 아이들의 행동이나 질문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것이다. 즉, 중요한 것은 지식과 정보 전달이 아니라 부모의 자세와 태도다. 아이들은 발달 과정에서 원초적인 질문이 생기고 탐색과 탐구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기 때문에, 당연히 성적인 질문도 하게 된다. 이때, 성적인 질문이나 성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잘 물어봤어!”, “그런 질문 해도 되니까 괜찮아”, “다음에 또 물어봐” 등 아이들의 질문에 기꺼이 대답하는 자세가 아이들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은 바로 아이들의 질문에 부모가 ‘되묻기’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질문에 되묻기를 하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을 하는데, 자신의 질문에 깊이 사고하게 된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라고 묻는 아이의 당황스러운 질문에 “그래, 그게 궁금했어? 엄마도 어렸을 적에 궁금했는데 잘 물어봤어”라고 맞장구쳐주며, 그런 질문을 언제든지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 열린 자세와 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데 그게 왜 궁금했어?”라고 되묻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궁금증이 생기게 한 출처를 말한다. 책이나 유튜브에서 본 것이라고 하거나, 그냥 궁금하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럼 그 영역에서만 답변하면 된다. 답변의 영역이 생겨나는 것인데, 물어보고 궁금한 부분만 잘 답변해주면 성교육은 충분하다.
일상생활 속 책을 활용한 성교육 방법
“엄마, 아기는 어디로 나와?” 아이의 돌발적인 질문에 부모는 당황한다. 아기가 나오는 여성의 ‘질’을 설명해주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디까지 알려주어야 할지 난감하다. 영유아 아이들에게 인체해부학적 설명이나 임신 과정 등은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다.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따라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자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특별한 의도 없이 궁금해서 묻는 것이기 때문에, 이럴 때 책을 활용하면 좀 더 쉽고 자연스럽게 설명해 줄 수 있다.
부모가 그림(삽화)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하는데, 책 선택이 어려운 부모들을 위해 푸른아우성 성교육 전문가들이 몇 가지 책을 추천한다.
‘구성애와 뽀로로가 함께하는 유아 성교육 그림책’ 시리즈 중 《네가 태어났을 때》(올리브M&B), 《엄마가 알을 낳았대》(보림), 《엄마와 함께 보는 성교육 그림책》 10권 세트(차일드365기획), 《엄마 배가 커졌어요》(책고르기), 《우린 모두 이렇게 태어났어요!》(베틀북), 《엄마 배꼽 내 배꼽》(은하수미디어), 《엄마 난 어떻게 태어났어요?》(금잔디), 《아가야, 안녕?》(사계절 출판사).
추천한 책들은 그림이나 삽화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며 아이가 연상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책들이다. 이 중 부모가 읽어주기 좋은 책으로 선택하여 아이가 느끼는 생각을 끌어내고, 아기가 생기는 과정을 쉽게 전달하고 출산 과정을 아름답게 표현하며 도와줄 수 있다.
책을 읽어줄 때 중요한 점은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 ‘아기가 나오는 장면’으로 국한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아기가 탄생하게 된 ‘전체 스토리’를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아이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설명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아이의 탄생 스토리는 아이가 느끼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모의 설명을 통해 생명의 큰 그림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것이 영유아기에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좋은 영향력이자 좋은 성교육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원초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특히 아기가 어디로 나오는지 궁금해한다. 이때 “엄마 다리 사이에 아기가 나오는 길(문)이 있어”라고 자연스럽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엄마의 성기’가 아니라 ‘아이가 나오는 문(길)’으로 표현해주면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보여달라는 아이들도 있고, 똥꼬나 배꼽에서 나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상상과 바른 이해를 주기 위해 책 속 그림을 활용할 차례다. “아기가 나오는 길이 궁금했지? 그런데 엄마의 성기를 보여줄 수는 없어”, “엄마의 성기는 가족이라도 보여주는 게 아니거든”이라고 설명해준다. 이후 “궁금할 테니 엄마가 그림으로 보여줄게” 또는 “아빠가 이 그림책으로 설명해줄게”라고 책으로 관심을 유도하여 궁금증을 풀어준다. 엄마의 몸이나 신체를 연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책의 그림으로 이해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이들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어떻게 자라고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되는지 상상하며 자신의 탄생 스토리를 만든다. 신비하고 신기한 임신과 출산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정답’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들려주는 솔직한 대답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에 긍정감이 살아난다. 질문에 답변을 잘 못하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정보는 나중에 수정하면 된다. 책으로 아이들에게 탄생 스토리를 들려주며 아이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잘 받아주고, 되물어주고, 아이의 수준에 맞게 부모가 그림으로 설명해준다면 부모와 함께한 훌륭한 성교육 시간이 될 것이다.
이충민_푸른아우성 대표
대한민국 아빠이자 푸른아우성 교육팀장으로 10년 넘게 성 상담과 성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미디어 성문화연구소장과 푸른아우성의 대표로 있으며, 대중 강연과 교육, 성 상담, 온라인 직무 연수, 성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성교육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각 디자인과 예술 치료를 전공했고, 현재 범죄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성교육 전문가로 유튜브 채널 [아우성TV] [딸바TV] [성교육TV] [이충민TV]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만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네이버 웹툰 ‘시크릿 가족’을 연재하고 있으며, 메타버스에서 청소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임신 기간, 여성들은 신체와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하루하루가 혼란스럽다. 첫 아이라면 생전 처음 겪어보는 변화가 무섭고, 둘째여도 그 당혹스러움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권유받는 것이 ‘독서태교’다. '태교전도사'로 유명한 한양대 산부인과 의사 박문일 교수는 여러 가지 임상 자료를 토대로 신생아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에 대해 분석한 결
학업 스트레스 때문인지 유독 짜증이 늘어난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품은 마음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책’으로 그 방법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아이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을 알고 싶어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책을 매개로 한다면 좀 더 쉽게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다.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고 대화를 나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