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6월호에서는 허정혁 싱어송라이터를 소개한다.
Q 싱어송라이터 허정혁을 소개한다면?
A 옷이나 밥, 집을 짓는 마음으로 노래를 지어 부르는 사람. 노래와 생활 속에 더 다양한 표정을 지어가며 오래도록 짓는 사람이고 싶은 생활인이자 음악가라고 소개하겠다.
Q 2017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알지 못한 채>라는 곡으로 동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나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대회에서 입상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혼자서 노래를 만들고 불러왔다. 어느 날 우연하게 노래를 처음 만들게 되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그렇게 음악을 찾아 듣고 만들다 보니 좋아하는 음악가들 중에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대회에 나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 대회 신청 기간에 마침 <알지 못한 채>라는 노래를 쓰게 됐는데, 그 곡으로 지원해 입상까지 이어졌다. 이 수상이 내게는 첫걸음을 떼는 데 아주 큰 힘이 되었다.
Q 싱어송라이터를 꿈꾼 것은 언제부터였나.
처음부터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다기보다는 노래를 짓게 되면서부터 이래저래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음악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Q 첫 데뷔곡 <알지 못한 채>에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지나오는 동안 내가 지킨 것은 무언가’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데뷔를 한 지 7년이 되어가는데 허정혁이 음악을 하면서 지키고 있는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여타 다른 분야의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직업 음악인으로서 살면서 느끼는 고충과 고민들이 많다. 무수한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판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면 좋을 것들, 어쩌면 해야 할 일들, 필요한 고민들이 있는 듯하다. 마땅히 필요한 노력으로 생각되는 지점도 있고, 때로는 필요 이상의 욕심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어쨌든 그런 와중에 내가 지키고자 하는 건 나만의 길을 묵묵히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남다른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게 아니고, 그저 다양한 모양과 소리 중의 하나로서 나(만)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바로 그 마음을 지키려고 하는 것 같다. 음악가이자 창작자로서, 또한 단지 한 개인으로서 가지각색의 여러 삶이 어우러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나도 내 삶을 지켜보려고 애를 쓰며 살고 있다.
Q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새로운 길>이라는 시를 음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A 평소에도 시를 좋아해서 가까이 두고 읽으려 하고, 종종 직접 써보는 경우도 있다. 시와 노래는 분명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닮은 점이 많다고도 느껴서, 이 두 가지를 연결지어보고 싶다고 꽤 자주 생각한다. <새로운 길>의 경우도 그중 하나인데, 특히나 이 시는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나 다짐과 가깝게 느껴져서 꼭 한 번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런 바람을 품고 있는 와중 때마침 친구가 ‘윤동주창작음악제’에 대한 소식을 알려주었고, 음악제에 지원하기 위해 품고 있던 바람을 구체화하게 되었다. 음악제에서는 낙선했지만, 마침 나의 첫 앨범 ‘봉오리 시절’에 수록된 노래들과도 서사적으로 맞닿는 지점이 있어서 감사하게 앨범에 수록할 수 있었다.
Q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겸직을 하는 예술가가 많이 있는데, 커피를 만드는 일과 음악을 하는 일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있는지? 더불어 두 가지 일의 비슷하거나 다른 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특별히 ‘커피를 만드는’ 일이어서라기보다는 ‘일’을 하는 그 자체에서 생겨나는 점들이 있다고 느낀다. 창작이라는 게 시간이나 품을 들이는 만큼 결과가 비례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리무중이나 첩첩산중으로 가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육체를 쓰는 노동을 한다는 것은 맡겨진 시간과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업 상황이나 나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내 자리를 일터로 옮기는 것 자체가 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일터에 나가 일을 하는 건 몸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피로가 쌓여 작업하는데 쓸 체력을 빼앗는 격이 되기도 한다. 전업 음악인으로 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 다른 일을 찾아서 겸하지만, 겸직이란 양날의 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지켜주고 받쳐주는 일상의 한 기둥이면서도 나의 작업 생활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짧게 덧붙여서 커피와 음악 이 두 가지는 모두 향기가 난다는 점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커피에서 향기가 오르는 것처럼, 음악에서도 향기가 나는 듯하다. 물론 실제로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으나, 비유적으로 그 순간에만 뿜어져 나온다는 점에서 향기가 맡아지는 것 같다. 향기란 곧바로 휘발되기 때문에 그 순간에만 맡을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음악과 커피에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끔 일깨워주는 공통점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Q 첫 앨범 ‘봉오리 시절’에는 ‘방향을 알지 못한 걸음과 한가득 어질러진 사물들’(<수풀> 가사 중), ‘나의 몸짓은 성실한 계절 따라’(<계절 따라> 중) 등과 같이 시적인 가사의 곡이 많다. 가사를 쓸 때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는가.
A 돌아보면 자전적인 이야기를 노래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던 듯하다. 스스로를 반추하거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려고 하다 보면 찾게 되는 표현들도 있고, 풍경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나 이치를 생각해보다가 영감을 얻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속내를 정확하게 표현하려 하거나 풍경에 빗대어서 어떤 심상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 가사가 시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노래가 시적으로만이 아니라 노랫말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 곡 자체로 노래적인 인상이 더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독서하는 풍경을 소개해줄 수 있나. 무엇을 마시는지, 어디서 주로 책을 읽는지, 누구와 함께하는지 등등.
A 보통은 집에서 독서를 한다. 방이나 거실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때는 오롯이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친구와 함께 혹은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읽기도 한다. 너무 요란하지 않은 카페나 공원에서,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 읽을 때도 있다.
A 언젠가 중장년 나이 대의 남성분께서 내 노래를 듣고는 “아주 오래간만에 강요가 없는 노래를 만났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노래를 나누었던 자리여서 그분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여지가 크지 않았던 터라 더욱 인상 깊었다. 평소에 내가 노래를 대하고 부르는 방식과 노래를 나눌 때 갖는 태도를 알아준 것 같아서 많이 기뻤다. 이목을 끈다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마음과 바라는 것들이 노래가 되고, 노래가 된 노래를 단지 부르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 정말로 노래가 나눠지는 것 같으면 참 좋다. 앞으로도 살면서 억지스럽지 않은 부름과 들음을 더 많이, 더 소중히 겪고 싶다.
Q 600년 된 팽나무를 지키고 평화를 소망하는, ‘군산 하제마을 팽팽문화제’에 시인들과 함께 참여했다. 그날을 위해 <촛불이 켜지면>이라는 노래를 지었다. 어떤 마음으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렀나.
A 우선 팽팽문화제는 미군기지가 부지를 확장하면서 마을을 밀어내는 상황에 맞서 삶의 터전과 아주 오랜 풍경을 지키기 위해 모이는 자리였는데, 그곳 ‘하제마을’에 초대를 받으면서 준비하다가 우연찮게 노래를 짓게 되었다. 노래의 제목은 ‘촛불이 켜지면’인데, 꼭 그 마을의 상황에만 초점을 두었다기보다는 ‘함께’하려는 마음을 진중하게 품어보려 했다. 불 켜진 초로 다른 초에 불을 옮겨 붙이는 장면을 떠올리며 만들고 불렀다. 작고 위태로운 촛불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발치를 비출 수 있기를, 누군가의 마음속 심지에 불을 켜듯 서로를 밝혀주기를, 빛이 번져서 세상이 더 환해지기를 꿈꾸는 노래다. 정말 노래가 하나의 촛불이 되어서 번져나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Q 군산 하제마을 팽팽문화제처럼 특별한 행사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뜻밖의 공간에서 노래를 한 경험이 있다면 들려 달라.
A 작년에 첫 앨범을 발매하면서 펀딩 후원을 받았는데, 리워드 중 하나가 방문 공연이었다. 그때 그 방문 공연 리워드를 후원해주신 분이 치과 의사였다. 음악가인 나를 후원하면서도 방문 공연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본인과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어떤 선물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렇게 나도 덕분에 치과에 가서 공연을 한다는 특별하고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병원 로비에 유니폼을 입은 채로 둘러앉은 의사와 직원분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더랬다. 진료를 마칠 즈음 하게 된 공연이었던 터라, 더욱이 노래를 들으며 쉼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임했던 기억이 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더불어 작업하고 싶은 앨범의 형태 또는 꿈꾸는 새로운 협업 방식이 있는지도 알고 싶다.
A 현재로서는 당장에 크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앞으로의 계획보다는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한 이야기로 답을 해볼까 한다. 얼마나 기회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갈래로 다양한 음악적 상상력을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다독가들’ 인터뷰이니만큼 독서에 관한 것을 나누어보겠다.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면서 차분히 시간을 보낼 때 어울릴 만한 콘셉트로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노래 없이 잔잔하고 고요하게 흐르는 연주로만 채운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
당시 이미 상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였던 릴케가 한 젊은 시인의 고민과 물음에 답장한 편지들을 모아둔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창작자, 혹은 나다운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 지망생이었을 시절에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서간집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모두가 듣는다》(루시드폴)
음악가로 잘 알려진 루시드폴의 산문집이다. 노래를 부르는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마주하는 존재들에 감응하며 살고 있다고 말해주며 ‘듣는다’는 감각을 다시금 소중히 일깨워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노래를 가까이에 둔 사람으로서, 또한 부르고 듣는 사람으로서 깊이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러나 음악을 좋아한다면 특히나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일하는 아이들》(이오덕 엮음)
우리나라의 교육가이자 아동문학가인 이오덕 선생께서 아이들이 직접 쓴 동시들을 엮어낸 동시집이다. 책의 제목처럼, 여기 실린 글들은 당시 세속에서 벗어나 있는 농촌의 아이들이 일하고 지내는 삶을 옮겨낸 듯한 시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의 기교 없는 순수한 시 세계를 보면 정직하게 써내려간 담백한 우리말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말과 아이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무언가, 어쩌면 꼭 되찾아야 할 아름다움이 이 한 권에 차고 넘칠 만큼 담뿍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끼는 책이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용서에 대하여》(강남순)
정치·철학·종교·심리학 등 다양한 인문학 영역을 넘나들며 연구를 해온 강남순 교수가 ‘용서’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성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갈수록 혼란하고 팍팍해지는 세상에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아주 깊다. 각자도생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가운데 이런 책이 더 많이 읽히고 나눠질 수 있다면 어떨까. 어떤 방식으로든 ‘용서’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세상에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가치 있는 고민과 물음이 진하게 녹아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아침의 피아노》(김진영)
미학자이자 철학가였던 김진영이 살아생전에 남긴 유고집이자 애도 일기다. 이 책은 암 선고 이후 몸과 마음,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건들에 쏟아 만든 선생의 문학과 미학, 철학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다. 예술과 철학을 통해 깊은 이해로 인간을 헤아려보던 이가 죽음을 앞두고 메모장에 써내려간 문장들. 짧은 길이의 글이지만 결코 쉬이 넘길 수 없는, 삶과 죽음에 대해 묻고 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답고 감동스러운 책이다.
허정혁_싱어송라이터
포크 장르를 기반으로 하여 서정적인 분위기와 자전적인 이야기를 노래에 담는 음악가다. 순박하고도 쓸쓸한, 고유한 서정성이 느껴지는 소리와 선율을 만들어내고자 하며, 살아가며 마주하는 여러 심상을 다양한 풍경에 빗대어 담담하게 나열하듯 노래한다.
2017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알지 못한 채>로 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후 싱어송라이터 해파와 함께 저자극 포크 듀오 ‘시옷과 바람’을 결성해 2020년 첫 EP 앨범 ‘샘’을 발표했다. 2023년 솔로 정규앨범 ‘봉오리 시절’을 발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포크-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사회학 중에서도 농촌사회학을 공부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A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정의 내리기도 어려운데 ‘농촌사회학’이 무엇인지 질문을 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1주년이 되었고 2025년에는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등을 쓴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이번 호에서는 그간 진행해온 노벨문학상 특집을 마무리하는 기획으로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경재 교수를 만났다.한국문학과 세계문학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이경재 평론가의 견해를 들어본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을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패션‧코스메틱 MD로 직장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빠듯하게 살아가느라 도서관을 자의로 간 게 손에 꼽을 정도였지요. 초보 맘이었던 저는 여러 육아서를 교과서처럼 읽곤 했는데, 공통된 얘기가 어릴 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림책은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