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책에 영향을 받아 삶의 전환점을 맞은 분을 인터뷰 해서 책의 가치를 꾸준히 알린 더라이브러리의 대표 콘텐츠이다.
2025년부터 <다독가들>의 형식을 특정 분야의 필자를 인터뷰 해서 그 분야의 책을 읽는 N가지 방식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2025년 3월호로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과 에세이집 《이듬해 봄》의 저자로 매번 신선한 시를 쓰고 있는 신이인 시인을 초대했다.
Q 시를 읽고 쓰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를 소개하는 <포엠매거진> 인스타 계정은 팔로워가 6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세대들이 시에 관심이 많아진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이 질문은 스킵해야 할 것 같다. 나도 잘 모르겠다, 하하.
Q 주로 언제 어떻게 시집을 읽는지 궁금하다. 시간을 정해두고 읽는지 아니면 때때로 읽는지, 혼자 읽는지 누구와 함께 읽는지, 어떤 질문을 하면서 읽는지 등. 신이인 시인이 시집을 읽는 방식을 소개해준다면?
A 거실 협탁에 시집을 올려두고 틈틈이 펼쳐 읽는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집중이 잘 안 될 때, 세탁기가 다 돌아가기를 기다릴 때, 외출 준비 마치고 시간이 뜰 때······시간은 정해두지 않고 철저히 혼자 읽는다. 하하. 시집을 누구와 같이 읽는다는 것 또한 낭만적이지만.
마음에 드는 시는 모퉁이를 살짝 접어 표시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시는 두 번 접어 마름모꼴을 만들어놓는다. 나중에 읽으면 ‘음, 역시 이 시가 가장 좋군.’ 또는 ‘그때는 왜 이 시를 좋다고 생각했던 거지?’ 같은 감상을 하며 과거와 현재를 곱씹어볼 수 있어서 좋다.
Q 시집이 놓여 있는 서점 코너를 맴돌면서 시와 친해지고 싶지만 아직은 낯설어하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시집을 고르는 신이인 시인만의 기준이 있나. 내 취향과 맞는 시집을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A 우선 시집이 많이 있는 서점에 가기를 권한다. 혜화역 근처 위트앤시니컬이나 광명시의 소하서점과 같이 시집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이면 좋겠다. 이런 곳에서는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려도 된다. 나의 시집 고르는 기준을 소개하자면······일단 서점에 가서, 제목이 끌리는 시집을 골라 맨 앞의 몇 편을 읽고, 표제작이 있을 땐 표제작도 읽어본다. 보통 시집 앞부분에 배치한 시들과 표제작이 시인의 각별한 작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걸로 시인의 시적 성향(?)이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그것에 나의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구매한다.
Q 시집 말고도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준다면?
A 최근 티머시 모턴의 《하이퍼객체》를 다 읽었다. 티머시 모턴은 철학자이면서 영문학자, 물리학자인 작가라 그의 사유 외에도 과학을 공부하는 재미, 미문을 읽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한 달에 한 번 사람들과 모이는 철학서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철학서는 편하게 보기 어려운 느낌이라 스터디 날짜 일주일 전부터 자료 검색과 필기를 병행하며 읽는다.
Q 독서 루틴이나 습관이 있나. 독서 중에 자주 하는 딴짓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독서 중에 자주 딴짓을 하지는 않지만 딴생각을 한다. 그럴 땐 책을 내려놓고 허공을 보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내버려둔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메모장을 켜 시를 쓰게 될 때도 있다.
겨울에는 가급적 이불 속에 발을 넣고 책을 본다. 발이 자주 차가워지므로······ 카페 같은 데서 책을 읽다 보면 발 시림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얼른 여름이 오면 좋겠다.
Q 요즘 시인들은 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신이인 시인만 해도 운동으로 발레를 하고, 도마뱀 두 마리와 함께 살며, 취미로 개구리를 뜨개질하기도 한다. 일상을 잘 보는 일이 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주로 시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
A 사실은 어두운 마음에서 시를 많이 길어 올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두운 마음을 잘 보존하고 있어야 한다. 내게 좋은 감정만 남기려고 하지 않고, 가질 수 있는 한 다양한 감정 또는 다루기 어려운 감정을 존중해주려고 한다. 복잡한 정신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니까, 일상을 바쁘고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격한 운동(발레는 꽤 높은 근력과 유연성을 요한다)을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뜨개질이나 요리를 한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기쁨도 빼놓을 수 없다.
A 두 번째 시집의 원고를 계속 살펴보고 있다. 여름 중에 출간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아직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다.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아서 어쩐지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약간 뒤틀린(?) 사랑의 감정, 가족이라는 관념에 대한 감정이 들어가 있다.
Q 시인이 보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나.
A 사람들이 인문학과 친해지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무엇이라고 하나 집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은은하고 광범위한 문제들, 존중받지 못하는 가치들이 길을 찾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신이인이 추천하는 시집 세 권
《트렁크》(김언희)
개인적인 취향과 철학에 밀접한 시집. 시는 고통의 편에 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로테스크한 것, 악취 나는 것, 기괴한 것과 함께하면 더 좋겠다. 그것들은 고통이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 방법론이다. 매끄럽게 꾸미거나 우회하지 않는 방식이 낯설고 불편할지라도, 이 또한 시적 표현의 장르로 명맥을 유지하기를.
《내가 정말이라면》(유이우)
간결한 언어로 풍경과 사물을 재구성한 시집. 보고 있는 것에 인간적인 무엇을 덧입히기보다는 그들만의 질서를 찾아주기 위해 움직이는 언어가 퍽 새롭다. 한 줄 한 줄 머무르며 느낌을 곱씹는 독서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시 보다》(시리즈)
문학과지성사에서 매해 내고 있는 앤솔러지 시집. 문지문학상 후보작과 산문을 모아 놓은 구성이다. 여러 시인들의 시, 산문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어 충만한 읽을거리가 된다. 최근 한국시의 동향을 파악하고 싶거나 시인 한 명을 정해서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신이인_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과 산문집 《이듬해 봄》 외 몇 권의 책을 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만 혼자 집에 있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집안일도 재밌어졌다. 생각하거나 읽고 공부하는 데 집중하며, 다음에 낼 책을 준비하는 한편 쉬어가는 듯이 지낸다. 매사에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이해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실패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달리 말하면, 조금 편하게 살고 남 보기에는 재미있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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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 중 관광과 더위에 지쳐 낮에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본 창밖 풍경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을 겪으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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