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투어’에서는 팝업스토어 견학, 전시회 견학, 특정 지역 여행기 등 기획팀의 방문 스케치와 경험담을 제공합니다.
이번 스페셜 투어에서는 예술가들이 사랑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어우러진 프랑스 남부 지역 중 코트다쥐르(Côte d'Azur)*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니스(Nice), 에즈 빌리지(Eze Village), 모나코(Monaco), 멍통(Menton), 생폴 드 방스(St-Paul-de-Vence)를 돌아다니며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온 경험을 공유합니다.
먼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코트다쥐르라는 단어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프스 남부와 지중해에 위치한 유럽의 중심, 코트다쥐르는 이탈리아의 리비에라(Riviera)*부터 서쪽으로 이어지고, 알프마리팀주(Alpes-Maritimes)*의 지중해 해안을 따라 망통, 모나코(Monaco), 니스, 앙티브(Antibes)와 칸(Cannes)에 걸친 지역을 말합니다. 코트다쥐르에 포함된 지역 중 가장 유명한 곳은 관광지로 유명한 니스와 영화제가 열리는 칸입니다. 코트다쥐르는 4계절 내내 평균 기온이 15°C로 유럽 내에서 겨울 관광지로 사랑받았다가 나중엔 여름 관광지로도 유명해졌는데요, 현재는 세계적인 유명인들이 휴양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풍경이 아름다워 모네(Claude Monet), 피카소(Pablo Picasso), 샤갈(Marc Chagall), 마티스(Henri Matisse), 뒤피(Raoul Dufy) 등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았던 곳입니다. 1부에서는 주로 니스를 중심으로 에즈 빌리지(Eze Village) 지역까지 소개합니다.
*코트다쥐르(Côte d'Azur): 툴롱(Toulon)에서, 이탈리아 국경선과 가까운 마을인 망통(Menton)까지의 지역들을 부르는 단어로 프랑스어로 ‘푸른 해안’을 의미한다.
*리비에라: ' 해안선'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알프마리팀주: 프랑스 최남동단에 위치한 주로 중심 도시는 니스(Nice).
[니스(Nice)]
니스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
바다와 산 사이의 멋진 풍경이 가득한 니스는 1년에 300일 이상이 맑아 2021년 '리비에라의 겨울 휴양 도시'라는 명칭을 붙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지중해를 따라 해발 3,000m가 넘는 고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니스의 자랑입니다. 마르세유(Marseille)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큰 항구를 가지고 있어 크루즈를 타고 바다로 떠나는 이들도 많습니다. 또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해산물 요리가 유명해 미식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니스 해변.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니스 사람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해안가에서 보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퇴근 후 해안가를 따라 걷거나 모래사장에 앉아 책을 읽고 수영을 하는데요, 니스에서 지내는 동안 현지인들의 삶을 똑같이 체험해보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니스에서는 카니발, 음악 축제 등 여러 행사가 열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니스 시내(좌) / 니스 시내에 깔려 있는 트램 철도(우)
니스의 시내 중심가에는 바닥에 트램(tram)* 철도가 깔려 있습니다. 처음 니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트램이 다니는 것을 보고 어떻게 길을 건너야 하는지 몰라 빙빙 돌아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트램이 다니는 길 중간중간에 신호등이 있어 신호를 보고 길을 건너면 됩니다.
*트램(tram): 도로상에 부설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전동차
[루이스 뉘세라 도서관(Bibliothèque Louis Nucéra)]
루이스 뉘세라 도서관은 니스에서 가장 큰 도서관입니다. 니스의 B.M.V.R.(기능을 갖춘 지역 시립도서관)의 중심으로, 이동도서관 서비스인 빕모바일(bib'mobile), 로망 게리 도서관, 라울 밀 도서관, 니스 근처의 9개 도서관 그리고 25개의 협력 도서관을 포함해 도서관 네트워크 전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속한 시립도서관은 총 120만 개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대출이 150만 건, 하루 평균 방문자가 2,500명에 이르며 4만 명의 활성 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루이스 뉘세라(LOUIS NUCERA, 1928 ~ 2000),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이클리스트
도서관의 이름은 2000년 8월 자전거를 타고 니스를 여행하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작가 ‘루이 뉘세라(LOUIS NUCERA)’의 이름을 따 지었습니다. 니스에서 가난한 이탈리아의 이민자 아들로 태어난 루이스는 배관공 아버지와 생계를 위해 뜨개질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글을 쓰는 것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작가는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1993년에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Grand prix du roman de l'Académie française)*을 수상했습니다. 작가로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은 루이스는 어릴 적 겪었던 가난을 결코 잊지 않고 죽기 직전까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했습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Grand prix du roman de l'Académie française): 1914년 창설되어 매년 10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올해 최고라고 판단한 소설의 작가에게 수여하는 프랑스 문학상
루이스 뉘세라(LOUIS NUCERA) 도서관 지도
도서관은 10,600m²의 공간에 20만 권이 넘는 자료(책, 정기 간행물, 카세트, CD, CD-Rom, DVD, 블루레이, 악보 등)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방문했을 당시 평일 2시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및 가족 이용자들과 학생들로 도서관이 북적였습니다.
루이스 뉘세라 책을 읽는 장소(Salle de lecture)(좌), 옥스퍼드대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학생식당(우)
도서관에 들어가면 책상에 놓인 초록색 스탠드와 천장에 달린 도서관 플래그를 볼 수 있습니다. 플래그에는 ‘책을 읽는 장소(Salle de lecture)’라고 적혀 있는데요, 독서 공간을 보니 <해리포터(Harry Potter)>의 ‘연회장(Great Hall)’ 촬영지였던 옥스퍼드대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홀(Christ Church College Hall)이 떠올랐습니다. 독서 공간이 다른 공간에 비해 많이 어두워 이유를 여쭤보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도를 조절했다고 합니다. 각 자리에 있는 스탠드로 자신에게 맞는 조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니 우리나라의 독서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케이트 부시(Kate Bush) 전시 코너(좌) / 다큐멘터리 DVD 코너(우)
책을 읽는 공간 뒤에는 음악과 비디오가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또 입구 앞에는 매 기간마다 사서들이 선정한 가수 혹은 작가들을 알리는 전시 코너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년 내내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워크숍과 컨퍼런스 및 기타 행사로 활기가 가득합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영국의 팝 가수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선구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케이트 부시(Kate Bush)였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를 보신 분들이라면 시즌4의 OST <Running Up That Hill>을 아실 텐데요,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바로 케이트 부시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 ‘케이트 부시(Kate Bush)’를 소개하는 모니터 화면
전시 공간 바로 옆에 작은 컴퓨터 한 대가 있는데, 이 컴퓨터로 전시의 주인공과 관련된 음악과 해당 인물과 관련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 연결된 헤드셋을 쓰고 케이트 부시의 음악을 들으며 해당 앨범과 관련된 스토리 및 가수의 생애를 읽으니 음악이 더 잘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의 샹송 및 재즈 등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다양한 CD와 DVD가 장르, 나라, 감독, 가수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음악과 영화가 있는 공간은 다양한 나라의 음악과 영화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많은 양의 CD와 DVD가 장르, 나라, 감독, 가수 등으로 구분이 잘 되어 있어 보기가 편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가수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의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Quelqu’un m’a dit)>가 있어 한참 동안 그 노래를 들었습니다. CD를 데스크에 가져가 노래를 듣고 싶다고 말하면 헤드셋이 있는 곳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니 나중에 방문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크(Jacques)와 도미닉 몬베그(Dominique Monbeig) 부부가 기증한 물품을 전시한 공간
한쪽에는 자크(Jacques)와 도미닉 몬베그(Dominique Monbeig) 부부가 기증한 수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 있습니다. 부부는 78rpm*의 3,190개 오페라 레코드를 도서관에 기부했는데요, 레코드에 관심이 많은 음악가들이 이 자료들을 보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또한 부부의 사비로 해당 컬렉션들을 디지털화하여 홈페이지에서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78rpm: 아날로그 음원 저장 장치인 축음기 음반의 일종
*메피스토펠레(Mefistofele): 프롤로그와 5막으로 구성된 오페라이며, 나중에는 4막과 에필로그로 축소되었으며,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대본가인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가 음악을 포함하여 완성한 유일한 오페라.
제77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감독들이 제작했던 작품들을 소개하는 코너
이리저리 둘러보며 구경하니 이번 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감독들이 제작했던 작품들이 한 켠에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사서분께 말하고 영상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감독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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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rgos Lanthimos - Kinds of Kindness
Ali Abbasi - L'Apprenti
Karim Aïnouz - Motel Destino
Andrea Arnold – Bird
Francis Ford Coppola - Megalopolis
David Cronenberg - Les Linceuls (The Shrouds)
Michel Hazanavicius - La Plus Précieuse des marchandises
Christophe Honoré - Marcello mio
Gilles Lellouche - L'Amour ouf
Emanuel Parvu - Trois kilomètres jusqu'à la fin du monde
Agathe Riedinger - Diamant Brut
Paul Schrader - Oh, Canada
Kirill Serebrennikov - Limonov: The Ballad of Eddie
Paolo Sorrentino – Parthenope
Magnus von Horn - La Jeune Femme à l’aiguille
Jia Zhangke - Caught by the Tides
황금종려상: Sean Baker – Anora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 Payal Kapadia - All We Imagine as Light
심사위원상: Jacques Audiard - Emilia Perez
감독상: Miguel Gomes - Grand Tour
각본상: Coralie Fargeat - The Substance
특별상: Mohammad Rasoulof - Les Graines du figuier sauvage
“우리 삶에서 얼마나 많은 책들이 우리와 동행하는가! 그들로부터 바다, 강, 이슬, 숲의 말들이 흘러나온다…
이 말들은 마침내 사물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데 평생을 바치기보다 느끼기를 선호하는 이론가들을 당황하게 만들 간단한 말들이다.”
이 인용문은 책들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동반자가 되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책들에서 바다, 바람, 강, 이슬, 숲, 우정, 사랑, 섬세함, 일상의 용기, 영웅주의, 고통, 우울 등의 단어들이 흘러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론가들이 사물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삶을 바치기보다는 느끼기를 선호하는 단순한 말들로 그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사샤 소노(Sacha Sosno)가 제작한 <스퀘어 헤드(La Tête Carrée)>
도서관 밖에는 프랑스의 조각가 사샤 소노(Sacha Sosno)가 제작한 30m 높이의 조각상 <스퀘어 헤드(La Tête Carrée)>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잘 채워진 머리보다 잘 만들어진 머리가 낫다"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스퀘어 헤드>는 사람이 거주하는 세계 최초의 조각품입니다. 그 안에는 중앙도서관 사무실과 지역 시립도서관(BMVR) 사무실이 있어 도서관 직원들이 업무를 봅니다. 방문했을 당시는 보수공사 중이라 외관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공사는 2024년 6월 30일에 마무리된다고 안내되어 있었으니 지금은 <스퀘어 헤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거리
도서관 옆에는 공원 ‘La Coulée Verte’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녹색 통로’ 또는 ‘녹색 흐름’이라는 뜻입니다. 주로 공원이나 산책로 같은 도시 내의 녹지 공간을 의미합니다. 니스에서는 파이옹 산책로(promenade du Paillon)를 가리키며, 도시 내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녹지 공간을 뜻합니다. 이곳은 니스 주민들의 안식처로 불리고 있습니다. 니스 구시가지와 접해 있어 니스 주민, 산책객,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해변가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공원 곳곳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술가 및 니스의 유명인 이름이 적힌 판넬이 있습니다. 니스는 2023년 12월 18일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작가의 후손인 카트린 카뮈(Catherine Camus), 엘리자베타 메종디유-카뮈(Elisabeth Maison Dieu-Camus)와 함께 공원 한쪽에 카뮈의 거리를 조성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 신문기자였던 카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방인(L'Étranger)》과 《페스트(La Peste)》를 집필했습니다.
또 현대미술과 고전미술을 발전시키고자 공원을 조성했던 니스 시는 ‘갤러리 사포네(Galerie Sapone)’ 대표인 안토니오 사포네(Antonio Sapone)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다비드(David)>를 형상화한 청동 조각상을 설치했습니다.이 작품은 1995년 이탈리아의 피에트라산타(Pietrasanta)에 있는 테스코니(Tessconi) 예술 주물 공장에서 제작되었습니다. 다비드 상(David)은 피렌체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르네상스* 걸작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은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다양한 예술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니스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르네상스: 유럽 문명사에서 14세기부터 16세기 사이 일어난 문예부흥 또는 문화혁신 운동
파이옹 산책로(promenade du Paillon)와 가리발디 광장(place Garibaldi)의 풍경
파이옹 산책로(promenade du Paillon)는 가리발디 광장(place Garibaldi)에서 시작되며, 생 프랑수아 광장(place Saint François)과 어시장(poissonniers), 마세나고등학교(lycée Masséna)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일대에서는 카니발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공원을 방문한 날은 날씨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또 프란체스코 수도원(couvent Saint-François)의 이전 종탑이자 현재는 시계탑으로 사용되고 있는 프랑수아 탑(La tour Saint-François)에서 공원을 내려다보면, 시간대에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시계탑은 방문객들이 정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4개의 좁은 벽 중앙에 현대식 나선형 계단 262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매표소에는 현기증이 쉽게 나는 사람과 몸이 불편한 사람은 오를 수 없다고 공지되어 있습니다.
[라울 밀레 도서관(Bibliothèque Raoul Mille)]
라울 밀레 도서관(Bibliothèque Raoul Mille)
니스의 중심부에 위치한 ‘라울 밀레 도서관(Bibliothèque Raoul Mille)’은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독서와 연구,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1995년에 문을 열었으며, 도서관 이름은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이자 니스의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라울 밀레(Raoul Mille)를 기리기 위해 붙였다고 합니다.
니스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라울 밀레(Raoul Mille, 1941 - 2012)
라울 밀레는 프랑스의 4대 문학상이라고 불리는 ‘앵테랄리에상(Prix Interallié)’*을 받은 니스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밀레는 책과 문학에 자신의 운명을 연결했으며, 평생을 글쓰기에 바쳤고, 글에 대한 열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다고 합니다. 또 20세기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여러 작품을 남기며 문학계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밀레는 문학 애호가로, 니스 시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작가의 뜻을 받아 1995년에 문을 연 이후 도서관은 지역사회에 지식과 문화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테랄리에상(Prix Interallié): 1930년부터 매년 가을 문학상 기간인 11월에 수여되는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공쿠르상(Le Prix de Goncourt), 페미나상(Prix Femina), 르노도상(Prix Renaudot)이 여기에 포함된다.
층별 안내문(좌) /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가브리엘 메쎄네(Gabriel Méxène)의 작품(우)
도서관은 1층 장난감 도서관(ludothèque), 2층 책과 영상물실(Livre-Films), 3층 멀티미디어실(Multimédia)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시인이자 화가 겸 석공 조각가인 가브리엘 메쎄네(Gabriel Méxène)가 제작한 대리석판이 걸려 있습니다.
가브리엘 메쎄네(Gabriel Méxène)가 제작한 <형상들, 무의 책(Les Figures, Livre Mu)>
작품의 이름은 ‘형상들, 무의 책(Les Figures, Livre Mu)’이며 이탈리아의 피에몬트(Piemont)와 프랑스 사부아(Savoie)지역의 문화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가브리엘은 이 작품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적인 유산을 표현하면서도, 창의적인 상상력을 담아냈습니다. 작품은 계단을 따라 서서히 펼쳐지며, 감성적이고 강렬한 감정의 곡선과 나선형 형태는 풍경을 통해 ‘기쁨의 과학(Gaie Science)’*의 본질을 노출시킵니다.
*Gaie Science: 프랑스어로 ‘기쁨의 과학’이라는 뜻으로, 기쁨과 재미를 중시하고 사유와 창작을 즐기는 생활 태도를 가리킨다. 무거운 주제 혹은 철학적인 고찰을 가볍게 다루거나 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Gaie Science’는 즐거움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된다.
< 형상들, 무의 책(Les Figures, Livre Mu)>
L'EAU DES FONTES ÉCLAIRE L'ADRET SON FIER DÉCRET FIXANT LE CIPPE.
물이 나오는 분수가 산을 비추고, 자랑스러운 비석이 그 자리에 서 있다.
L'ENVERS TRANSI ÉTERNISE L'ÉCHO DE VALS INTIMES À L'ORACLE RÉUNI.
얼음이 녹을 때마다 계곡 속에서 들려오는 메아리가 영원히 남는다.
HORS DU PARJURE QUI BRISA LE SON DU MONDE SI BEAU L'ATHANOR* SOUDE LE QUARTZ ALPIN.
아름다운 세계의 소리를 깨뜨린 거짓말쟁이를 벗어나서, 아타너가 알프스의 수정을 녹인다.
*아타너(ATHANOR): 주로 신비주의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변화와 순수성을 상징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1층에 있는 장난감 도서관(Ludothèque)은 '놀이'를 뜻하는 라틴어 'ludo'와 '저장소'를 뜻하는 'thèque'가 결합된 단어로, 다양한 종류의 놀이와 게임을 제공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따로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어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사서분께 여쭤보니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교육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라 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입구 쪽에 배치된 영상물(좌) / 아만디 게이(Amandine Gay) 감독의 <자신만의 이야기(Une histoire à soi)>(우)
2층은 책과 영상물이 있습니다. 입구 쪽에 영상물이 배치되어 있어 들어가자마자 다양한 영상물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여러 작품을 구경하던 중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던 아만디 게이(Amandine Gay)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자신만의 이야기(Une histoire à soi)>가 보여 반가웠습니다. 작품 속 다섯 명의 주인공은 모두 입양되어 프랑스 가정에서 성장했는데요, 작품은 그들 삶의 이야기와 국제 입양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린이 공간(좌) / 청소년, 성인 공간(우)
영상을 구경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왼쪽은 어린이 도서, 오른쪽엔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도서로 공간이 분리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가 있는 공간을 구경하던 중 흥미로운 도서를 발견해 잠시 앉아 독서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미지 없는 책(Le livre sans images)》 표지
‘이미지 없는 책(Le livre sans images)’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의 첫 장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Il y a des enfants qui trouvent que ce n’est pas drôle de se faire lire un livre sans images.
일부 아이들은 그림이 없는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Ça peut avoir l’air trop sérieux et même ennuyeux.
그것은 너무 진지하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Sauf que…
그러나...
《이미지 없는 책(Le livre sans images)》 본문
본격적으로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작가가 적어둔 규칙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은 책에 적힌 단어를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밝혀 두었는데요, 도서관에서는 소리 내 읽을 수 없어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어 읽으니 머릿속으로 단어들이 합쳐져 하나의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그림 없는 도서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길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성인인 저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도서관 곳곳에 붙어 있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Facile à lire)’에 대한 안내문
도서관 곳곳에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Facile à lire)’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책을 재미있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코너로, 종이에는 아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 프랑스어를 배우는 사람
⚫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 또는 시력이 안 좋은 사람
⚫ 오랜 시간 동안 책을 읽지 않은 사람, 발달장애인: 언어 장애, 운동 장애 등…
⚫ 간단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
몇 권을 선택해 자리에 앉아서 보았는데, 주로 내용이 짧고 글자가 큰 책들이었습니다. 종이에 적힌 것처럼 휴식을 취하며 읽기에 좋은 책들이었고, 단어들이 어렵지 않아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공간으로, 뒤쪽에는 책상과 테이블이 있다.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도서가 있는 오른쪽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서가를 구경했습니다. 장르 소설부터 전문가를 위한 서적들까지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어 도서를 선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서가 추천하는 도서들이 배치되어 있는 서가
서가 곳곳에 판넬에 배치된 도서들을 볼 수 있는데, 해당 도서는 사서가 추천하는 도서들입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추천도서가 바뀐다고 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이 배치되어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볼 수 있습니다.
3층 멀티미디어실
3층에 있는 멀티미디어실은 주로 성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독서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오른쪽에 컴퓨터가 있어 정보를 탐색할 수 있고,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너무 조용하고 대부분 공부를 하고 있어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할 수는 없었지만 대학교 도서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서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도서들(위) / 직접 고른 도서(아래)
도서관 입구에는 작은 테이블 위에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사서분께 여쭤보니 무료로 나눔을 하는 도서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대출 빈도수가 적거나 오래된 도서들이라고 합니다. 도서들을 살펴보니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 있어 살며시 가방에 넣어 가져왔습니다.
제가 가져온 도서는 조르주 뒤아멜(Georges Duhamel)의 《약속된 땅의 전망(Vue de la terre promise)》이라는 책입니다. 1900년 9월에 파스퀴에(Pasquier) 가족이 파리 근교의 크레티유(Créteil)로 이사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족의 각 구성원은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로랑 파스퀴에(Laurent Pasquier)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집니다. 가족의 비난과 갈등, 그리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겪는 시련을 그린 이 책은 갈등과 개개인의 성장, 그리고 사랑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라울 밀레 도서관(Bibliothèque Raoul Mille) 주변 풍경
프랑스 정부가 실행한 독서실태조사 결과 약 49%의 프랑스인이 ‘매일 독서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여행하는 동안 장소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2021년 ‘독서’를 국가적 대의로 선포하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또 매년 독서를 장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 저도 항상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독서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불어 항상 조용한 곳에서만 독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니스의 오래된 공연장 ‘THÉÂTRE DE L’EAU VIVE’
도서관을 나와 거리를 걸으며 따뜻한 색감의 건물과 파란 하늘의 니스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그러다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은 공연장을 만났습니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헌신한다고 말하는 곳, 모든 말을 환영하는 만남과 교류로 이루어진 곳, 과거의 유산으로 미래를 건설하는 곳’이라는 뜻이 담긴 사진 속 공간은 니스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연장 ‘THÉÂTRE DE L’EAU VIVE’입니다. 공연장의 이름은 ‘생동하는 물’ 혹은 ‘흐르는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과거와 미래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뜻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연장은 성인, 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연극 수업 및 강좌가 있으며 생일, 회의, 특별한 저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연장이라 하면 100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대학로의 극장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번 니스에서 만난 ‘THÉÂTRE DE L’EAU VIVE’를 보고 예술에는 크기가 상관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니스 해변에서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길
니스가 예술 문화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니스는 오랜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원전 350년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니카이아(Nicaea)에서 시작된 니스의 역사는 로마 제국과 사보이 왕가(Casa Savoia)*의 지배를 거치며 다채로운 문화적 유산을 형성했습니다. ‘니스(Nice)’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원주민 리구리아인(Ligurians)*들을 무찌른 것을 기념해 승리의 여신 니케(Νike)의 이름을 따서 붙인 니카이아(Nicaea)에서 온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니스 구시가지(Vieux Nice)의 좁은 골목길, 중세시대의 건축물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사보이 왕가(Casa Savoia): 1861~1946년 이탈리아를 통치한 유럽의 유서 깊은 왕조.
*리구리아인(Ligurians): 오늘날의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인 리구리아라고 명명된 고대 부족들의 이름
니스 시내에서 해변으로 건너가는 길(좌) /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표지판(우)
니스의 길을 걷다 보면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표지판들은 해당 장소에 관한 역사를 새겨 넣은 것으로 장소가 가진 역사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보존하고 기억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 속 건물은 러시아의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가 1891년 머물던 집이었다고 합니다. 또 20세기를 주름잡은 야수파의 창시자인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도 1916년 니스에 처음 머무를 당시 이곳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건물은 니스의 유명한 해안 산책로인 프롬나드 데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창밖으로 니스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끝없이 이어지는 하늘을 눈에 담으며 예술 혼을 작품에 담았을 것을 상상하니 마치 제가 그 시대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안톤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 《지루한 이야기》, 《사할린섬》 외 수많은 작품을 써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프랑스의 화가. 회화, 조각, '종이 오리기'를 포함한 그래픽아트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떨쳤다.
자우메 플렌사(Jaume Plensa), 니스에서의 대화(Dialogue in Nice)
니스의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끝자락에 닿아 왼쪽으로 발길을 틀면 니스의 마세나 광장(Place Masséna)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세나 광장에는 ‘니스에서의 대화(Dialogue in Nice)’라는 제목의 독특한 예술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스페인 출신의 예술가 자우메 플렌사(Jaume Plensa)가 만든 것으로, 기둥 위에 앉아 있는 7개의 남성 조각상이 특징입니다.
이 조각상들은 전 세계 7대륙*의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밤에는 다양한 색으로 빛나 광장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물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자세로 앉아 있어,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니스에서의 대화(Dialogue in Nice)’는 2007년에 설치되었으며, 니스의 현대 예술을 대표하는 중요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니스는 여러 유명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니스는 예술가와 작가들의 중요한 피난처이자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마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니스를 방문하거나 이곳에 거주하면서 그들의 작품에 도시의 아름다움을 담아냈습니다. 이들의 유산은 오늘날에도 니스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니스 시내에는 마티스 미술관(Musée Matisse)과 샤갈 미술관(Musée Marc Chagall)이 있습니다. 마티스 미술관은 헨리 마티스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그가 니스에서 보낸 시간 동안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크 샤갈의 작품들을 소장한 샤갈 미술관 역시 예술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니스 해변의 풍경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도시 니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과도 같았습니다. 구시가지는 좁은 골목길과 다채로운 시장으로 가득 차 있고, 해변을 따라 산책하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티스와 샤갈 같은 예술가들이 니스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남긴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 그리고 풍부한 예술과 문화가 풍부하게 스며들어 있는 이곳은 니스였습니다.
[에즈 빌리지(Eze Village)]
에즈 빌리지 풍경
프랑스의 에즈 빌리지(Eze Village)는 프랑스 리비에라(Riviera) 해안의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몬테카를로(Monaco)와 니스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세 시대의 돌로 만들어진 고대 도시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버스 타러 가는 길
에즈 빌리지(Eze Village)는 니스에서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니스의 중심가에서 도보로 10분 걸리는 Vauban 역에서 82번 버스를 타면 40분 만에 에즈 빌리지 입구에 도착합니다.
82번 버스를 타고 오른쪽에 앉으면 볼 수 있는 풍경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서는 니스의 해변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앉아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오른쪽에 앉아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82번 버스에서 내려 마주한 풍경
버스에서 내리면 주황색과 베이지색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건물 주변으로 큰 나무들이 있어 옛날 영화에서 보던 중세시대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에즈 정원(Jardin Exotique d’Èze)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본 풍경
에즈 빌리지는 그 자체로 한 장의 예술작품이라고 불리는 장소입니다. 가파른 언덕에 위치해 사람이 오르기 힘든 지형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고대의 돌길과 복고풍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돌길로 이루어진 마을을 걷다 보면 프로방스 지방의 특색 있는 공예품이나 지역 와인 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마을 언덕에 위치한 에즈 정원(Jardin Exotique d’Èze)과 마주하게 됩니다. 에즈 정원은 지중해를 굽어보는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중해의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어 여행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고대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으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힙니다.
에즈 정원(Jardin Exotique d’Èze)의 풍경
에즈 정원은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과 다육식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중해의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하는 식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소 거대한 규모의 이국적인 식물들을 구경하며 정원을 둘러보고 있으면 어느새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니스와 모나코의 전경을 만나게 됩니다.
정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본 프랑스 리비에라(Riviera)의 전경
또 정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는 프랑스 리비에라(Riviera)의 환상적인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특히 봄과 여름에는 화려한 꽃들이 만개하여 정원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여 더 깊고 진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정원을 둘러보니 에즈 정원이 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에즈 시장(Marché d'Èze Village)이 열린 모습
에즈 정원을 구경하고 내려오니 에즈 시장(Marché d'Èze Village)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 시장은 매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열립니다. 시장은 에즈 정원에서 내려오는 골목 오른쪽의 Place de la Colette에 위치해 있습니다. 둘러보니 대략 20명의 상인분들이 과일과 육류, 해산물, 음식, 옷 등 다양한 물건을 팔고 계셨습니다.
대구 살과 야채가 들어간 아란치니(Arancini)
저는 대구 살과 야채가 들어간 아란치니(Arancini)를 구매했습니다. 한 알당 1.5유로(약2,300원)였으며, 구매를 하면 즉석에서 반죽을 해 튀겨줍니다. 레몬즙을 뿌릴지 말지를 물어보시는데 저는 레몬즙을 뿌려 먹었습니다. 한입 베어 먹어보니 대구 살이 가득 차 있었고 잘게 다진 아스파라거스와 양파, 당근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매일 아침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만든 것이라 싱싱하고 맛있을 거라며 호언장담하셨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에즈 빌리지 향수 연구소 입구
에즈 시장 뒤쪽으로는 에즈 빌리지(Eze Village) 향수 연구소(L'Usine Laboratoire d'Eze-Village)가 있습니다. 1926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유명 향수 브랜드 프라고나르(Fragonard)의 공장으로 에즈 빌리지의 바위 아래,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니스와 모나코 사이의 해안도로인 코르니슈(Corciche)에 위치해 있습니다. 공장은 중세 마을의 매력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곳에 있어 현대적인 디자인과 과거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료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면 향수 제조 과정, 연구 과정, 워크숍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따로 예약은 받고 있지 않고 당일 방문하면 30분 간격으로 운영되는 투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투어에서는 원료 준비, 추출, 혼합, 숙성 등 향수가 만들어지는 모든 단계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직접 제품을 만들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향수 제조는 음악 작곡과 비슷한 과정으로, 조향사는 여러 에센스 병이 놓인 오르간* 앞에서 향수를 조합합니다. 향수는 다양한 향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며 이를 위해 몇 년 간의 연구가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음악 작곡과 비슷하다고 하여 ‘조향사의 오르간’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투어가 끝나면 다양한 향수 및 화장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념품 샵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특별한 제품들이 많아 기념품을 사기 좋습니다.
밑에서 올려다본 에즈 빌리지(Eze Village)
중세시대의 성곽 마을로 협곡 위에 자리잡은 에즈 빌리지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열대 정원에서는 코트다쥐르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했다는 에즈 빌리지는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즐기는 시간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인간이 자연에 속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안정감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니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에즈빌리지까지 이어진 다양한 경험을 마지막으로 스페셜투어 1부를 마칩니다. 2부에서 소개되는 모나코(Monaco), 멍통(Menton), 벙스(Vence) & 생폴 드 방스(St-Paul-de-Vence)에서의 날들 또한 기대해주세요.
취재/글 : 원선임*
*집사. 5.5kg의 노란 줄무늬를 가진 18살짜리 고양이님을 모시며 살고 있다. 영화와 독서를 좋아하며 다양한 장르를 공부하고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떠나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있다.
'C'est dans et par le langage que l'homme se constitue comme sujet 인간은 언어 안에서, 그리고 언어를 통해 주체가 된다'
-Emile Benveni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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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투어’에서는 팝업스토어 견학, 전시회 견학, 특정 지역 여행기 등 기획팀의 방문 스케치와 경험담을 제공합니다.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2023 서울국제도서전 방문기 안녕하세요 !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여름 문턱에서부터 지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엄선임입니다. 연일 거침없이 지속되는 무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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