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
7월호에서는 경운초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글 쓰는 사서’ 강상도 선생님을 만났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경운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상도 사서입니다. 12년의 초등학교 사서 경험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고 나누며 어린이 세계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책을 추천하고 건네주는 일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기 말과 글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내고자 노력 중입니다. 흥미진진하고 무한한 공간에서 가슴 벅찬 멋진 일들을 매일 꿈꾸며 아이들과 함께 한 뼘 성장하고 싶습니다.
Q 사서님은 그동안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 《삶과 맞닿아 있는 도서관의 힘》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 세 권의 책을 냈습니다. 글 쓰는 사서가 되기로 한 계기가 있을까요?
A 늘 써왔던 글들이 언젠가 빛을 내기를 희망했지요.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서 보니 사서가 쓴 책이 몇 권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죠. 총류 서가에 내가 쓴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을 실천하고자 매일 도서관에 들러 독서와 도서관 관련 책을 꾸준히 읽었고, 나의 글을 쓰고 다듬고 결국 해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도서관과 책을, 나를 알아가는 멋진 일이더라고요.
Q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시면서 아이들에게 제안했던,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식을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
A 요즘 학교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MBTI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저도 MBT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죠. 그리고 어린이들의 성향만큼이나 다양한 독서 취향을 발견하게 되었고 성격 유형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책을 추천하면 아이들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서 건져 올린 성장의 끈을 살필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아이에게 맞는 책을 추천할 수 있었습니다. 성격 유형에 맞는 도서를 읽는 것은 자기를 알아가는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음으로써 독서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Q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에서는 도서관뿐만 아니라 책방을 탐방하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도서관과 책방 중 어느 곳을 더 좋아하시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A 사서이다 보니 도서관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책방이 싫다는 건 아니고요. 사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이 있잖아요.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따뜻함, 사람과 사람의 스친 인연들이 모여 가치 있는 것들이 생겨난다고 할까요. 그 공간에는 책과 사람, 삶의 풍경이 그려지기 때문에 책방이든 도서관이든 둘 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끌림이 있습니다. 오늘은 동네 도서관에 가고 내일은 동네 책방에 들러 삶의 일부분을 담아보고 싶은 나만의 욕심이 있습니다.
Q 사서님이 추천하시는 ‘책 여행’ 코스를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또 책 여행의 준비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거제에 있는 책방 투어를 추천합니다. 거제만의 향기와 삶이 연결된 동네 책방은 사등면 거제대로 5394-2 거제대로북스를 비롯해 거북이책방, 너의 바다, 동네책방 연결, 책방익힘 등 다섯 곳입니다. 각각 독특한 개성으로 공간마다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어요. 각각의 책방지기가 만들어가는 공간의 의미를 담아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준비물이라면 그저 동네 책방에서 한 권의 책을 마음에 품어올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겠죠.
Q 책방 대표님들이 책방을 차리게 된 사연을 들려주시는 게 재미있어요. 고양이 그림을 그리시는 책방지기님이 ‘고양이 회관’이라는 책방을 열었다든가. 그처럼 사연에 따라 책방의 특색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요, 역으로 사서님은 어떻게 학교도서관 사서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부터 사서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서관이 없는 시골에서 막 올라온 어느 날 우연히 도시에 있는 도서관에 가게 되면서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느꼈던 때가, 사서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운명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날 이후 종종 도서관에 들러 오랜 시간 책의 공간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 시간만큼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책과 가까이하면서 도서관에 자연히 스며들었기에 사서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대학도서관 사서로 있다가 학교도서관으로 옮겼습니다. 홀로 도서관을 기획하고 행사를 추진하는 모든 일들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12년 동안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의 일상에서 하루하루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긴장의 연속이지만, 어린이를 성장시켜주는 일이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A 몇 년 전 수줍게 다가온 6학년 여학생이 가장 기억이 남습니다. 아침 일찍 학교도서관에 오는 그 아이는 늘 혼자였어요. 그 아이에게 도움을 청했죠. 도서 대출과 반납, 어린 동생들을 위해 책을 검색하고 서가에서 찾아주는 일을 해주면 좋겠다고요. 그 아이는 도서관 봉사를 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짧고 재밌는 책을 권했는데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방과 후에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지요. 시간이 지나 독서동아리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또래 친구들에게 책을 권하기도 하는 아이의 변화된 모습이 놀라웠고 뿌듯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스승의 날 그 아이가 친구와 함께 저를 찾아왔더군요. 얼마나 기뻤는지 가끔 그때의 시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잘 성장한 모습에 사서로서 보람을 느꼈고 뭉클했습니다.
A 학교도서관 사서는 친절하고 궁금한 점을 잘 들어주고 책 추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의 말 한 마디에 귀 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하고요. 또 아이에게 어느 방향으로 책을 읽게 하고 어떻게 자료를 활용하게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것 역시 사서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에서 ‘어른은 아이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책을 읽을 때까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사서는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도서관에 오는 모든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Q 사서님께서는 글의 소재로 지역사회의 도서관을 많이 다루고 계신데요,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와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역할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우리나라 농촌과 소도시에서는 ‘지방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인구 감소가 심각합니다. 이는 젊은 층의 유출과 그로 인한 신생아 감소, 남아 있는 고령 인구의 사망 등 다양한 인구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지방 소도시 아이들이 책을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책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많을수록 그 지역민의 삶과 문화, 인구 유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역의 도서관은 지역민과 함께 독서문화 의식을 가장 잘 성숙시킬 수 있도록 하여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지역에 도서관이 많아 소멸 위기를 맞은 지방 경제를 되살리고 인구 감소를 늦추는 수단이 되는 일본의 도서관 사례(이시카와현립도서관)가 있듯이, 도서관은 문화 가치 투자에 있어 중요한 문화공간이기 때문입니다.
Q 사서님이 생각하시기에 도서관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해야 할까요?
A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는 “유튜브 시대에 독서하는 사람들은 다른 種(종)이 될 것이다. 인간은 책을 읽는 동안 인공지능(AI)이 따라오지 못하는 창조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GPT-4o’ 인공지능, 디지털 혁명 등 인류의 변화에 도서관은 디지털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리터러시 활용법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정보와 질문을 수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쓰임이 주어질 것입니다.
송경진의 《도서관과 리터러시 파워》에서 “사회적 차원의 리터러시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사회의 질을 높여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개인 삶의 질과도 관련되어 있다”라고 했습니다. 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쓰고 계시거나 쓰시고 싶은 책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책맹인류, 책맹시대, 책 읽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독서가 사장될 위기에 처한 이 시대에 책 읽기의 중요함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실천해왔던 독서를 다양하게 풀어 알리고 싶어 꾸준히 글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서가 전하고자 하는 독서의 의미는 무엇이고, 오늘날 독서가 가지는 진정한 가능성과 여전히 독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글로 남기고 싶습니다.
박웅현은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성(未成)의 시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1할의 미성의 시간을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집중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 시간만큼 충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행운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강상도_도서관 사서
경상남도 김해시 경운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읽고 떠들며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싶어 아직도 무한한 공간에서 새로움을 꿈꾸고 있다. 도서관은 가슴 벅찬 멋진 일이기에 ‘나’를 위한 책 여행을 위해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다.
경남일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책 공간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들을 엮어 꾸준히 글을 써왔다. 쓴 책으로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 《삶과 맞닿아 있는 도서관의 힘》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이 있다.
어린이를 평생독서가, 평생학습자로 자라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 학교도서관,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읽기 방식의 다양화를 도와야 한다. 자신의 색깔로 책을 만나는 학교도서관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 10년 동안 학부모와 지역주민, 교직원, 아이들과 책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로 인연이 되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
긴 겨울의 끝이라고 하지만 신학기가 시작되는 봄을 기다리기엔 아이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늘 새로웠고 불편했고 설레기도 했던, 복잡한 심경의 3월이었다. 새로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학교도서관에서의 3월 풍경은 아직도 삭막한 겨울의 한중간쯤에 와 있는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도 아이만큼 자란다고 하지만, 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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