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간 조선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오지 여행을 하듯 《마이허》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박옥남에게 문학이란 어떤 의미인지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다.
[인터뷰 내용]
더라이브러리(이하 ‘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옥남(이하 ‘박’):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 교포 작가 박옥남입니다.
더: 이번에 소설집 《마이허》가 출간되었는데요, 2007년에 단편 <붉은 넥타이>로 재외동포문학상을 받으셨지만 한국에서는 발간되는 첫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 출간의 감회가 남다르실 텐데, 기분이 어떠신지요?
박: 제가 한국에 와서 책을 출간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저희 문학이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한국의 독자층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못 했기 때문에, 여기 와서 책 출간까지 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죠. 근데 이승수 교수님께서 책 출간을 도와주신다고 하니 미안하고 감사했어요.
더: 이승수 교수님과는 언제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나요? 박: 처음에 저는 그분을 몰랐죠. 한국에 와서 가사도우미만 하다 보니까 그런 분들을 쳐다볼 새도 없었고요. 해외 한인 작가들의 문학을 ‘재외동포문학’이라고 한대요. 그런데 저는 그런 쪽과는 별 연관이 없었는데, 어느 날 이승수 교수님이 저에게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한번 좀 만나볼 수 없겠는가 하고요. 어떻게 저를 알게 됐는가 여쭤봤더니, 중국 흑룡강 대학에 이영근이라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제 책을 이승수 교수님에게 소개하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책을 읽어보고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대요.
이승수 교수님은 만나자마자 제 책이 괜찮아 보이는데 한국에서 출간할 계획은 없는가, 그렇게 물어봤어요. 저의 수준이 여기서 먹혀들겠어요? 그랬더니 그래도 출간을 해보고 한 발 한 발 들어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기에 응답을 했죠. 《마이허》 출간을 위해 진짜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신 은인입니다.
더: 선생님께서 소설을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박: 경험이죠. 본인의 경험과 간접적으로 하는 경험들이 주된 소재가 되고 바탕이 되고 배경이 돼요. 주로 제가 지금 한창 해체되고 있는 동포사회를 주목하다 보니까 거의 비슷한 소재들로 소설을 쓰게 되었죠.
중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지가 한 6, 7년 되다 보니까 저도 요 근년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풍문에 의하면 제일 큰 이슈가 민족 교육이 소실되는 현황에 대해서 모두 한탄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것이 하나고, 두 번째는 타민족과의 결혼이죠. 그전에는 조선족은 조선족끼리만 결혼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요즘에는 그것이 몽땅 깨어지고 한족, 또 타민족과 결혼해요. 그것을 부모님들은 안타깝게 바라보고는 있지만 별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해요. 그것이 사회적으로는 제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디를 가나 결혼한다고 하면 “조선 며느리야?” “조선 사위야?” 이렇게 물어봐요. 아니라고 할 때는 “할 수 없지” 대답해요. 어디를 가나 이슈가 그런 것 같아요.
더: <마이허> <어머니의 이야기> <해심이> <목욕탕에 온 여자들> 등 총 18편이 실렸는데 이 중에서 더라이브러리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박: 18편 수록된 작품 중에 제일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장손>과 <둥지>예요. <장손>은 중국 땅에서 나름 좀 뜨르르하게 살았다는 한 가족의 해체, 한족으로의 동화 과정을 쓴 작품이고요, <둥지>는 조선족 민족 교육이 해체되면서 매 촌장마다 다 있던 소학교가 없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에요. <장손>은 바로 우리 집안의 이야기고, <둥지>는 제가 다녔고 또 거기서 근무도 몇 년간 했던 중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죠.
더: 선생님 소설에 많은 사투리의 집합이 나오는데요, 그 사투리를 소설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박: 여기서 생각할 때 조선족은 모두 연변 지방 사투리를 쓰는 줄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연변 지방 사투리는 연변 지역 사람들만 쓰죠. 저는 연변 지방에서 많이 떨어진 흑룡강이라는 산재지구에 살았거든요. 그쪽은 함경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아니라 경상도, 전라도, 조선 팔도에서 다 건너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 동네에 100호 가까이 사는데 집집마다 다 다른 언어를 쓰는 거예요. 이 집은 경상도에서 건너갔으니까 경상도 언어를 쓰고, 또 저 집은 전라도에서 갔으니까 전라도 언어를 쓰고, 우리 집안 같은 경우는 고향이 함경도여서 함경도 언어를 쓰고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모든 사투리를 다 접해봤죠. 소설을 쓰는 사이사이에 제가 쓰고 싶은 언어를 집어넣은 거예요.
더: 선생님은 언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셨어요? 박: 중학교 때부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펜을 들어서 흑룡강신문 문학 코너에 글을 내 발표한 것은 열여덟 살 때부터예요. 주업은 아니어도 업으로 글은 계속 써야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죠. 아주 짧은 단편소설이었어요.
더: 선생님에게 문학이라는 것, 소설이라는 것은 어떤 건가요?
박: 나에게 소설은 친구이자 동반자 같아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는데 책을 입수할 수 없어서 읽을 게 없었어요. 그래서 그때 책이 꽉 찬 집 안에 앉아서 독서만 할 수 있는 그런 생활이 주어진다면, 하는 게 저의 가장 큰 꿈이었죠. 그것이 제일 행복할 것 같았어요. 대단한 책이 아니어도, 교과서 하나라도 책을 읽을 때는 고독도 잊고 모든 사람이 다 없어지고 그 책 속에 묻혀서 책 속의 세계에서 노는 것이 제일 행복했거든요. 동반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제 머릿속에서 그리고 제 생활 속에서 문학이 저와 분리된 적은 없어요. 지금 공백기에 손을 놓고 남의 집 애를 봐준다든지 남의 집 일을 도와준다든지 이런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글감을 찾고 구상을 하고 한국 생활이 끝나면 바로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다시 쓸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더: 세상이 굉장히 빠르고 멋있는 쪽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작가로서 보실 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 중국에 살 때는 한국과 떨어진 곳에서 살다 보니까 이쪽 분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요, 여기 와서 그동안에 제가 생각한 거는 그래요. 다른 습관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관점이라도 좀 이해를 하고 포용을 해주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렇게 포용을 해주다 보면 자연히 모순은 적어질 것이고요. 모순이 적어지면 평화도 따라올 것이에요.
더: 한국의 독자들이 선생님 책을 읽을 때 이런 점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재밌을 것 같다, 하는 독서 팁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박: 팁이라기보다는 제 생각엔 그래요, 요즘은 문학이 아니어도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는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영상미를 갖춘 스크린과 방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정보 지식은 많아요. 저는 지금 음식계에서 지금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마라탕에 비유하고 싶어요. 정말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돌아서면 또 먹고 싶어지는 중독성 있는 그런 수단들이 있죠.
그러나 제 소설과 같은 문학은, 한국 문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 문학도 아닌 변두리 문학이죠. 우리가 하고 있는 것, 우리 조선족이 하고 있는 문학은 변두리 문학인데요, 오지 여행을 한번 다녀오듯이 ‘100년이나 떨어져 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것을 구경이라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그 속은 좀 거칠지만 그래도 순수하고요, 무뚝뚝하지만 그 속에는 인정이 살아있는 원생태, 인간 세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조선족 문인들의 글 수준은 미달이야’, ‘그쪽 사람들 삶이 우리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이런 식으로 밀어두지 말고, ‘그쪽 사람들은 여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것이 알고 싶은 분들은 저희 책을, 저희 책뿐만 아니라 중국 조선족 문화를 좀 관심 있게 들여다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옥남_소설가
1963년 중국 헤이룽장성 탕원현 출생.
중국 헤이룽장성 오상 조선족사범학원 일어전과를 졸업하고, 중국 헤이룽장성 퉁허현(通河县) 조선족학교와 상즈시(尙志市) 조선족 중학교에서 일어 교사로 근무했다. 1981년 헤이룽장성 연수현 조선족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처녀작을 발표했고, 이후 <오가툰일화> <올케> <둥지> 등 여러 편의 단편소설과 <콘돔> 등 수필을 발표하면서 헤이룽장신문 진달래문학상, 장락주문학상, 중국 조선족 어머니 수필상 등을 수상했다. ‘제1회 김학철 문학상’에서 <목욕탕에 온 여자들>로 우수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붉은 넥타이>로 제9회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6월호에서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학습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치마켓 함의영 대표를 만났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피치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