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면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면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의 의미를 종종 되새기게 된다. ‘인사만사’는 누군가에게는 꽤 진부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어색하지만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 있듯이, ‘인사만사’는 진부하면서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다. 도서관에는 아르바이트 학생부터 사서, 도서관장까지 많은 직급이 있고 수서, 목록 및 보존 업무 등 다양한 직책이 있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도서관에도 적용되는데, 도서관이 잘 운영되려면 도서관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직급을 가지고 어떤 직책에서 일할지를 결정하는 일, 그리고 사람을 채용하는 일, 즉 인사(人事)가 중요하다.
식사까지 같이 하는 캠퍼스 인터뷰, 대학도서관의 사서 채용 심층면접
미국의 대학도서관에서도 인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며, 좋은 인사를 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대학도서관은 사서를 채용할 때 대학 내의 사서들로 구성되는 인사위원회(Search Committee)를 꾸리고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같은 서류를 심사한다. 사서 채용 과정에서 서류심사 이후의 절차는 한국과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그리고 면접전형을 거쳐 사서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미국에서는 서류전형 이후에 전화 인터뷰 그리고 캠퍼스 인터뷰(Campus Visit)를 실시한다. 인사위원회는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상대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후 세 명 내외의 지원자를 캠퍼스 인터뷰 대상자로 최종 선정한다.
인사위원회는 최종 후보자들을 개별적으로 대학에 초대해 하루 일정의 캠퍼스 인터뷰를 진행한다. 최종 후보자는 캠퍼스 인터뷰 동안 대학도서관장(University Librarian)과 부관장(Associate University Librarian), 도서관 인사과(Library Human Resources)를 포함한 도서관 여러 부서의 사서들과 만나고, 사전에 요청된 특정 주제에 대해 사서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인사위원회 구성원들과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된다. 이 같은 캠퍼스 인터뷰는 후보자에겐 본인을 마지막으로 어필할 수 있고 도서관의 조직문화와 복지제도 등 채용공고에는 나오지 않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채용 과정을 책임지는 인사위원회에게는 서류심사와 전화 인터뷰로 확인할 수 없었던 후보자의 장점과 약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캠퍼스 인터뷰 동안 후보자의 ‘사람’으로서의 특징과 프레젠테이션 능력, 소통 능력, 사람을 상대하는 능력, 공감능력 등 후보자의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캠퍼스 인터뷰는 후보자와 인사위원회 모두에게 중요한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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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근무, 전보발령, 정년퇴직 없는 대학도서관 사서의 전문성
미국 대학도서관의 사서직은 순환근무를 하지 않고 전보발령이 나지 않으며 정년퇴직이 없는 종신직(tenured position)이다. 따라서 채용된 사서는 한 포지션에서 오랫동안 일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도서관은 서류심사와 면접 외에 전화 인터뷰 및 캠퍼스 인터뷰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대학도서관의 사서로 오래 일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대학 내의 교수진, 대학원생, 연구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 전역 대학도서관의 같은 주제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 사서들 그리고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계량화되어 평가수치로 나타나진 않지만 대학도서관에서 사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학도서관은 이 모든 것을 중요한 자산이라 여기고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서를 채용하는 것이 대학도서관의 기능을 잘 수행할 기본 요건이라 생각한다.
현직 사서가 대학도서관 고위 관리직 채용 과정에 참여한다
이러한 인사정책과 채용방식 그리고 인사에 대한 기조(基調)는 고위 관리직에도 적용된다. 아마도 미국과 한국의 대학도서관 인사 시스템에서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고위 관리직 채용방식일 것이다. 미국의 대학도서관들, 특히 공립대학 도서관의 경우 대학도서관장은 보통 개방형 직위로 공개채용을 한다. 대학도서관장 채용을 위해 대학 내에 인사위원회가 구성되고 교무처장 또는 학장급의 교수가 인사위원회의 장(chair)을 맡는다. 인사위원회 구성은 도서관 각 부서를 대표하는 사서들과 문헌정보학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로 이루어진다.
특기할 것은 인사위원회 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도서관장 채용 과정에 현직 사서들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도서관 운영의 측면에서 그리고 사서의 입장에서 지원자의 자격요건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캠퍼스 인터뷰에 초대된 최종 후보자들은 사서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요청된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고, 사서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수 있는 타운홀(town hall) 형식의 미팅 시간을 별도로 갖는다. 후보자의 프레젠테이션과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사서들은 후보자에 대한 각자의 소감이나 의견을 실명으로 인사위원회에 전달할 수 있고, 인사위원회는 사서들이 개진한 의견과 소감을 채용 과정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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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업무성과 평가까지 수행하는 대학도서관 인사정책
대학도서관의 인사정책은 사서와 직원 채용 외에 도서관 내 인력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서들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포함한다. 미국 대학도서관에서 사서들의 업무평가는 대개 수평적인 동료평가(Peer Review)와 수직적인 인사고과(Performance Evaluation)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업무평가는 2년 또는 3년 주기로 이루어지는데, 업무평가를 통해 승급심사와 종신직 심사를 받게 되며 업무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도 조정된다.
사서들의 업무평가를 위해 사서가 중심이 되는 ‘업무성과 평가위원회’가 매년 구성된다. 사서는 평가 대상이 되는 기간 동안의 업무성과를 중심으로 ‘자기업무평가서’를 작성한 후 본인이 소속된 부서의 부서장 또는 분관의 분관장과의 면담을 통해 1차 업무평가를 진행한다. 이후 1차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사서는 ‘자기업무평가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필요한 문서(동료 사서 및 교수 추천서와 출판물 등)를 구비해 업무평가 서류 일체를 도서관 인사과에 제출한다. 그리고 부서장과 분관장도 1차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평가서'를 작성한 후 도서관의 인사과에 제출한다. 인사과에 제출된 각 사서의 업무평가 서류철은 ‘업무성과 평가위원회'에 넘겨지고 평가위원회는 1차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차 평가를 실시한다. 2차 평가가 끝난 후 업무성과 평가위원회는 대학도서관장에게 평가 결과를 보고하고 도서관장은 평가 결과에 따른 승급, 연봉 조정, 종신직에 대해 결정하고 이를 문서화한다. 이후 최종 결정은 다시 도서관 인사과로 전달되고 도서관 인사과는 문서화된 업무평가 결과와 평가에 따른 최종 결정을 사서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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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에서 도서관이 운영되는 시스템에는 수서정책, 건물관리 정책, 인사정책 등 많은 요소들이 있다. 그리고 이 정책들이 함께 조화롭게 맞물려야 도서관이 잘 운영된다. 미국과 한국의 도서관 운영 시스템은 여러 면에서 비슷하지만 인사정책은 서로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장과 국회도서관장을 임명직에서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고 공개 채용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는 인사정책 면에서 한국 도서관계에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이런 인사정책 변화가 성공할지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한국의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등 도서관계의 인사정책 곳곳에 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인사를 하기 위해 한국의 도서관들은 어떤 인사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변화를 향한 작은 바람 앞에서 사서들이 생각해볼 문제다.
조상훈_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
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Korean Studies Librarian, East Asian Library, UCLA)로 재직중이다. 한국학 자료를 큐레이팅하면서 한국의 근현대사와 이민사에 관심을 가지고 대통령기록관과 대학 아카이브에서 자료를 발굴하고 이민사 관련 자료를 수집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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