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최근 급속하게 대중화 물결을 타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주류 기술로 부상했다. 진화하는 정보 기술과 지식 세계의 풍경 속에서 국내외 도서관계가 내놓은 뉴스와 트렌드 분석은 도서관이 처한 배경에 따라 결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사회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한국도서관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도서관계 10대 뉴스’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도서관 장서 검열 문제로 야기된 ‘도서관 지적자유의 위기’와 독서예산 삭감, 경기도서관 민간위탁 반대, 도서관 등록제 시행에 따른 미등록 우려, 국가도서관위원회의 소속 변경 등의 이슈들이 나타났다. 지적자유 위기에 도서관계가 적극 대처했고, 예산과 등록제 같은 경영과 정책적인 문제는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아쉬움의 여지는 있으나 42년간 동결되었던 사서직 수당 인상은 당국이 사서의 처우 문제를 인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편, 뉴스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기술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국가도서관위원회와 국립중앙도서관, 대학도서관을 중심으로 AI 기반의 도서관 미래 혁신을 논하는 장이 마련되었고, 도서관의 가치와 요구되는 역할을 모색할 기회를 가졌다. 변화의 위기를 뛰어넘어 회복하는 힘의 핵심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활발한 토론과 현장 적응을 위한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의 2024 트렌드 보고서와 기술 의제
해외 도서관계를 돌아보면, 먼저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10년 만에 ‘IFLA Trend Report 2024’를 발표하고, 후속으로 ‘A Skills Agenda for the Trend Report’를 올해 2월 공개했다. ‘정보의 미래를 자신 있게 마주하기’라는 부제가 달린 트렌드 보고서에는 7대 변화 추세와 미래 상황을 예상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어 있다. 기술 아젠다 보고서에는 세계 신진 리더들이 도서관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논의해 집약한 세 가지 범주의 기술 의제가 제시되어 있다. IFLA는 이 보고서를 기초로 각국에서 논의와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트렌드 보고서의 변화 추세로는 ①지식의 창출과 전파의 진화에 따른 지식 관행의 변화, ②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AI와 기타 기술 ③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어려워지는, 복잡해지는 기술과 해결 능력, ④정부와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재확립하기 위한 신뢰의 재협상, ⑤디지털 기술의 불균형으로 더욱 중요해지는 디지털 격차 해소, ⑥더 많은 리소스를 사용하는 자원 집약적 정보 시스템, ⑦사회구조의 약화와 외로움 증가 등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연결 추구 등이 있다.
기술 아젠다(skill agenda) 보고서는 추세 변화에 따라 도서관 전문가에게 필요한 기술을 도출하고. 이를 크게 실무기술, 협업기술, 개인개발기술의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각 의제에는 그 의미와 중요성, 현재 상황, 다음 단계에 대한 설명이 있다.
실무기술(Practical skill)은 기술과 다른 기회를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활용해 더 큰 영향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적 능력이다. 기본 프로그래밍과 AI, 프라이버시, 학술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정보 등 각각에 대한 문해력이 포함되었다.
협업기술(Partnership skill)은 동료, 커뮤니티 및 기타 전략적 파트너와 효과적인 협업을 촉진하는 능력이다. 의사소통, 팀워크, 협상 및 네트워킹 기술이 포함되며, 제휴와 협력 프로젝트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개인개발기술(Personal development skill)은 비전과 비판적인 사고력 확장, 개인의 리더십과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능력이다. 적응력,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 변혁적 리더십과 같은 기술이 포함되며, 도서관을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끄는 데 필수적이다.
IFLA의 추세 분석과 기술 아젠다가 의미를 가지려면 정책 방향과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지식 관행과 신기술에 적응력을 키우고 개인개발 학습을 강화해 커뮤니티의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도서관 발전이 이루어질 것을 전망해본다.
미국대학·연구도서관협회의 트렌드 분석
미국대학·연구도서관협회(ACRL) 연구계획심사위원회가 《College & Research Libraries News》 2024년 6월호에 지난 2년간의 학술도서관 트렌드를 분석한 기사 〈Top trends in academic libraries〉를 게재했다. 주요 내용으로 AI와 AI 리터러시, 오픈 교육과 수업 설계, 오픈 사이언스와 재현성, 오픈 액세스(OA)와 공평한 출판 등 10가지를 들었다.
AI와 AI 리터러시는 챗GPT와 기타 생성형 AI 도구의 출시로 개선된 검색과 자료 추천, 대규모 디지털 자료 설명, 자동 번역을 통해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지만 윤리적·법적 문제로 도서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오픈 교육과 수업 설계의 증가로 인한 오픈교육자원(OER)에 더해 학생의 지식 생산과 보급을 지원하는 전통적 도서관을 넘어선 업무량이 증가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도서관은 오픈 액세스(OA)와 연구 데이터 관리의 옹호자로서 오픈 학술 연구가 활기를 띠자 기술 지원을 넘어 ‘지역적 맥락과 글로벌 학계를 연결하는 가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나아가 연구의 재현성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협력적 파트너십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공평한 출판을 위해 도서관이 출판 인프라와 관행을 주요 가치와 윤리적 틀에 맞추도록 장려하고, 신규 및 기존 OA 학술지가 급변하는 출판 환경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제안한다. 또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과 관련해 장서 구축과 관리에 대한 ‘중립’ 유지 문제가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대학도서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AI가 고등교육에 미치는 영향력, 예산의 불확실성 등은 향후 대학도서관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책과 실무가 필요하며, 학생의 성취를 지원하고 교육, 학습 및 학술 연구 향상을 위해 혁신과 적응이 필요하다.
《Library Journal》(2024.11.11.) 기사 〈AI and the Public〉에 의하면, 토론토공공도서관은 ’글로벌 디지털 권리를 위한 도시연합‘의 일원으로 시로부터 디지털 리터러시와 디지털 기술 홍보 업무를 맡았고,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AI는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과 필요한 많은 리소스를 제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시립도서관은 AI에 대한 다양한 실습 워크숍, 강의 및 토론 그룹을 제공한다. 도서관이 AI를 위한 실험 장소가 되었다. 공공도서관의 AI를 중심으로 한 활동에는 오픈 강의와 팟캐스트, 실용적인 응용프로그램 실습 워크숍, 세미나와 대화, 전시회, 메이커스페이스 등 다섯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 서비스는 주로 AI에 대한 인식 제고와 관련 역량 구축을 지원한다. 프로그램과 서비스 대부분은 대학 연구센터, 비영리단체, 민간기업, 정부기관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제공한다. 공공도서관은 참여와 협업, 공동 창작의 공간이 되어 지역사회의 디지털 개발을 지원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사서들도 이미 최신 AI 도구, 동향, 도서관 운영을 위한 실용적 응용프로그램에 대해 배우고 있다. 한 사서의 말처럼 “도서관은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곳이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도서관 직원들이 적어도 AI 개발에 대해 아는 것은 필수이다.”
이상으로 지난해 도서관의 주요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외 추세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내는 현안 풀기에 기울어 있고, 국외는 미래 문제를 향해 달리는 모양새다. 도서관계 10대 뉴스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지적자유와 예산, 경영과 행정 문제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이슈보다는 정체된 이슈에 머물러 있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의 트렌드 보고서와 기술 아젠다가 보여주는, 도서관 혁신을 위한 다각적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의 소식에 따르면, 현직 사서의 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2025년 AI 기술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서 전문교육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각화, 도서관에서 활용 가능한 AI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교육 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AI 시대에 대비한 사서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시도로 보인다. 미래 환경에 맞춘 보다 실속 있는 과정이 되길 바라고, 많은 사서들이 참여해 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을 새롭게 확장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지능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에 정보 전문가로서 도서관인이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가를 논하고 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선_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과 국립중앙도서관 자료관리부장,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책기획단장 등을 역임.
현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도서관닷컴 선임기자로 활동. 도서관 정책, 표준화, 서비스에 관심이 많고, 도서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번역서로 <저록작성원칙규범> (김태수 공동번역. 문헌정보처리연구회, 2005), <공공도서관, 공공정책과 정치 프로세스>(한국도서관협회, 2025. 3월 발간 예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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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가 영화에?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직업도 있다. 물론 도서관 사서는 아니다. 영화에서 사서는 가끔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도서관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으로 잠깐 등장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 도서관에 간 주인공이 사서와 만나지 않고 나오는 경우는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