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및 책과 관련된 뉴스들을 검색해 읽다 보면 종종 한국 대학도서관들의 대출 통계와 관련된 기사 제목들이 눈에 띄곤 한다. 특히 매해 연말 즈음이면 ‘올해 ㅇㅇ대학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같은 제목의 기사들을 볼 수 있는데, 이 기사들은 해당 대학 도서관에서 한 해 가장 많이 대출된 책들을 대략 열 권에서 스무 권 정도 소개한다. 발표된 책 리스트를 통해 한국 대학생들, 그러니까 20대 초중반 청년들의 독서 경향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지만, 평소 ‘이것이 과연 중요한 정보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기사를 보면 ‘미국 대학도서관에도 이런 통계가 있나?’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으나, 이제껏 미국 대학생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또 미국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수업 과제와 관련한 레퍼런스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미국의 대학생이나 성인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알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을 받고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처음 든 생각은 ‘요즘 대학생들이 책을 읽나?’였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 매년 발표하는 대출 관련 통계가 있을까?’였다.
판매량과 상관없는 미국의 도서관 대출도서 순위
미국에서도 매년 대출과 관련된 통계수치를 발표하는 도서관들이 있다. 이들은 보통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들이다. 대표적인 곳은 엘에이공공도서관(LAPL)과 뉴욕공공도서관(NYPL)인데 LAPL과 NYPL은 거의 매년 소설, 비소설, 전자책, 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대출통계자료를 도서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해오고 있다. 두 도서관이 발표하는 대출 순위 리스트를 비교해보면 흥미롭게도 리스트에 있는 책들이 겹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출통계에는 맹점이 있다. 예를 들면 이 두 도서관의 2024년 대출순위에는 미국에서 당해 가장 많은 판매고(170만 부)를 기록한 소설책 크리스틴 해나(Kristin Hannah)의 《The Women》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공공도서관들이 자체적인 대출통계자료를 발표하는 반면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National Public Radio)은 종종 여러 도서관에서 발표된 대출통계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한 결과를 다루기도 한다. NPR의 2024년 12월 29일 보도는 미국의 18개 공공도서관에서 발표한 대출통계를 취합해 분석한 것인데, 2024년에 가장 많이 대출된 도서목록의 작품들은 상당수가 신간이지만 2023년의 목록에 올랐던 작품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비교 분석하여 보도했다.
미국 공영방송 PBS의 8부작 미니 시리즈 〈미국이 사랑한 책〉
NPR과 더불어 미국 공영방송의 쌍두마차인 공영텔레비전 방송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는 2018년 〈The Great American Read〉라는, 8부작으로 된 미니 시리즈를 방영했다. PBS는 우리나라의 교육방송 격인 EBS와 비슷한데, 주로 교육 및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미 전역의 지역방송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영리 공영방송국이다. 〈The Great American Read〉는 책과 독서의 매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제작되었는데, 프로그램 제목은 ‘미국인의 위대한 독서’ 또는 ‘미국이 사랑한 책’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대략 한 시간으로 구성된 각 에피소드에서는 작가, 유명인사, 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책과 독서와 관련된 그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들려주었다. PBS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대략 7천 2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추천받았다. 그리고 도서관계와 출판업계의 전문가들이 방대한 이 추천 목록을 검토한 후 다시 100편으로 간추렸다. 이 프로그램의 총 8부작 중 7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되는 5개월 동안 시청자들은 이 간추려진 100편의 소설 중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하나에 투표했다. 이 투표에는 43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PBS는 이 투표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100편의 순위를 결정했고 시리즈의 마지막 회인 8편 ‘The Grand Final’에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문학작품을 줄 세워놓고 이들의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문학작품에 대한 결례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이것은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소설이나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소설을 집계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예전 한국에서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선’ 등과 같은 설문조사를 했었다. 좋아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것이 좋다면 그만 아닌가. 여하튼 2018년 PBS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대망의 1위를 차지한 소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였다.
《앵무새 죽이기》는 투표가 시작된 후 줄곧 1위를 달렸고, 다른 네 권의 결선 진출 작품과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5개월의 투표 기간 내내 선두를 유지했다. 예외적으로 1위를 내준 주는 《아웃랜더》가 1위를 차지한 노스캐롤라이나주(North Carolina)와 《반지의 제왕》을 선택한 와이오밍주(Wyoming)였다. PBS는 이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면서 “이처럼 미국 전역의 독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이 사랑한 책’의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앵무새 죽이기》를 비롯해 2위부터 100위까지의 책 리스트는 PBS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고, 한국의 독자에게도 친숙한 소설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시기를 권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이 사랑한 책〉처럼 책과 독서를 다룬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다. 지상파에서 방송된 〈어서와 책다방〉이나 EBS의 다큐멘터리 〈책맹인류〉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책을 소개하고 독서를 장려하며 책읽기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그러나 필자에게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 이름을. 지금은 ‘유느님’이 된 유재석과 당시 한창 잘 나가던 개그맨 김용만이 어느 대학의 교수 한 명과 함께 진행했는데 ‘책책책’은 2001년 주말 프로그램 〈느낌표〉의 한 코너였다. 2004년 종영한 이 프로그램이 비슷한 포맷으로 21년 만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활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 덧붙이는 말: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공영방송사인 CPB(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에 대한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 의회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세 표 차이로 예산지원을 중단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NPR, PBS 등과 같은 공영방송에 자금을 지원하는 CPB가 9월 30일부로 운영을 중단한다. PBS는 예산의 15퍼센트 이상을 연방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과 송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 사랑한 책〉과 같은 프로그램을 미국 TV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조상훈_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
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Korean Studies Librarian, East Asian Library, UCLA)로 재직중이다. 한국학 자료를 큐레이팅하면서 한국의 근현대사와 이민사에 관심을 가지고 대통령기록관과 대학 아카이브에서 자료를 발굴하고 이민사 관련 자료를 수집해오고 있다.
대규모 연구비 삭감으로 칼바람 부는 미국 대학가미국 대학가에 연구비 예산 삭감의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6월 30일에 한 해의 회계를 마감하고 7월 1일부터 새 회계연도를 시작한다. 이와 달리 연방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에 시작된다. 때문에 지금 미국 대학들은 한 해 살림을 마무리하고 새해 살림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2000년대 초, 생애 처음 한국 밖으로 여행 갔을 때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뉴욕의 2월. 여행 중이라 겨울옷이 변변치 않았기에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이 쌓인 인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의 앞문이 열렸다. 날이 많이 추워 버스에 얼른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버스 기사님이 잠깐 기다리라는
책을 읽지 않는 MZ세대Millennials와 Generation Z(또는 Gen Z)는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요사이 한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MZ 세대라는 말과 같은 의미지만, 한국에서처럼 두 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 다르다.얼마 전 한국의 MZ세대들 사이에서 책을 읽는 것이 하나의 ‘힙(hip)’한 문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