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
5월호에서는 현직 교사이며 청소년 경제 분야 작가로 10대 경제교육 신드롬을 일으킨 김나영 선생님을 인터뷰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경제를 청소년기에 놀이처럼 배울 수 있는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 《경제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 그리고 최근엔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을 쓰셨는데요, 이런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A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생활 속 경제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공부하고 수업에 적용했던 게 실험경제예요. 교실이 사과시장이 되기도 하고 경매시장이 되기도 하죠. 아이들이 스스로 사과 공급자로, 수요자로 모의실험에 참여해 결과를 도출하죠. 그 과정에서 경제원리를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고 적용하고, 나아가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일을 찾아 공부하게 돼요. 이 과정을 고스란히 스토리텔링으로 담은 게 ‘실험경제반 아이들’ 시리즈예요.
아이들은 실험경제반 아이들의 일원이 된 듯 빠져서 읽고, 선생님들은 수업 과정을 보며 적용해보실 수 있도록 했어요. 실제로 실험경제반에서 사용하는 수업 자료도 블로그를 통해 제공했는데, 그것을 활용하면서 도움을 청하시기도 하고 피드백도 주셨습니다. 제게 직접 강의를 요청하시는 경우엔 다른 학교나 기관에서 수업을 진행했고요. 덕분에 다른 학교 아이들의 반응도 보고 들으며 수업에 반영해, 점차 더 풍성한 수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 감사했어요.
《경제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는 아이들이 친숙한 공간인 편의점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들을 소설로 엮은 건데요, 여섯 명 주인공이 편의점을 경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며 생각해내는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썼습니다, 그 안에 수학을 함께 담아서 수학의 쓸모를 알게 했고요.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은 ‘좀 더 나은 내일의 나’로 나아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쓰게 되었어요. 행동경제학이 실제로 인지심리학과 경제학이 만나 실험을 통해 우리 행동 오류의 패턴을 분석하는 거거든요. 단지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행동엔 패턴이 있다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오류를 범하게 되는지 알고, 그런 걸 스스로 막는 방법은 뭔지 알아보는 거예요. 소비생활뿐 아니라 발표 면접 공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팁이 많습니다.
Q 아동청소년기에 경제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행복한 삶을 위해 돈이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은 많지만, 일정 정도의 돈이 행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건 건 누구나 공감합니다. 그럼 돈은 어떻게 벌 수 있을까요? 우수한 성적을 받아 현재 인기 있는 학과에 가고, 현재 유망한 직업을 가지면 될까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세상과 완전히 다를 거예요. 안정적인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요. 평생 한 가지 직업을 가지고 사는 시대는 끝나갑니다. 지금 유망해 보이는 직업도 사라질 수 있고요. 이젠 어떤 직업을 가진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원하는 희소성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게 경제활동의 핵심이 됩니다. 희소성의 가치를 창출하는 법, 그건 수업 시간표에 짜인 대로 국어, 영어, 수학 공부를 한다고 길러지는 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관찰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죠. 어릴 때부터 그런 습관을 기르고,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 경영 원리를 찾아 배우면 좋을 거예요.
Q 《경제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에서, 무인편의점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한 행복편의점을 살리기 위해 학생들이 ‘경제수학’을 사용한다는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스토리텔링에 경제를 연결시킨 것이 기발한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A 편의점은 요즘 아이들의 휴식처이자 사랑방 같은 느낌이더군요. 하굣길에, 학원 쉬는 시간에 들어가 친구들과 간식 먹으며 숨통을 트는 공간이죠.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음료수를 가장 안쪽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껌과 사탕을 계산대 근처에 배치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유는 사각기둥 모양이 많고, 콜라는 원기둥 모양이 많은 건요? 아이들이 가장 친숙한 편의점엔 수많은 경제, 경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제가 멀리 있는 게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경제, 경영 원리를 풀어나가는 데는 수학이란 도구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고요.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몰랐어요. 다항식을 가지고 인수분해하고 다시 전개하고, 왜 그러고 있는 걸까 싶었죠. 그런데 경제를 배우면서 수요함수가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그 함수를 위해 다항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생활 속의 사례와 함께 익히니 경제도, 수학도 재밌었어요. 저처럼 수학의 쓸모, 경제의 쓸모를 알아야 재밌게 배울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생활 속에서 수시로 접하는 편의점이란 소재를 택하게 되었어요. 경제는 우리 가까이 매일 들르는 편의점 속에도 무수히 많고, 그 안엔 수학적 원리도 함께 담겨 있다는 걸 함께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걸 소설처럼 써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해 스스로 경영도 해보고 마케팅 전략도 짜보며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볼 수 있게 했어요.
Q 대학에서는 사회과교육을, 대학원에서는 경제교육과 행동경제학을 전공하셨습니다. 경제교육 커리큘럼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이나 내용은 무엇인가요?
A 우선, 무엇이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만족을 가져오는 합리적 선택인지 아는 경제적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하죠. 개인의 이익을 최대로 하는 게 사회적으로도 가장 좋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잠깐의 이기적인 마음이 우리의 터전인 환경을 파괴하듯이 어떤 선택은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상충되기도 하고, 단기적 관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거든요.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의 조화가 필요할 거예요. 개인의 이기적인 합리성만이 아니라 사회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와 제도가 뒷받침되었으면 해요.
Q 젊은 세대를 보면 빚을 내서 무리하게 투자를 하고, 영혼까지 끌어올려서 투자를 하는 파이어족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다른 사람 말을 듣고 투자하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요?
A 경제학을 공부하고 어떤 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인지는 알지만, 그렇게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어떤 친구가 주식으로, 코인으로, 금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가 들려요. 어, 나도 사볼까? 지금이라도 사려고 따라 담습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고자’ 매일 차트를 봅니다. 샀다 팔았다 반복했는데 결과는 마이너스. 이럴 수가!
이런 행동엔 패턴이 있습니다. 단지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고,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조건과 상황도 있고요. 이런 걸 분석하는 게 행동경제학이란 분야예요. 행동경제학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편향이 일어나고 오류가 생기며 행동 패턴은 어떤지 분석해요. 그것을 우리 생활에 적용해서 스스로 행동을 교정하며 ‘좀 더 나은 내일의 나’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해요.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이 도움이 될 거예요.
Q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신다면? 독서 루틴이나 습관이 있는지, 혹시 독서모임 같은 데 참여하시는지, 독서 중에 자주 하는 딴짓이 있는지 등도 궁금합니다.
A 책은 매일 읽어요. 저는 어딘가 나갔다 오면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쉬는데요, 쉬면서 책을 봅니다. 침대에서 책보기가 유일한 취미예요. 공감 가는 문장이 있으면 포스트잇을 붙여두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해둬요. 함께 떠오른 생각은 메모해두고요.
얼마 전 영화 〈브루탈리스트〉를 보고 건축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195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건축가로서의 신념과 예술, 현실 사이에서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어요. 건축에 대한 책을 찾아보다 《재미있는 건축 이야기》(루이스 헬만)를 중고로 구입했어요(절판된 책이더라고요). 건축가인 저자가 재밌는 일러스트와 함께 건축이 무엇인지, 그간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친절하게 얘기해줘요. 매일 보는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그의 생각이 궁금해서 그가 쓴 《불구가 된 미국》도 보고 있어요. 교육, 외교 정책, 이민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겠더라고요.
서평가로서 한 달에 한 번 《학교도서관저널》에 서평도 써요. 청소년 대상 인문사회 도서들을 둘러보고, 괜찮은 도서 중 한두 권을 선정해 추천하는 서평을 씁니다. 새로운 청소년 도서를 살펴보고 읽을 수 있어 좋아요.
한 달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경제 교육을 하며 알게 된 선생님 여섯 분과 함께 해요. 처음엔 경제와 관련한 도서로 시작했다가, 요즘은 경제뿐 아니라 철학, 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가고 있어요. 5월에 함께 읽기로 한 주제도서는 AI와 관련한 책이에요. AI 관련 최신 트렌드를 공부해서 나누고, 활용법도 익히려고 해요. 물론 책을 읽고 토론할 거리도 마련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Q 다음에 쓸 책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A 청소년의 실제 금융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있어요. 중고 거래할 때 주의할 점, 요즘 진화하는 AI 피싱 사기 대처법, 알바 근로계약과 주휴수당, 청소년들의 금융 카드 사용법 등등 정말 생활 속에 궁금했던 금융 상식과 팁을 생생하게 알려드리려고 해요.
Q 선생님이 보시기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신뢰.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실 거예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생 중심, 체험 중심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결국 고등학교에 가면 줄 세우기 시험을 볼 수밖에 없어요. 입시 때문에요. 문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친구는 경쟁자가 됩니다. 내가 잘 하는 것과 상관없이 상대적인 퍼센트가 중요하니까요. 다양한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 그들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문제가 많다는 건 알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죠. 문제해결 능력을 보는 면접과 논술보다는 객관식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건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결국, 우리 제도와 시스템에서 신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나영_교사, 작가
중학교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KEDI), 서울시교육청 등의 경제금융교육 자료 개발과 교육과정 관련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실험과 게임을 통해 경제이론을 쉽고 재미있게 체득하는 ‘실험경제반’과 생활 속 법과 경제를 체험하고 연구하는 ‘법과 경제 연구’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 《열두 살 실험경제반 아이들(공저)》 《경제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 《법 쫌 아는 10대(공저)》 《최소한의 행동경제학》 등이 있다.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3월호에서는 출판사 프란츠 김동연 대표를 인터뷰했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출판사 프란츠를 운영하는 김동연입니
신구문화상(新丘文化賞)은 신구문화사의 창립자 故 우촌 이종익 선생(1923~199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우촌 정신을 미래세대로 잇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한 상이다. ‘올해의사서상’, ‘올해의책’ 총 두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이번 제2회 시상식은 10월 17일 제61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리는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
Book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 2월호에서는 금융업에서 일하며 번역을 하는 서지은 님을 만났다. 언어와 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Q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하는 분을 만나면 질문이 장황해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