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반 동안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전작을 읽는 독서모임을 운영했고 그 결과를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는 도스토옙스키 외에도 헤르만 헤세, 가즈오 이시구로,
레오 톨스토이, 슈테판 츠바이크, 토마스 만, 클래어 키건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고 감상문을 썼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매력과 함께 오랜 시간 독서모임을 운영해온 노하우와 경험을 들어본다.
Q 기초과학연구원의 유전체교정연구단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계시는 실험생물학자이신데 연구 분야를 포함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저는 마우스 유전학과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골수 및 위장의 줄기세포와 미세환경을 연구합니다. 줄기세포와 미세환경 간의 상호 교류를 규명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사랑하는 아마추어 문학도이자 작가이기도 합니다. 여섯 권의 책을 썼고 한 권의 책을 번역했습니다. ‘#김영웅의책과일상’이라는 해시태그로 독후감상문을 페이스북, 브런치, 티스토리에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독서모임을 1년 반 동안 성황리에 마치고 현재 ‘인생책방’이라는 독서모임을 운영 중입니다.
Q 1년 6개월 동안 도스토옙스키를 함께 읽은 독서모임 멤버들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독서 토론 중 치열하게 논쟁을 한 적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A매 모임마다 열 명 안팎으로 모였는데 저를 포함해 모든 독서모임 멤버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관심밖에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업도 다양했습니다. 사회복지사, 한국어 강사, 연구원, 중학교 교사, CEO, 목사, 사모, 논술 교사 등이었고, 나이대도 2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였습니다.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책에서도 밝혔듯 요즘 만연한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이 모임을 찾은 분도 계셨습니다. 도스토옙스키를 전혀 몰랐던 분도 계셨고요. 어찌 보면 오합지졸 같은 구성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웃음) 그러나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1년 반 동안의 지속적인 모임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오합지졸은 알고 보니 풍성한 다양성이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독서모임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건 ‘의지’가 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양한 직업과 성향의 멤버들이다 보니 매번 논쟁이 일었습니다. 대부분 의견이 달라 모임을 이끄는 저로서는 중재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거든요. 문학 작품은 읽는 이마다 해석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나눔이 없었다면 모임을 지속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김영웅 작가와 도스토옙스키 전집 (이미지 출처: 정주원)
Q 젊은 세대들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를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MZ 세대 독자들에게 이분을 소개하신다면요?
A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러나 우리 독서모임에서 MZ 세대가 세 명이나 있었고 그들 역시 4, 50대들과 동일하게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에 빠지는 걸 목도했기 때문에, 도스토옙스키야말로 세대는 물론 시공을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영향을 끼치는 작가인 것 같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요즘 인간의 성향과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흔히 MBTI를 묻곤 하는데요. 도스토옙스키가 그려내는 총천연색 인간의 모습은 MBTI 따위를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느낌입니다. 인간은 결코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없는 존재죠. MBTI의 사용은 사람을 차별하고 딱지 붙이는 용도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아 저는 탐탁지 않게 생각한답니다.
인간은 정말로 다양하지만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이라는 점만은 공통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내면 깊숙한 본성은 날씨 얘기나 주고받는 관계에서는 잘 드러나지도 않죠. 또한 요즘엔 대세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많아 정작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도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인간의 깊은 본성을 알고 싶다면 MBTI 말고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라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MZ 세대만이 아니라 그 어떤 세대에 속한 분들에게라도요.
Q 도스토옙스키가 독서모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면 기뻐했을 것 같은데요. 연구원님에게 도스토옙스키는 어떤 존재인가요?
A저에게 도스토옙스키는 선생님입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은 물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에서도 저는 제가 지금까지 읽은 숱한 작가들 중에서도 도스토옙스키를 압도적으로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인간의 악함만을 드러내어 공포를 조장한다거나, 그래서 인간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만든다거나 하지 않고, 인간이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원이 임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늘 인간 너머의 존재인 신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 등의 다층적인 사유를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지만 인간다움을 더 지향하게 만드는 신비한 언어의 마술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Q 만약 그와 저녁 시간에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어떤 질문을 첫 질문으로 하고 싶으신가요?
A저는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가 가장 궁금합니다. 그동안 이것저것 읽어서 그의 사생활이나 작품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많이 해소가 된 상태라서요. 그래서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늘 늦은 밤부터 새벽에 글을 쓰셨는데, 항상 집중이 잘 되셨나요? 집중이 잘 안 될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저 같은 경우 글을 쓰다 보면 집중이 안 될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특히 작정하고 두 시간 글을 쓰겠다고 책상에 앉으면 한 시간을 채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남들이 대부분 자는 시간에 혼자서 글을 썼는데 어떻게 그 시간을 활용했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 이야기를 꼭 직접 듣고 싶어요.
Q 도스토옙스키는 다소 고통스러운 작품 세계, 가난·죄·고통·구원·믿음·자유의지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인사이트가 있었기에 200년 전 작가의 전작을 읽게 되셨는지요?
A미국에서 거주할 때 통제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일방적인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었어요. 저의 커리어에 관련된 부분이었고, 그 사람으로 인해 저는 인생과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점을 지나야만 했어요. 제가 가진 신념과 신앙 모두가 무너져버리는 것 같은 심정이었어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찰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되었던 것이죠. 저에게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는 길 중의 하나가 독서였답니다. 《죄와 벌》이라는, 아주 익숙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작품을 제목에 이끌려―뭔가 잘못되었을 땐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잖아요. 벌 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읽게 되었어요. 도스토옙스키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던 때였죠.
그 책을 읽으면서 전작을 읽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어요. 제가 그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계획일지도 모르겠네요. 때론 막무가내여야 일이 진행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아무튼 저는 5대 장편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도스토옙스키에 점점 빠져들었고, 인간에 대해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저를 어렵게 만들었던 사람도, 그 사람에게 어리숙하게 반응했던 저의 모습도 많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도스토옙스키는 저의 정신적 가난으로부터 저를 구원해준 하나의 길이었고, 괜한 죄책감에서 해방시켜주기도 했으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더욱더 인간다움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준 작가입니다. 고마운 존재이지요.
Q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모임은 일종의 ‘광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듯해요. 혹시 중도에 포기할 생각은 없으셨나요?
A저 스스로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어쩌면 이게 광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사실 독서모임 멤버들 중 몇몇은 중도에 포기하려고 했었답니다. 그때마다 저랑 김 관장님이 잘 붙잡았었죠. 이제 와 돌이켜보면 ‘광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열정에 불타올라 다 읽어내고 말겠다는 그런 강렬한 의지로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어찌 보면 도스토옙스키를 다 읽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어떤 면에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하며 답답함을 풀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해서 모임이 끝까지 지속된 게 아닌가 싶어요. 독서모임의 지속은 책이나 작가보다는 멤버들의 케미스트리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모임은 정말 기적적인 모임이었죠. 제가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모임 (사진 출처: 김영웅)
Q 처음 읽기, 다시 읽기, 함께 읽기 등 독서모임의 방법과 성공적인 독서모임의 운영 팁까지 제안해주셨는데요.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기가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혼자 한 번 읽으면 하나의 해석만 남죠.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많고요. 재독을 하면 초독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여요. 작품을 재해석하게 되는 거죠. 초독 때 했던 해석이 수정되기도 하고 추가, 삭제되기도 해요. 발전하는 거죠. 그런데 이건 시간이 걸리잖아요. 재독이 쉬운 선택은 아니니까요. 함께 읽기는 같은 시간에 여러 사람들의 해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싶어요. 재독, 삼독, 사독 등의 효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죠. 그래서 책을 읽는다면 독서모임에 참석해서 함께 읽는 편이 언제나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그렇게 읽으면 삶이 훨씬 풍성해지리라 생각해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Q 도스토옙스키 작품 중에 가장 애정하는 작품과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요. 또 여러 번 읽었지만 다시 읽을 때마다 감탄하는 작품이 있다면요.
A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을 거의 다 읽은 지금은 모든 작품을 애정하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고른다면 아무래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입니다. 세 번이나 읽었지만 여전히 다 읽어내지 못했다는 기분이 드는 작품이면서도 읽을 때마다 깊이 빠져들고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 깊이와 방대함은 열 번을 읽어도 다 소화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쉬운 작품이라고 한다면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에는 소개되지 않은 〈백 살의 노파〉라는 단편입니다. 제가 알던 도스토옙스키가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입체적이기보다 평면적이었고, 도스토옙스키만의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없었어요. 두서없이 쓰인 작품 같은 인상도 받았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작품이 있는지도 모를 거라 공감하실 수도 없을 것 같네요.
Q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죄와 구원의 경계에 서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에서 특히 많이 이야기된 인물은 누구였나요?
A명징하지는 않지만 흐릿하게 선악의 구도가 작품 속에 그려졌다고 본다면, 선한 사람보다는 악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분신》의 골랴드낀,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의 포마, 《상처받은 사람들》의 발꼬프스끼 공작,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일로프, 《악령》의 스따브로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표도르, 이반, 스메르쟈꼬프에 대한 나눔이 활발했어요. 아마도 선인보다 악인으로부터 우리가 더 공감되는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밌는 일이죠. 물론 선한 인물로 등장한 경우에도 그 사람이 선함 말고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이야기가 더 많이 오갔습니다. 《백치》의 미시낀이 그 경우가 되겠네요.
Q 과학도이신데 아무리 문학을 좋아한다고 해도 일종의 ‘정서와 기분’을 다루는 문학이 다소 감상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A오히려 과학에 없는 영역이 풍성하기 때문에 문학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말씀하신 정서와 기분은 과학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죠. 그러나 인간은 이성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삶에선 주로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합리적인 판단대로 살아가기보다는 살아온 대로 살아가지 않나요? 인간과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성찰하고 통찰해내기 위해서는 과학보다는 문학이 더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과학은 문학을 담지 못하지만, 문학은 과학도 넉넉히 담아내는 그릇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중 소설은 모든 학문과 비학문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큰 그릇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연구원님의 빅픽처가 궁금합니다. 결국 소설을 쓰실 건가요? 만약 쓰시고 계시다면 어떤 소설을 쓰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이미 저의 대학 및 대학원 생활을 소재로 쓴 소설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더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고 실제로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이정모 선생님이나 궤도 같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활약으로 과학의 대중화가 많이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는 그 원인이 사람들이 과학자의 실제 삶이 어떤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과학자가 되는 여정, 실제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저는 소설을 언제나 쓰고 있답니다. 죽기 전에 도스토옙스키처럼 인간의 본성을 성찰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 소중한 통찰을 줄 수 있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현재 두 페이지밖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어요. 아마도 제가 은퇴하고 나서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꼭 완성해서 출간하고 싶어요.
Q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가 있다면?
A자기 객관화와 비판적 성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세에 휩쓸려가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고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 저는 아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이 깨어나길 언제나 고대합니다. 권력자 등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말도 무조건 신봉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따지고 물으면서 무엇이 정의인지 선인지 옳은 것인지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게 바로 독서라고 생각해요.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거 말고, 책을 통해 능동적으로 습득하는 거 말이에요.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읽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의 부재를 경험하는 요즘이라 그런 게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모임 (이미지 출처: 김영웅)
김영웅이 추천하는 책 여섯 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의 정수가 담긴 책. 인간의 본성을 날 것 그대로 맛볼 수 있으며, 철학·신학·심리학 등 타 학문이 문학 속에 얼마나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 안에 인생의 모든 게 다 들어있다고 말하고 싶다.
《안나 카레니나》(레프 톨스토이)
완전한 소설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는 톨스토이의 걸작. 인간의 숨은 심리를 솔직하고 우아하게 드러내기에 진부한 레퍼토리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 안에도 인생의 모든 게 다 들어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영혼의 자서전》(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인생 책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리스인 조르바》가 전체의 한 부분으로 여겨질 정도의 깊이와 너비를 가진다. 카잔차키스를 읽고 싶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작품을 고를 것이다. 이 책 표지만 봐도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카잔차키스가 느껴진다.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에코의 천재성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이라니. 인간이 가지는 모순되고 반지성이며 비합리적인 종교성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 여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이고 인문학적이며 신학적인 방대한 지식에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된다. 적절한 스릴과 적절한 재미가 더해진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소년이 온다》(한강)
개인적으로 한국의 최고 작가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한강을 꼽는다.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거머쥐었지만, 나는 《소년이 온다》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고 기억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역사성을 넘어 역사 자체가 되었던 일개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인간의 폭력성과 악함 등의 본성도 심도 있게 고찰할 수 있다.
《스토너》(존 윌리엄스)
분열과 고독을 머금은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돌아보게 해주는 작품. 조용한 절망감과 함께 한 인간의 인생을 관조할 수 있다. 그러다가 우리네 삶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김영웅_실험생물학자, 작가
포항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는기초과학연구원에 재직 중인 실험생물학자이며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저서로 《세포처럼 나이 들 수 있다면》(2024),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2025),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2025)이 있다.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그리고 번역가로 활동하는 김목인을 만나 노래하고, 읽고, 쓰는 일상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챗GPT에게 홍기훈 교수를 소개한 뒤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여섯 개의 심도 있는 질문을 남겨주었다. 그중 하나는 ‘경제적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약진하는 것은 국내 사정만이 아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조사한 최근 5년간의 해외 판매된 한국문학 부수는 185만부.옆 나라 일본의 경우 한국문학 판매량이 영미문학을 제친지 오래라고 한다.일본에 120여종의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출간한 출판사이자2011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2024년 박경리의 토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