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에 연구비 예산 삭감의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6월 30일에 한 해의 회계를 마감하고 7월 1일부터 새 회계연도를 시작한다. 이와 달리 연방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에 시작된다. 때문에 지금 미국 대학들은 한 해 살림을 마무리하고 새해 살림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칠 연구비 삭감의 거센 칼바람을 견디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매년 대학에 지원되던 연방정부의 연구비 예산 삭감은 올해 초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삭감 규모로 인해 인문·자연·이공 계열 등 학문 전 분야가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새로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특별고문(이지만 실질적으로 수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 후 즉각적으로 실시된 일 중 하나가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예산의 삭감이었고 현재 NIH의 2025~2026년 예산을 40퍼센트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산안을 발표한 상태이나, 이는 아직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DOGE 정책 하에서, NIH는 현재까지 777개 이상의 연구과제에 대한 대략 19억 달러(약 2.5조 원)의 연구비 지원을 중단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과학 저널인 네이처의 최근 뉴스 기사에 따르면, 연구비 보조금 신청에 따른 연방정부의 지원 승인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비 지원 중단은 대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NIH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연구도 있지만, NIH는 대학의 연구소 등에 수많은 연구를 발주하여 한 해 예산 중 80퍼센트 이상을 대학의 연구소에 그랜트 형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DOGE의 연구비 지원 중단 조치로 NIH의 대학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면서 당장 대학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석⸱박사 및 박사후 연구원들의 연구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매년 미 전역의 대학들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연구비를 대폭 삭감하거나 지원을 중단하면 대학과 대학도서관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 대학들의 예산 구조를 알아야 한다. 미국 대학들의 재정 구조를 수입과 지출로 단순화시킨 후 대학의 주 수입원을 살펴보면 보통 학생들의 등록금, 주정부 지원금, 연방정부 지원금, 기부금, 그리고 의료시설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공공대학과 사립대학의 재무 구조에서 위의 각 수입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르지만 수입 항목들은 거의 비슷하다. 미국 연방교육통계센터(NCES: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미 전역 대학들의 재정에서 연방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13퍼센트인데, 연구 중심 대학인 종합대학일수록 이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큰 폭으로 낮춘 간접비 비율은 대학도서관에 치명타
그리고 연방정부가 대학들에 지원하는 연구비는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직접비의 대규모 삭감과 더불어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간접비 비율(Indirect Cost Rate)의 삭감이다. 간접비 비율이란 연구 프로젝트에서 직접비 대비 간접비의 비율을 말하며, 이는 연구기관의 운영과 관리에 대한 비용을 반영한다. 미국 내 대부분의 연구소와 대학들에 대한 간접비 지원 비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0.30~0.55퍼센트 정도였다. 쉽게 말해 미국 연구소와 대학들은 연방정부에서 지원받는 직접연구비 1달러 당 추가로 지원받는 간접연구비 비율을 0.33~0.55달러 정도로 협상하여 총 1.33~1.55달러를 지원받아왔다. 그런데 이 간접비 비율의 상한선을 15퍼센트로 낮추겠다고 한다. 그러니 대학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간접비 비율은 대학도서관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대학들이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연구비 중 간접비로 지원되는 연구비를 연구기관의 운영과 관리, 즉 도서관 운영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주립대학 중 하나인 UCLA의 2023~2024년 회계 자료에는 대학이 연방정부로부터 총 821백만 달러(약 1조 2천억 원)을 연구비로 지원받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러면 전체 연방정부 지원금 중 521백만 달러가 직접연구비이고 300백만 달러가 간접연구비인 것으로 계산된다. 즉, UCLA에서는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전체 연구비 중 간접비 비율에 해당하는 300백만 달러(대략 4천억 원)를 도서관 및 대학의 여러 연구기관 운영에 사용한 것이다.
미국의 각 대학들이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총 간접연구비 중에서 어느 정도를 도서관 운영에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통계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간접비 비율의 상한선을 15퍼센트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인해 간접비 지원 규모는 축소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대학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대학도서관에 할당되는 예산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코앞에 둔 미국의 각 대학들은 앞으로 다가올 재정난에 대비하기 위해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대학들이 내놓은 긴축 조치들을 보면 교직원과 학생 근로자의 채용 동결, 특정 액수 이상의 연봉 수령자에 한해 연봉 동결,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비필수 인력에 대한 명예퇴직 권고 등 인사와 관련된 것들이다. 또한 대학에서는 일시적이긴 하나 전면적 출장 금지 조치를 내놓고 있다.
대학 내 어느 부서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학도서관에도 이러한 긴축 조치들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특히 인사와 관련된 긴축 조치들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도서관의 인력이 감소하면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해 신착 자료나 기증 도서의 처리 같은 업무가 지연된다. 그러면 교수와 학생 등 연구자들이 수업과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제때에 열람하거나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결원이 발생한 분야의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다. 한 예로 특정 주제 분야 전문사서의 공백은 도서관에서 해당 학문 분야의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연구지원 서비스의 중단으로 이어지고, 또한 해당 분야의 자료 구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장기적인 장서 구축과 연구지원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긴축 조치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학의 학술 및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도서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장기화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미국의 많은 언론들은 연방정부의 연구소와 대학들에 대한 이 같은 연구비 삭감 조치를 두고 정치적 그리고 이념적이라고 한다. 또 이러한 연구비 삭감 조치로 인해 미국의 과학 및 학술 연구의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 경고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이와 비슷한 표현들이 어느 나라에나 있겠지만 영어권에도 있어 소개한다. Education is the foundation of a nation’s future - 교육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미국의 교육 분야에 대한 지금과 같은 정책이 미국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지켜볼 일이다.
조상훈_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
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Korean Studies Librarian, East Asian Library, UCLA)로 재직중이다. 한국학 자료를 큐레이팅하면서 한국의 근현대사와 이민사에 관심을 가지고 대통령기록관과 대학 아카이브에서 자료를 발굴하고 이민사 관련 자료를 수집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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