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사서 칼럼: 새 정부에 바란다] 디지털 초격차와 포용적 균형의 장(場), 도서관을 생각하라
박진호_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대학 지식정보문화트랙 교수
2025-07-0112:01
새로운 시대의 거점이 왜 도서관이어야 하는가?
The Liverary는 2025년 6월 4일 새정부 출범을 기해 새정부에 바라는 도서관 정책,
도서관 인들이 향후 논의해야 할 이슈와 아젠더를 제안하는 전문가 칼럼 코너를 마련하였다.
문헌정보학자, 현직 도서관 사서, 협회장 등 총 네 분의 필자가 참여하는 이 칼럼을 통해
도서관이 AI 시대 지식정보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가 모이고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 운영의 두 축으로 ‘디지털 초격차’와 ‘포용적 균형’이 제시되었다. 얼핏 보기에 초대형 데이터센터, AI 고속도로, 탄소중립 산업단지처럼 거대한 토목·기술 프로젝트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이 모든 계획의 본질은 ‘정보’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응답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식정보 생태계의 심장인 도서관이 새 정부의 가장 전략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도서관은 단순히 자료를 보관하고 대출하는 곳을 넘어, 데이터와 사람이 만나는 공공 네트워크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의 도서관
이재명 정부의 10대 공약을 도서관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그 연관성이 더욱 선명해진다. 먼저 AI‧K-콘텐츠 초격차 전략은 전국 거점에 초고속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GPU 5만 개를 확보해 ‘AI 고속도로’를 깔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모두의 AI’처럼 개방형 데이터·모델 플랫폼을 더하면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초거대 모델을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허브로 변모할 토대를 얻는다. 대학 및 전문도서관은 과학 데이터 큐레이션 센터로, 공공도서관은 지역 중소기업과 청소년이 AI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진화하는 미래가 가시화된다.
민주주의‧사법 혁신 공약은 공영방송 독립성과 플랫폼 책임 강화를 약속하며 가짜뉴스 대응 체계를 고도화한다. 이는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해 도서관이 검증된 지식의 관문이자 팩트체크 허브로 자리매김할 환경을 성숙시킨다. 지역 언론, 시민사회, 대학 연구소와 연계해 도서관 안에 팩트체크 코너와 공익 데이터 자료실을 마련하면 지역 공론장의 질은 한층 향상될 것이다.
국토 균형 발전과 세종 행정수도 완성은 ‘5극 3특’ 초광역권과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해 지역 지식생태계를 재설계한다. 스타트업파크나 대학 지식산업센터 같은 거점이 세워질 때 메이커스페이스형 도서관이나 데이터랩형 도서관을 자연스럽게 결합하면,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미디어 제작 스튜디오와 지역 방송 아카이브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창업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다.
전 국민 문화향유권 확대는 ‘생애주기 문화패스’라는 이름으로 유아부터 고령층까지 문화‧정보 접근권을 확장한다. 도서관 멤버십과 독서 마일리지를 문화패스와 통합한 ‘라이브러리 패스’를 도입한다면, 한 장의 카드로 공연장‧박물관‧도서관을 넘나드는 일상 속 문화 구독 생태계가 완성된다. 북 큐레이션, 인문 강연, 라이브 공연 스트리밍이 끊김 없이 이어지며 문화 소외를 해소할 유연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및 학습 안전망 공약은 AI 튜터와 자기주도학습센터를 통해 기초학력을 보강하고 평생학습을 지원한다. 지역도서관, 학교도서관, 평생학습관을 엮는 학습 데이터 네트워크가 구현되면 맞춤형 독서‧학습 솔루션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더 이상 자료 관리자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이자 교육 커리큘럼 디자이너로 역할이 확대된다. 이미 해외 여러 공공도서관이 챗봇을 활용해 언어학습‧코딩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형 모델을 구현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소상공인‧공정경제 공약은 플랫폼 거래 공정화와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 중소 출판사‧서점‧창작자가 도서관 메타데이터와 연계한 신유통 체계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출판사가 ONIX 메타데이터를 제공하고 도서관이 이를 BIBFRAME으로 가공해 온라인 서점이나 학교, 동네 책방과 공유하면, ‘지능형 출판-도서관 연합’이 실현돼 책의 발견성과 유통 효율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의료‧안전 혁신 공약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통합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도서관을 지역 건강 정보 허브와 재난 정보 스테이션으로 확장한다. 코로나19 시기에 등장한 도서관의 보건 안내 데스크 경험이 제도화되어 평상시에도 시민 건강 정보를 상시 제공하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생활안정‧소득보장 공약은 교통‧통신‧주거 혜택을 하나로 묶어 데이터 기반 맞춤형 복지를 설계한다. 도서관은 행정 서비스 안내 창구와 사회보장 정보의 오프라인‒온라인 접점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디지털 약자를 위한 이용 지원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
저출생‧고령화 대응 공약은 돌봄과 문화, 주거를 통합한 정책으로, 세대 교류 프로그램이나 기억 기록 사업을 도서관에서 펼칠 때 더욱 효과적이다.
마지막 열 번째 공약인 기후위기‧탄소중립 항목은 2040년 석탄 사용 종식과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전제로 한다. 그린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결합되면, 도서관 역시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 빌딩으로 거듭날 수 있다. 폐열 회수로 난방을 해결하고 태양광‧ESS를 얹어 ‘제로에너지 도서관’을 시범 운영한다면, 환경 교육의 현장성과 운영비 절감을 동시에 실현할 뿐 아니라 공공시설 탈탄소 모델을 제시하게 된다. 이처럼 10대 공약은 데이터, 콘텐츠, 정보 신뢰, 녹색 전환을 축으로 긴밀히 맞물려 있으며, 그 교차점마다 도서관이 자연스레 놓여 있다.
도서관이 새로운 국정과제의 맥박을 체감할 중심이 되어야
다만 정부가 이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도서관과 사서를 전통적 자료 보관‧대출 기능에만 묶어두려는 관성을 먼저 버려야 한다. 국립‧공공‧학교‧대학‧전문 도서관까지 전국에 촘촘히 분포한 도서관 네트워크는 이미 ‘공공성’이 담보된 디지털‧문화 인프라다. 여기에 사서의 전문성이 결합되면 AI와 데이터를 매개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 공론장을 형성하며, 시민을 위한 디지털‧기후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즉시 확장될 수 있다. 사서 역시 ‘정보 중개인’을 넘어 전략 기획자‧데이터 큐레이터‧디지털 시민교육자로 역할을 재정의하고, 메타데이터‧데이터 과학‧기후테크 등 융합 역량을 갖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도서관 조직은 장서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랩, AI 실험실, 지역 혁신 지원 부서를 포함한 다기능 체계로 빠르게 재편될 필요가 있다.
초거대 AI 인프라와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 지역‧계층 간 격차 해소, 플랫폼 책임 강화와 녹색 혁신은 서로를 보완한다. 도서관은 이 네 가지 흐름을 시민에게 전달하고 실험할 가장 적합한 장(場)이다. 정부가 도서관을 학습‧데이터‧문화‧기후 거버넌스의 중추로 재정의하고 도서관계가 예산과 법제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AI 체험형 도서관’, ‘문화패스 연계 도서관’, ‘제로에너지 스마트 도서관’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도서관은 과거의 지식을 보존하는 수장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디지털 초격차를 가속하고 포용적 균형을 구현하며, 공동체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다. 새로운 국정과제의 맥박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 그 중심에 바로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박진호_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대학 지식정보문화트랙 교수
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대학 지식정보문화트랙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오픈 데이터와 시맨틱 웹이며, 정보기술 관련 주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 분야의 AI 활용2022년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AI가 생성한 그림이 1등상을 수상했다. 제이슨 앨런이라는 참가자가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디지털 회화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의 우승 소식이 알려지자 예술가들과 대중 사이에서는 ‘예술의 죽음’, ‘창작 일자리의
우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시대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우리는 AI의 눈앞에 선다. 검색어, 시청 기록, 위치 정보, 심지어 감정의 변화까지도 데이터로 남는다. 인공지능은 이 흔적을 학습하며 우리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그 예측은 다시 새로운 행동을 유도한다.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자 토마스 마티센(Thomas Mathiesen, 1997)이 제시한
두 개의 지능과 언어(문자)인공지능(AI) 기술의 급부상은 현대사회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OpenAI가 대화 형식의 인공지능 챗봇 ChatGPT를 2022년 11월 30일에 공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개발과 활용이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업무 자동화, 정보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