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가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원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쓴 박상영 작가이다.
한강 작가 이후 향후 노벨문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젊은 작가로 호명되고 있는 박상영은
문학은 인간의 마음에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장 맨살로 소통할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한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네,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도 쓰고 드라마도 쓰는 작가 박상영입니다. 지금 벌써 10년차 작가가 되었고요. 여러분이 아실 만한 대표작으로는 《대도시의 사랑법》이란 소설과 동명의 드라마를 썼습니다.
Q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지 이제 10개월이 넘었는데요, 세계문학의 흐름 속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이 지닌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작가님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 작품 세계의 어떤 면을 좋아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저는 세계적으로도 한강 선생님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노벨문학상재단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시적인 산문으로 어떤 역사적인 사실을 기술해내는 작가라고요. 시적인 언어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과 더불어 그 문장의 방향성이 사회를 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거시적인 담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점이 한강 작가님의 대표적인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부분을 아마 많은 세계인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도 한강 작가님은 제가 큰 영향을 받은 작가 중 한 분이고요.
제가 대학교 신입생 때쯤 《채식주의자》가 출간됐거든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1쇄를 사서 그 책을 막 먹어치우듯이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연작소설이라는 형태를 처음으로 접하게 됐어요. 단편으로도 읽힐 수 있고 장편으로도 읽힐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소설집이었는데, ‘아, 이런 방식으로도 소설을 쓸 수 있구나’ 처음으로 배웠던 것 같고, 그것이 제가 연작소설인 《대도시의 사랑법》을 쓰는 데도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습니다. 한강 선생님이 쓰신 다른 많은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제가 큰 영향을 받은 작가 중 하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과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랐는데요, 혹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을 상상해보신 적도 있나요.
A 사실 저는 이전까지는 부커상 후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그런 일들이 저에게 벌어졌고, 심지어 한강 선생님께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신 다음에 언론에서 ‘차세대 노벨문학상의 주자는 누구인가’ 같은 기사에 제 이름을 언급해주기도 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종류의 일들은 제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번개를 맞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자연재해처럼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구체적으로 그런 꿈을 꿔본 적은 없어요. 다만 해외에서도 제 작품을 많이 읽어주시고 또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작가로서 너무 영광이라는 마음을 항상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Q 문학을 비롯한 한국의 콘텐츠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우리 문학에 영향을 미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한국문학이 이런 상황에 대해 응답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저는 케이팝이나 한국의 드라마, 영화 같은 것들의 흥행에 아주 큰 수혜를 입은 작가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은 한국어 자체를 널리 알리는 데 그런 문화 상품들이 굉장히 많이 기여를 한 바가 있거든요. 그래서 단적인 예로 제 작품 《대도시의 사랑법》이 번역될 때 많이 고민을 했던 게, 일단은 그 작품 자체가 매우 한국적인 문화 소재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호칭들이 한국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엄마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데 ‘엄마’라는 대명사가 등장하고 형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데 ‘형’이라는 대명사가 등장하는데, 그 두 명이 주요 인물이었기 때문에 호칭의 뉘앙스를 어떻게 살리면 좋을까 약간 걱정을 했거든요.
근데 놀랍게도 번역된 판을 보니까 엄마는 그냥 ‘엄마’로, 형은 ‘형’으로 음차 번역이 됐더라고요. 왜인고 하니, 미국 에디터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런 K-문학을 읽을 만한 독자들은 ‘형’이 어떤 의미이고 ‘엄마’가 어떤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요. 그만큼 한국어 자체에 대한 노출도가 그 전에 다른 문화 영역에서 많이 이루어졌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넓어졌기 때문에, 그런 과정들이 한국문학이 더 널리 소통을 하는 데 많은 기여가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면, 번역에 대한 지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번역원에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해주고 계시기는 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한국문학이 어떤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만 소개되기에는 어려운 특성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번역원 측, 혹은 정부 차원에서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서 우리 문학이 뻗어나갈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전에 다른 영상 장르들의 경우에도 사실은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훌륭한 감독님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마찬가지로 저는 우리나라 문학 자체의 저력은 분명히 세계적으로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뭐 한강 선생님께서 그것을 이미 증명하셨고요.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잘 소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패키징의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고민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Q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님이 독서 일기에서 작가님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다룬 것이 화제가 되었어요. 다양한 환경의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인데요. 작가님은 독서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는 근본적으로는 책을 꼭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책이 아니더라도 많은 다른 종류의 문자 매체에 노출되어 있는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형태의 단행본을 꼭 읽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저 자신에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꼭 책이어야 하는가, 특히 문학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저는 인간의 마음에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가장 맨살로 소통할 수 있는 매체가 문학인 것 같거든요. 물론 영상 장르도 같은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 있고 메시지를 줄 수가 있죠. 그런데 영상 장르의 경우 제작 과정에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에 더해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이 요구되기 마련인데, 문학 작품의 경우 저는 그야말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체험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가장 효율적이고 간편하면서도 가장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체험이죠. 앞서 말했듯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내면의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마음 둘 곳 없고 그런 마음을 이해받고 싶다고 느끼는 분들에게는 문학이 가장 좋은 처방전, 가장 효율적인 처방전이 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Q 박상영 작가님의 책이 독자 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선 재미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박상영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소설의 ‘재미’란 무엇인가요?
A 소설의 재미는 여러 가지 차원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표현으로 ‘페이지터너’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일반적으로 캐릭터성이 강하고 서사가 센 이야기들이 페이지터너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고, 그 강한 서사를 함께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재미가 1차적인 차원에서 문학 작품의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좀 더 깊이 있는 차원으로 넘어가자면, 앞서 말씀드린 바와 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한 번도 털어놓지 못했던 어떤 마음의 고민이나 내면의 문제 같은 것들을 문학 작품에서 이해받는 기분을 느꼈을 때 그것이 주는 쾌감은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남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저는 공감과 이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보는 대리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2차적인 문학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Q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퀴어의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만큼 한국에서 대중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처음에 문학계에 등장했을 때부터도 좋게 말하면 뜨거운 감자였고,조금 나쁘게 말하면 트러블 메이커 같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소수자의 이야기를 굉장히 생동감 있게 다루려고 노력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 재현 방식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들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전에 있었던 대상화된 소수자의 서사와는 다르다는 피드백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마찬가지로 영상화가 됐을 때도 그런 차원에서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소위 BL(Boy’s Love)이라고 하는, 남성 간의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혹은 아시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분야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현실 세계 퀴어의 삶을 다룬 퀴어 장르의 드라마, 영화 같은 것들이 한국사회에서는 제작이 된 적이 없는 편이었어요. 특히나 상업 신을 놓고 보자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 제작 과정에서부터 굉장히 많은 난관들이 있었고요. 젊은 세대의 시청자들은 이미 그런 콘텐츠들을 미국 드라마나 영국 드라마 등을 통해서 많이 접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비슷한 계열의 콘텐츠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의사결정을 하는 윗세대 분들께서는 한국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캐스팅을 하고 편성을 받기까지 결정권자들의 마음을 설득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죠. 이건 언론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래서 간신히 제작을 하고 이제 방영이 되기 일주일 전에 예고편이 모두 내려가는 사태를 겪게 되었어요.
그때 소위 말하는 보수 단체라고 할까요? 퀴어 드라마 상영을 반대하는 어떤 단체들에게 ‘좌표’가 찍혀서, 그쪽에서 저희 드라마의 상영 금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를 하고 이런 일들이 벌어졌죠. 저는 그 사실을 SNS를 통해서 공론화했어요. 그 공론화 글이 거의 하루 만에 대략 600만 명에게 바이럴이 됐어요. 그 글이 거의 제 대표작이 되어버린 건데요, 왜냐하면 그다음에 유럽 매체, 미국 매체로부터 연락이 막 오는 거예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등 해외의 유수 매체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 선진국 한국에서 2024년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게 맞는가’ 하는 질문을 담아서 저희에게 인터뷰 메일을 보내왔거든요.
그 일련의 사태들을 겪으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국사회에 대해 우리가 문화 강국이다, 선진국이다, 그런 식으로 축포를 올리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다양성의 측면에 있어서 우리는 여전히 많이 미성숙한 사회구나. 우리가 말하는 서구의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미 많이 생산되고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가 이토록 힘들구나. 그리고 제 작품이 단순히 로맨스 장르가 아니라 퀴어의 일상생활을 더 진하게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더 공격적으로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퀴어가 우리의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절망을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창작자로서는 그런 것들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떤 투지를 불태우는 계기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Q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박상영 작가님이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 혹은 정말 좋아서 독자들과 꼭 함께 읽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작가의 작품이 어떤 점에서 좋았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제가 프랑스어를 한 마디도 못 하지만 불문학과 출신이에요. 워낙 프랑스 문학을 좋아해서 불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오늘 소개해드릴 작가들도 다 프랑스의 여성작가들입니다. 일단은 제 졸업 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던 마그리트 뒤라스라는 작가가 있거든요. 여성의 내면을 굉장히 섬세하게 다루는 작가이고 문학적인 실험을 많이 시도했던 작가입니다. 뒤라스의 책 중 《모데라토 칸타빌레》라는 얇은 책이 있는데, 저는 그 책을 아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고요.
더불어 또 현대의 유명한 작가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아니 에르노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오토픽션이라고 하죠. 개인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승화해서 어디까지 우리가 솔직해질 수 있고 내면의 고백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아주 신랄한 방식으로 다루는 작가입니다. 사실 제가 벨기에 문학 축제에 초대받아서 갔다가 아니 에르노랑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팬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저는 이제 ‘성덕’인 거죠. 그런 종류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아니 에르노의 대표 저작은 《단순한 열정》이라는 작품입니다. 그 책도 역시 아주 얇아요. 한 100여 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인데, ‘아, 인간이 인간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포착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입니다.
Q The Liverary는 도서관과 도서관 이용자를 주요 독자로 둔 매체입니다. 도서관에, 또는 사서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도서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A 음, 학창시절에 저는 친구가 많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쉬는 날이 있을 때면 언제나 도서관에 갔거든요. 아직도 생각이 나는데 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서 새로 나온 영화 잡지를 읽고, 문화 잡지 같은 것들에 실린 기사와 인터뷰를 읽고, 그런 게 제 취미생활 중 하나였어요. 도서관은 저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의 놀이터이자 가장 최전선에서 제일 많은 정보와 책을 전해받을 수 있게 해준 곳이었기 때문에 저에게 굉장히 각별한 공간이에요. 그래서 The Liverary에서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도 반갑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도서관을 운영하시는 분들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책을 많이 넣어달라.(웃음) 이미 많이 사랑해주고 계시긴 하지만, 또 더 많은 독자분들에게 닿을 수 있게 제 책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추천 서가 같은 데도 조금 더 많이 배치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사실 저는 작가니까 도서관에서 행사를 만들어주시고는 하거든요. 제가 《대도시의 사랑법》을 처음 출간했을 때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아주 큰 홀을 빌려주셔서 거기서 행사를 진행했어요.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도서관 셔터를 내릴 때까지 사인회를 계속 진행했던 경험도 있고요. 또 제가 좋아하는 권여선 작가의 행사에 사회자로 초대받아 같은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경험도 있고, 또 같은 공간에서 독자로서 황정은 작가님의 행사를 직접 지켜보고 공터에 같이 나가서 사인을 받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측에서 그런 문화 행사들을 많이 열어주시는 게 독자인 저에게도, 또 작가로서의 저에게도 굉장히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지방에 계신 도서관 관계자분들도 저를 많이 호출해주셨어요. 사실은 인프라가 많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면 독자들을 지방에서 만나기가 어려운데, 그렇게 지방 도서관에서 초대를 해주시면 제가 가서 그 지역 독자분들을 만나 뵙기가 용이하잖아요. 그리고 그럴 때면 항상 정말 많은 독자분들이 오시거든요. 부산에서 있는 행사인데 울산에서도 오시고 대구에서도 오시고 창원에서도 오시고, 원주 행사인데 강원도 전역에서 다 찾아오시는 감사한 일들이 있었죠.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진짜 지역사회 인프라가 될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도서관이 일종의 사회 시스템 상 가장 필수적인 기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부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지원금 등을 통해서 도서관 관련 사업을 조금 더 확대하고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잘 쉬다 갈 수 있고 책을 더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것입니다.
Q 한강 작가님이나 박상영 작가님처럼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께,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제가 습작생 때는 정말 누구보다도 조급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도 작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에게 작가라는 것을 승인해주는 게 아주 중요했고, 그래서 ‘아, 왜 세상이 날 몰라줄까’ 이런 마음을 깊게 갖고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요즘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작가가 되려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평생 동안 글을 쓰고 싶어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일생의 직업이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더더욱 내 목소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가는 일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문학은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세상에 내 목소리를 하나 내놓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세상에 어떤 다른 목소리들이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것과 차별화되는 내 목소리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작품의 목소리들을 많이 읽어보는 수밖에 없죠. 그와 더불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그런 고민이 전제되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운이 좋아서 그런 고민 없이 작가가 되더라도 어떤 순간이 오면 작가는 반드시 그 고민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국 ‘내게 이 이야기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작가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누가 나를 작가로 인정해주고 말고를 떠나서 그것이 결국 작가의 삶을 평생 따라다니는 질문이고, 그것이 작가의 삶의 형태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형태를 계속 내 마음과 몸속에 체화해나가다 보면 사회적인 인정은 운에 따라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스스로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시고, 내가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끊임없이 구하시다 보면 결국에는 훌륭한 작가가 되어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Q 지금 우리 사회,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가 이런 질문에 사실 좀 약한 편이에요. 그래도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그런 가치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보면 조금은 진부하게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결국 문학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을 수밖에 없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타인에 대한 관심,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르이기 때문에 그런 사랑의 감정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많은 갈등들이 존재하고 있고요. 그런 갈등들은 결국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타인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문학이 그런 사랑의 감정을 일깨우는 데 아주 좋은 매체라고 믿고,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문학을 즐기게 되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갖고 있습니다.
박상영_소설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믿음에 대하여》,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썼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젊은작가상 대상, 허균문학작가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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