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_작가
에세이를 쓰고 번역을 하며 다양한 매체에 글을 싣고 있다.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모요사, 2016), 《낙타의 눈》(소명출판, 2022),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난다, 2024)을 썼고,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행복한 장례식》(마르코폴로, 2022), 시기즈문트 크르지자놉스키의 《문자 살해 클럽》(난다, 2024), 아룬다티 로이의 《박사와 성자》(소명출판, 2025) 등을 번역했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글귀는 출처를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마치 늘 듣던 유행가 가사처럼 익숙하다. 《데미안》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아는 이라면 그는 아마도 십대에 치러야 할 통과의례를 거쳤을 것이다. 그 통과의례는 다름
1. 내가 사는 동네에 아주 작은 공원이 있다. 골목의 서른 개쯤 되는 계단을 올라가 딸랑 그네 네 개가 있을 뿐인 놀이터로 접어들면, 근처 어느 집의 열린 대문 안이나 화단 덤불에서 서성이던 ‘귀(貴)’가 카트 바퀴 구르는 소리를 듣고 울면서 쫓아와 맞아준다. 하소연하는 듯도 하고 따지는 듯도 한 울음소리다. 귀의 정식 이름은 귀부인. 3년 전엔가, 공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자면 내게는 먼저 혼돈 그 자체다. 주요 인물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와 연관된 다른 인물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의 관계를 헤아리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다음 진도가 나가지 않기 일쑤다. 그래서 궁금하거나 필요한 부분만 단편적으로 찾아 읽다 보니 늘 맥락의 부재로 헤매게 된다. 매번 제대로 기억 못 하고 헷갈리면서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이 글귀는 출처를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마치 늘 듣던 유행가 가사처럼 익숙하다. 《데미안》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아는 이라면 그는 아마도 십대에 치러야 할 통과의례를 거쳤을 것이다. 그 통과의례는 다름
1. 내가 사는 동네에 아주 작은 공원이 있다. 골목의 서른 개쯤 되는 계단을 올라가 딸랑 그네 네 개가 있을 뿐인 놀이터로 접어들면, 근처 어느 집의 열린 대문 안이나 화단 덤불에서 서성이던 ‘귀(貴)’가 카트 바퀴 구르는 소리를 듣고 울면서 쫓아와 맞아준다. 하소연하는 듯도 하고 따지는 듯도 한 울음소리다. 귀의 정식 이름은 귀부인. 3년 전엔가, 공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자면 내게는 먼저 혼돈 그 자체다. 주요 인물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와 연관된 다른 인물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의 관계를 헤아리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다음 진도가 나가지 않기 일쑤다. 그래서 궁금하거나 필요한 부분만 단편적으로 찾아 읽다 보니 늘 맥락의 부재로 헤매게 된다. 매번 제대로 기억 못 하고 헷갈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