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역에서 도서관 밖에서 진행되는 사적인 청년 모임을 기획, 운영하며 참가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오니까 재밌는데, 오기 전에는 행사에 참여하기가 꺼려졌다.” 혹시 사이비나 수상한 단체는 아닐까 꺼려졌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신뢰를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한편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올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을 원한다. 사서는 사서 본연의 업무 외에도 도서관 운영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이용자를 위한 문화행사 기획뿐 아니라 도서관 운영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매번 다른 내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 시간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는 이 ‘신뢰성’과 ‘색다른 프로그램’의해결 방안으로 도서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취미 모임을 제안한다. 도서관에서 청년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도서관이라는 기관에서 주는 ‘신뢰성’과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프로그램’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다. 책, 영화 등 청년들이 관심을 보일만 한 여러 가지 취미 영역을 접목하여 도서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그리고 청년들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기 위해 도서관과 멀거나 가까운 청년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취미와 접목한 독서 모임, 주말 영화 상영
먼저 ‘책’이다. 책을 가장 많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임에도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가지 않는다.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A씨(32세, 남)는 애서가를 만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부와 아이들, 수험생들이며 그 사람들을 위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애서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독서 모임을 꼽았다. 현재 도서관 모임 참여자를 보면 주로 낮에 진행하기 때문에 모임 구성원이 대부분 주부여서 청년인 자신이 섞여 들어가기 어렵게 느껴지고, 프로그램 자체도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참가할 정도로 특색 있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모임의 정체성이나 방향이 분명하지 않고, 공공기관 특유의 딱딱하거나 재미없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도서관 사서가 책을 잘 모르거나 비슷한 신간도서가 들어오고 적극적인 홍보가 부족한 도서관은 방문하고 싶지 않아 했다. 도서관에 바라는 점은 자료실을 운영하는 사서가 독서 메이트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영화다. 도서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은 영화 상영이다. 대부분 공공도서관에는 멀티미디어실과 DVD가 있으며 매주 주말마다 영화 상영도 하고 있다. 영화감상이 취미인 B씨(26세, 여)는 공공도서관에서 DVD를 빌려본 경험이 있다. 원하는 영화 DVD를 빌려 원하는 시간대에 앉아서 볼 수 있는 개별적인 공간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하는 무료 상영회는 매력적이지 않고, 도서관에 상주하는 사람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보다는 열 명 정도로 인원을 정해놓고 모인 사람들끼리 볼 영화를 정해 그 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간단한 감상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선호했다. 집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도서관의 큰 스크린이나 화면으로 볼 수 있음을 장점으로 꼽았다.
우리는 사서가 ‘책 전문가’라는 말을 자주 접하지만, 그 기대에 우리는 부응할 수 있을까? 필자는 도서관에서 약 4년간 근무했지만 부끄럽게도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서가 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청년 이용자들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커뮤니티
그렇지만 책 전문가만이 모임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도서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게끔 하고, 그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소와 분위기를 제공하면 된다. 공공기관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할 방법으로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도서관과 사서는 조력자의 위치에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그럼 청년들은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까?
C씨(28세, 여)는 대학 진학과 동시에 일인 가구로 생활을 시작, 올해 9년차에 접어든 청년이다. 청년 커뮤니티에서 운영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C씨는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신간 도서는 거의 없을 것 같거나 이용 자체가 번거로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커뮤니티들의 모집과 홍보, 소모임을 위해 일인 가구 청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도서관이 장소 대관을 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C씨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정해진 장소가 있어 편하고 좋지만 다른 커뮤니티는 장소 선정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보인다며,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조성해놓았고 여기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으므로 공간 대여를 중요한 도움의 지점으로 꼽았다.도서관의 모임 홍보가 모임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라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도서관 내의 장소 대여 정도로 개입은 많이 하지 않는 게오히려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모임의 선정에 있어서는 신중할 것을 권했다. 도서관의 개입이 적더라도 만약 모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도서관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D씨(29세, 여)는 자취 4년차를 맞이한 5년차 직장인이다. C씨와 함께 청년 커뮤니티에서 운영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D씨는 청년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극받기도 하고 생활 루틴을 잡아 시간을 잘 쓰는 법을 배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배워가는 것도 사회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주변에도 추천해왔다. D씨 역시 고정적인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모임에 나가면 정해진 공간이 없어 정처 없이 돌아다니게 된다며 안정감이 모임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청년 단체를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를 묻자D씨는 도서관과 사서가 청년 커뮤니티를 처음 모집할 때부터 ‘공간·스케줄 관리, 클레임 정도만 관리’, ‘모임을 진행할 MC나 사회자 섭외·강사 초빙 지원’ 등 선택지를 두는 것을 추천했다. 모임마다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D씨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전자가 잘 맞지만 막 시작하는 모임들의 경우에는 진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C씨와 D씨의 인터뷰를 통해 도서관에서의 청년 모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청년들의 현실적 어려움에도 이러한 모임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B씨는 “청년 일인 가구라고 하면 월급 200만 원도 못 받고 가난하게 집세 내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딜 가서 뭘 하겠는가. 이런 청년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며, 도서관이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이에 다양한 취미를 활용해 도서관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한 청년 대상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제안했다.
독서 동아리와 활동 공간의 매칭, 지원금까지?
이와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는 도서관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광진구립도서관은 올해 7월부터 광진구에서 월 2회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8인 이상의 독서 동아리를 모집해 활동 공간을 매칭해주고, 독서 동아리 리더 교육과 독서 노트를 제공하며, 도서 단체 대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서 동아리 모집 외에도 공간을 제공해줄 작은도서관 등을 모집하며 해당 기관이 독서 동아리 공간을 제공할 경우 회당 3만 원, 월 최대 24만 원가량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간은 독서 동아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서울 중구 구립도서관은 자율형 독서 클럽과 클럽형 독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자율형 독서 클럽은 클럽 멤버들이 대화와 투표를 통해 모임 주제와 함께 읽을 책과 토론 주제, 모임 일자 등을 자유롭게 선정한다. 운영 예정인 클럽형 독서 클럽은 해당 분야 전문가인 클럽장이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모임의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경남 진해도서관에서는 만 19~34세의 지역 청년으로 구성된 3인 이상 8인 이하 커뮤니티에게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청년 책의 해’를 맞아 한국도서관협회에서는 올해 4월 ‘청년독서살롱’ 시범 운영을 위해 10개 도서관을 선정했다. 해당 사업은 지역 내 도서관과 청년을 연결하고 청년 친화적 독서 모임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선정된 도서관은 모임의 비전 선언문을 도출하고, 모임과 관련한 행사 기획 및 강사 초청을 지원한다. 또한 모임별 비전 설정과 의사결정, 아이디어 창출 활동도 돕는다.
다만 아직까지 독서 외의 동아리 지원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도서관 이용 통계의 도서관 동아리 항목을 살펴보면 독서 동아리와 학습 동아리가 아닌 기타 동아리는 457개로 국내 공공도서관 수(1,219관)에 비하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청년 대상 도서관 프로그램과 동아리를 다양화하는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도서관 프로그램의 홍보 효과를 높이고, MZ세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기존에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역 청년 커뮤니티와 도서관이 어떻게 함께 걸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말자_도서관 사서, 백수민_문헌정보학과 석사과정 재학
'말자'는 도서관 사서다. 도서관-이용자-사서를 연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월간 문헌정보》 팀원이기도 하다. 《아무튼, 도서관》을 함께 쓸 사람을 찾고 있다. '백수민'은 문헌정보학과 학부 졸업 후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여러 관종의 도서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재는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BK21 Four 사업팀에 속해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로 도서관 마케팅, 커뮤니티, 지식 공유, 그리고 도서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프랑스 파리 동쪽 교외에 위치한 몽트뢰이(Montreuil)의 로베르 데스노스 시립도서관에 다녀왔다. 나는 파리 서쪽 교외에 위치한 낭테르(Nanterre)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이 더욱 특별했다. 프랑스어로 ‘방리유(Banlieu)’는 파리 도심 바깥의 교외 지역을 뜻한다. 이 단어는 중세시대에 성벽이 있는 주요 도시 주변의 마을을 가리키는
꽤 두꺼운 책을 몇 달간 번역하면서, 나는 서서히 저자에게 설득되었다.모든 존재에게 조금은 더 친절한 삶의 방식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크루얼티 프리, 비인간 동물과 지구에 대한 착취를 피하는 생활방식최근에 내가 번역한 책 《크루얼티 프리》가 출간되었다. ‘크루얼티 프리’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는 ‘비인간 동물과 지구에 대한 착취를 피하는 생활방식’
2000년대 초, 생애 처음 한국 밖으로 여행 갔을 때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뉴욕의 2월. 여행 중이라 겨울옷이 변변치 않았기에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이 쌓인 인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의 앞문이 열렸다. 날이 많이 추워 버스에 얼른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버스 기사님이 잠깐 기다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