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트레이드마크인 녹색 검색창을 만든 사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건강한 가정식 식당 일호식을 연 사람, 광고 없이 100퍼센트 판매수익에 의존하는 월간지 《B》를 창간한 사람, 영종도에 있는 네스트호텔의 다지인을 총괄한 사람, 카카오 브랜드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되고 카카오 공동대표이사가 된 사람. 모두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조수용 한 사람을 수식하는 말입니다.
《일의 감각》에서 그는 디자인을 할 때 오너십을 가지고 한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디자이너가 오너십을 가진다는 것이 어색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수용은 오너십이 없다면 “주어진 일을 하고 허락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서 조수용은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가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감각에 필요한 창의적 직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요. 조수용에게 감각은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에서 모두가 어떤 것을 감각하는지는 중요합니다. 어떤 옷과 신발을 신고 나갈지 등의 작은 선택으로 삶이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그러면 좋은 감각이란 어떤 것일까요? 조수용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이라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습니다.
선택하지 않아야 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생각해보면 옷을 살 때 ‘좋아하지 않는 무늬’, ‘나와 어울리지 않는 색’ 등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선택지를 덜어냅니다.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감각은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조수용이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은 정체성 같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폴 오스터의 《선셋 파크》에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물이 나옵니다. 버려진 집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마일스인데요. 다른 청소부들은 집을 정리하면서 폐기될 물건을 주머니에 넣지만, 마일스는 훔치지 않습니다. 어쩌면 훔치지 않는 것이 마일스가 생각하는 청소부의 감각에 가까운지도 모릅니다.
조수용은 해왔던 일의 예시를 말하면서 선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감각의 예시로 네이버 녹색 검색창을 이야기합니다. 네이버는 초기에 탐험을 상징하는 날개 달린 모자를 검색창에 사용해왔습니다. 네이버가 항해를 뜻하는 ‘Navigate’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조수용은 네이버 검색창에서 모자 이미지를 뺐습니다. “네이버를 생각하면 간결한 녹색의 검색창이 떠오르고 명쾌한 답을 주는 스마트한 느낌만 남겨야겠다고”(104쪽) 마음먹었기 때문이죠. 조수용은 네이버의 상징이었던 모자를 빼기 위해, 경영진을 설득할 의도로 ‘모자 로고 없이 PT’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으로 “혹시 눈치채셨나요? 사실은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여드린 서비스 화면 모두에 모자 로고가 없었습니다”(105쪽)라고 말했죠. 모두가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조수용은 날개 달린 모자를 뺀 녹색 네모 자체만으로도 네이버라는 이미지가 이미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조수용은 직접 설계한 네이버 사옥 ‘녹색 팩토리’의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공간을 따로 빼기도 합니다. 화장실이라는 곳과 양치하는 곳이라는 정체성을 각 공간에 두기 위해서죠.
나를 지우는 훈련
오너십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말한 조수용은 나를 지우는 훈련 또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선택하지 않는 것에 이어서 나를 지운다니? 처음에는 통상적인 디자인의 의미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조수용은 내가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하나의 공간을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라고 말합니다. 조수용은 인천 네스트호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발끝이 창가를 향하도록 침대를 배치했”(37쪽)습니다. 보통은 침대 발끝이 향하는 곳에 텔레비전이 있지만, 창밖으로 서해의 “일몰과 일출이 보이는 호텔에서 텔레비전이 꼭 우선순위여야만 할까”(38쪽) 생각한 거죠.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바다가 펼쳐진 풍경을 보는 ‘손님’의 관점에서 객실을 해석했습니다. 또한 조수용은 삼성카드를 디자인할 때 최대한 디자인을 하지 않고 카드에 혜택을 써넣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카드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 거죠.
《일의 감각》에서 조수용은 여러 번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본질이고, 오래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조수용은 매거진 《B》 ‘발행인의 노트’에 “오래 지속하는 좋은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197쪽) 라고 적었습니다. 그가 광고를 싣지 않고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거진 《B》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것도 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좋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믿음과 세계의 믿음을 비스듬히 겹쳐놓는 일, 그것이 브랜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조수용이 일호식이라는 한식집을 연 것도 마찬가지 관점이 있었습니다. 조수용은 자신의 취향과 사람들이 식당을 찾는 방식 사이에서 ’일호식‘이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는 “매일 밖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사 먹는지 주목”했고, “늘 먹는 집밥 같은 한식을 건강하게 세련되게 파는 식당에 대한 니즈”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일호식은 많은 사랑을 받고, 미쉐린 빕 구르망에 연속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어쩌면 디자인과 브랜딩이라는 말은 저희 안에도 있을지 모릅니다. 조수용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얘기하면서 독자에게 볼펜 디자인을 10억에 의뢰받았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합니다. 10억이 적은 돈이 아니기에 독자는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온갖 볼펜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비싸거나, 가성비가 좋거나, 많이 팔리거나, 필기감이 좋은 볼펜 등에 대해서 조사를 하겠죠. 또 최근 볼펜 디자인의 동향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때 “모두를 만족시키는 볼펜은 없고” 따라서 선택하지 않는 것을 통해서 감각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사용자 입장에서 볼펜을 바라보기도 하겠죠. 조수용은 이렇게 “감각의 시작은 마음가짐”(72쪽)이라고 말합니다.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여기 10억 제안서가 있다면, 거기에 어떤 것을 넣어볼까요. 의자, 책상, 가방, 책…… 주변의 사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오래가는 것은 결국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세상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공통 감각을 믿고 소신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요.
강우근_THE LIVERARY 에디터
THE LIVERARY 에디터. 시인. 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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