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서 글쓰기 강사로 일하는 최서율 작가는 책 제목을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라고 지은 이유를
역설적으로 대치동 아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똑같이 교육하면 같은 성과가 나올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소소한 경험들이 다 글감이 되고 재료가 되는
최서율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 가깝다.
다른 사람의 합평을 오히려 합평하기도 하면서 글을 쓰는 주체인 ‘나’가
절대로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최서율 작가의 인터뷰를 만나보자.
*영상차례
01:23 :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에서 대치동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이유
02:30 : 글쓰기 방법서라기보다는 교육 에세이적 특성을 가진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
03:58 : 글쓰기에 대해서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07:42 : 글쓰기에 대해서 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12:28 : 글쓰기를 통해 삶이 변화한 학생의 이야기
15:46 :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
18:36 : 앞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현재 글쓰기 강사로 일하고 있는 최서율이라고 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서사창작을 전공했고 그 이후에는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아이들도 만나고, 강의도 하고, 최근에는 연극 평론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Q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에서 대치동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치동 아이들의 글에는 어떤 공통적인 특징이 있나요?
A 제목에 대해서 안 그래도 많은 분들께서 질문을 주셨어요. 왜 하필 대치동 아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갔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책 전체를 쭉 읽어보시면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대치동 아이라고 해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 라는 메시지였어요. 대치동이라는 동네 자체가 좀 교육의 메카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 동네 애들은 특별하게 교육할 것 같아’, ‘특별하게 쓸 것 같아’, ‘특별한 무언가 비결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결국 그런 동네 친구들도 만나보면 똑같은 학생들이고 다른 지역 친구들하고 마찬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든 아니면 대치동 외의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든 똑같이 교육을 하면 똑같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로 책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Q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는 단순한 글쓰기 방법서라기보다 교육 에세이에 가깝다는 느낌이 있어요. 처음부터 그런 성격의 책을 염두에 두고 집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해서 글쓰기를 잘 하는 방법, 뭐 A to Z 이런 형태로 ‘처음엔 이런 거 하세요’, ‘저런 거 하세요’라는 걸 쭉 써보려고 했는데, 제가 서점에 한번 가보니까 초등 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든지 아니면 국어 잘하는 방법, 문해력 성장하기, 이런 책들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 있는 거예요. 그런 책들을 읽어봤을 때 제가 알지 못하는 좋은 내용들도 워낙에 많았기 때문에, 내가 현장에서 직접 많은 아이들을 만나보면서 쌓았던 데이터들을 정말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는데요. 내 이야기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훨씬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 경험담을 들려주는 에세이로 방향을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모두에게 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생각했어요. 엄마도 읽고 아이도 읽고, 또 아이가 없거나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책의 성격을 바꾸게 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이 볼 때 ‘잘 쓰는 아이’와 ‘성적이 잘 나오는 아이’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최종적으로 봤을 때는 글을 잘 쓰는 아이나 성적이 잘 나오는 아이나 사실 똑같은 방향성을 향해서 가고 있기는 한 것 같아요. 두 친구 간에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면 첫 번째로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들은 읽기에 조금 특화된 친구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능이라는 시험, 특히 국어는 80분 내에 45개의 문제를 풀어야 하고요, 그 가운데 기다란 지문들이 굉장히 많은, 어떻게 보면 압박감이 상당한 시험이잖아요.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그런 긴 글들을 시간 안에 빠르게 읽어내고 그 글이 얘기하는 주제를 금방 짚어내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을 보면 생각 외로 읽기가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은 친구들도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읽는 것보다는 자기가 글을 쓰는 거, 생각을 펼쳐내는 거, 자유롭게 풀어놓는 거를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죠.
결국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들이든 아니면 글을 원래부터 잘 쓰는 친구들이든 간에 한 교실에 모인 아이들 모두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형태로 교육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글을 잘 쓰는 친구들한테는 “네가 좋은 독자가 되어봐야 다른 사람들에게 잘 읽히는 글을 쓸 수가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또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들에게는 “네가 화자가 되어봐야 조금 더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가 있다”, “네가 좋은 화자가 될 수가 있어야 사람이 얘기하는 글의 주제가 어디에 배치되어 있고 어디에 키워드가 있는지를 보다 날카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돼요. 한 클래스에 모여 있는 아이들의 특성이 조금은 다를지라도 최종적으로는 읽기든 쓰기든 복합적으로 잘하게 되는 형태로 저는 이때까지 교육을 해왔고, 결국 모든 아이들에게 융복합적인 형태로 교육을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글쓰기에 대해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나요.
A 일단 학부모님들의 경우에는 글쓰기라는 게 마치 성적을 올리는 것처럼 3, 4개월, 길게는 6개월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면 늘 수 있는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의 어떤 경험이나 그 아이가 살아왔던 환경에서 있었던 것들이 쌓인 성격들, 이런 것들이 모두 총체적으로 모여서 하나의 지층처럼 누적된 것들이 있어야지만 잘 써지는 것이라고 항상 설명을 드려요.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뭐냐 하면 ‘글쓰기라는 건 재능의 영역인 것 같은데 이거를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거냐’, ‘이걸 가르친다고 해서 아이들이 진짜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느냐’ 하는 것이거든요. 모든 아이들이 커서 작가가 되거나 학자가 되거나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어떤 직장에 종사하는 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거든요.
나에 대해서 전달하는 글쓰기를 할 때 아이들이 처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모르거나 길을 잃을 때가 있어요. 그런 점들 때문에 글쓰기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글쓰기라는 게 경험과 성격과 이런 것들이 다 쌓여서 만들어지는 누적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영역이 있기는 해요. 주제를 처음이나 끝에 배치한다든지 아니면 키워드를 조금 많이 늘어놓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정돈될 수 있는 형태의 교육인 것 같거든요.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학원에 와서 항상 많이들 오해를 하는 게 뭐냐면, 그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까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들은 대체적으로 도덕적으로 살아야 돼, 너 이렇게 해야 옳은 거야, 이런 것들이 좋은 거야, 뭐 이런 것들을 위주로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글쓰기 교육을 받으러 왔을 때 주제를 잡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는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선생님, 근데 제가 사실은 마음속에 주제가 있기는 한데요, 엄마랑 아빠랑 싸웠을 때의 이야기예요” 또는 “제가 문방구에서 도둑질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거에 관한 거예요” 또는 “선생님, 제가 엄마 몰래 동생을 한 번 때렸던 적이 있는데 이거 적어도 될까요?”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어른들이 들었을 때는 너무 천진난만하고 소소한 이야기 소재들인데, 이 친구들은 이렇게 적으면 ‘내가 나쁜 사람인 거를 밝히는 글쓰기를 하는 것 같아’ 또는 ‘우리 엄마가 이걸 보면 날 정말 혼낼 거야’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친구들한테 괜찮다, 그런 소재가 오히려 더 재미있는 거다, 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너의 솔직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써도 된다, 글을 쓸 때 쓰지 않아야 할 소재는 없다, 라는 걸 항상 전달하고 있습니다.
Q 책 속 사례들을 보면 아이의 글보다 어른의 불안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장면도 있는데, 부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고 또 학생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A 글쓰기라고 하는 게 결국에는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그만큼 많은 책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구나, 그런 형태로 글쓰기가 느는 거구나, 하는 걸 확인하신 학부모님들이 두려워하시는 게 뭐냐. 나는 너무 바빠서 이 아이랑 놀이공원에 간다든지 소풍을 간다든지 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 아이가 무슨 경험을 해서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느냐, 라고 실제로 전화를 주시거나 상담 메시지 같은 걸 남겨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두려움에 대해서 저한테 말씀을 해주실 때 제가 항상 드리는 이야기가 있어요. 괜찮다, 이 아이들의 경험이라는 것이 굳이 해외여행을 간다든지 어딘가에 가서 뭐 새로운 문물을 본다든지 하는 게 아니어도 된다고 말씀을 드리거든요. 글이라는 게 저희가 소설을 읽을 때도 그렇잖아요. 소설 속에 있는 어떤 인물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경험들에서 ‘책 속의 화자가 나랑 똑같은 경험을 했네’, ‘이 사람도 나랑 똑같은 걸 느꼈잖아’ 하는 형태로 저희가 책을 읽게 되잖아요. 아이들의 일상 속 소소한 경험들이 다 글감이 되고 다 재료가 되기 때문에 학부모님들께는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말씀을 드리는 편이에요.
또 정말 놀라운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개중에 있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친구들한테는 혹시 그런 경험이 네가 정말 필요하고 꼭 하고 싶거든 책을 읽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책이라는 게 요즘 아이들한테는 굉장히 뭔가 숙제처럼 느껴지고 독후감 같은 걸 쓰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지지부진한 과정들로 여겨지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런 친구들한테 항상 “아니다, 책은 네가 어디 여행을 가고 싶거나 외계인을 만나고 싶거나 또는 네가 어떤 직업인 같은 게 되고 싶을 때 그런 걸 조금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장이야”라고 이야기를 해요. 아이들이랑 최근에 얘기했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면, 굉장히 베스트셀러인데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 보면 그 주인공 아이의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굉장히 심하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님이 부부싸움 하는 걸 봤을 때 ‘우리 엄마 아빠 진짜 싫다. 집 나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화자는 실제로 가출을 합니다. 자기 삼촌이랑 같이 전국 일주를 떠나버려요. 아이들이 항상 그 책을 저한테 가지고 와서 여기 나오는 애는 진짜 가출을 하더라, 근데 내가 마음이 너무 편하고 정말 행복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나도 한번 적어보고 싶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니까 가출 경험이라는 게, 아이들한테 실제로 너 가출 경험을 쌓아봐라 할 수는 없는 그런 소재들이잖아요. 아이들이 어디선가―책이나 드라마나 영화가 될 수도 있고요―그런 다양한 매체들을 접해서 글로 풀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시는 것만큼 ‘이 아이에게 못 해줬기 때문에’ 혹은 ‘경험을 못 쌓아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들은 적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뭐냐면, 이전 질문에서 말씀드렸던 그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서 쓰는 걸 많이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또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건 그거죠. 내 글이 다른 사람들한테 읽혔을 때 굉장히 비판을 받을 것 같다, 욕을 먹을 것 같다. 요즘 시대가 평가를 많이 받는 시대여서 아이들도 더욱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요. 내가 글을 쓰고 이거를 다른 아이들이 읽었을 때 다들 아마 마음속으로 저 녀석 글은 뭐 40점이야 빵점이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평가를 두려워하는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타인이 네 글을 평가하는 건 어찌할 수가 없는 영역이긴 하지만, 네가 두려워하는 건 뭔가 엄청나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거잖아”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너에게 줄 수 있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딱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비판적인 피드백이고 다른 하나는 비난적인 피드백이야. 만약에 어떤 사람이 네 글을 평가할 때 ‘이 글은 이런 부분은 괜찮았는데 이런 부분은 굉장히 좀 별로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을 조금 바꿔보면 훨씬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라고 뭔가 좋은 점을 얘기해주고 그 다음에 나쁜 점을 이야기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비판적인 피드백이라면 그거는 받아들였을 때 훨씬 더 좋은 자산이 될 거야”라고 이야기를 해요.
비난적인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글을 제대로 안 읽어봤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뭐가 싫고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죠. 그래서 평가를 두려워하는 친구들한테 “너도 그 사람의 평가를 평가해봐라. 그래서 좋은 피드백이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피드백일 때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편입니다.
Q 지도를 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삶이 변화한 학생의 이야기를 소개해주신다면?
A 이 친구의 얘기는 제가 책에도 쓴 사례 중의 하나인데요. 어머님께서 굉장히 학구열도 높은 분이시고, 교육에 대한 의지도 있으세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공부에 취미가 없고 정말 아무 학원도 다니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겨우겨우 설득을 해서 “여기는 공부하는 데 아니니까 그냥 놀고 와라” 해서 보낸 친구였어요. 그 친구랑 이야기도 나눠보고,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라는 것부터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공부라든지 입시라든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넌 그래서 뭐 하면서 살고 싶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싶어?” 이런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선생님, 저는 엄마가 너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어서 진짜 엄마랑 같이 지내는 게 너무 숨이 막혀요.” 본인은 별로 공부할 마음도 없대요. 자신은 입시를 해야 되는 것 같긴 한데 정말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막 해주더라고요.
“우리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여기서부터 시작을 했어요. 그 친구랑 저랑 같이 했던 활동들이 뭐냐면,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이 있어요. 줄리아 캐머런이라는 유명한 미국 영화감독이 쓴 책인데요. 줄리아 캐머런 본인은 굉장히 직업도 많고 창의적인 활동도 많이 하는데 주변 사람들을 보니까 너무 꿈이 없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들한테 꿈을 찾아줄 수 있는 어떤 활동들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든 게 ‘아티스트 웨이’라는 수업이에요. 그 수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 뭐냐면 ‘모닝 페이지’라는 글을 쓰는 거였어요. 아침에 딱 일어났을 때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곧장 책상으로 갑니다. 책상으로 가자마자 3페이지 정도 되는 글을 쭉 적어나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침에 방금 일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비몽사몽이고 글 쓰기가 싫지요. 그러니까 제대로 된 글이 안 나올 거 아니에요. 줄리아 캐머런이 뭐라고 얘기하냐면 그래도 좋다, 낙서해도 되고 심지어는 욕을 써도 좋다, 하루에 대한 아주 안 좋은 이야기 이런 것도 다 좋으니 그냥 무작정 써라, 그것도 안 되겠으면 그림을 그려라, 라고까지 이야기를 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쓰는 글이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뿜어내는 형태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딱 글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 친구가 결국은 ‘내가 사실 영화를 좋아했구나’ 생각하고 “선생님 그럼 영화학과에 가려면 뭐 공부해야 돼요? 어떤 책 읽어야 돼요?”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 교육도 시작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결국 교육이라는 것도 저는 아이의 어떤 마음을 움직였을 때 제일 잘 이루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 친구처럼 ‘영화를 찍고 싶어’ 이런 게 아니더라도, ‘내가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요. 예를 들어서 ‘난 나중에 이층 주택에 살면서 고양이를 한 다섯 마리 키우겠어.’ 뭐 이런 꿈이라도 좋아요. 왜냐하면 이층 주택에서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우려면 결국 직업이 있어야 하고 ‘어 그럼 나 무슨 직업 가져볼까’ 이렇게 하면서 미래를 설계하게 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꿈을 찾아나가는 그런 친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AI 시대에 아이들에게 굳이 글쓰기를 가르쳐야 하나, 생각하실 독자 분들을 설득하신다면?
A 최근에 들은 얘긴데, 대학에 강의를 하러 가면 모든 학생들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글들을 가지고 온다는 거예요. 때로는 이거는 나도 못 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수업을 들어간 강사도 못 쓸 것 같은데 싶은 글들을 가지고 온대요. 그런 것들이 사실은 다 AI의 도움을 받아서 쓴 글들이죠. 근데 AI의 도움을 받아서 쓰는 글들의 경우 결국에 탄로가 나는 게 뭐냐면, 그 글들이 이야기하는 바들이 다 똑같아요. 비슷한 이야기들이 계속 반복되는 형태의 리포트들이 들어오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글쓰기라는 게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고 개성을 꺼내는 형식으로 하게 되는 거잖아요, 최종적으로는. 근데 AI가 하는 이야기들은 마치 단팥이 빠진 찐빵처럼 진짜 껍데기만 있는, 그냥 그럴듯한 이야기들만 내놓게 되는 거예요. 사실 지금은 AI를 안 쓸 수는 없는 환경에 처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좋은 기술이 나왔는데 나 혼자 그거를 쓰지 않고 골방에 갇혀서 글쓰기를 수련하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요. 또 아이들한테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친구들한테는 AI를 잘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해요. 사실 AI도 써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떤 프롬프트를 넣느냐에 따라서 글을 써주는 게 달라지기도 하고, 또는 내가 그 AI와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서 또 글이 달라지기도 해요.
AI가 어떤 이야기를 해줬는데 ‘어, 이거 완전 틀린 이야기인데’, ‘나랑 살짝 생각이 다른데’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러면 그런 AI의 이야기들을 받아봤을 때 ‘이걸 나는 이렇게 고쳐서 한번 적어볼 거야’, ‘이 생각은 지금이랑 안 맞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좀 변주해봐야겠다’라는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친구들에게도 AI와 대화도 많이 해보고 많이 이용을 해보되 한두 문장이라도 좋으니 네 생각을 글 속에 드러낼 수 있게, 결국엔 너의 글이 될 수 있게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AI와 글쓰기가 좀 친해지면서 융합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I를 얼마나 내 식대로 훈련시키는지, 얼마나 내 생각을 드러내게끔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A 결국에 글이라는 게, 인터뷰 중에도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꺼내는 게 가장 중요한데요.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 많이 헤맸던 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는 무엇일까였어요. 다른 사람들이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에 굉장히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학교 다닐 때 글쓰기와 관련된 기술들을 더 많이 배웠던 것 같고요. 오히려 사회에 나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누가 좋아할 만한 얘길 쓰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해서 써야 되겠구나.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걸 써야 하는구나’ 하는 걸 좀 많이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주변에 “선생님, 저 문창과 가고 싶어요. 저 창작하는 학과에 가고 싶어요” 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 이런 얘기를 해주죠. 그런 학과에 가게 되면 네가 배울 수 있는 건 글쓰기 기술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외에도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그런 학과에 가면 합평이라는 걸 해서 네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평가를 받을 때 정말 주의해야 하는 게 있다. 그 사람들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또는 내가 조금 더 좋은 글쓰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너의 글을 대하게 될 수가 있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이렇게 제가 이야기를 항상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을 쓰는 주체인 내가 절대로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 그 이야기를 글쓰기를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Q The Liverary는 도서관 이용자, 사서 등을 위한 매체이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와 문해력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 평소 생각을 들려주세요.
A 도서관은 사실 굉장히 책이 많은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저는 도서관이랑 글쓰기가 굉장히 잘 맞는 짝꿍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글쓰기와 관련된 좋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례로 어느 도서관에서는 그런 활동도 한대요. 미취학 아동들에게 책 3천 권 읽히기 프로젝트. 이런 것들도 막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미취학 아동들이 책을 3천 권을 읽고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면, 제가 생각했을 때 그 친구는 10년 이내로 천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미취학 아동들이 정말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동화책이든 만화책이든 또는 정보 전달용 요리책이든 어떤 분야의 책이든지 간에 3천 권을 읽는 게 가능하기만 하다면 충분히 좋은 글쓰기가 자동적으로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도) 그 이후에는 “실력이 안 늘어요, 뭔가 지지부진한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럼 제가 그 친구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너 그러면 필사를 한번 해봐라”라고 하거든요. 필사라는 게 아주 힘든 작업이고 지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도 필사를 해보라고 하면 “필사를 왜 해요? 손 아파요. 선생님, 지금은 타이핑 시대예요.” 이렇게 얘기를 해요. 저는 필사를 하다 보면 글쓴이의 어떤 마음이 인식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 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필사를 하는 것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그 문장들과 단어들을 옮겨 적으면서 ‘이 사람이 이런 마음으로 글을 썼겠구나’, ‘이런 식의 문장 표현을 쓰는구나’, ‘문장부호는 여기다가 찍는 거구나’, ‘이거는 내가 몰랐던 맞춤법이네’, 한 글자 한 글자씩 옮겨 적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런 발견을 하게 돼요. 왜냐하면 이게 행동이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책 한 권을 필사했을 뿐인데도 정말 100권을 읽은 것 같은 효과가 나오게 되는 것 같거든요.
도서관에서도 3천 권 읽기 프로젝트라든지, 아니면 도서관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책을 필사하기 시간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있으면 굉장히 재미있게 운영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요새 좀 핫한 교육이 자서전 쓰기 교육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자서전 쓰기 교육을 쭉 살펴보면 대체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이미 인생을 오래 살아오셔서 그만큼 자서전의 어떤 두께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교육들이 진행되는 것 같거든요. 사실 도서관은 어떻게 보면 책 한 권 한 권마다 그 책 한 권이 가진 역사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활용해서 아이들이나 대학생, 20~30대에게도 자서전 쓰기, 나를 회고하는 글쓰기 같은 걸 시도해보면 좋은 결과물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서율_글쓰기 강사, 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서사창작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며 문학과 연극을 연구 중이다. 박사과정에 입학하며 연극 평론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글쓰기 교육자로 활동하며 아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는 책임감으로 《무조건 적게 되는 마법의 시간》《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를 펴냈다.
신구문화상(新丘文化賞)은 신구문화사의 창립자 故 우촌 이종익 선생(1923~199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우촌 정신을 미래세대로 잇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올해의 사서’, ‘올해의 책’, ‘Reader&Leader Award’ 총 세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이번 제3회 시상식은 10월 23일 제62회 전국
“내게도 내 안에 잠든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꿈이 있을까?”과학자를 꿈꾸던 어린 아이가 첫 그림책을 그리게 되기까지별빛을 따라가듯 꿈을 향해 나아간 이민희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강연 개요] 1. 어떻게 그림책 작가가 되었나 - 과학자가 되고 싶던 어린 시절 - 꽃들에게 희망을
지식의 저장소 역할을 하며 책의 신전처럼 지어졌던 도서관이이제는 주민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1972년에 지어진 건물부터 2002년의 건물까지, 기존에 있던 다섯 개의 건물을 이어 지은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중심으로 일상을 바꾸는 도서관에 대해 얘기한다. [강연개요]1. 일상 - 뉴 노멀 시대의 공공주택, N분동네- 프랑스 파리의 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