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은 1969년 미국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민간에서 제정한 ‘지구의 날’이다.
THE LIVERARY에서는 전 세계 모든 인류가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환경 보호를 다짐하는 국제적인 기념일을 맞아 인사이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추령 교수는 34년간 지구과학 교사로 근무했으며 교육 현장에서의 활발한 교육 연구 활동과 더불어
다수의 과학 관련 저서를 집필, 번역하고 토론으로 이끄는 실천하는 학자이다.
김추령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을 시작한다.
Ⓒ 김추령 교수
Q 4월 22일은 ‘지구의 날’로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인류가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환경 보호를 다짐하는 국제적인 기념일인데요. 이런 날은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A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구는 거의 닫힌계예요. 외부에서 태양에너지 외에 추가로 유입되는 물질이 없다는 뜻이죠. 우리가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소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추출해서 에너지를 투입해 생산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최소한 지구의 날이라도 지구에서 물질을 추출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지요. 지구는 닫힌계인데 어떻게 약 38억 년 전에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을까요? 생명체가 유지, 번성하기 위해서는 태양에너지 외에도 소비해야 할 영양물질이 있는데 말이죠. 이상하죠? 지구 시스템 과학에서는 그 이유를 영양물질들이 생물들의 적극적인 역할에 의해 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저는 지구의 재활용이라고 말하죠. 질소, 산소, 탄소, 인, 황 등 필수 영양물질을 거의 완벽하게 재활용하며 사용하고 있거든요. 지구의 날, 지구의 알뜰한 재활용을 배워서 따라 하거나 불가능하다면 “아무것도 소비하지 맙시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Q 선생님께서는 IPCC의 방대한 제6차 보고서(1만 페이지 이상)를 다이제스트한 책 《과학 선생님이 읽어 주는 기후변화 보고서》를 출간하기도 하셨는데요. IPCC의 보고서를 통해서 본 현재 기후위기 상황은 어떤가요?
A IPCC 6차 평가보고서가 나온 지 벌써 3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6차 평가보고서는 그 이전에 나온 보고서들을 분석하여 작성한 종합 평가보고서입니다. 그러니 이미 6차 평가보고서에서 설명한 상황보다 더 많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모르는 특단의 조치가 비밀리에 진행되지 않았다면요. 6차 평가보고서의 핵심은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켰다. 속도와 규모가 수천~수만 년과 비교해도 전례가 없다. 비정상적인 규모와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 당장 행동한다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입니다.
제가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극한 기상 현상의 발생 확률 증가였어요. 예를 들어 폭염은 산업화 이전에도 발생할 수 있었죠. 하지만 같은 온도라고 해도 산업화 이전보다 현재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동일한 확률로 폭염이 일어나더라도 현재 폭염 기온이 더 높은 기온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변화를 온도의 확률분포 이동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즉, 기후변화를 이해할 때 단순히 평균기온만을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온도의 ‘확률분포’입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이 분포 전체가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결과 극단적인 고온이 나타날 확률이 많이 증가합니다. 1.5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라는 수치는 매우 작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함께 가져오는 것은 ‘위험 발생 확률의 증가’입니다. 극단적 위험이 훨씬 더 쉽게 발생하는 상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1951~1980년 평균기온을 기준으로, 1962년에서 2022년까지의 기온이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짙은 파란색은 기온이 평균보다 상당히 낮았던 시기를, 주황색과 빨간색은 기온이 평균보다 높았던 시기를 나타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포는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폭이 넓어진다.2022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했고, 특히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났다.
Q 기후위기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요즘 1.5도를 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1.5도의 역설’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1.5도를 넘으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 이후 행동이 더 중요해지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 주인공 스즈메가 특별한 문을 찾아 닫아야만 지진이라는 재앙을 막을 수 있어요. 문을 닫느냐, 못 닫느냐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죠. 1.5도 이내로 막아야 하는 지구 평균기온 변화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아닙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어느 해 1.5도가 넘었다는 사실을 마치 되돌릴 수 없는 대재앙의 시작처럼 보도하기도 합니다. 1.5도라는 기준은 ‘절대적 한계선’이라기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확률적 목표로 설정된 값입니다. 파리 협정에서 최초 논의되던 2도는 위험을 피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고 판단되어 1.5도로 낮춰진 것입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한 과학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방어선을 낮추어 잡았다.” 이 말은 1.5도가 넘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1.5도를 넘었다고 해서 스즈메가 문을 닫지 못한 것처럼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만약 1.5도를 넘어섰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빠르게, 더 많이 탄소 배출을 줄여서 위험 확률을 최대한 낮추는 일입니다. 2025년 12월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비슷한 말을 했더라고요. 1.5도를 일정 기간 넘는 오버슈트를 막는 것을 두고 그는 “우리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하고 바로 뒤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초과가 가능한 짧고, 가능한 강도가 낮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티핑포인트를 피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오버슈트’란 1.5도를 일시적으로 넘었다가 다시 낮추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작은 폭으로 이 오버슈트 기간을 지나가느냐,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1.5도가 넘었다는 소리는 절망의 신호가 아니라, 행동의 신호인 셈입니다. 그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둘러야겠군. 바쁘다 바빠”입니다. 지금은 “서둘러야겠군. 바쁘다 바빠”를 외칠 때입니다.
Q 한국사회에서는 경제 성장과 탄소 감축이 충돌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실제로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답변하실 수 있을까요?
A 당연히 경제에 부담이 되죠. 예를 들면 제철소도 석탄을 사용하던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려면 설비를 전면 교체해야 합니다. 비용과 시간, 또 설비 교체 시기 동안의 생산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상당히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2025. 03. 18)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2100년경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약 21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강력한 기후 대응을 하여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1.5도에 머무르도록 조치에 나설 경우에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2050년 13.1퍼센트 감소하다 2100년 GDP 10.2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더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빠르게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새로운 연구도 아닙니다. 이미 2006년 스턴 보고서에서도 같은 결론을 제시했었죠. 어렵지 않은 산수예요. 그렇지만 기후위기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일이라고 착각하고, 당장 이번 달 설비 교체에 드는 지출에 어려움이 있어 머뭇거리는 기업이 있을 수 있어요. 이럴 때 저는 행동에 옮기는 데 용기를 내시라고 응원을 드리며 드라마의 한 장면을 전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탤런트 주지훈이 주연으로 출연한, 중증외상센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었어요. 그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주지훈이 분노에 차서 이렇게 외쳐요. “언제까지 돈 때문에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게 할 것입니까?” 주지훈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인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감동하고 공감했을 거예요. 바로 이것입니다. 언제까지 경제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지구를, 인류를 죽게 할 것입니까? 기업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Q 재생 에너지 확대를 두고도 찬반 논쟁이 있습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또 탄소 포집 같은 기술이 기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술 낙관론도 있습니다. 과학자로서 이런 주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지구공학 기술을 찬성하는 과학자도 있지만 반대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현재 서로 팽팽하게 논쟁하고 있습니다. 발 빠른 기업들은 이 기술로 투자를 유치해서 창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기업이 태양광 발전을 밤에도 할 수 있도록 우주 특정 지점에 얇은 반사막을 배치한 후 지상에서 조정하여 필요한 곳에 언제든지 반사한 햇빛을 보내주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리플렉트오비탈(ReflectOrbital)은 2035년까지 5만 개의 궤도 거울을 배치할 계획이다. 우주 손전등처럼 지구의 밤에 햇빛을 비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호손에 위치한 이 스타트업은 2,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첫 번째 시제품에 대한 FCC(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서류를 제출했다. (출처: https://www.reflectorbital.com/)
한 100년 전쯤 있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할게요. 1928년 화학계의 에디슨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미즐리 주니어가 듀폰사로부터 프로젝트를 하나 의뢰받았어요. 당시 냉장고 냉매로 사용되던 암모니아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라는 것이었죠. 단, 조건은 인체에 무해할 것, 폭발하지 않을 것, 냄새가 없을 것 등이었어요. 미즐리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새로운 안정적인 인공 기체를 합성했고, 이 냉매로 교체한 냉장고는 불티나게 팔렸겠죠.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이 기체가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성층권까지 올라가 오존을 분해하여 오존층에 구멍을 낼 것이라는 것을요. 1970년대 오존홀 문제가 대두되고,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가 기적적으로 체결되었습니다. 개발 당시 모두가 환호했던 그 가스의 사용 중단을 약속하는 의정서였습니다. 이 가스는 프레온가스였습니다.
과학기술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보조적인 수단입니다. 그 기술의 불확실성이 크면 클수록 더더욱 활용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지금의 기후위기 대응에 정말 필요한 것은 신기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선택과 우리 모두의 집단적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자력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기후 정책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질문들이 다 묵직합니다. 이런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아무도 이곳을 파헤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떤 표식을 세워야 할까? 10만 년 혹은 100만 년 뒤 인류가 사라진 후에 나타난 새로운 지적 생명체에게 이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 명칭은 WIPP(Waste Isolation Pilot Plant)예요. 디자이너, 사회학자, 인류학자, 언어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토의했죠. 쉽지 않았겠죠. 이 표식이 필요한 장소는 어디였을까요? 핵폐기물 저장소랍니다. 뉴멕시코 사막 깊은 곳에 군대에서 사용한 플루토늄처럼 자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핵물질, 즉 원자로, 재처리 공정 등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저장한 장소가 있어요. 이곳에 세울 표지판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답니다. 최근 상업용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세계 유일의 핀란드 ‘온칼로(Onkalo)’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은 어떻게 이 고민을 해결했을까요? 이미 문자가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괜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말자고 잠정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질문에 충분한, 넘치는 답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지금 당장 기후 토론》에서 토론을 위한 어젠다를 여섯 가지로 제시하셨습니다. 기후 정의, 숲, 갯벌과 논 습지, 지구공학, 우주, 원자력이 그것인데요. 이렇게 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또 이 중 인간과 지구와의 관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봉이 김선달 이야기 아시죠? 대동강 물을 자기 것인 양 팔아넘긴 인물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시대의 사기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는 땅을 나누고, 경계를 긋고, 이름을 붙이고,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언제부터 우리의 소유였을까요? 아니, 처음에 이것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그 맨 처음에 누구에게 허락을 받았을까요? 땅에 물어보았을까요? 아니면 그 땅에 이미 오래전부터 살던 야생의 동물에게, 혹은 나무에? 지구의 역사가 45억 4천만 년이에요.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고작 30만 년 전에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땅을 개인 소유로 제도화한 역사는 길어야 수천 년에 불과합니다. 실은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해요. 인간과 지구,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가 잘못 설정된 것을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상태에 직면하고 나서야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위기는 진짜 위기입니다. 이 위기가 두 번 다시 오지 않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관계의 개선입니다. 지구를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관계의 개선. 그 처음은 지구에, 생태계에 ‘묻는 것’일 것입니다. 어떻게 물어보냐고요? 말로만 존중할 게 아니라 법적으로도 자연을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제대로 묻고 더 깊이 응답하는 것입니다. 관계를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Q 2050년의 탄소중립,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이 두 개의 어젠다가 완성된 이후 인류의 삶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과학자가 보는 미래가 궁금합니다.
A IPCC 보고서에는 미래 시나리오를 여러 개 만들어 넣었습니다. 그중 1.5도를 성공적으로 막는 시나리오의 내용을 말씀드릴게요. 공동의 사회 경제적 경로(SSP) 1 시나리오입니다.
‘세계는 점진적이지만 광범위하게 더욱 지속 가능한 길로 나아가고 있으며, 환경적 한계를 존중하는 보다 포용적인 개발을 강조합니다. 지구 공유지의 관리는 서서히 개선되고, 교육 및 보건 투자는 인구 구조 변화를 가속하며, 경제 성장에 대한 강조는 인간 복지에 대한 보다 폭넓은 강조로 전환됩니다. 개발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가 증대됨에 따라 국가 간 및 국가 내 불평등이 감소합니다. 소비는 낮은 물질적 성장과 낮은 자원 및 에너지 집약도를 지향합니다.’
언젠가 어느 학교에서 학생들과 탄소중립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미래의 어느 한 시점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무엇이 보이는지 이야기해보자는 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고 그것을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진행한 토의였죠. 한 학생의 대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골목을 보았어요. 그런데 그 골목의 사람들은 다 서로에게 친절하고, 서로서로 잘 보살펴주고 있었고, 골목 가득 작은 상자 텃밭들이 있었어요.”
Q 책에서 청소년의 토론 참여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여러 기후 행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탄소세, 대중교통 이용 확대, 재활용 등. 그런데 다시는 이런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또 우리의 기후 행동 하나하나가 올바른 방향으로 엮여서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가치관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은 참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토의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갈등, 타인과의 갈등,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방향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경험해보는 것이 토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토의를 해야 하는 이유는,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정립하여 우리 사회의 뿌리가 새롭게 자라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과학자와 시민 등의 집단 지성의 힘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기후 변화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고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A 맞아요. 저도 정말 자주 풀이 죽고, 화도 나고, 솔직히 좀 절망스러울 때가 있어요. ‘내가 뭘 한다고 달라질까?’ 이런 생각도 계속 들고요. 그런데 개인의 행동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구 시스템 과학자인 팀 렌튼(Tim Lenton)은 자연에 ‘티핑포인트(급변점)’가 있듯이 사회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 예로 두 가지 사례를 들어요.
하나는 여성참정권이 대중적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사건입니다.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가인 릴리안 렌튼(Lilian Lenton)은 당시 여성참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 중에 감옥에 갇히고, 단식투쟁을 하다가 코로 튜브를 넣는 강제 급식을 당했어요. 그 과정에서 음식이 폐로 들어가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여성참정권 운동을 바라보던 시선이 확 바뀌기 시작했어요. 당국의 탄압이 너무 심하다는 공감이 확산하며 대중적 지지를 얻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릴리안 렌튼 한 명의 행동이 사회적 급변점을 만든 거예요.
다른 하나는 다들 아시겠지만, 툰베리가 2018년 8월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혼자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시작했죠. 그런데 그해 12월쯤에는 2만 명의 학생들이 동조 파업을 합니다. 또 다음해 2019년 3월에는 120개국 이상 2천 개 이상의 도시에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후를 위한 행진에 참여하게 됩니다. 놀라운 변화죠. 단 한 사람의 행동이 사회 전체의 움직임으로 번진 것이잖아요.
사회 변화나 행동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적 모델로, "작은 개입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급격한 변화(티핑 포인트)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출처: University of Exeter의 학술보고서 Global Tipping Points Report 2023)
물론 릴리안 렌튼이나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저는 그렇게는 못 해요. 전 소심한 사람이라. 하지만 전 첫 번째로 앞서 나서는 사람은 못 해도 앞서 나선 사람을 열심히 응원하고 지지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3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어요. 사회적 행동이 퍼질 때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한 것인데요. 한 명이 하는 행동은 개인적 행동으로 여겨지고 두 명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세 명이 모이면 하나의 사회적 흐름, 현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 앞서 나선 분을 응원하는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앞서 이야기한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한 사람’이었어요.
Q 일반인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탄소 감축 활동 하나를 제안하신다면요?
A 정말 꼭 해주었으면 하는 행동이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만큼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딱 한 번만, 해외여행을 줄여주세요. 가려고 계획했던 여행 중 한 번만 국내 여행으로 바꿔주세요. 어차피 비행기 뜨는 데 거기에 나 한 사람 탄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요. 하지만 반대로 나 한 사람이 티켓을 구매하지 않으면 한 번의 비행 스케줄이 취소될 수도 있어요. 출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죠. 그럴 땐 스스로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스스로 발행하는 탄소 크레딧인 셈이죠. 거칠게 계산을 해보면 한국에서 일본 도쿄로 이코노미석 왕복에는 한 사람당 약 60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요. 소고기는 1킬로그램을 먹으면 약 27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 돼지고기 1킬로그램은 약 7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요. 모바일 앱으로도 일상생활에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주는 앱이 여럿 있으니 탄소 감축 활동에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Q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순환과 공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생에는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도 포함되겠죠. 바로 기후정의가 실현되는 길이기도 하고요. 순환이란 거의 닫힌 지구 시스템에서 인류가 오래도록 번성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겠죠.
김추령이 추천하는 책 다섯 권
《눈부신 심연》(헬렌 스케일스)
지구의 많은 부분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입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의 절반 정도는 자연에 흡수됩니다. 그중 한 곳이 바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다에 대해 잘 모르죠. 아마 우리가 아가미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바다는 우리 시대의 어벤져스입니다. 수많은 일을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잘 모르고 있어요. 심지어 심해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죠. 그 바다 깊숙한 곳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놀라운 바다 깊은 곳으로 잠수정을 타고 여행해보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북극을 꿈꾸다》(베리 로페즈)
어쩌면 이번 세기 안에 거의 영원히 작별을 고하게 될지도 모르는 생태계가 빙하입니다. 북극의 빙하입니다.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진짜 꿈꾸는 듯합니다. 꿈꾸는 것은 희망하는 것입니다. 희망은 강력한 힘이 됩니다. 자연 작가이자 수필가인 그의 시선에 담긴 북극은 최대한 인간의 감각이 아닌 북극의 감각으로 담겨 있습니다. 북극을 사랑한 작가의 북극과의 사랑 일기 같은 책입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제이슨 히켈)
개인의 행동은 너무 미미하지 않냐는 고민을 해결해주는 책입니다. 개인의 행동은 중요한 것이며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려운 경제학을 아주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탈성장이라는 매우 낯설고 어색한 개념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마술 같은 경제학 책입니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멀린 셸드레이크)
우리의 문명이 발달하고 또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일등 공신을 찾으라면 균류라고 생각해요. 일단 균류는 분해자입니다. 순환하기 위해서는 분해작용이 필수입니다. 분해되지 않는 물질 대부분은 석유화학으로 만들어진 인공물들이고 그 물질들이 오늘날의 다양한 위기를 낳고 있지요. 균류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존재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희망을 균류의 생활상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균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노래를 잘 부르는 멋진 생태학자인 저자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향모를 땋으며》(로빈 월 키머러)
오래 묵은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책입니다. 육식을 하지 말라고? 동물만 생명이 있나? 식물도 생명이 있는데. 동물은 먹으면 안 되고 식물은 먹어도 되나? 이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하셨을 거예요. 그 고민을 정말 한 방에 해결해줍니다. 북미 선주민 출신 생태학자가 선조들의 지혜와 근대 생태학의 개념을 잘 버무려서 철학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추령_성공회대 농림생태환경연구소 연구교수
공식적으로 34년간 지구과학 교사로 근무하다 2022년 명예퇴직을 한 후 현재 성공회대 농림생태환경연구소의 연구교수로 있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교육활동을 연구하며, 과학 관련 사회적 이슈를 유쾌한 토론으로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청소년 도서를 다수 집필했다. 쓴 책으로 《과학선생님이 읽어주는 기후변화 보고서》 《지금 당장 기후 토론》 《내일지구》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가 있고, 공저로 《지구가 권리를 가지는 날에는》 《내가 에너지를 생각하는 이유》 《아주 구체적인 위협》 《지구 생활자를 위한 핵, 바이러스, 탄소 이야기》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 《과학 리플레이》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 《과학일시정지》가 있다.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첨예한 법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을 꼽아 달라.A 고전으로는 아나톨 프랑스의 《크랭크비유》, 흥미진진한 현대 작품으로는 프리드리히 뒤렌마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7월호에서는 경운초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글 쓰는 사서’ 강상도 선생님을 만났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경운초등학교 도
반려견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국내에는 아직 독서 공동체로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모습이 낯설 텐데요.한국리딩독연구소 대표이자 동물매개심리치료 연구자 윤혜경은 리딩독(Reading Dog) 프로그램이 학습 부진 아동에게 정서 안정을 주고,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사회성이 좋아지게 한다고 말합니다.자기를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