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탐방하는 코너이다.
도서관이 없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 살게 되었다. 청소년기부터 소설을 쓰기 전까지 나는 오랜 시간을 도서관과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서 보냈다. 전산화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원하는 책을 찾아 여러 도서관을 순회했고, 찾아낸 책으로 가득한 가방을 메고 도서관 정원부터 주변 골목을 산책하곤 했다. 나는 도서관이 없어 한 번도 들러본 적이 없는 곳에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은 핫 플레이스가 되어 많은 사람이 성수동이라 부르지만,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뚝섬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오랫동안 도서관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블록을 벗어나면 노후화된 주택가와 정비되지 않은 골목, 크고 작은 공장과 정비소, 택시 회사들이 즐비했고, 갈 곳이라고는 서울숲과 한강 말고는 없었던 문화의 불모지였다.
결혼과 등단으로 바빴던 나는 그런 환경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독서량이 줄어 사 읽는 것으로도 충분했고, 활동 영역은 지역사회의 바깥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아이가 생긴 뒤 결핍이 찾아왔다. 내겐 도서관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과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필요했다. 마침 뚝섬역 6번 출구 근처의 큰 부지에 7층짜리 도서관 건물이 생긴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건물이 얼마나 지어졌는지 확인해가며 개관을 기다렸다.
도서관은 2012년 9월에 개관했다. 성동구립 성수도서관은 성동구에 있는 일곱 개의 도서관 중 다섯 번째로 개관한 분관으로, 성수문화복지회관 건물의 맨 위층인 7층을 이용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다. 처음에는 기대와는 달리 단 한 층뿐인 도서관이어서 서운했지만, 그런 마음은 금세 사라졌다. 동네 가운데 있는 데다 열람실 접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오가는 길에 쉽게 들를 수 있었고, 아늑하고 깨끗해서 공적인 공간이라기보다 사적인 공간처럼 느껴졌기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한지 다른 도서관에 비해 연간 이용자와 대출 권수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어린이열람실 저학년용 서가와 좌석 ⓒ 정소현
아이를 키우는 시간에서 다시 나의 시간으로 되돌아오는 동안 나는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이 작은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아기를 위한 북스타트 프로그램, 초등학생 대상의 독서회와 다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하고, 인형극이나 마술 같은 작은 공연도 관람했다. 어린이열람실은 아기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서로 방해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잘 구획되어 있고, 키즈 카페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늘 이용자로 붐빈다.
이곳의 아이들을 서울숲과 성수도서관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서관이 키운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어 일반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문헌정보실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 성수도서관이 지역사회에 영향을 준 것은 그뿐이 아니다. 공장지대였기에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많았던 이 지역의 특수성에 발맞춰 문헌정보실에서는 다문화 코너를 운영하고, 정보 소외계층인 다문화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성수도서관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함께 자라는, 살아 있는 공간임을 긴 세월에 걸쳐 보여주었다.
문헌정보실의 다문화코너 ⓒ 정소현
성수도서관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빛과 풍경이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사방의 벽이 온통 창문으로 덮여 있어 모든 열람실마다 채광이 풍부하다. 어린이열람실은 남쪽으로 창이 나 있어 사계절 내내 아이들이 햇빛을 받으며 독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문헌정보실의 서쪽 창가에는 책상 없이 의자들만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곳은 빛과 풍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명당자리다.
이제껏 가본 곳 중, 공원이나 산, 강을 볼 수 있는 도서관들은 적지 않았지만, 이곳처럼 다채로운 도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 그 자리에서는 나지막한 주택들이 만든 골목과 새로 생긴 빌딩들, 그 너머의 서울숲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러나는 먼 하늘의 일몰과 도시의 야경을 볼 수 있다. 갑갑한 기분이 들면 2층의 북카페 책마루에서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다가, 여러 종류의 식물을 심어 가꾼 옥상 정원으로 올라가 작은 산책길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 하늘과 마을의 풍경을 감상하며 몸을 움직여보는 것도 좋다.
옥상정원 ⓒ 정소현
처음에 나는 성수도서관에 정원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제는 도서관을 품고 있는 마을 전체가 정원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도서관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 속으로 들어가 걷곤 한다. 여러 갈래의 길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서울숲으로 가는 길인데, 무작정 걷는 척하면서 여러 종류의 빵을 살 수 있다. 예전에는 카페 하나 없던 길에 지금은 수없이 많은 카페와 제과점, 음식점이 순식간에 생겼다가 사라지곤 한다. 간혹 아주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곳도 있는데, 나는 그것을 농담처럼 영원불멸의 빵집이라고 부른다.
성동체육센터의 건너편에 있는 ‘밀도’는 줄을 서야만 하는 곳이다. 매장 내부가 협소하기에 모두 밖에 나와 서 있는 것이어서 차례가 오는데 생각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식빵이 대표 메뉴고, 커스터드가 든 큐브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개인적으로 감자치즈식빵을 추천한다. 건널목을 건너 주민센터의 오른편으로 가면 ‘보난자’가 나온다. 이곳은 뚝섬에서 가장 오래된 유기농 빵집이다. 담백한 식사 빵류가 주 메뉴인데, 블랙올리브치아바타, 나초코, 치즈볼이 맛있다.
성수도서관 주변 빵집 보난자 ⓒ 정소현
서울숲 방향으로 가다 보면 ‘빵의 정석’을 마주치게 된다. 시간대별로 다양한 종류의 빵이 계속 구워져 나오지만, 대기 줄이 워낙 길어 구입이 쉽지 않다. 야채 치아바타와 커스터드 크루아상, 버터프레즐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커피도 함께 사들고 골목의 안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서울숲 4번 입구 저편으로 펼쳐진 숲을 만나게 된다. 숲을 천천히 걷다 보면 온종일 오롯이 내 마음과 몸의 양식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지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 뚝섬역 근처에 위치한 ‘본 노엘’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앙버터와 치아바타가 특히 맛있고 소금빵은 구매 제한을 할 정도로 인기 있는 메뉴다.
돌이켜보면 도서관에 가는 목적은 책이 아니라 도서관 자체, 그 근처를 걷는 일 자체였다. 도서관이 있어서 나에게는 늘 갈 곳이 있었고, 있을 자리가 있었다. 여전히 아주 가까운 곳에 내게 앉을 자리와 풍경을 내어주는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그곳을 향한 길이 여러 갈래여서 빵 냄새를 따라가도, 커피 향을 따라가도, 결국 도달하게 되리라는 사실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성동구립성수도서관
https://www.sdlib.or.kr/ss/
정소현_소설가
작가.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양장 제본서 전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0년 제1회 젊은작가상, 2012년 제3회 젊은작가상, 2013년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너를 닮은 사람》 《품위 있는 삶》, 중편소설 《가해자들》이 있다.
파리에는 국립도서관(BnF,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이 다섯 곳 있다. 바로 리슐리외(Richelieu), 아르스날(Arsenal), 오페라(Opéra), 장 빌라르(Jean-Vilar) 그리고 프랑수와-미테랑(François-Mitterrand)이다. 이 중에서 내가 연구자로서 자주 찾았던 곳은 13구의 센강 변에 위
[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도서관을 탐방하는 코너이다. 의정부에 미술 도서관이 생겼다고 했다. 아주 잠시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솔직한 마음은 ‘내가 의정부를 몇 년 떠났기로서니, 나 몰래 미술 도서관이 생겨?’였다. 30년 넘도록 의정부에 붙박이로 살았다. 의정부정보도서관은 아버지
문학관 기행은 문학관이 배경으로 하는 문학인의 삶을 소개하고 문학관이 설립된 마을을 둘러싼 문학적 · 공동체적 가치를 전달하는 코너이다.문학관 기행 연재를 맡은 신구도서관재단 이창경 이사가 노작홍사용문학관을 방문하고 쓴 에세이를 5월호(첫 회)에 싣는다.문학가의 삶과 태도가 현대로 와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동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