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의 전선이 태평양까지 넓어지던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 사회에서는 일본계 주민들을 향한 적개심이 빠르게 번져갔다.
이듬해 2월 루스벨트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서부의 해안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던 일본계 주민들의 강제 이주가 시작되었다.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한 사서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일하는 도서관 서가 사이를 오가며 책을 고르고,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읽으면 좋을지 물어보던 어린 독자들이었다.
그녀는 우표까지 미리 붙여둔 엽서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어디가 되었든 도착하게 되면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짧게라도 소식을 알려 달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대로 아이들로부터 엽서가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보내온 곳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저마다 달랐지만, 엽서는 한결같이 그녀의 이름으로 시작했다.
클라라 브리드(Clara Breed)는 1929년부터 샌디에이고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었다. 브리드는 이스트 샌디에이고 분관에서 수많은 어린 독자들을 만났는데 그중에는 일본계 아이들과 청소년들도 많았다. 그녀에게 그들은 그저 도서관에 오는 이용자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하고, 좋아하는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읽을 책을 함께 골라 온 어린 독자들이었다.
마거릿(Margaret)은 매주 도서관에 들러 책을 고르던 어린 독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산타 아니타 임시 수용소(Santa Anita Assembly Center)로 보내졌는데, 가족 중에는 여섯 살 동생 플로렌스(Florence)와 생후 두 달을 갓 넘긴 남동생 토마스(Thomas)도 있었다.
수용소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거릿은 친구 루이즈(Louise)의 막사에서 낯익은 책 두 권을 발견했다. 브리드가 보내온 책이었다.
마거릿은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 브리드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에서 마거릿은 자신도 책을 무척 좋아한다며, 매주 도서관을 찾던 때가 그립다고 적었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들의 제목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 《Shirley Clayton: Secretary》와 《Judy Grant: Editor》처럼 비서나 편집자의 일을 다룬 책들과, 여러 직업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도 읽고 싶다고 했다.
마거릿은 동생 플로렌스 역시 도서관을 그리워한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읽기 과목을 가장 잘 할 만큼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고도 적었다. 그리고 편지 끝에 조심스러운 말투로 부탁 하나를 꺼내놓았다. 혹시 도서관에 더 이상 필요 없는 책이 있다면 자신과 플로렌스에게 보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몇 달 뒤에는 애리조나의 포스턴 수용소(Poston War Relocation Center)에서 후사(Fusa)의 편지가 브리드에게 도착했다.
후사는 이제 포스턴의 날씨와 끊임없이 날리는 먼지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지만 수용소에서는 간이침대 하나와 담요 한 장밖에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매트리스가 간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생활 속에서도 후사는 하루하루 자신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재봉학교에 다니고, 주일학교와 소녀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즐겨 찾던 토요일 밤의 춤 모임만큼은 몹시 그립다는 말과 함께, 가끔 친구들과 함께 짙푸른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곤 한다고 했다. 그럴 때면 학교에서 천문학을 배우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질 만큼 밤하늘이 아름다웠다는 감상도 남겼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부탁하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사전 한 권을 부탁했다.
얼마 후 다시 편지가 왔다. 브리드가 보내 준 사전과 《The Person You Want to Be》에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였다.
브리드는 책만 보내지 않았다.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지내는지 먼저 물었고, 아이들은 그 질문에 대답하듯 편지에 자신들의 하루를 옮겨 적었다.
루이즈가 보낸 한 편지는 브리드가 여러 가지를 물어봐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어서 편지 쓰기가 한결 수월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여기저기서 모아 온 나무 조각으로 의자와 탁자를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부터, 토요일 저녁이면 야외에 스크린을 세우고 영화를 본다는 이야기까지 수용소에서의 일상을 차례로 적었다.
그날 저녁식사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수용소에 온 뒤 먹은 것 가운데 가장 좋았던 저녁이었다며, 스테이크 한 조각과 고구마 반쪽, 양상추와 쌀밥, 채소 샐러드와 케첩까지 메뉴를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브리드가 궁금하다면 일주일 동안 무엇을 먹는지도 기록해 보내주겠다고 덧붙였다.
테츠조(Tetsuzo)의 편지에는 포스턴의 거친 환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밤새 거센 바람이 불어 지붕이 날아갈 것만 같았고, 아침이면 모든 것이 고운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고 적었다. 수용소 둘레에 다섯 가닥의 철조망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가 사람들의 출입과 가축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에, 테츠조는 소를 막는 데 어째서 다섯 가닥씩이나 필요하냐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브리드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해준 일에 감사한다며, 포스턴에서 구한 메스키트 나무로 만든 이름표와 옷핀을 작은 선물로 함께 보내왔다.
편지 끝에 못다 한 말이 남은 듯 추신이 붙었다. 추수감사절을 잘 보내라는 인사와 그 아래 한 줄이 더 적혀 있었다.
편지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은 임시 집결지에서 수용소로, 다시 학교와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흩어졌다. 그때마다 편지봉투의 주소도 달라졌다. 브리드는 새 주소를 받아 적고, 다시 그곳으로 편지를 보냈다.
전쟁이 끝나고 아이들이 수용소를 떠나면서 편지는 조금씩 뜸해졌다. 하지만 브리드는 여전히 샌디에이고 공공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1945년에는 샌디에이고 공공도서관의 관장이 되었고, 1970년 은퇴할 때까지 그곳에서 일했다.
1991년에는 포스턴 제3수용소에서 생활했던 이들이 샌디에이고에서 재회 모임을 열었다. 브리드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수용소로 떠난 지 거의 50년이 흐른 뒤였다. 그때까지 브리드는 옛 독자들이 보내온 수백 통의 편지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
편지들은 국립박물관(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에 기증되었고, 현재 박물관 클라라 브리드 컬렉션(Clara Breed Collection)에는 300통이 넘는 편지와 카드가 남아 있다.
아이들이 보낸 편지에는 브리드의 시선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락이 끊어지지 않기 위해 새 주소를 적어놓고,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묻고,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르고, 필요한 사전을 보내주는 그녀의 손길에서, 비록 도서관에 올 수 없게 된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도서관의 어린 독자로 여기는 그녀의 마음이 엿보인다.
브리드에게 아이들의 부재가 관계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주소가 산타 아니타에서 포스턴으로, 다시 학교와 일자리가 있는 다른 도시로 바뀔 때마다 브리드는 새 주소를 따라갔다. 도서관의 대출대에서는 더 이상 마주칠 수 없었지만, 편지 속에서 책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던 것이다.
수십 년 뒤까지 그녀가 간직한 것은 그렇게 오간 수백 통의 편지였다. 그것은 도서관을 떠난 뒤에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독자로 기억했던 시간의 기록이기도 했다.
책이 닿지 않던 곳1930년대 미국 켄터키주는 여러 위기가 한꺼번에 덮친 땅이었다. 대공황으로 석탄 광산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마을에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들의 생활수준은 처참했다. 전기나 상하수도를 갖춘 마을은 드물었고, 도시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도 없었다.생필품을 사러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환경에서 책은 당연히 그들의 손에
1916년 겨울, 사서들의 손에 얇은 소책자가 한 권씩 조용히 건네졌다. ‘독서의 일곱 가지 기쁨’이라는 제목의 16페이지짜리 작고 얇은 책자였다. 펼치면 한 호흡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고, 덮으면 금세 잊힐 것 같은 이 작은 책 안에는 오늘 우리가 ‘사서’라고 떠올리는 얼굴이 담겨 있었다.단정한 옷차림의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책 곁에서 오래
이런 심리는 뭘까?누군가 자기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경우. 자기가 먼저 적극적으로 대시한 때도 막상 상대가 자기를 좋아하게 되면 헤어진다.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유기불안’과 관련해 심리학 기초에서 많이 다루는 사례다. 유기불안은 불우하게 자랐거나 학대받은 경험이 상처로 남아 커서도 늘 남에게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다. 이들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