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란_소설가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등의 소설집과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A》 등의 장편소설, 《소망, 그 아름다운 힘》(공저)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등의 산문집을 냈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을 좋아하지만 아직 능숙한 것은 없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을 지나오며 노동의 힘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9월이 되자 낮 기온이 떨어지고 눈에 띄게 일몰 시간이 빨라졌다. 지난봄부터 이때를 기다려왔다. 얼른 털실과 대바늘, 그리고 ‘꽈배기바늘’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뜨개는 한 계절을 앞서간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다가 지난겨울에는 때를 놓치고 말았다. 하루이틀 미루는 사이 덜컥 봄이 와버린 것이다. 하루에 몇 단씩 뜨는 것이 고작이다 보니 계절을 따라잡
2002년, 스웨덴 말뫼의 항구에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크레인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배에 실려 멀어지는 크레인을 보면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우리에게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바로 그 이야기이다.말뫼에는 오랫동안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서 있었다. 150미터 높이의 크레인은 도시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일상은 물론이고 한 사람의 생을 이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첫눈에 반한 메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말실수를 주워 담기 위해, 안타깝게 놓친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몇 번이고 과거로 간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어두운 곳에서 두 손을 꼭 쥔 채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팀의 좌충우돌 소동극에 웃음이 터진다. 그러다 우연
9월이 되자 낮 기온이 떨어지고 눈에 띄게 일몰 시간이 빨라졌다. 지난봄부터 이때를 기다려왔다. 얼른 털실과 대바늘, 그리고 ‘꽈배기바늘’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뜨개는 한 계절을 앞서간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다가 지난겨울에는 때를 놓치고 말았다. 하루이틀 미루는 사이 덜컥 봄이 와버린 것이다. 하루에 몇 단씩 뜨는 것이 고작이다 보니 계절을 따라잡
2002년, 스웨덴 말뫼의 항구에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크레인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배에 실려 멀어지는 크레인을 보면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우리에게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바로 그 이야기이다.말뫼에는 오랫동안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서 있었다. 150미터 높이의 크레인은 도시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일상은 물론이고 한 사람의 생을 이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첫눈에 반한 메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말실수를 주워 담기 위해, 안타깝게 놓친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몇 번이고 과거로 간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어두운 곳에서 두 손을 꼭 쥔 채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팀의 좌충우돌 소동극에 웃음이 터진다. 그러다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