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던 때의 일이다. 캐나다 토론토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도서관의 강제 폐쇄를 결정했다. 도서 대출은 금지되었고, 대면 서비스는 모두 보류되었다. 노스욕(North York)에 거주하는 75세의 새론 자비스(Sharon Jarvis) 씨는 도서관 이용이 불가함을 알게 되자 좌절했다. 15년간 혼자 생활해왔던 그녀에게 도서관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은 소중한 여가생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비록 도서관 문은 닫았지만 토론토 공공도서관은 지역주민에게 소중한 도서관 서비스를 지속하기로 결정한다. 고립되어 있는 수만 명의 노인에게 코비드19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어르신 건강 확인 전화(The Seniors Wellness Check Call)’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3월에 시작해 토론토 공공도서관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약 3만 6천 명의 노인들에게 건강 관련 친절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은 것은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사서가 10분에서 15분 정도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매우 유쾌한 통화였으며, 그들은 나를 도울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책은 제공받지 못했지만 도서관은 제게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자비스 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사서가 코로나 백신에 대해 알려주고 약속 장소로 갈 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도서관의 전화가 팬데믹 기간 동안 받은 유일한 지원이며, 전화상담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에뫼케 갈(Emöke Gall)은 어르신과의 전화상담을 제공한 토론토 공공도서관 레퍼런스 사서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화를 걸어 ‘안녕하세요’라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면, 대부분의 어르신은 놀라지만 반가워합니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화상담은 양쪽 모두에게 보람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사서는 도서관에서 만날 수 없었던 이용자에게 전화를 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화를 받은 어르신은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이자 노스욕 중앙도서관(North York Central Library)의 매니저인 킴 헌틀리(Kim Huntely)는 “많은 노인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에 전화를 걸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르신이 만약 정원 가꾸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시면 그에 대한 대화를 합니다. 이건 저희가 도서관에서 매일 하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의 많은 공공도서관들이 폐쇄되었어도 서비스는 멈추지 않았다. 워크 스루 서비스나 안심도서대출 서비스를 통해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물리적인 책과 건물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서비스를 전환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구매를 늘렸고, 건물 내에서만 진행하던 스토리텔링이나 강좌를 줌이나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더 넓은 범위의 온라인 서비스로 확장했다. 예전과 같은 방식을 넘어서 코로나19로 인해 고립된 노인들에게 책(자료)을 서비스하는 대신 일대일 전화통화를 하고, 도움이 필요한 가족에게 활동 키트 조립과 배포 등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서비스로 방향을 바꾸었다.
대낮의 도서관, 지역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일상의 거점이다. ⓒUnsplash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피난처’
지식과 정보 제공만이 아니라 홍수나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나 계엄령 선포 같은 비상사태에서 공공도서관은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피난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명 슈퍼스톰(Super Storm)이라 불리는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적이 있다. 뉴저지, 뉴욕 맨해튼 저지대, 허드슨강 일대는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전 지역의 가스와 전기가 끊기고어찌 손써볼 수도 없는 복합적 재난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공공도서관으로 모여들었다. 무려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한꺼번에 200대에 가까운 전화기가 충전되었다. 여전히 난방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사람들 몸의 열기로 도서관은 따스했다. 수백 명의 주민들에게는 따뜻한 커피와 차가 제공되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에도 공공도서관은 사람들을 따스하게 맞이하는 휴게소였고, 전력을 재충전해주는 충전소가 되었다. 도서관은 지역의 이웃들이 모이는 장소이며 무료한 시간 책을 읽으며 보내는 공간이 되었다. 물론 도서관의 기본 기능인 자료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도 사람들은 찾아왔다. 주민들은 도서관의 따뜻한 환대와 무료 전력에 감사했고, 도서관이 베푸는 서비스에 감동받았다.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이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Darren Wilson)의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폭동 사태가 발생했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약탈과 방화로 도시가 무법천지로 변하자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격렬한 소요사태에 모든 공공기관과 사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시는 폐쇄되었고 안전을 위해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도서관은 지역사회를 위한 안전한 교육 공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도서관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 인터넷과 음식, 보호소를 제공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위기와 재난의 시기에도 도서관은 모든 주민들을 위한 열려 있는 공간으로서 안전한 보호구역이 되었다.
지역사회 속 도서관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Unsplash
재난과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도서관 서비스
재난과 위기의 상황이 지나간 뒤에도 공공도서관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앞으로의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미야기현 센다이시가 쑥대밭으로 변했을 때, 막대한 피해의 한복판에 있던 센다이미디어테크(Sendai Mediatheque)는 재난의 기록과 보존에 앞장섰다.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하고, 각종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어렵게 모은 자료들을 보존하기 위해 도서관 내에 ‘3.11 기억센터(Center for Remembering 3.11)’를 세운 것이다. 3.11 기억센터는 재난 전, 그리고 재난 이후의 사진, 텍스트, 음성녹음 등의 기록을 통해 재난의 경험을 아카이빙하는 것은 물론 동일본대지진의 실상을 전달한다.
또한 자료실에는 ‘3.11 지진재해서고(3.11震災文庫)’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 지진 피해와 관련한 각종 신문기사와 연구논문들, 정부기관의 보고서들, 지진 대비 시 혹은 지진 후 전문가들이 저술한 책들, 시민들의 경험을 담은 구술기록 등의 인쇄 자료들을 모두 꼼꼼하게 수집하고 정리해서 세심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언제나 지역주민을 위해 존재해왔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인 위기 상황에서 자료 대출 서비스 대신에 고립된 노인에게 일대일 전화통화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어깨와 같은 역할을 했고, 계엄령과 같은 비상사태에서는 건물을 개방하고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면서 어린이들이 놀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돌보아주었다. 이렇게 공공도서관은 항상 커뮤니티 조직과 긴밀히 협력하고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왔다.
기업가이자 공공도서관의 위대한 후원자인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는 말했다. “도서관은 커뮤니티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 그것은 사막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그의 말은, 100여 년이 지난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진실이다.
조금주_작가, 넥스트 라이브러리 대표
작가, 넥스트 라이브러리 대표. 도곡정보문화도서관과 반포도서관 관장을 역임했다. 2023년 1월 1일, 도서관 건립 컨설팅, 운영 자문, 사서 교육 등 도서관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도서관의 미래를 기획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도서관 연구소 ‘넥스트 라이브러리(Next Library)’를 열었다. 쓴 책으로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2015),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201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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