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는 현대인의 삶에 점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과 정보 습득, 쇼핑, 의사소통, 공공 서비스, 문화생활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각종 디지털 기기나 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들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로 인해 디지털 격차 또는 정보 격차도 벌어졌다. 문제는 디지털 격차가 단순히 정보 접근성의 격차가 아닌 경제·문화적 격차로 이어지면서 점차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디지털 환경과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 그리고 그로 인한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다. ‘리터러시’는 기본적으로 문자의 보급과 더불어 형성된 개념으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문해력을 의미한다. 디지털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활용 능력이란 뜻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의미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정보와 통신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으로, 디지털 정보를 찾고, 이해하고, 평가하고, 창조하고, 주고받기 위해 인지와 기술적 습득을 모두 필요로 한다’고 보았다(ALA, 2013, “Digital Literacy, Libraries, and Public Policy: Report of the Office for Information Technology Policy’s Digital Literacy Task Force”).
유네스코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다음과 같이 종합해 개념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직장, 일자리, 창업과 같은 목적을 갖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안전하고 적절하게 탐색하고, 관리하고, 이해하고, 통합하고, 소통하고, 평가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소양에는 컴퓨터 리터러시, ICT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역량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UNESCO, 2018, “A Global Framework of Reference on Digital Literacy Skills for Indicator 4.4.2”).'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세계 공공도서관들의 노력
최근 수년간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정보화 시대의 허브로서 공공도서관들은 종이 자료 제공에 더해 인터넷 환경 변화와 IT 기기 보급에 맞춰 전자책, 전자신문과 전자잡지, 오디오북, 영상 콘텐츠 등의 디지털 자료들을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방식으로 제공해왔다. 최근 싱가포르의 공공도서관들은 종이신문에서 전자신문으로 서비스를 전환했으며, 샌프란시스코는 2016년에 약 42만 점에 불과했던 전자 자료를 2022년 약 175만 점으로 약 315퍼센트나 확충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IoT,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들과 결합해 도서관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왔다. 예를 들어 이용자의 정서, 감정, 취향, 관심사 등을 토대로 한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도서를 추천해주며, 도서관의 각종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대형 스크린에서 보여주고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결합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3D로 체험하게 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용자의 도서관 경험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직원을 대신해 로봇이 수십 개의 언어로 방문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도서관 공간을 안내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을 제공하고, 반납되는 도서들을 반납 처리 후 자료실로 이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디지털 기술 도입과 서비스 향상을 모든 이용자들이 반기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에 대한 이해 부족과 기기 사용법에 대한 무지는, 특히 지식정보 취약계층이나 어르신 이용자들의 기술에 대한 반감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 사용 외면과 도서관 방문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세계 각국의 공공도서관들은 세대간 계층간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 해소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앰배서더_Choa Chu Kang Public Library_Singapore(좌), 디지털 앰배서더_Bishan Public Library_Singapore(우) ⓒ조금주
도서관 현장에서는 노트북과 태블릿을 대여해 디지털 격차의 영향을 받는 정보 취약계층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경력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줌과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보스턴공립도서관은 안내문과 함께 테이크 홈 연결 키트(Home Connectivity Kits)를 지원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온라인 수업, 워크숍 및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해마다 디지털 데이(Digitaltag)를 개최한다. 디지털 주제를 중심으로 디지털 참여를 위한 전국적인 행동의 날이다. 디지털 데이의 뒤에는 ‘모두를 위한 디지털’이라는 이니셔티브가 있다. 시민사회, 문화, 과학, 비즈니스, 복지 및 공공부문 분야 25개 이상의 조직으로 구성된 이 동맹은 독일의 디지털 참여를 촉진한다는 공통의 목표로 통합되었다. 동맹의 일원인 독일도서관협회(Deutscher Bibliotheksverband)는 독일의 디지털 참여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의 90퍼센트가 디지털 기술에 개방적이라고 답했지만 동시에 약 40퍼센트는 더 많은 교육을 원했고, 30퍼센트 이상은 디지털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을 원했다. 독일의 네 번째 디지털 데이는 2023년 6월 16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중앙도서관은 3층 살롱에서 ‘IT 카페’를 열고 있다. 컴퓨터, 태블릿 또는 스마트폰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IT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메일 사용법과 같은 쉬운 문제부터 프로그램 업데이트, 스마트폰 사용법, 모든 종류의 IT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약이나 등록을 할 필요 없이 현장에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혹은 노트북을 가져오면 된다.
싱가포르도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SG Digital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디지털(Digital for Life)’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020년 6월 말까지 천 명의 디지털 앰배서더(Digital Ambassadors)를 모집하고 공공기관들에 배치했다. 특히 2020년 9월부터 싱가포르의 모든 공공도서관에 배치된 디지털 대사들은 도서관 로비에서 어르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들을 일대일로 교습하면서, 가족과 친구들을 디지털로 연결시키고,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전자 지급 및 거래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디지털 격차 해소의 열쇠
상기한 바와 같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공공도서관은 더 많은 기술 형평성을 창출하고 디지털 접근성 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본래 도서관은 품질이 검증된 미디어를 제공하고 철저한 출처 조사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도서관의 역할은 정보를 선별하고 분류하고 사용법을 지원하는 것인데, 도서관은 그 문턱을 낮춰 모든 이들에게 디지털 자료를 제공하고 올바른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교육함으로써 정보 리터러시를 강화하는 미션을 수행해왔다.
예전에는 도서관을 방문해야만 접근하거나 습득할 수 있었던 고급 정보와 노하우들을 이제는 인터넷의 대중화와 디지털의 일반화로 누구나 손쉽게 손 안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chatGPT)의 등장으로 검색만으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AI는 가치 판단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확인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사실 혹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도서관은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와 모호한 정보를 구분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방법도 알려주는 곳이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 기술의 시대에도 도서관은 가상과 허위를 판별하고, 사실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와 검증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장소다. 그리고 제공되는 정보의 질을 보장하고 신뢰성을 검증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도서관은 여전히 정보 접근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참고 자료〉
- ALA, 2013, “Digital Literacy, Libraries, and Public Policy: Report of the Office for Information Technology Policy’s Digital Literacy Task Force”
- Digital Literacy, Libraries, and Public Policy.pdf (atalm.org)
- UNESCO, 2018, A Global Framework of Reference on Digital Literacy Skills for Indicator 4.4.2
작가, 넥스트 라이브러리 대표. 도곡정보문화도서관과 반포도서관 관장을 역임했다. 2023년 1월 1일, 도서관 건립 컨설팅, 운영 자문, 사서 교육 등 도서관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도서관의 미래를 기획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도서관 연구소 ‘넥스트 라이브러리(Next Library)’를 열었다. 쓴 책으로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2015),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2017)이 있다.
도서관 스토리텔링의 시작 전 세계 대부분의 공공도서관마다 공통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어린이 대상의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공공도서관 프로그램의 핵심이며, 역사도 오래되었다. 19세기 중반에 유럽과 북미의 출판사들이 어린이책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책의 인기는 상당히 커지게 되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아동문학을 전담하는
고립된 노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다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던 때의 일이다. 캐나다 토론토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도서관의 강제 폐쇄를 결정했다. 도서 대출은 금지되었고, 대면 서비스는 모두 보류되었다. 노스욕(North York)에 거주하는 75세의 새론 자비스(Sharon Jarvis) 씨는 도서관 이용이 불가함을 알게 되자 좌절했다. 15년간
최근 해외의 공공도서관들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도서관마다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그 변화의 기저를 살펴보면, 정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인쇄매체의 선호도 감소, 증가하는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매체 활용, 이용자들의 서비스 확대 및 공유 공간 요구, 여기에 다양한 세대와 계층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지역공동체의 노력 등이 그 요인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