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챗GPT에게 홍기훈 교수를 소개한 뒤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여섯 개의 심도 있는 질문을 남겨주었다. 그중 하나는 ‘경제적 성장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사이에는 어떤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요?’였다.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해주고 싶은가.
A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서 비용이란 돈과 같은 재무적 비용이 될 수도 있지만 시간, 노력, 노동, 관심 같은 비재무적인 비용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비용이건 간에, 생산과 경제성장에 쓰일 수 있는 자원은 환경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재분배되어야 한다. 물론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성장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향상 사이에는 ‘trade off’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이렇다. 이런 관계로 인해 결국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사이의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 당연히 이 균형점을 찾는 데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논의의 시점과 경제적 상황, 사회의 신념,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이 균형점에 대한 답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성장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사이에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챗GPT는 출시 닷새 만에 100만 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이미 챗GPT는 많은 것들을 바꾸어놓고 있는데, 챗GPT의 등장에 대해 홍기훈이 예측한 것,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A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측한 것
예측하지 못한 것
1. 우리의 일상어로 검색하고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2.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꽤 잘 맞추어 제공해줄 것이다.
3. AI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줄수록 원하는 정보를 더 잘 맞추어 제공해줄 것이다.
4. 한국어로 검색하는 것은 영어로 검색하는 것보다 답답할 것이다.
5. 굉장히 많은 관심을 끌고 이슈가 될 것이다.
6. 알파고 때와 마찬가지로 AI를 사람처럼 착각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7. 운영에 있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것이다.
1. 이렇게 정확한 언어를 구사할 줄은 몰랐다.
2. 사람들이 진짜로 AI에 대해 사람처럼 이야기할 줄은 몰랐다(AI는 생각하지 못한다).
3. 기대보다 맞춤형 정보 제공 역량이 떨어진다(학습 데이터가 부족한 것 같다).
4. 기대보다 느리다.
5. 영어 검색에 비해 한국어 검색이 생각만큼 부족하지 않다(훌륭한 번역 기술인 것 같다).
Q ‘계량경제’를 전공했는데, 전공 분야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정확하게는 금융계량경제를 전공했다. 금융계량경제는 시계열 분석에 집중한다. 경제 데이터를 이용해서 경제학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정하는 통계적 방법론을 연구하는 것이 계량경제다. 간단히 말해 통계와 논리를 합쳐서 경제학의 이론과 가설들을 설명하는 분야라고 보면 된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영어를 가장 적게 쓰고 생각보다 수학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생각보다’이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인 주장이기는 하다.
Q 우리가 경제학과 친해져야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듣고 싶다. 예를 들면 장하준 교수가 경제학은 민주주의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A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효율성이란 한정된 재화를 소비해 사회 구성원들이 얻을 수 있는 기쁨을 극대화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경제학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에게 100만 원이 있다면 그 돈을 1년 뒤에 어떻게 10억으로 불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소비나 저축 등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우리가 당면할 수 있는 수많은 옵션들 중 어느 것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비용편익분석’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경제학을 배운다는 것은 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를 배우는 행위다. 이런 면에서 경제학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희소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할 때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세상을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경제학은 우리에게 비용대비 효용의 극대화라는 명제 아래서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해줄 수 있다.
Q 블록체인, NFT, 가상자산, 메타버스, AI, 빅데이터 등 웹3.0 시대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할 정도의 혁신 기술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피할 수 없고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면 각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A 기술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혁신을 사회 구성원들이 꼭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메타버스, NFT, 그리고 이제는 챗GPT,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기술의 혁신들을 거의 매해 경험하고 있다. 2015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년에는 루나와 테라를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혁신이라고 한, 사기에 가까운 주장들도 있었다. 작년 봄에는 NFT가 아주 뜨거웠다. 거의 매일 NFT 강의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그 누구도 NFT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사람들이 없다. 이 모든 이슈들이 이제는 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다.
챗GPT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과 희망 또한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챗GPT는 인간의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대규모 검색엔진이다. 아직까지 그 어떤 AI보다 인간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혁신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 생각을 하지 못하고, 판단하지도 못한다. 당연히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언어를 잘 구사하기 때문에 자료조사나 반복 업무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는 있겠지만, 수시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에 대한 검증 역량도 없는데다가 윤리적, 사회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없다. 때문에 챗GPT를 일상과 업무에 도입하는 데 오히려 인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기술의 진보로 인한 혁신을 바라보는 데 있어 가능할 수도 있는 장밋빛 미래, 너무나도 먼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변화로 대중을 현혹할 게 아니라 혁신 그 자체의 현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Q ‘어떤 추상적인 가치를 포함해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것’을 다섯 개의 단어(명사, 형용사, 동사 모두 가능)로 말해본다면?
A 관심, 소통, 경험, 관점, 존중.
Q ‘돈의 역사’를 읽기 위해 학자 홍기훈이 가장 처음 했던 일은?
A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생각과 토론은 아는 것이 있을 때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뭔가를 알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서 사사받는 것이다. 당시에는 딱히 ‘돈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경제사 수업도 들었고 화폐경제론 수업도 들었다. 세계사 교양수업에서도 돈의 역사는 아주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찾아보았고 이러한 검색이 나를 책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 다시 검색을 하게 되었다.
Q 고전이 갖는 미래 가치에 대해 듣고 싶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고전은 어떤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나.
A 내가 경제학자이다 보니 경제학 고전이 갖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유튜브 영상이나 멘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제 공부가 재테크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재테크는 돈을 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재테크가 필요한 이들은 돈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콘텐츠들을 보는 분들의 대부분은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이러한 콘텐츠들을 만드는 사람들조차도 콘텐츠를 통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쌓여 ‘경제 공부 = 돈을 버는 방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심어진 것 같다.
또 경제를 쉽게 가르쳐주겠다는 영상이나 책 또는 자료들을 보면 대부분 쉽지 않거나 경제를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굉장히 많은 자료들에서 수식과 그래프의 향연이 펼쳐지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아니면 쉽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현상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전하는 데 실패한다.
기본을 알고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현상만 이해하는 것으로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근본적인 지식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역사도 역사 자체로는 인생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것과 같이, 경제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할 수 있다. 더 큰 관점에서 사회와 경제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학 고전은 우리에게 이러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Q 저술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이나 취미 혹은 관심사 등 요즘 푹 빠져 있는 게 있나.
A 게임을 한다. 역사 시뮬레이션과 전략 시뮬레이션을 좋아한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에서 만든 게임들을 특히 좋아하는데 2022년에 ‘빅토리아 3’가 발매되어 즐기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밤을 새워 플레이하기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일정이 너무 바빠 시간이 될 때 가끔씩 플레이를 하다 보니 연속성이 떨어져 예전만큼 몰입할 수는 없다.
Q 하루 중 인간 홍기훈이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A 아침을 먹으면서 갖는 회의 겸 소통의 시간이다. 조교 그리고 직원과 하루의 할일이나 현재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방향성을 의논하고 여러 가지 잡담과 함께 라포를 쌓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다.
홍기훈이 추천하는 책 다섯 권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어릴 때 유럽 여행 전 읽고 나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준 책. 요새 아이들이 읽는 것을 옆에서 봤는데 여전히 재미있다.(10세 이전)
《전쟁의 역사》(버나드 로 몽고메리)
군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쟁사라 기존 역사학자들의 저서와는 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전쟁사 입문서로 매력적이다.(10대 후반)
《금융의 연금술》(조지 소로스)
석사 시절 커리어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할 때 금융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 책.(20대 중반)
《The Predators' Ball》(Connie Bruck)
자본시장의 본질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해준 책. 마이클 밀켄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소설 같아서 읽기 편하다.(20대 후반)
《위대한 경제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홍기훈)
내 책이라 추천한다. 그렇지만 진짜 읽을 만하다. 경제학 고전 입문서로 추천.
홍기훈_교수, IT-경제학 전문가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했던 경제학 학·석·박사. 전공은 금융계량경제. 현재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분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금융사도 3년 반 정도 다녀봤으나 회사생활에 자질이 없음을 느끼는 계기만 되었다. 블록체인, 가상자산, 메타버스, NFT, 챗GPT, AI 같은 혁신산업에 관심이 많다. 행동경제학, ESG경제, 디지털경제와 같은 경제학 내 새로운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 《NFT 미래수업》 《위대한 경제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GPT 사피엔스》가 있다.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최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브랜딩 문구는 무엇인가.A 파타고니아의 ‘파타고니아는 유행을 팔지 않습니다’와 올림플래닛의 ‘메타버스는 기술이
더 라이브러리 석학 인터뷰는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을 모시고 삶과 독서에 관한 풍성하고도 깊이 있는 경험과 철학을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 자연과학계를 대표하는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를 양영은 기자가 만나 인터뷰했다.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양영은KBS 보도본부 기자, 건국대 겸임교수 최재천 교수와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사람의 얼굴이 주는 매혹이 있다면 무엇인가.A 얼굴을 감정의 경로라고 생각하면 묘해지는 게 있다. 타인의 삶, 경로를 탐색하는 마음?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