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유럽의 도서관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공공도서관의 최신 트렌드와 코로나19 이후 도서관의 변화와 대응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새로 건립된 도서관이나 대규모 공공도서관들을 중심으로 다니다 보니 도시와 도시를 여행하며 국경을 자주 넘나들게 되었다. 총 16개국 62개의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주로 유레일패스를 이용해서 고속열차를 타고 국경이나 도시를 넘었다. 시나 마을에 도착해서 목적지인 도서관을 찾아갈 때는 버스, 택시, 트램 등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주제가 도서관인 글에서 유럽의 교통수단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도서관 탐방을 위해 이용한 유럽의 교통시스템이 필자가 자료를 얻기 위해 서울시 공공도서관 시스템에서 겪었던 경험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유레일 전자 티켓을 사용하니 예약도 간단하고, 쉽고, 편리했다. 역을 방문해 길게 줄을 서서 매표창구 직원과의 대화 끝에 종이로 인쇄된 기차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었다. 유레일 앱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찾아 원하는 시간을 고른 뒤 터치 한 번으로 끝이었다. QR코드를 스캔하고 플랫폼으로 들어가 기차를 타면 역무원이 다가와 표 검사를 하는데, 그에게 스마트폰의 유레일 티켓을 보여주면 QR코드를 스캔하고 지나갔다. 국경을 예사로 넘나들었는데, 어느 날은 독일 오펜부르크(Offenburg)의 호텔에서 일어나 프랑스의 메츠(Metz ville)로 이동해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룩셈부르크의 도서관을 갔다가 저녁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날도 있었다. 전자 유레일패스에는 성명, 국가, 여권번호와 생년월일이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경에서 별도의 입국심사도 필요하지 않았다.
도시나 마을에 도착하면 우선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교통 티켓을 샀다. 머무는 기간만큼 당일 교통권이나 2~3일 교통카드를 사는데, 카드 한 장이면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트램을 타거나 상관없이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가능했다. 처음 탈 때 한 번 등록으로 만사 오케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겪는 어려움도 없고, 길게 줄 서서 표를 사야 하는 불편함도 없으며, 현금이 없거나 신용카드가 작동되지 않아 곤란을 겪는 일도 없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역에 도착해보니 아예 역사 내 티켓 오피스가 없어졌다. 작년부터 없앴다고 한다. 이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역에서도, 프랑스나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도 티켓 오피스 없이 키오스크만으로 1년 24시간 티켓 구매가 가능했다.
그렇게 신속하게 제공되는 교통 정보, 실시간 예약 시스템을 통한 초간편 티켓 구매, 스마트한 페이퍼리스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다가 동유럽으로 건너왔다. 이때부터 교통정보 검색과 티켓 구매에 시간 낭비, 정신적 고통, 육체적 피로를 한꺼번에 겪어야 했다. 목적지까지의 교통수단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현장에 직접 가서 티켓을 구매하고, 불확실한 정보와 일정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불편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움직이니 신체적인 피로감에도 시달렸다.
최악의 경험은 최근에 개관했다는 도서관을 찾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불가리아 소피아로 넘어갈 때였다. 검색해보니 국경을 넘어가는 기차는 아예 없고, 경로와 운행시간을 도통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이스탄불 하카리(Hailkalij)에서 매일 밤 8시에 출발해 아침 9시 20분에 소피아에 도착하는 고속버스가 있었다. 밤 출발이라는 것이 불안해서 내키지 않았고, 버스 안에서 열세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끔찍했다. 다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아침에 출발하는 고속버스가 있었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훨씬 가까운 오토가리(Otogari)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버스표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우선 오토가리 버스터미널로 직접 가야 했다. 오토가리 지하철역에 도착해 버스터미널을 돌아다니는데, 부지는 엄청나게 넓고 소규모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치 동대문 상가나 미국의 아울렛 매장 비슷한 느낌이다. 도대체 어디 가서 불가리아 행 버스표를 사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그렇게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지하철역으로 가 매표소 안내 직원에게 물으니 그도 옆자리의 직원에게 물어본다. 그러더니 88번 버스회사 ‘비프(Vip)’로 가라고 안내해준다. 비프를 찾아가니 이곳 역시 하카리와 마찬가지로 저녁에 이스탄불 출발, 아침에 소피아 도착이다. 낮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를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고 답한다. 동양 여성이 여기저기 묻고 다니며 고생하는 게 안됐는지 직원이 그럼 99번 아다투르(AdaTur) 회사로 가보라고 알려준다. 아다투르를 찾아 간신히 버스 티켓을 구매하고 나니 반나절이 지났다. 허탈해하다가 그래도 표를 산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위안을 삼았다.
다음날 다시 택시를 타고 오토가리 버스터미널에서 내리긴 했는데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다. 아다투르의 번호를 몰랐다면 또 헤맬 뻔했다. 버스회사를 찾아서 한 바퀴를 돌다 보니 그제야 오토가리 버스터미널에 입점한 회사의 수가 167개소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불가리아 행 고속버스에 올라타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이것이 또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었다. 55인승 대형 고속버스인데 승객은 열댓 명이 전부였다. 좁고 답답한 버스에서 장시간의 여행도 고달팠지만, 불가리아 입국심사를 위해 중간에 국경 심사대에서 버스를 내려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다. 디지털 기계가 전자여권을 자동 인식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심사원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얼굴을 확인하고 입국 사유를 묻고 입국 도장을 찍어주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담배를 꺼내 피워대는데, 답답한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불가리아의 소피아로 넘어가며 겪은 고생담을 길게 털어놓은 이유는 비효율적 공공 시스템 운영으로 겪어야 했던 불편과 시간·비용 낭비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스탄불의 오토가리 버스터미널에만 167개의 작은 회사들이 난립해 경쟁하고 있었는데, 이스탄불 시내에 오토가리와 하카리 외에도 유사한 버스터미널이 세 곳 더 존재한다고 들었다. 버스를 운행하는 업체마다 제각각 이용객 모집을 위해 상시 대기를 하고, 이용객은 이용객대로 헤매고 고생한다.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운행하지만 여러 지역에 여러 대의 버스로 분산되어 있기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여행 국가의 교통 시스템을 잘 모르는 필자와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간 낭비를 하고 심적 고통을 겪으면 다시는 해당 국가를 방문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도서관통계에 의하면 서울시 공공도서관은 서울시가 직영하는 서울도서관, 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육청 도서관 22개소, 25개 자치구가 운영하는 자치구 공공도서관 173개소, 사립 공공도서관 7개소로 구분된다. 자치구 구립도서관 173개소는 다시 구청에서 직영하는 공공도서관과 문화재단이나 시설공단의 공공위탁 도서관, 그리고 민간위탁 도서관으로 나뉜다. 공공위탁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과 재단법인이, 민간위탁의 경우는 민간재단, 학교법인, 종교법인, 민간법인이 위탁해 운영한다. 한 자치구 내에서 민간위탁으로 적게는 한두 개에서 많게는 다섯 개의 운영기관이 공공도서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마다 각각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운영규정, 대출규정, 서비스 종류도 다르다. 일부 구에서는 구 내의 모든 도서관들의 소장도서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상호대차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해당 도서관 도서만 이용 가능한 구가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를 서점에서 바로 구매해 책을 읽은 다음 도서비를 환급받는 희망도서바로대출제를 도입해 1년에 이용자 1인당 24권까지, 4인 가족 약 백만 원까지 도서비를 제공하는 구도 있다.
수십만 권의 전자책과 고급 데이터베이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영어원서 자료는 물론 고급 영어학원에서 회원제로 운영하는 값비싼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구가 있는 반면, 전자도서관 자체가 없는 구도 있다. 서로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다 보니 지역별, 도서관별 격차가 상당하다. 도서관 수, 예산, 소장 장서, 운영 인력 등 기본 지표에서도 지역별로 두세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도서관이 통합되어 있지 않으면 필요한 도서를 찾기 위해 이 도서관 저 도서관 홈페이지를 넘나들며 자료 검색을 해야 하고, 구별로 혹은 도서관별로 회원가입을 따로 해야 한다. 이용자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정확한 이용 데이터 확인도 어렵다. 회원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니 중복된 회원이 많아 도서관 이용회원 수도 정확하지 않다. 시스템이 통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 도서관별로 이용 데이터를 산출하느라 많은 인력들이 데이터 입력과 산출 작업에 시간을 쏟고 있다. 각기 다른 인력들이 입력하다 보니 오류도 잦다. 다시 중복된 데이터를 수합해 전체 통계를 내다 보니 정확한 서울시 전체 공공도서관 회원수와 성별·연령별·세대별 도서관 이용률, 지역별 도서관 이용률, 각 자료의 이용건수 등 정확한 데이터 확인이 불가능하다.
공공도서관 네트워크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 뉴욕공공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시스템 사례를 들어보겠다. 뉴욕시에 위치한 공공도서관들의 네트워크 통합 시스템이다. 브롱크스, 맨해튼, 스태튼아일랜드 자치구에 지점을 두고, 총 92개의 도서관에 약 5천5백만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 미의회도서관 다음으로 큰 규모의 통합도서관이다. 뉴욕공공도서관 통합 홈페이지에서 《레슨 인 케미스트리(Lessons in Chemistry)》 도서를 검색하면 92개의 도서관에서 총 442권을 소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 한 번의 검색만으로 단행본, 전자책, 오디오북, 대활자본 책을 구분해서 보여주고, 각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과 현재 대출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핀란드 헬싱키 수도권 도서관 네트워크 시스템(Helsinki Metropolitan Area Libraries)은 일명 ‘헬멧(Helmet)’으로 불린다. 헬싱키 인근 지역의 헬싱키(Helsinki), 에스푸(Espoo), 카우니아이넨(Kauniainen), 반타(Vantaa) 네 도시의 공공도서관들로, 66개의 도서관과 6개의 이동도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320만 점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고, 연간 약 천6백만 점의 자료가 대출된다.
헬멧의 모든 도서관들은 공통된 운영규칙, 절차 및 서비스가 있다. 도서관 카드 하나로 네트워크의 모든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상호대차로 네트워크 도서관의 자료를 거주지 가까운 도서관에서 요청하고 반환하고 연장할 수 있다. 헬멧에서 《레슨 인 케미스트리》를 검색해보자. 언어별로 스웨덴어, 핀란드어, 러시아어, 독일어, 영어 판으로 7종이 나오며, 각 도서관별 소장 권수, 대출 가능한 도서관 수와 장소를 알려준다. 51개의 도서관에서 총 91권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과 각 도서의 대출 및 예약 상태도 보여준다.
대중교통이나 초중고 학교 같은 공공시설은 국가가 투자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듯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 역시 통합 관리해야 효율적이다. 통일된 규정과 지침으로 지식과 정보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시민의 불편을 덜어주고,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도서관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합하고 회원 통합과 서지 통합으로 도서 자원과 데이터를 공유해야 시민들은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제공받고 공평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최근 20여 년 동안 서울시 공공도서관들은 양적인 확장과 인프라 발전, 다양한 문화 서비스로 놀랍도록 진화 발전했다. 하지만 다원화된 시스템, 각각의 운영정책과 서비스 지침으로 시민들이 겪어야 하는 혼란과 어려움은 여전하다. 도서관 일선 현장에서는 위탁 운영기관, 해당 자치구,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옥상옥의 상급기관이 요구하는 제각각의 월별, 분기별, 연간 운영보고서와 각종 데이터 작성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를 하고 있다. 이제 정부나 운영기관의 편의와 이익이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과 어려움 해소, 일선 도서관 직원들의 불필요하고 중복된 업무 감소, 서울시민 전체의 정확한 공공도서관 이용 데이터 확보와 제대로 된 독서력 평가분석의 관점에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공공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공공도서관 네트워크 시스템 통합이라는 혁신이 필요하다.
조금주_작가, 넥스트 라이브러리 대표
작가, 넥스트 라이브러리 대표. 도곡정보문화도서관과 반포도서관 관장을 역임했다. 2023년 1월 1일, 도서관 건립 컨설팅, 운영 자문, 사서 교육 등 도서관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도서관의 미래를 기획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도서관 연구소 ‘넥스트 라이브러리(Next Library)’를 열었다. 쓴 책으로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2015),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2017)이 있다.
최근 해외의 공공도서관들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도서관마다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그 변화의 기저를 살펴보면, 정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인쇄매체의 선호도 감소, 증가하는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매체 활용, 이용자들의 서비스 확대 및 공유 공간 요구, 여기에 다양한 세대와 계층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지역공동체의 노력 등이 그 요인으
계층간 세대간 디지털 격차 심화디지털화는 현대인의 삶에 점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과 정보 습득, 쇼핑, 의사소통, 공공 서비스, 문화생활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각종 디지털 기기나 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들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로 인해 디지털 격
도서관 스토리텔링의 시작 전 세계 대부분의 공공도서관마다 공통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어린이 대상의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공공도서관 프로그램의 핵심이며, 역사도 오래되었다. 19세기 중반에 유럽과 북미의 출판사들이 어린이책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책의 인기는 상당히 커지게 되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아동문학을 전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