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몇 살 때인지는 몰라도 어머니가 보리차에 말은 밥 한 숟갈에 장조림 한 조각을 얹어 먹여주신 것이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음식이다. 구수한 보리차의 향과 간장의 짭조름함이 기억난다.
Q 음식에 매료된 계기가 있나.
A 중·고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도시락의 밥을 넣는 칸에 반찬을, 반찬 칸에 밥을 싸주셨다. 이런 어머니 덕분에 음식은 나의 생활에서 항상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 같다. 그 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가서 혼자 있는 동안 음식을 직접 조리하면서 음식에 관한 관심의 범위가 확장됐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내가 먹고 싶은 맛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퓨전’ 요리를 시도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음식의 세계는 끝이 없구나’와 ‘먹는 것은 어디나 똑같네’의 깨달음을 반복하면서, 또 음식을 통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들의 문화를 접하면서, 점점 더 깊이 음식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다.
A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오는 1920년대 파리, 예술가들과 문인들이 모이는 살롱이었던 거트루드 스타인의 아파트에 초대받고 싶다. 그녀와 같이 살았던 연인 앨리스 B. 토클라는모든 요리를 담당했고 후에 《앨리스 B. 토클라스 요리책(The Alice B. Toklas Cookbook)》을 펴내는데,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자서전이자 당시 파리 예술가들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주는 역사적 기록이다. 이 책에 어느 날 피카소가 점심을 먹으러 왔던 날의 기록이 있는데, 이날 앨리스는 시금치 수플레를 요리했다. 의사의 지시로 붉은 고기를 금해야 했던 피카소를 위해 준비한 음식이다. 나는 주방에서 앨리스와 함께 시금치 수플레를 만들고 맛보며 이야기하고 싶다.
Q 유학시절, 유독 그리워했던 음식과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A 나는 어디에 있든 특별히 ‘고향’의 음식을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머무는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음식에 푹 빠져드는 편이다. 내가 그리워하는 음식은 보통 머문 기간이 짧았던 곳, 여행지의 음식이다. 아마도 이건 그 음식이 그리워서라기보다 여행 또는 여행과 같았던 시간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 머문 시간이 길지 않아 음식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Q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디저트가 나오면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식의 ‘구내식당 직장 계급표’가 있다고 한다. 사회·문화적으로 보았을 때 음식에도 계급이 있을까.
A 당연히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문화이고 문화는 구별을 통해 만들어진다. 구별이 문화의 속성이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구별하고 또 구별 당한다'고 설명한다. 문화의 다양성은 곧 구별 기준의 다양성이기도 하다. 디저트까지 나오는 구내식당 메뉴는 경제적 구별을 통해 나타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면, 회사 뒷골목에 있는 간판도 없는 와인바의 음식을 즐기는 것은 또 다른 구별에 기반을 둔 문화다. 숨어 있는 맛집을 알아낼 만한 우월한 미식 센스와 같은.
Q. 현대 식문화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맛의 시각화. 맛이라는 경험은 모든 감각적 경험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혀로 느끼는 다섯 가지 맛 외에 냄새, 촉감, 온도 등 거의 모든 감각적 정보를 종합하여 느끼는 뇌의 지각을 통한 경험이다. 상황에 따라 이 중 어떤 요소가 다른 것들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각 경험에 다른 모든 것들이 함몰되는 듯하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정도가 맛 경험을 결정짓는 지배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Q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음식과 그 이유는?
A 당근 케익, 당근 머핀, 당근 샐러드 등. 실수로 당근을 너무 많이 주문해서 당근을 이용한 모든 레시피를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A 피난처, 위로, 각성제, 자유, 그리고 모험(종종 책에는 나의 믿음과 생각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Q 음식-문화-사회학. 정소영 안에서 이것들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A 먹는 행위는 생존본능이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또는 먹지 않는지는 문화다. 오늘 점심에 고른 메뉴에 대해 생각해보라. 혹시 다른 장소에 다른 사람들과 있었다면, 주머니 사정이 달랐다면, 어제 맛집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보지 않았다면, 채식주의자였다면 등등.아마도 다른 것을 먹지 않았을까? 사회학적 상상력은 오늘 점심 메뉴의 선택이 온전한 자유의지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내 생각과 행동을, 나의 정체성을나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소와의 관계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상상력이다.
Q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식탁을 경험하고 싶은가.
A 고대 그리스 시대(기원전 5세기 즈음)의 아테네에서 열렸던 향연. 이 향연은 고대 그리스어로 ‘심포시온’이라 불렸는데, 심포시온은함께 술을 마신다는 것을 의미하지만사실은 화려하고 진귀한 음식도 포함된 연회였다. 주최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음식과 술과 토론과 여흥을 즐기는 장이었다. 그곳의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과 물을 타서 마셨다던 와인이 궁금하다.
삶에 찾아온 슬픔의 경험담을 작가의 말대로 ‘삶을 초과하지 않는 글'로 담아냈다. 담대한 솔직함으로 밀고 들어오는 사적인 에세이지만 꼭지마다 두세 권의 책을 소개하고 인용해서 책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이 작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는 것이 흥미롭다.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배수아)
알타이의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 듯한 작가의 몽골 여행기.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멀리 떠날 수 있는 여행은 이 책을 읽는 것. 잠들기 전 읽는 책이다.
《마지막 이야기들》(윌리엄 트레버)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소설집. 평범한 삶의 모습이 단어 하나의 낭비도 없는 완벽한 글로 재현된 것을 보는 특별한 희열이 있다.
《무자비한 알고리즘》(카타리나 츠바이크)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인공지능에 대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읽어볼 만한 책.
《믿음에 대하여》(박상영)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연작소설. 박상영은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가다.
정소영_문화사회학자
영문학, 미디어, 문화연구, 사회학을 전공한 문화사회학자.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인)문학의 위기 담론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런던대, 서강대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통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함께 당대의 사회 문화적 상황 등을 현재의 사회적 이슈와 맞대어 풀어내는 《맛, 그 지적 유혹》, 맛 경험을 이비인후과 의사와 함께 생물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모든 맛에는 이유가 있다》가 있다. 영국의 학술단체 더 케어 컬렉티브의 《돌봄 선언》을 우리말로 옮겼다.
올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이 600호를, 창비 시인선이 500호를 맞이했다.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선정 이유로 “강력한 시적 산문을 쓴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는 평을 했다.지금 이 시대에 시는 어떤 매혹을 가지고 있을까.문학과지성사 전 대표이자 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그리고 35년 이상 시를 쓰면서 여덟 권의 시집을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4월호에서는 아직 독립 못 한 책방을 운영하는 박훌륭 약사님을 소개한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A 반갑습니다. 약국 내에 ‘숍 인 숍’으로 ‘
Q 안녕하세요, 선생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감사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김순식입니다. 감사교육원은 감사원의 소속 기관이고 감사원 직원들의 감사에 필요한 교육을 시키는 곳입니다. 감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 교육, 전문 교육, 감사 방법론 교육 등을 하고, 외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감사 업무 종사자들에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