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 매직’이 올해는 좀체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아침저녁 살갗에 닿는 선선한 바람은 분명 가을의 것이다. 곧 맞이할 ‘책의 계절’에는 그 정취를 오롯이 느낄 만한 곳을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가을에 제 매력이 더욱 뚜렷해지는 도서관들을 소개한다.
용인 - 도심 속에 수놓인 가을 풍경, 남사도서관
한숲물빛공원을 품은 남사도서관 전경 ⓒ용인시
아파트 숲 사이로 다소곳이 자리한 작은 산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연면적 3,382㎡,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도서관이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훼단지로 유명한 용인시 남사읍, 이곳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원예’를 특화 주제로 한 남사도서관이 있다.
지난 2018년 9월 문을 연 용인시의 17번째 공공도서관인 이곳은 빼어난 건축적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이듬해 ‘제24회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산을 형상화한 외형은 도서관을 둘러싼 아파트 숲과도 어우러져 도시가 그린 산수화 같기도 하다. 건물 뒤편으로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억새로 출렁이는 한숲물빛공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저 멀리 시선을 옮기면 함봉산의 능선을 그대로 눈에 담을 수 있다.
탁 트인 개방감이 일품인 남사도서관 내부 ⓒ용인시
안으로 들어서면 1층과 2층이 경계 없이 이어져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계단식 구조에 배치된 열람석은 책을 읽거나 자유로이 쉼을 즐기기 좋고, 서가의 높이도 낮아 아이들도 마음껏 책을 골라 읽기 편하다. 곳곳에 자리한 식물들은 공간에 싱그러움을 더하고, 통창 너머로 보이는 호수 풍경은 가을로 넘어갈 채비를 하는 계절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원예 특화 도서관답게 원예 장서만 모아둔 서가와 원예 강좌 프로그램은 남사도서관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덧칠한다.
이용 정보
위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한숲로 61
이용 시간
평일 09:00~22:00 / 주말 09:00~17:00
휴관
첫 번째·세 번째 월요일 및 명절, 법정 공휴일 휴관
문의
031-324-4735
홈페이지
lib.yongin.go.kr/namsa
부산 – 가을 경치의 진면목, 동구도서관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동구도서관 책마루 전망대 ⓒ부산동구청
가을에 부산 여행을 계획한다면, 가을 색이 내려앉은 부산항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동구도서관도 일정에 넣어 보자.
1998년 4월 문을 연 동구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배움터로, 여행객들에게는 부산의 매력적인 삶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산 성북시장 입구부터 좌천아파트까지 약 400m가량에 조성된 웹툰이바구길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동구도서관에 닿는다. 도서관 외관은 평범하지만 옥상 전망대인 ‘책마루 전망대’에 오르면, 찾아오느라 힘들었다는 투정쯤은 말끔히 털어버릴 만큼 시원한 풍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특히 전망대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돼 부산 원도심의 낭만적인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행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도서관 출입구부터 4층 전망대까지는 20m 높이의 경관 엘리베이터로 이어져 있어 부산항과 산복도로의 수려한 풍광을 미리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촬영 스폿이 방문객을 반긴다.(오른쪽) ⓒ부산동구청
전망대에는 연필 모양의 원형 계단이나 책 모양의 벤치 등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촬영 스폿도 마련돼 있어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다. 그동안 익숙했던 도서관 풍경에서 벗어나 부산 원도심의 가을을 천천히 조망할 수 있는 이색적인 도서관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용 정보
위치
부산광역시 동구 성북로36번길 54
이용 시간
화~금 09:00~22:00 / 토 09:00~18:00 / 일 09:00~17:00
휴관
월요일, 국경일, 법정 공휴일 휴관
문의
051-440-6411
홈페이지
www.bsdonggu.go.kr/library
서울 - 가을 정원의 너른 품, 양천공원 책쉼터
독특한 외관을 한 양천공원 책쉼터 ⓒ양천구청
양천공원 책쉼터는 양천 근린공원의 야외 공연장을 개조해 마련한 곳으로, 조용하고 정숙한 분위기 속에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오후를 보내듯 책과 더불어 쉬어 가기 좋다.
양천공원은 1988년 조성돼 30여 년간 거대한 야외 공연장만 덩그러니 있던 노후 공원이었으나, 2020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체험 시설과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갖춘 생활밀착형 숲으로 거듭났다.
양천공원 책쉼터는 제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주변 지형과 수목에 어우러지도록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마치 자연경관을 최대한 음미할 수 있도록 한 우리네 옛 한옥의 이상향과 닮았다. 이러한 건축적 조화는 ‘책쉼터와 주변 공원, 놀이터를 연계한 설계로 소통과 화합, 독서와 이야기, 쉼과 치유를 아우르는 통합적 커뮤니티 공간을 연출했다’는 호평을 얻으며 2021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과 서울특별시 건축대상 우수상을 받는 영예로 이어지기도 했다.
통창 밖으로 양천 근린공원의 너른 풍경이 보인다. ⓒ서울시청
책쉼터는 공원의 나무들을 최대한 자르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했기에 그 구조가 매우 독특하다. 그래서일까. 책쉼터 안에서는 통창을 통해 숲에 내려앉은 계절색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책쉼터를 채우는 책들도 서가에 촘촘히 자리하기보다는 헐겁고 여유롭게 배치돼 어디든 기대어 앉아 책을 읽으며 일상의 호흡을 고르라 말을 거는 듯하다.
이용 정보
위치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111
이용 시간
화~일 10:00~19:00
휴관
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문의
010-9809-0596, 카카오톡채널(양천공원 책쉼터)
홈페이지
ycpark.modoo.at
전주 - 가을 산속 비밀스러운 오두막집,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숲속 오두막 같은 모습의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외관 ⓒ전주시청
‘책의 도시’, ‘인문학의 도시’로 불리는 전주는 도서관 및 독서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매년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책문화 행사를 개최해 도서관과 책이 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처럼 독서 활성화에 열정적인 전주에는 특색 있는 도서관도 제법 많다. 이 중에서도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전주 시내 평화동의 작은 숲속에 그림처럼 자리한 작은 도서관으로, 등산로 입구에서 학산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 능선을 따라 500미터쯤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내부 모습 ⓒ전주시청
국내 시집을 비롯해 해외 시집 원서, 시화집 등 다채로운 시집을 구비해 놓아, 시집을 펼쳐 마음에 남는 한 구절을 찾으며 시와 자연이 주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숲에서 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오두막집처럼 도서관 내부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내부에 발을 들이면 아늑한 실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입구 왼편으로는 조용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 오른편으로는 작은 2층 다락방 같은 공간이, 아래쪽으로는 계단식 공간이 보인다. 시원하게 트인 창 너머로 숲이 보이고, 책을 읽다 도서관 밖으로 나오면 연못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 가을 산의 풍요로운 빛깔을 천천히 곱씹기 좋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내부 모습 ⓒ전주시청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개관 이래 최근까지 ‘지역작가와 함께하는 공감 낭독’ 행사를 진행하는 등 시민들과 함께 작품 낭독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오고 있다.
도서관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책 대여는 불가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어디서든 읽고 반납할 수 있다. 명예 관장은 <섬진강>으로 유명한 전북 임실 출신의 김용택 시인이 맡고 있다.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의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전국 도서관에서는 함께 환경을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는 특별한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다.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의 ‘우.환.지’를 만나 기후환경 독서모임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서관에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독서동아리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대문구답십
기네스 사가 매년 출간하는 일종의 참고도서인 《기네스 세계 기록》에는 전 세계의 이색적인 기록들이 담긴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등으로 인정받은 기록 모음집이다. 맥주를 만드는 회사에서 이 책을 출간한 것은, 그 회사에 재직 중이던 한 임원이 친구들과의 논쟁으로부터 시작해 특이하고 신기한 기록들을 모아 책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에서
내가 온 세상에 가져다 주는 건 ‘물건’이 아니란다 주위가 온통 새하얘지는 12월 365일을 일 년으로 묶으니 마지막 달인 12월은 더욱 특별해질 수밖에 없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교차해서일까? 12월이 되면 주위도 돌아보고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가까운 사람들과 한 해를 정리하는 모임도 하고 선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