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착한 달걀은 착한 일을 나서서 하며,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머리에 커다란 금이 생긴 후, 한 가지 다짐을 한다. 과연 착한 달걀은 어떤 다짐을 했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는 착한 달걀의 다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른과 아이가 함께 대화를 하며 읽어야 할 그림책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단순히 책의 줄거리를 알려주고 그림을 같이 보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중간중간, 아니면 책 읽기가 다 끝나고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책 읽기라고 말하기 어렵다.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책을 소화하는 일이다.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음식이 탈을 일으키듯 혼자 책을 읽고 내 뜻대로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내 의견이라도 말하기와 다른 의견 경청을 통해 정리되고 수정되어야 단단해진다. 그때 비로소 나의 견해라 낙관을 찍을 수 있다.
다른 책도 그렇지만 《착한 달걀》은 꼭 아이와 대화하며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혼자 읽기보다 어른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어린아이들은 아직 어떤 행동에 대해 상황을 분석하여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착한 달걀이 바로 그렇다.
나는 온갖 착한 일을 다 하고 다녀. 예를 들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어주고
마른 화분에 물도 주고
구멍 난 타이어도 바꿔 주지.
낡은 집에 쓱쓱 페인트칠도 해 줘.
뭐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난 착한 달걀이니까.
착한 달걀이 고양이를 구해주고, 마른 화분에 물도 주고,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누구라도 돕는 행동은 하나하나 따로 보면 지적할 행동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행동이고 그런 사람들이 있어 사회가 돌아간다.
이럴 때 아이에게 질문해보자. “이런 착한 달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아이들은 다양한 대답을 할 것이다. “뭐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는 글을 보고 “너무 힘들지 않을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칭찬받겠다”라고 답할 수도 있다. 아이의 말에 “아, 그렇게 생각했구나”라고 아이의 생각을 인정해 준 뒤 책을 한 방향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여러 질문으로 내용을 확장해 주어야 한다. ‘착함’과 ‘나쁨’이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굳어져 착함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나쁨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지지 않게 탁구 경기의 핑퐁처럼 아이의 생각을 읽고 질문을 던지며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착함’에 대하여
과거의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사회 규율과 종교적 지식을 학습시키려는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그대로 받아들여 순종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장치였다. 부모들도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랐다. 먹고 살기 바쁜 부모들은 자기 의사가 뚜렷하고 반항적인 아이를 시간 들여 돌보기 힘들었다.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양육 시간이 많이 들고 강도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착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을 때 뿌듯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통념이 언제부턴가 깨지기 시작했다. 착하면 상을 받고 천국 가는 시대가 아니라 착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호구’이고 순종적이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착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로 나와 있다. 영어로는 ‘good’, ‘nice’, ‘good- hearted’이고 ‘마음이 착하다’는 ‘be kindhearted’이다. 보통 낯선 곳을 가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큰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면 문제점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그건 아마도 그런 감정을 강요하여 이용하려 하거나 ‘착함’을 주입시키려는 주위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를 착하게 돌볼 수 있어야 주변을 도와줄 수 있다. 시작점이 중요한 이유다. 먼저 나의 마음을 착하고 다정하게 돌본 후 감정의 여유가 있다면 타인을 향해 열어주면 좋다.
착한 달걀은 자신을 돌보기 전에 앞장서서 모범적으로 살다 이마 껍질에 쫙쫙 금이 가 의사 선생님을 찾았다.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하셨어.
모든 달걀이 나처럼 착해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이래.
모든 사람은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 착한 달걀은 친구들을 떠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자신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 착한 달걀의 모습은 그림책 앞부분보다 훨씬 건강해 보인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기 일과 감정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다.
나와 친구들의 마음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다
달걀 꾸러미에 12개의 달걀이 있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다양한 감정들이 자리한다. 그 감정에는 사용 용량이 정해져 있다. 착한 달걀처럼 착한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만 쓰고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아 채우지 않으면 고갈되고 만다. 또 나를 위해서만 착한 마음을 쓴다면 다른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을 받기 어렵다. 감정도 조화가 필요하다. 화내야 할 상황에는 화도 내고 장난을 치고 싶으면 장난을 쳐도 된다. 단, 또 여기서 강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이들은 사회 규율을 익혀야 하는 시기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과 지키면 좋은 것을 구별하여 알려줄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다. 이 책을 어른들과 대화하며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내 기분대로 맘껏 할 수 있는 것에는 범위가 있다.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피해를 주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데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그림책의 뒷부분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착한 달걀의 기분과 다른 달걀의 감정을 상상하며 읽어보자. 상황극을 해보면 더욱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글을 쓴 ‘조리 존’과 그림을 그린 ‘피트 오즈월드’의 전작 《나쁜 씨앗》도 함께 보길 추천한다.
허유진_숭례문학당 강사
현재 숭례문학당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그림책과 어린이 글쓰기 관련한 다양한 강연과 모임의 리더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로 출간 81주년을 맞은 이 책.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명을 준다. 어릴 때 읽고, 성인이 되어 또 읽는 동화책 《어린왕자》를 조금 깊이 있게 살펴보자. 사막에 불시착하다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삶의 궤도를 따라 바쁘게 돌고 있는 우리는 책 속의 조종사가 사하
표지에는 할아버지와 아이가 긴 의자에 앉아있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보며 웃고 있지만 할아버지의 얼굴은 밝게 보이지 않고 앉은 모습도 흐릿해 보인다. 뒤표지에는 모래벌판에 선인장과 원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모두의 시간은 지워진다모든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의 기억은 매일 지워진다. 요즘은 스마트 기기가
그림책은 어린이만 읽는다? 혹자는 글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얘기하지만, 최근 그림책은 성인 독자에게도 큰 인기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이해시키기 위해 읽는 경우도 있지만 그림책을 통해 위로받는자 하는 독자도 점점 늘고 있다. 성인과 어린이가 함께 보고 감동할 수 있는 한 권의 그림책을 펼치고 좀더 깊숙히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