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당일배송으로 책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인천의 작은 공간에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1년 휴학을 했다.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3개월 동안 머물며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사흘은 여행을 다녔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책방을 오픈했는데 그게 바로 ‘소심한책방’이었다. 복학하고 나서도 책방을 자주 오가며 ‘이런 공간을 인천에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되었다.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마음속 깊은 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퇴사를 하고 받은 퇴직금으로 책방을 오픈했다. 서울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천에서 수상하고 재밌는 일이 벌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Q책방 모도가 자리한 지역의 풍경, 분위기를 소개해 달라.
A 화수동은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다. 세계목욕탕 굴뚝에서는 아직도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오토바이 탄 우체부 아저씨가 가파른 고개를 오르내리며 편지를 나른다. 상추와 고추를 심은 고무 대야가 딸린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눈이 내리면 너나 할 것 없이 골목으로 나와서 함께 눈을 쓴다. 화수동 할머니들은 나를 ‘책방 색시’라고 부른다. 동네에 얼마 없는 젊은이라서 어르신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를 찾는다.
Q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
A 동네 할머니가 오래전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있냐고 책방에 오셨다. 새 책은 못 구해도 인터넷 중고책방에 재고가 많아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다음날 책을 구해드렸더니 할머니가 정말 고마워하셨다. 심부름값을 챙겨주신다기에 사양했더니 강화도에서 직접 기른 과일을 선물해주셨다. 알고 보니 그 책은 할머니가 몇 년을 수소문했지만 못 구한 책이었다. 인터넷에서 당일배송으로 책을 살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접근성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오프라인 동네 책방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체감하는 계기였다.
A 책방을 열기 전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출퇴근길 지나치는 모든 가게의 상인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특히 어린이들이 책방에 오면 기쁨이 두 배다. “어? 이거 우리 학교에도 있는 책인데! 여기서 보니까 읽고 싶어져.” 최근에 어린이 손님에게 들은 최고의 칭찬이다.
Q 큐레이션의 기준은 어디에 두는가.
A 읽고 좋았던 책과 읽고 싶은 책을 입고한다. 입고하는 기준보다는 입고하지 않는 기준이 뚜렷한 편이다. 정답을 강요하는 책, 어떤 대상을 혐오하거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책은 입고하지 않는다.
Q 인간 문서희가 요즘 푹 빠져있는 것은?
A 30대에 접어들며 운동을 시작했다. 새벽에는 요가를 하고 저녁에는 축구를 한다. 책방 이름처럼(모 아니면 도) 뭐든 적당히 하는 법이 없어서 주 6일 운동을 하고 있다. 책방 일은 생각보다 강한 체력을 요한다. 지치지 않고 계속 일하기 위해서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Q ‘인터넷 약정기간 동안만 책방을 지켜보자’는 말을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지킨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A 책방 오픈을 준비할 때는 ‘3년만 버티자’가 목표였다. 인터넷 약정기간이 3년이라 그 전에 폐업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위약금이 아까워서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어느덧 책방을 오픈한 지 5년이 지났다. 지금은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지킨다’가 ‘버틴다’는 의미였다면, 지금은 ‘즐긴다’는 의미다. 5년이 지났는데 책방 일이 지겹지가 않고 즐겁다. 이렇게 계속 즐기다 보면 10년, 20년이 훌쩍 지날 것 같다.
Q 가장 최근에 밑줄 그은 책 속의 문장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이에 학문 따윈 필요 없다. 유기견 보호소에 가보면 된다. 배신당해 버려진 개들이 인간을 증언하고 있을 것이다.(《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응준, 민음사, 47쪽)
A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졌다. 책방 단골손님들부터 북클럽 멤버들까지 비슷한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단골손님’이나 ‘독서 모임 참여자’ 같은 말로는 우리 사이를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그들과 나는 책으로 만난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힘든데 책과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애서가 친구들이 많아져서 흡족하다.
Q 지금 이 순간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좋아하는 일로 먹고산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위기를 겪고 있다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돌파구도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출발해 찾아야 한다. 나만의 돌파구는 무엇인지 고민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문서희가 추천하는 책 다섯 권
《인생의 역사》(신형철)
타인의 고통을 경험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면 영원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 시(詩)가 어려운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박혜윤)
미국 북서부 작은 마을의 오래된 집에서 부부와 두 아이가 함께 살고 있다. 실개천이 흐르고 나무가 잘 자라는 넓은 땅에 살지만 그들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 정기적인 임금노동에도 종사하지 않는다. 그저 통밀을 갈아 빵을 굽고 야생의 블랙베리를 먹고 산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어떤 것도 되지 말기. 실험하듯 시작했던 생활이 벌써 8년째를 맞았다. 이 가족은 원하는 만큼 일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 《월든》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카키》(한수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이 책을 손에 든 순간 아름답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어린 시절 아름답고 애틋한 풍경 속으로 당신을 데려다 줄 것이다. 아마 눈물이 조금 날지도 모른다. 모두가 가슴 속에 동심을 간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권유한다.
《서점 일기》(숀 비텔)
서점의 하루하루가 쌓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유독 서점 일은 낭만적으로 포장될 때가 많다. 사실 서점의 일상은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고양이 배설물을 치우고,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돌덩이같이 무거운 책들을 이리저리 옮겨야 하고, 책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하는 꽤 강도 높은 노동에 가깝다. 그렇지만 드물게 찾아오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날 때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왜 서점을 사랑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갈대 속의 영원》(이레네 바예호)
밑줄 긋다 포기한 책. 책의 위대한 모험이 은하수처럼 흐른다. “독서의 시간은 내게 작고 잠정적인 천국과 같았다. 나는 훗날 모든 천국은 그렇게 소박하고 일시적이라는 걸 이해했다.” 책에서 말하는 작고 잠정적인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책.
문서희_책방 모도 대표
2018년부터 동인천 화수동 골목길 작은 서점 ‘책방 모도’를 운영하고 있다. 적당히 살면 책방 같은 건 엄두도 못 낼 것 같아 ‘모 아니면 도’라는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독서 모임 ‘모 아니면 도 북클럽’을 열고, 매월 한 권의 비밀책을 소개하는 ‘비밀스러운 권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화수동 할머니들 사이에서 일명 ‘책방 색시’로 통한다.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5월호에서는 현직 교사이며 청소년 경제 분야 작가로 10대 경제교육 신드롬을 일으킨 김나영 선생님을 인터뷰했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경제를 청소년기에 놀이처럼 배울 수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설화나 동양 고전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A 동양 신화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나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상상동물이나 신화적 인물의 수가 엄청
다독가들은 책에 영향을 받아 삶의 전환점을 맞은 분을 인터뷰 해서 책의 가치를 꾸준히 알린 더라이브러리의 대표 콘텐츠이다.2025년 부터 다독가들의 형식을 특정 분야의 필자를 인터뷰 해서 그 분야의 책을 읽는 N가지 방식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2025년 첫 호로 《가장 젊은 날의 철학》의 저자이자 유튜버로 이 시대에 철학의 중요성을 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