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급격한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다. 도서관 역시 늘어나는 시니어를 위해 고령자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제외하면 고령자 서비스 대상의 가이드라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앞으로 우리가 갖춰나가야 할 도서관 고령자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노년층 서비스의 중요성
‘시민의 대학(People’s College)’은 공공도서관을 일컫는 말이다. 공공도서관은 연령이나 성별, 경제적 수준이나 학력 등과 관계없이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찾아와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이렇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지식을 쌓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평생학습의 장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는 일찍이 도서관을 정보와 사상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광장(Forum)’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공공도서관이 시민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구성의 변화와 주민들의 정보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최근 한국사회의 두드러진 변화는 단연 출생률의 급락과 노령인구의 증가, 즉 전례 없이 빠른 고령화로 집약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전체의 7.2%로 아직 고령화사회의 초입이었던 반면, 2005년 이 비율이 9.1%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6년 14.5%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다가오는 2026년에는 노령인구 비율이 20.8%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의 진행 속도 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이며, 선진국에서 100년에 걸쳐 일어났던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채 30년이 걸리지 않는다. 2023년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준비가 덜 된 상태로 가장 급격한 노령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2020년 이후 80세 이상의 고령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령인구에 대한 복지정책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노령인구의 여가와 학습, 재취업 등을 위한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평일 일과시간 공공도서관의 주된 이용자가 노년층인 도서관이 많으며, 이런 현상은 공공도서관 회원 등록자의 연령별 비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노년층을 위주로 한 성인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도서관에서는 은퇴 후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겪는 노인 이용자들이 다른 연령층의 이용자와 교류하며 여가를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적절한 서비스와 독서 보조기기, 그리고 시니어 스페이스 등 노년층을 위한 정보 활용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노년층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 사례
의학 기술의 발달과 의료 서비스의 개선에 따라 노년층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도서관들이 노년층 대상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도서관 내에 시니어 스페이스를 설치해 노년층이 도서관에서 여유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노년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년층 서비스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미디어 창작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60세 이상의 중·노년층이 1인 미디어를 제작,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실 전통적으로 공공도서관의 노년층 대상 서비스 중 대표적인 것은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많은 도서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전자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논현도서관은 정보 매체 교육 프로그램 ‘나의 이야기를 쓰고 전자책에 담다’를 통해 작품을 제작하고 그 결과물 편집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노년층 서비스는 ‘시니어 스페이스’나 ‘책 전달’과 같은 물리적 편의성을 제공하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노년층이 정보기술을 활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가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역으로 중·노년층(50+)을 들 수 있다. 아직 노년층에 편입되지 못한 50대 후반 이상의 은퇴자를 중심으로 한 중·노년층의 사회 적응과 건강성은 향후 노령층 인구 구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항상성(social homeostasis)에 중요한 요건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노년층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대된 ‘예비 노년층’으로서 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 문화, 건강,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중·노년층의 정보 접근권 확대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중·노년층에게 교육은 새로운 정보의 획득과 관련돼 있는데, 현대사회에서는 정보를 이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정보기기나 정보 서비스를 운용하기 위한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를 지녀야 한다. 즉,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능동적으로 정보기술을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러한 능력의 학습에는 일정 정도의 경제적, 정서적, 시간적, 육체적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따라서 노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많은 조기 은퇴자 등 50+세대가 정보기술의 편리함과 유익함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에 노출될 경우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정보화와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으므로, 고도 정보사회가 구축된 한국사회에서 중·노년층이 정보 역량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적 역량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공공 정보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사회적 소명을 다한 후 은퇴한 중·노년층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이 공공 영역에서 자유롭게 유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중·노년층의 삶의 질 문제는 정보복지의 측면에서 파악돼야 한다. 특히 대도시 지역의 중·노년 인구는 상당수가 활발한 사회 경험 이후에 퇴직한 경우가 많고, 최근의 조기 정년과 건강한 노년의 추세를 볼 때 퇴직 이후에도 역동적인 참여적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중·노년층은 생애의 배경이 다양하며, 경제적,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그룹이다. 축적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양과 질이 다르고, 건강, 재취업, 교육, 주거 등과 같은 일상적 정보 요구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며, 이와 더불어 참여에 대한 욕구와 사회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 중·노년층의 일부는 사이버 공간의 공동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조사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과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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