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하얀 구름의 땅’이란 뜻을 가진 ‘아오테아로아’는 뉴질랜드를 가리키는 말로, 뉴질랜드(New Zealand)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사용하는 마오리어 이름입니다.
본래 마오리족이 거주하던 곳은 *하와이키(Hawaiki)라는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쟁과 소수 부족과의 전쟁으로 인해 식량난에 시달리자 마오리족은 배를 타고 새로운 섬을 찾아 나섰는데요, 그 과정에서 하와이키의 족장인 쿠페(Kupe)가 뉴질랜드를 발견합니다. 쿠페의 부인이 멀리서 뉴질랜드를 보고 “저기는 섬이 아니라 길고 하얀 구름”이라고 말했고 마오리족은 뉴질랜드를 ‘아오테아로아’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 ‘Kia Ora’는 마오리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와이키(Hawaiki):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이 원래 거주하던 곳으로 정확한 장소는 알 수 없다.
이번 스페셜 투어에서는 휴가 기간에 방문한 ‘뉴질랜드’ 여행 기록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뉴질랜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뉴질랜드의 자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This is New Zealand>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뉴질랜드가 가진 아름다운 피오르드의 모습과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모습을 항공 촬영을 통해 담아냈습니다. 총 세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되어 21분간 세 개의 분할된 화면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는 뉴질랜드의 위치와 전통 문양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뉴질랜드에 뿌리를 내린 마오리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서서히 현대의 모습으로 페이드아웃 되는데요,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난 후 뉴질랜드가 세계인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말이죠.
최근 뉴질랜드는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과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세계에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 가장 적은 나라가 바로 뉴질랜드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1.3배나 큰 27만㎢지만 인구는 약 500만 명밖에 되지 않아 드넓은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만 나가도 소, 양 떼들이 풀을 뜯으며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다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토의 52%가 농경지나 목초지이고 29%가 산림지역이라고 하니 뉴질랜드가 가진 자연의 크기가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클랜드와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이 있는 북섬, 퀸스타운과 크라이스트처치가 있는 남섬으로 나누어진 특이한 구조를 가진 뉴질랜드는 취향에 맞게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자연을 보고 싶은 사람은 끝없이 자연이 펼쳐진 북섬을, 적절한 현대문명과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남섬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또 남섬에서 북섬까지는 육로를 이용해 이동할 수 없어 비행기 혹은 페리를 타고 가야 합니다. 뉴질랜드의 수도는 북섬 최남단에 위치한 웰링턴이며 경제 중심지는 북섬의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입니다. 북섬이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경제 발전이 잘 되어 있다면, 설산과 호수 등 길고 거대한 산줄기가 이어지는 남섬은 아름다운 절경이 끊임없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과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알려진 뉴질랜드는 인간이 깨끗한 대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과 황금빛 해변 그리고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있는 이곳, 뉴질랜드를 소개하겠습니다.
북섬은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와 수도인 웰링턴이 있는 곳으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변화가 많이 된 곳입니다. 페리를 타고 가까운 섬으로 이동이 가능해 다양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남섬에 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생태보호구 섬들 그리고 문화와 역사의 향기가 짙은 활기찬 도시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북섬 지도 일러스트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 〈반지의 제왕〉 영화 포스터
J. R. R.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의 영화 촬영지는 뉴질랜드의 북섬의 관광 명소 오클랜드와 로토루아 사이에 자리한 작은 마을, 와이카토입니다. 와이카토는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3부작에 등장하는 호빗 마을 샤이어의 촬영지입니다.
* 가이드 투어에 참여해 들은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가이드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1998년, 영화감독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장소를 찾고 있던 중 와이카토 지역을 보게 됩니다. 감독은 현대문명에 의한 발전이 많이 이루어져 있지 않고 풀로 뒤덮인 언덕과 구불구불한 길들이 소설 속 호빗 마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답니다.
“뉴질랜드는 내가 상상한 그대로의 소설 원작 속 중간계이다.
방문객들 역시 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 피터 잭슨 –
언덕에서 바라본 호비튼 무비세트장
실제로 톨킨이 소설에 묘사했던 커다란 나무, 호수, 풀로 뒤덮인 언덕 등과 많은 부분이 일치했습니다. 영화 촬영지가 되기 전에는 알렉산더 가의 양떼 농장이었다고 하는데요, 현재도 촬영 세트장 주변에는 알렉산더 가의 염소, 양 등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호비튼 대표 알렉산더 러셀(Russell Alexander)
농장의 주인인 알렉산더 러셀(Alexander Russel)은 영화에 관심이 없어 세트장 건설을 반대했지만 러셀의 아들이 〈반지의 제왕〉 골수 팬이어서 아버지를 설득해 피터 잭슨 감독이 세트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다만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가공되지 않은 목재, 합판 등을 사용하여 세트장을 짓고 영화 촬영 후에는 원상복구할 것을 약속했다고 하죠. 그렇게 1999년 12월에 촬영을 시작해 2001년 개봉한 〈반지의 제왕〉 1과 2가 대박을 쳤고, 많은 사람들이 촬영지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촬영지가 많은 사랑을 받자 러셀은 2002년 첫 호비튼 투어를 시작합니다. 실제로 영화 촬영 이후 원상복구하는 것이 원칙이었던 탓에 철거 직전의 모습을 한 호빗 하우스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반지의 제왕〉 촬영지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해요. 이에 러셀은 적극적으로 세트장 건설을 지지했고 2009년 영화 〈호빗〉을 촬영할 때는 세트장을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해 건설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영화가 흥행하지 않아 지금 보고 있는 호빗 마을을 구경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지만, 실제로 원작 소설과 영화를 적어도 50번 이상 본 사람으로서 영화의 흥행에 제가 0.0001% 정도는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요…?
인테리어가 끝난 후 볼 수 있는 내부 모습의 데생 버전(좌) / 공사로 인해 호비튼 투어에서 제공하는 선물, 수제컵(우)
2023년 12월까지 구경할 수 있는 집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어 내부를 둘러볼 수 없었지만 2024년부터는 들어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공사로 인해 구경할 수 없는 공간들이 있어 수제 컵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2023년에 방문을 하게 된다면, 그린 드래곤 인(Green Dragon Inn) 쪽으로 가는 입구에 2024년 공사가 끝난 후 관람할 수 있는 내실의 모습이 그려진 커다란 안내 그림판을 볼 수 있으니 이 부분 참고해서 관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양들의 모습 뒤로 보이는 카이마이 산맥(Kaimai Ranges)
호비튼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피터 잭슨 감독의 고향이 뉴질랜드이기 때문에 촬영지를 그곳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투어가 진행되면서 촬영 장소를 방문해 광활하게 펼쳐진 대자연의 모습을 보니 이곳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납득되었습니다. 샤이어의 완만한 구릉 지형과 그 뒤로 아름답게 펼쳐진 카이마이 산맥(Kaimai Ranges)은 호빗마을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빌보 배긴스, 프로도 배긴스의 집인 '백 엔드(Bag End)', 호빗들의 주점이자 여관 ‘그린 드래곤 인(Green Dragon Inn)’과 생일잔치와 파티를 즐기던 마을 중앙의 거대한 나무 ‘파티 트리(Party Tree)’ 등 영화 속 장면이 생생하게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호빗 마을에 도착한 후부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정말 호빗 마을에 온 듯해 〈반지의 제왕〉 덕후의 마음에 불을 질렀답니다. 영화는 호비튼 무비세트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을 통틀어 무려 150개가 넘는 지역에서 촬영했으니 다른 장소들도 궁금하다면 ‘반지의 제왕 촬영지 투어’를 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뉴질랜드 내 반지의 제왕 타 촬영지
ㅇ 해밀턴-와이카토 지역의 중앙에서 도보 투어를 통해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 등장하는 호빗 마을, 샤이어를 구경할 수 있다.
ㅇ 작품에서 절대 악으로 묘사되었던 ‘사우론’의 고향, 모르도르의 배경지가 되었던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트레킹 코스를 통해 ‘어둠의 땅’ 모르도르로 향하는 여정을 재현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장소 20곳 중 하나’로 선정된 ‘와이오타푸(Wai-O-Tapu Thermal Wonderland)’는 수천 년에 걸친 지열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지대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다채롭고 독특한 지열 요소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마오리어로는 ‘신성한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물 색이 다양하고 유황호까지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화산활동이 이루어지는 여러 지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트랙을 따라 감상할 수 있으며 왕복 한 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1-3코스 기준, 왕복 한 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코스에 따라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트랙을 걸으며 약 23개의 화산 지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의 분화구는 모두 활화산으로, 물에서 화산가스가 나오는 것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다양한 분화구들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티켓 검사를 마치고 나오면 잘 정돈된 트랙 주변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습니다. 거대한 수풀들을 보며 걸으니 뜨거운 화산수가 나오는 곳에서도 자라나는 자연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예술가의 팔레트(Artist's Palette)
사진 속 분화구는 ‘예술가의 팔레트(Artist's Palette)’로, 다양한 색이 더해진 모습을 볼 수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유황 호수인 예술가의 팔레트는 바람, 물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변합니다. 이 때문에 자연적 화학물질에 의해 다양한 색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햇빛, 바람에 따라 모습이 변하지만 이틀 연속으로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아티스트의 팔레트라는 이름이 참 어울리는 분화구였습니다.
노란색: 유황, 주황색: 안티몬, 하얀색: 실리카, 녹색: 유황 및 염화철,
적갈색: 산화철, 검정색: 유황 및 탄소, 자주색: 이산화망간
샴페인 풀(Champagne Pool)
와이오타푸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샴페인 풀(Champagne Pool)’은 직경 65m, 깊이 62m, 표면 온도는 74도로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분화구입니다. 이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하는 거품이 샴페인과 비슷하다고 해서 샴페인 풀이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약 700년 전 온천수 방출로 형성된 물에는 금, 은, 수은, 황, 비소, 탈륨, 안티몬 등의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언제나 온천수가 끓고 있어 유황 냄새가 지독하다고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방문한 날 비가 와서 그런지 냄새가 심하지 않았습니다.
악마의 목욕탕(Devil's Bath)
파스텔 톤의 초록빛을 띠어 악마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은 ‘악마의 목욕탕(Devil's Bath)’이라고 불리는 분화구입니다. 샴페인 풀에서 나온 여분의 물로 채워진 악마의 목욕탕이 초록빛을 띠는 이유는 물에 부유하며 햇빛을 굴절시키는 미네랄 침전물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악마의 목욕탕’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화구답게 아주 강한 산성을 띠고 있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날씨에 따라 색상이 변한다고 하는데 제가 방문한 날에는 비가 와서 그런지 색이 옅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악마의 목욕탕을 보면서 《오즈의 마법사》 속 서쪽 마녀가 끓이던 녹색 마법탕이 생각났답니다.
와이오타푸 서식 생물들을 안내하는 표지판(좌) / 근접 촬영한 웨타(우)
트랙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분화구들을 보다 보면 와이오타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생물들의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중 뉴질랜드에서 서식하는 메뚜기목 토종 곤충인 ‘웨타(Weta)’를 많이 보았습니다. 웨타는 마오리어 ‘Wetapunga'에서 유래했는데, 뜻은 '가장 못생긴 것들의 신'이라고 합니다. 가장 못생긴 것들의 신이라니 너무 직접적인 뜻을 가지고 있어 괜히 마음이 아팠는데, 지나다니는 웨타를 실제로 보니 바퀴벌레가 생각나서 해당 뜻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이 곤충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곤충 중의 하나로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사람들의 정착으로 인해 다량의 설치류가 유입되면서 멸종 위기 종이 되어 뉴질랜드에서는 웨타를 보호하며 사육하고 있다고 하네요!
매일 오전 10시 15분에 최대 20m 높이까지 분출하는 와이오타푸 내의 인공 간헐천 ‘레이디 녹스 간헐천(Lady Knox Geyser)’도 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 이 부근에서 빨래를 하던 여성이 실수로 분화구의 구멍에 빨랫비누를 떨어트렸는데 거대한 물이 솟구쳐 올라왔다고 합니다. 이후, 관광객을 위해 비누를 뭉친 덩어리를 분화구에 넣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볼 수 없었지만 날이 좋은 날 가면 거대하게 물을 내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와이오타푸를 둘러보고 쉬고 있던 중 직원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와이오타푸(Wai-O-Tapu Thermal Wonderland)는 마오리족 문화의 중심지인 로토루아에 위치해 있습니다. 로토루아라는 이름은 마오리어로 로토(Roto, 호수), 루아(Rua, 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두 번째 위대한 호수’를 뜻하며 로토루아가 북섬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또 가수 은희가 불렀던 〈연가〉를 아시나요?
비 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건너서
…(중략)….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한국 <연가>의 가사 –
이 노래는 뉴질랜드 민요인 마오리족의 사랑 노래로 로토루아가 노래의 발생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가〉로 제목이 번역되었으며 원래 이름은 ‘포 카레 카레 아나(Pokarekare ana)’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사 속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오리족 히네모아(Hinemoa)와 투타네카이(Tūtānekai)인데요, 아오리족 족장의 딸 히네모아는 푸히(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부족이 정한 상대와만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싸움 기술을 연습하던 모코이아 섬 휘스터족 소족장의 아들 투타네카이의 외모와 무기를 다루는 솜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됩니다. 하지만 신분이 낮았던 투타네카이와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던 히네모아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는데요, 두 가문의 반대에 헤어진 두 사람은 슬픔에 잠겼고 투타네카이는 히네모아를 그리워하며 피리로 슬픈 음악을 연주합니다. 그 소리가 바람을 타고 히네모아의 귀에까지 들렸고, 히네모아는 한겨울 밤 투타네카이를 보러 추운 겨울 바다를 헤엄쳐 그에게 갑니다. 이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 hine e 그대여
hoki mai ra 돌아와주시오
Ka mate ahau 너무나 그대를
I te aroha e 사랑합니다
Tuhituhi taku reta 저는 편지를 써
tuku atu taku rīngi 반지와 함께 보냈습니다
Kia kite tō iwi 사람들이 알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raru raru ana e 제가 얼마나 괴로운지
E kore te aroha 제 사랑은 절대
E maroke i te rā 마르는 날이 없을 겁니다
Mākūkū tonu 언제나 젖어 있을 테니까요
I aku roimata e 제 눈물로 말입니다
- 뉴질랜드 〈연가〉의 가사 –
우리나라 6.25전쟁에 참전했던 뉴질랜드 군인들은 고향에 두고 온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불렀고, 한국 병사들도 따라 부르며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했던 〈연가〉가 사실은 뉴질랜드의 민요였다니 놀랍지 않나요? 마오리족이 부르는 버전은 애절한 느낌이 가득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모코이아 섬에도 마오리족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투어가 있으며, 히네모아의 온천(와이키미히아)도 즐길 수 있다.
데본포트도서관 (Devonport Library)
2 Victoria Road, Devonport, Auckland 0624 뉴질랜드
데본포트는 뉴질랜드 해군 함정의 주요 시설인 ‘해군 기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페리 선착장 주변에는 식당과 카페, 그리고 뉴질랜드의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뉴질랜드 주민들은 과거의 뉴질랜드가 궁금하다면 데본포트를 방문하라고 말합니다. 상업적으로 발달된 오클랜드와 달리 페리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전통 유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죠. 선착장 뒤쪽으로는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에 건축된 목조 빌라가 거리에 즐비하고 해안 쪽에는 격조 있는 저택이 많습니다.
특히 뉴질랜드는 영어와 마오리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물 외벽에 마오리어와 영어로 도서관의 이름을 적어두었습니다. ‘TE PATAKA KORERO O TE HAU KAPUA’는 마오리어로 데본포트도서관을 뜻하는데 ‘TE PATAKA KORERO’가 도서관이며 ‘TE HAU KAPUA’가 데본포트의 마오리어입니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외관을 보고 느낀 점은 ‘따뜻함’이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원 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도 가능했지만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자연을 보며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목조 건물(좌) / 도서관 입구 외관(우)
입구엔 마오리족의 전통 문양이 들어가 있는데 자국의 문화를 이어가려는 뉴질랜드의 마음이 보였고 외관의 나무와도 어우려져 아름다웠습니다. 입구에는 특이한 작은 문이 존재하는데 혹시 위 사진을 보고 눈치채셨나요?
도서관 책 반납하는 곳
입구 왼쪽에 책을 넣는 곳이 있는데 여기로 책을 반납하면 된다고 합니다. 입구 뒤로는 오른쪽 사진과 같이 뒤에 작은 트레이가 있어 책이 쌓일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생각보다 트레이가 작아서 책이 넘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뉴질랜드의 경우 저녁 6시 이후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서관 운영시간에 책을 반납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도서관은 모두 기계로 반납할 수 있게 되어있어 아주 오랜만에 보는 반납 방식이었습니다.
도서관은 1층과 2층으로 운영되는데 1층이 어린이와 10대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2층은 어른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핫딜 도서전 코너(좌) / 사서들이 뽑은 도서(우)
입구로 들어가면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핫딜 도서전!’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데본포트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도서들이 시간이 지나 새로운 도서에 의해 점차 대출 빈도가 줄어들자 지역주민들이 해당 도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로 도서관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주민들이 해당 코너에서 도서를 구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익금은 데본포트도서관 운영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세일 도서 앞쪽으로는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도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잡지부터 코믹스,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이 있었습니다. 하단에 ‘Bestie’라고 적힌 도서들은 사서들이 이번 달 최고의 작품들 중 베스트를 선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중 도미닉 호이(Dominic Hoey)의 <POOR PEOPLE WITH MONEY>라는 도서를 읽어보았습니다. 빈곤한 사람들의 삶을 포착한 작품은 어둡지만 희망이 삶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묻습니다. 또 현재 뉴질랜드 노동자 계급이 가진 불만들이 사회를 어떤 폭력으로 물들이고 있는지 독자에게 묻는데요, 작가는 도덕과 선 사이에 인간은 어떤 부분에 위치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실 풍경, 한가운데에 체스판이 있다.
관리실 옆쪽으로는 어린이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채광이 가득 들어오는 공 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바닥에 있는 체스판은 어른인 저도 게임을 하고 싶어질 만큼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어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연령별로 정리되어 있는 책장은 아이들이 쉽게 책을 꺼낼 수 있도록 모두 하단 쪽에 책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서가에 비치된 한국 도서(좌) / 도서검색대에서 직접 검색한 사진(우)
도서관에서는 한국 도서들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한국 작품이 많아 반갑기도 하고 또 의외라고 생각했는데요, 운 좋게 사서분이 책 정리를 하고 있어 물어보니 뉴질랜드의 어린이들이 한국 도서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도 덧붙여주셨는데 한국 어린이 도서들의 일러스트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느낌이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해외 도서관에서 이와 같은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옆쪽에는 책을 찾을 수 있는 도서 검색 컴퓨터가 있었는데 키보드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도 있는데 레고, 음식, 운동 등을 주제로 하여 어린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습니다. 또한 마오리족의 전통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연령별로 정리된 도서 목록(좌) / 2층에서 바라본 1층 모습, 통창쪽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우)
어린이실 반대편은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특히 직업과 관련된 도서들이 배치되어 있어 청소년들이 학업 및 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고 유리창 쪽에는 안락한 의자가 있어 자연을 보며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2층으로 가기 전 볼 수 있는 ‘데본포트 역사와 평화’ 전시회
2층으로 올라가기 전 만날 수 있는 ‘데본포트 역사와 평화’ 전시회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기지로 오랜 시간 전쟁을 겪었던 만큼 핵이 없는 세상과 평화의 중요성을 담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전쟁을 통해 목숨을 잃었고 기나긴 세월 슬픔이란 시간 속에 빠져야 했던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글을 읽으며, 지금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계단의 반대편 창가와 연결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반대편에는 동그란 창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 책에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앉아서 책을 읽어보니 왜 공원의 중앙에 데본포트도서관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풍경을 보며 책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자연의 소리가 느껴지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쪽, 데본포트를 상징하는 것들(좌) / 2층에 배치된 소파(우)
2층으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도서관을 둘러보았습니다. 2층은 1층과 달리 따뜻한 느낌보단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층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긴 소파를 배치했다면 2층은 1인용 소파를 배치해 두었습니다.
2층 도서관 내 중앙홀
2층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벽난로를 중심으로 소파가 배치되어 있는 중앙홀인데요. 앞으로는 통창이 있어 자연을 가득 담을 수 있고 소파 주변에는 나무로 된 거대한 테이블이 있어 독서토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독서토론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예전부터 도서관 하면 ‘조용히!’가 떠올랐던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라 처음에는 놀라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주변에서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그들과 융화되어 어느새 저도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데본포트도서관은 크지는 않지만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도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령에 맞는 인 테리어와 가구 배치가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자연을 가진 뉴질랜드의 자연을 보며 독서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남섬은 아름다운 카와라우 강이 있는 퀸스타운과 한여름에도 눈이 쌓인 산맥을 볼 수 있는 마운틴쿡국립공원이 있습니다. 푸른 하늘과 하얀 눈이 쌓인 설산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가 있어 웅장한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트레킹 코스와 빙하에 의해 깎인 피오르드와 만년설이 녹아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수를 볼 수 있답니다!
남섬 지도 일러스트
밀포드 사운드 풍경(위) / 새벽 6시,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아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를 가지고 있으며 빙하에 의해 깎인 피오르드와 만년설이 녹아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수를 볼 수 있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퀸스타운에서 버스로 약 다섯 시간 이상 떨어진 밀포드 사운드는 가는 길이 매우 험난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자연이 가진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실제로 자연보호가 잘 된 밀포드 사운드 지역의 밀림은 태초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일까요? 〈반지의 제왕〉 〈아바타〉 〈쥬라기 공원〉의 몇 장면들이 이곳의 원시림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선착장 풍경(좌) / 투어에 포함되어 있던 점심식사(우)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선착장. 맑은 바다 뒤의 거대한 산봉우리와 구름으로 덮인 푸른 하늘이 보였습니다. 밀포드 사운드 투어는 여러 업체가 있는데 저는 점심식사가 제공되는 ‘서던 디스커버리(Southern Discoveries)’로 예약했습니다. 대형 크루즈가 아닌 소형 크루즈의 경우 더 많은 장소를 방문할 수 있다고 하니 가까이서 밀포드 사운드를 즐기고 싶다면 소형 크루즈 투어 업체를 예약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티켓 확인 후 크루즈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점심식사를 할 시간을 주는데요, 뷔페식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 먹으면 됩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진 참이라 아시안 음식이 있어 얼른 담았습니다. 뜨거운 물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데, 몇몇 한국분들이 컵라면을 가져와 먹는 것을 보고 ‘라면을 챙겼어야 했는데…’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밀포드사운드의 풍경(좌) / 물개 세 마리가 바위에 앉아있다(우)
밥을 먹고 재빠르게 크루즈 선상으로 자리를 옮겨 밀포드 사운드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자연을 담아도 눈으로 보고 있는 풍경이 나오지 않아 조금 슬퍼지기도 했지만,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제 눈이 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역시 자연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야 제 빛을 발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뉴질랜드가 자연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크루즈에서 눈으로 자연을 담는 것도 좋지만, 잠시 눈을 감고 거대한 폭포수 소리와 새들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밀포드 사운드의 아름다움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파도가 크루즈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소리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이 소리들은 ‘자연이 있기에 삶이 있고 인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흰눈이 쌓인 여러 산고개를 지나가기도 하지만 청정 호수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봉우리들,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폭포인 서덜랜드 폭포를 보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맑은 날은 엽서 속 그림처럼 동화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라고 합니다. 가파른 산기슭을 걸으며 자연이 연주하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코스를 트레킹하려면 투어 업체를 통해 예약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다수의 사람과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보호부(DOC)가 운영하는 산장을 예약해서 자유롭게 트레킹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입산할 수 있는 인원이 하루에 50명으로 정해져 있고 11월부터 4월까지만 트레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꼭 다시 돌아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이라고 불리는 밀포트 트랙을 걸어보려 합니다.
높이 3.724m인 아오라키/마운트 쿡(Aoraki/Mount Cook)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입니다. 마운트 쿡은 남섬 전체를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 산맥(Southern Alps)에 자리잡고 있으며 등산 코스가 난이도 별로 나누어져 있어 코스에 따라 다양한 광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태즈먼 빙하와 남쪽의 ‘후커 빙하(Hooker Glacier)’, 후커 빙하가 녹으면서 형성된 원빙호 ‘후커 호수(Hooker Lake)’가 있습니다. 특히 후커 빙하는 뉴질랜드에서 보기 쉬운 빙하의 하나로 푸카키 호수의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후커 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의 종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후커밸리 트랙에서 다른 트랙 코스로 이동할 수 있다.(좌) / 후커밸리 트랙의 시작점(우)
왕복 세 시간 정도 소요되는 ‘후커 밸리 트랙(Hooker Valley Track)’은 길이가 5km밖에 안 되고 트랙이 잘 형성되어 있어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 환경보호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아름다운 설산과 빙하가 녹아 새긴 원빙호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코스입니다.
멀리 보이는 아오라키/마운트 쿡의 모습
시작 표지판을 지나 코스가 시작되면 저 멀리 거대한 설산이 보이는데, 바로 저 설산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 ‘아오라키/마운트 쿡’입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폭우가 내린다고 해서 입산을 망설였는데 도착하니 날이 맑아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새벽까지는 비가 와서 그런지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어 조심해야 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걸어가니 어느샌가 축축한 땅은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마운트 쿡을 등반하다가 숨진 산악인들을 기념하는 ‘알파인 기념관(Alpine Memorial)’이 나옵니다. 3분 정도 가파른 돌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힘을 내서 올라가면 돌로 된 기념비석이 보입니다. 비석 명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길을 잃은 산악인과 가이드를 기리기 위해’
돌이 가득한 공간에 마련된 기념관이라 땅이 평평하지 않다.
비석을 보고 있는데 옆에 있는 영국 부부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아름다운 산과 함께 편하게 쉬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 덕에 저도 비석에 새겨진 사람들의 이름과 사망하게 된 이유를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모든 글의 끝에는 ‘자연을 사랑했고 산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세 개의 흔들다리 중 첫 번째 흔들다리
후커 밸리 트랙은 총 세 개의 흔들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수용 가능 인원이 20명으로 정해져 있어 눈치껏 다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세어보며 기다렸다가 건너야 합니다. 다리는 생각보다 잘 흔들려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에겐 후커 밸리 트랙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마운트 쿡의 물은 푸르스름한 밝은 회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녹은 물에 부유하는 빙하의 암석 가루 때문이라고 합니다. 트랙을 따라 걷다 보면 설산의 눈이 녹아 산을 타고 물이 되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라 입을 벌리고 바라보게 됩니다.
후커 호수에서 만난 새,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설산과 하늘 위에 가득한 구름을 올려다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종착점에 도착합니다. 세 개 정도의 나무 테이블이 있어 이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하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종종 운이 좋으면 새를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을 자주 만나서인지 자유롭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애교를 부립니다. 착각이겠지만 새가 우는 소리가 특이한데 후커 호수에 살아서 그런지 “후커 후커” 하며 소리를 냅니다. 테이블을 지나 작은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후커 호수(Hooker Lake)’를 볼 수 있습니다.
거위 두 마리가 자유롭게 강 위를 떠다니고 있다.
후커 호수의 물은 아주 진한 회색빛이었는데 아마도 빙하의 암석 가루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호수에 두 마리의 거위가 떠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며 이리저리 이동했습니다. 잠시 돌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눈에 담으니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곧 있으면 비가 온다는 예보가 떠서 빠르게 하산했지만 하산길에서 다시 보는 후커 밸리 트랙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등산을 좋아해서 여러 나라의 산을 걷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마운트 쿡은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산보다 특별했습니다. 빙하들이 녹아 생긴 거대한 회색빛 빙하호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산봉우리들은 길을 걷는 내내 ‘남극에 갔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계속해서 산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 마주보고 있는 내가 있다.”
마운트 쿡에는 한 가지 전설이 있습니다. 마오리 부족인 나이 타후(Ngāi Tahu)의 전설에 따르면 하늘의 신인 라키누이(Rakinui)에게는 아오라키(Aoraki)를 포함해 네 명의 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이들이 바다를 항해하는 도중 카누가 암초에 걸려 전복되었고, 형제들은 모두 카누 위로 올라갔지만 살을 에는 남풍이 불어와 이들을 모두 돌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 카누가 남섬이 되었고, 아오라키와 그의 형제들은 남 알프스(Southern Alps)의 산들이 되었다고 합니다. 전설을 듣고 다시 한 번 마운트 쿡의 광경을 바라보고는 ‘정말 신화에 나올 법한 광경이다’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마운트 쿡 지역은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국제 밤하늘 보호구(International Dark Sky Reserve)’입니다. 국제 밤하늘 보호지역이란 별자리와 별똥별을 관찰하기 쉬운 장소이자 깨끗한 하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마운트 쿡의 국제 밤하늘 보호구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지구 최고의 천문 관측 장소’로 인정받아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후커 밸리 트레킹을 하던 시점을 제외하고는 폭우가 내려 그날 저녁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겨울엔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오리족 전통문화는 서서히 잊혀가고 있어 관광용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마오리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공식행사에서는 마오리어를 사용하거나 일상생활에서 마오리족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후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9년부터 뉴질랜드의 관광 인프라와 자연환경 유지 및 보존을 목적으로 ‘환경 보존 및 관광세’인 뉴질랜드 전자 여행 허가증(NZeTA)을 받고 있습니다. 비용은 52달러(4만 2천 원)로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뉴질랜드에서 누린 자연을 생각하면 저렴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뉴질랜드는 매년 1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전국에 자전거 도로를 확충해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극과 가까워 기후변화로 인해 시시각각 크고 작은 문제들이 현지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생기는 해수면 상승, 오존층 파괴로 인한 흑색종 발병은 뉴질랜드가 이겨내야 하는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후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에 관심이 생기고 난 후 매년 다양한 나라의 자연보호 정책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약 5년 전부터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소재를 사용해 만드는 업사이클링 의류, 그리고 에너지 · 자원의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녹색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데요, 예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자연 보호와 생태계의 균형 유지라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아름다운 자연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을 지속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As man disappears from sight, the land remains.”
“사람은 살다가 죽으면 없어지지만 땅은 계속 남아 있는다.”
- 마오리족 속담 -
이번 스페셜 투어의 경우 10박 11일 일정이었으며, 자동차를 렌트해 직접 운전하며 이동했습니다. 하단에 투어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 장소들과 렌트를 해야 이동하기 쉬운 장소들을 별도로 알려드립니다!
투어 예약이 쉬운 북섬!
뉴질랜드 북섬의 경우엔 뉴질랜드의 교통카드 ‘AT HOP(앳홉)’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습니다.
페리도 앳홉을 통해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간 이동이 쉬운 편입니다. 다만 호비튼 무비 세트, 와이오타푸와 같이 외각 지역에 위치한 장소들은 투어를 예약해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왕복 여섯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관람도 하고 운전도 가능한 철인이 아니라면 투어가 좋습니다. 다만 와이헤케, 데본포트와 같이 오클랜드 시내에서 페리를 통해 쉽게 이동이 가능한 장소들은 투어 없이 뚜벅이 여행을 추천합니다. 와이헤케의 경우 와인 투어 상품이 있지만 투어 버스가 지나가는 와이너리만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한적입니다.
1. Hobbiton Movie Set
반지의 제왕 촬영지이자 세트장, 공식 홈페이지보단 국내 여행 투어 업체가 조금 더 저렴합니다.
2. Wai-O-Tapu Thermal Wonderland
’세계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장소 20곳 중 하나’로 선정된 장소이자 25가지의 분화구를 감상할 수 있는 곳. 한국어 투어 보단 영어 투어가 저렴하고 일정이 알찹니다! 국내 투어 업체를 통해 예약이 가능합니다.
3. 와이헤케 아일랜드(Waiheke island)
와이헤케 와인 투어의 경우 ‘fullers36’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지만 이번 경우엔 투어 없이 ‘자체 뚜벅이 투어’로 진행했습니다. *fullers36 예약 사이트로 이동하기
4. 데본포트(Devon Port)
뚜벅이 여행도 좋지만 데본포트 섬 자체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어를 이용하면 다양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렌트가 필요한 남섬!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주요 장소는 자동차 렌트를 통해 이동하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특히 퀸스타운에서 후커밸리로 이동하는 것은 운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종종 투어 중 퀸스타운 혹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이동하는 하루 투어 상품이 있지만 뉴질랜드 남섬이 가진 자연을 즐기려면 운전을 통한 이동이 좋습니다. 저는 렌트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이동하면서 중간중간 작은 마을에 머무르며 여행을 했습니다!
‘스페셜 투어’에서는 팝업스토어 견학, 전시회 견학, 특정 지역 여행기 등 기획팀의 방문 스케치와 경험담을 제공합니다. 후이늠 HOUYHNHNM2024 서울국제도서전 방문기 매년 6월에 개최하는 서울국제도서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녀왔습니다. 2024년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는지 스페셜 투어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7
‘스페셜 투어’에서는 팝업스토어 견학, 전시회 견학, 특정 지역 여행기 등 기획팀의 방문 스케치와 경험담을 제공합니다. 이번 스페셜 투어에서는 예술가들이 사랑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어우러진 프랑스 남부 지역 중 코트다쥐르(Côte d'Azur)*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특히 니스(Nice), 에즈 빌리지(Eze Village), 모나코(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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