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소도시 지역의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이뤄진다. 과학자들이 직접 도서관을 찾아가 수준 높은 강연을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10월의 하늘’ 덕분이다. 올해도 전국에서 개최됐던 10월의 하늘 현장 중 한 곳을 함께해보자.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
‘10월의 하늘’은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과학자들의 재능기부 행사이자 무료 과학 강연이다. 2010년 9월 정재승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10월의 하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도서관까지 가는 교통비와 강연에 필요한 진행비 모두 참여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많은 이들이 먼저 나서고 있으며, 덕분에 아이들은 매년 과학자를 만나 신비로운 과학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행신어린이도서관에서도 10월의 하늘이 열렸다.
행신어린이도서관에서 개최된 10월의 하늘
지난 10월 28일 토요일 오후 2시, 전국의 수많은 도서관에서는 10월의 하늘이 동시에 진행됐다. 행신어린이도서관에서도 김미지·이민아 강연자, 신광수·한송이 진행자가 김지 행신어린이도서관 사서와 함께 모든 준비를 마치고 10월의 하늘 문을 열었다. 20명이 넘는 초등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첫 번째 강연이 시작됐다.
김미지 강연자가 영화 <엘리멘탈>을 소재로 첫 번째 강연을 진행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생물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미지 강연자가 먼저 ‘어서 와, 엘리멘트 시티는 처음이지’를 주제로 영화 <엘리멘탈>에 숨겨진 과학 원리에 대한 강연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최근 재미있게 본 <엘리멘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강연자의 모든 이야기에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김미지 강연자는 영화 <엘리멘탈>에 나오는 물, 불, 공기, 흙의 원소들을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역사 속 과학자들 이야기, 주기율표, 불꽃반응, 라이덴프로스트 효과 등 다양한 과학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주었다. 또한, 강연 중간중간 퀴즈를 진행해 책을 선물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온 달콤한 간식 박스도 선물하며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민아 강연자는 ‘조선시대에 과학으로 살아남기’를 주제로 과학 강연을 이어갔다.
이어서 고촌고등학교 지구과학 교사이자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의 저자인 이민아 강연자가 ‘조선시대에 과학으로 살아남기’를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을 이어갔다. 이민아 강연자는 현대의 과학기술이 없는 조선시대로 간다면 꼭 주의해야 할 추위, 깨끗한 물, 모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온돌에 어떤 과학 원리가 숨겨져 있는지,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방법, 현대에도 살아남은 말라리아 모기의 위험성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민아 강연자는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다양한 실험도 진행했는데, 숯을 이용해 깨끗한 물을 만들기도 하고 휴대용 손난로를 즉석에서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또한 퀴즈를 진행해 《어느 날, 노비가 되었다》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책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참석한 아이들은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와 실험이 함께한 강연에 푹 빠져들었다.
행신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된 10월의 하늘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이 참석했다. 강연이 끝난 후 아이들은 강연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며 먼저 폰을 들고 다가서기도 했다. “몰랐던 걸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과학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거 같아요”,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와주세요” 등의 소감을 남긴 아이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밝은 얼굴이 내년 10월의 하늘을 벌써 기대하게 만든다.
10월의 하늘
홈페이지
https://octobersky.org/company
개최일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개최 장소
전국 각지의 시립, 군립 도서관
강연자
과학자, 공학자, 교수님, 대학원생을 포함한 과학 강연이 가능한 모두 다
Interview - 김미지·이민아 강연자, 신광수·한송이 진행자, 김지 행신어린이도서관 사서
10월의 하늘은 각 도서관 사서와 10월의 하늘 진행자 2명, 강연자 2명이 함께 준비하는 행사다. 행신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된 10월의 하늘 강연 후, 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Q. 어떻게 10월의 하늘에 함께하게 되셨는지요.
김지 사서: 제 전임 담당자가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고 과학자도 직접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참가 신청을 했었어요. 그분이 다른 도서관으로 이동한 후에 제가 이 업무를 이어받았는데요, 처음에는 이용자분들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서 걱정했거든요. 근데 접수 시작 2분 만에 대기자까지 꽉 차더라고요. 따로 문의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이민아 강연자: 저는 정재승 교수님이 창설한 ‘꿈꾸는 과학’이라는 동아리 회원이거든요. 10월의 하늘도 정재승 교수님이 처음 시작하신 거고, 꾸준히 홍보하고 계셔서 관심이 있었죠. 그동안 진행자로만 참석했는데 강연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강연자로 함께하게 됐어요.
김미지 강연자: 지난해에 10월의 하늘을 알게 됐는데, 제가 아직 학부생이거든요. 당시엔 ‘내가 이런 걸 해도 될까?’ 싶어서 망설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과학을 남들과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 용기를 내 참여하게 됐어요. 신광수 진행자: 작년에 과학창의재단에서 진행한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과정 교육을 수료했거든요. 당시 같이 공부한 교육생들이 10월의 하늘에 참여하는 걸 보고 관심을 갖게 됐어요. 바로 강연자로 참석하는 것보다는 다른 분들의 강연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진행자로 참석하게 됐고요.
한송이 진행자: 정재승 교수님이 매년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이런 행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어떤 분위기로 진행되는지 꼭 참여해보고 싶더라고요. 전공이 교육학이기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문과다 보니 강연은 못 하고, 진행자로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홈페이지 통해 신청해 함께하게 됐어요.
Q. 10월의 하늘 참여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지 사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면서 무척 뿌듯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남고요. 사실 이번에도 강연자분들과 상의해서 인원을 더 늘리긴 했지만 참석 못 한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내년에는 꼭 함께하고 싶은데, 그때는 더 넓은 공간에서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민아 강연자: 전 줄곧 고3 담임만 맡아와서 약간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거든요. 재미있는 실험을 곁들인 강연을 어린 친구들과 함께하면 즐거울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는데요, 조금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김미지 강연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은 처음이었는데, 학생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우리가 많이 알아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상상도 못 했던 질문들을 꺼내더라고요.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싶어도 제가 몰랐던 분야의 질문이 나오기도 하고요. 난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싶으면서도 즐거웠던 것 같아요. 내년에도 또 참여하고 싶어요.
신광수 진행자: 이번에 두 분의 강연을 통해서 많이 배웠거든요. 저도 잘 준비해서 내년 10월의 하늘에서는 강연자로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송이 진행자: 강연자분들처럼 준비해야 할 건 없어서, 좀 편한 마음으로 강의를 듣는다 생각하고 참여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굉장히 열정적이라 놀랐고, 하고자 한다면 과학이 대중들에게 이렇게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과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행사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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