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서관에 가면 신기술이나 이색적이고 색다른 분야에 대한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좋은 일이지만, 매번 이것을 준비하는 사서들은 어떨까? 은평구립도서관의 4차 산업 체험센터 스마트리움을 담당하고 있는 양우진 사서를 통해 변화하는 도서관을 만드는 즐거움과 어려움에 관해 들어보았다.
은평구립도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4차 산업 체험센터 스마트리움(SMARTRIUM)은 코딩실, 메이커스페이스, 미디어 전시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코딩, 로봇, 메타버스, 3D 프린터 등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며, 나이와 성별, 지위를 넘어 누구에게나 미래기술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다.
스마트리움은 도서관의 특색을 반영하기 위해 소장 중인 장서를 활용했다. 자료실과 체험 공간은 연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언제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고정식이 아닌 가변식 공간으로 구성했다. 또한, 제3의 장소로 도서관은 안전하고 포용적인 환경에서 독서 외에도 대화를 나누고 창작하고 재미있게 놀고 학습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되어야 함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각각의 공간이 훌륭하게 잘 설치되어 그곳에 있기만 해도 뿌듯하지만, 처음 스마트리움이라는 공간을 기획할 때만 해도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른다.
선택과 문제해결의 연속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모든 산업과 우리 삶의 방식에 변화가 생겼고 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은 개관을 하지 못한 채 장기간 휴관 상태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문을 열지 않는다고 사서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코로나가 끝난 이후 바뀌게 될 도서관의 새로운 서비스 방향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도서관은 개관 20주년을 앞두고 있었고, 뉴노멀시대 도서관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비해 4차 산업 체험센터인 스마트리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 방향이 설정되고 난 후 사업이 단계별로 진행됐다. 가칭 ‘4차 산업혁명 체험센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구청 담당자에게 설명했다. 또한 관련 분야 전문가, 이용자, 사서, 문헌정보학과 교수 등 외부 자문을 통해서 필요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도서관장을 포함해 TF팀을 구성했다. 사업 예산이 확보되고 자료 조사와 우수 운영 기관들의 벤치마킹을 다녔다. 도서관뿐만 아니라 관련 교육 박람회, 체험센터, 박물관, 미술관, 메이커스페이스 등 다양한 장소에 방문하여 필요한 것을 배우고 담당자에게 시설 조성과 운영에 있어 아쉬웠던 부분이 무엇인지 들으면서 실제 운영 시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공사가 시작된 후 가구와 운영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업체를 만나 질문하고 비교하며 예산과 필요에 적합한 방향으로 하나씩 선택해갔다. 그 과정에서 고민이 되거나 벽에 부딪치는 일, 어떻게 해야 할지 방도를 찾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도서관스러움을 바꾸는 것
초반에는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하기에 경험이 부족하여 다른 기관의 프로그램을 참고했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의 특색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이를 개선하고자 강사들과 스터디를 따로 진행하여 도서관 소장 도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코딩 강사를 섭외해 우리가 요구하는 사항이 코딩 교육으로 구현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협업을 통해 프로그램을 구성해갔다. 현재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사업인 독서교실을 변형해 코딩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등 더 나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어려움이 따르지만 스마트리움을 통해 도서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도서관이 조용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과 함께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임을 인식할 수 있게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스마트리움이 있는 지하 1층에는 카페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틀어 이용자들이 라운지처럼 쉴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일부 이용자는 도서관답지 않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도서관이 도서관스러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지만, 스마트리움에서 조금씩 도전하며 바꿔나가려 한다. 기존의 관념을 깨고 다양한 이용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역주민과 함께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싶다.
스마트리움을 채워주는 이용자들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다양한 연령대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나이가 많으신 분부터 어린 친구들까지. 그러던 중 한 클래스에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가 모인 적이 있다. 혹시나 서로 따라가지 못해 불평이 나올까 걱정했던 것도 잠시, 서로 본인의 지식을 공유하고 가르쳐주며 나이와 성별을 넘어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작 프로그램은 창의적 사고만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파트너십과 협력이 중심이 되는 활동으로, 소통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공간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쾌적한 시설과 양질의 자료, 그것을 운영하는 직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이용자이다. 행사를 하면서 이용자들이 우리가 기획한 의도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면 그 모습에서 새로운 원동력을 얻는다. 은평구립도서관은 지리적으로 방문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와주신다. 시설이 좋지 않다면 오려고 마음먹기가 힘든 오르막길이다.
새로운 공간이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지 그 반대인지를 알 수 있다. 다행히 2023년 한 해 동안 2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었다. 매번 같은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양하고자 거듭된 고민을 통해 수준별, 연령별, 과정별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이런 부분을 이용자들이 알아봐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니 고민했던 시간들이 더욱 보람차게 느껴진다. 강사들 또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주신다. 도서관에서 처음 운영하는 공간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인다. 스마트리움을 채워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은평구립도서관 스마트리움이 아니었다면 기회나 관심이 없을 수도 있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술과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우 뜻깊다. 도서관에서는 소장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아이들이 정보를 탐색하고 창의적인 표현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창의적인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점이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어렸을 때의 이런 경험들이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지속가능한 도서관 모델 모색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도서관 모델을 모색하고 도서관의 역할을 재설정하고자 했다. 이에 4차 산업 체험센터인 스마트리움과 도서관은 서로 융합하고 지속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지역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을 조금씩 알아봐주시고, 국내외 많은 기관들이 스마트리움에 벤치마킹을 하러 온다. 스마트리움을 잘 운영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다가도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분들을 볼 때면 운영 방향에 대한 확신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를 통해 더 좋은 사례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담당자들에게는 우리가 진행하면서 했던 실수를 덜 했으면 하는 생각에 마음을 더 쓰기도 한다.
우리 역시 많은 기관을 벤치마킹해오면서 지속적인 예산 투자와 전담 인력이 없으면 결국 공간이 잘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다행히 스마트리움은 도서관 문화 사업비 예산과 별도로 예산이 편성되어 있어서 자체 예산을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은평구립도서관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올해 이용자 설문조사와 운영 보고서 등의 성과 자료를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리움에 대한 요구를 파악하고, 스마트리움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 향후 예산 및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또한, 도서관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례를 운영하는 기관들을 찾아가보려 한다. 서로 고민하는 부분이 비슷할 것이고, 운영 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소통을 하다 보면 새로운 해결 방향이 보일 것 같다는 기대를 해본다.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사회 및 기술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최신 기술을 접목한 프로그램 등 관련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도서관은 사서들의 역량 강화에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 스마트리움에서는 다양한 사람과 아이디어가 네트워크화되고, 도서관 자원을 통해 끊임없이 활기를 띠고 유지되는 공간을 지향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은평구립도서관 스마트리움이 기술과 사람을 연결해 도서관이 새로운 지식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시도한 사례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미숙하여 많은 우여곡절이 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지속해서 성장하여 은평구 주민은 물론 도서관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꼭 찾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바란다.
양우진_은평구립도서관 사서
현재 은평구립도서관에서 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4차 산업 체험센터 스마트리움의 운영 총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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