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는 만능인? 업무별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한 도서관

지난 호 ‘사서 칼럼’에서는 미국 대학도서관의 사서 채용을 소재로 사서의 전문성을 위한 다양한 인사정책이 다루어졌다. 조상훈 사서의 칼럼에 이어 필자는 미국 도서관의 사례에 비춰 한국 도서관의 문제점에 대해 두 가지만 더 짚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 도서관 구성원의 다양성 결여다. 한국 도서관의 사서가 되려면 우선 사서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공무원인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사서 채용 기준에서도 사서 자격증은 첫 번째 조건이다. 이 사서 자격증 제도는 도서관 분야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1960년대에 사서의 전문적인 지식과 실무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정되었다. 그리고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제도는 한 번도 개선되지 않았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도서관만큼 다양한 전문적 지식과 학문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도 없는 듯하다. 한 예로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도서관을 살펴보면, 한국처럼 사서 자격증을 가진 ‘사서’의 주 업무는 도서관의 목적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각 학문 분야의 콘텐츠를 수집하는 일과 주 이용자인 연구진과 학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자료를 직접 찾아주거나 찾는 법을 가르쳐주는 일을 주요 업무로 삼는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구 성과물을 내야만 한다. 

근로학생들을 제외하고 약 250여 명에 이르는 도서관의 구성원 중에서 ‘사서’는 70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구성원들은 ‘사서’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지원하는 부서에서 근무한다. 한국 도서관에서 ‘사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상적인 일들, 예를 들면 대출 및 반납, 반납된 자료의 재배열 등은 미국 대학도서관의 ‘사서’에게는 요구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미국 도서관의 전자 시스템 담당 부서에는 당연히 컴퓨터 관련 전공자들이 근무한다. 콘텐츠의 구입과 도서관 운영, 기타 프로젝트에 필요한 추가 외부 기금의 확보가 주요 업무인 부서와 다양한 문화적 행사들을 담당하는 부서는 대부분 경영이나 경제, 마케팅 등을 전공한 이들이 주 구성원을 이룬다. 최근에는 변호사들이 저작권이나 전자 자료 구입의 계약 담당자로서 도서관 조직의 일원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내 도서관에서는 사서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사서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다양한 지식 자원 제공을 위해 필요한 도서관 간의 협력

두 번째, 한국 도서관 간의 소극적 협력이다. 이는 도서관 사서직의 폐쇄성과 일정 부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필기와 면접시험을 통과해야만 도서관의 정규직 사서가 될 수 있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친 새내기 사서들에게 도서관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도서관 조직은 매우 수직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이 상위 관리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의사소통 구조로 이루어진 도서관에게 외부 도서관과의 상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도서관계의 현실이다.

도서관 간의 협력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과거 도서관이 지식을 전달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종이책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곳이었다면, 현대 도서관은 다양한 디지털 매체ㅡ전자책, 온라인 저널, 오디오/비디오 자료 등ㅡ의 지식 자원을 수집하고 제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도서관은 반드시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에서의 도서관 간의 협력은 그 역사가 깊다. 1960년대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몇몇 도서관들이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서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시작한 OCLC(Online Computer Library Center)는 전 세계 수만 개의 도서관을 연결하는 독보적인 조직으로 성장했다. 도서관 간의 협력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가속되었다. 2004년에 시작된 구글 도서관 프로젝트와 2008년 미국 대학 도서관들의 주도하에 시작된 HathiTrust 프로젝트는 도서관과 기업 혹은 도서관과 도서관의 상호 협력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두 프로젝트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각 도서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수백만 권의 책과 기타 자료들을 디지털화하여 온라인을 통해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사서들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업 혹은 정부는 재정적 혹은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도서관 간의 협력을 통해서 축척된 자료의 저장 공간을 공동으로 설립하거나 자료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중복을 피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지나 AI 시대로 들어선 지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에서 사서 자격증을 가진 사서들만의 도서관, 타 도서관과의 상호 협력이 없는 도서관은 사서의 전문성, 지식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향해야 하는 도서관의 소임과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서가 바뀌어야 도서관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