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도서들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쉽게 손상되기 일쑤다. 광진정보도서관은 훼손된 책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책 보수 동아리 ‘뚝딱’을 창단해 운영 중이다. ‘뚝딱’ 회원들을 만나 책 보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책 보수 동아리 ‘뚝딱’ 모임이 진행되는 광진정보도서관 도서관동 외부 전경
서울 광진구에 있는 광진정보도서관. 한강이 보이는 도서관으로도 유명해 주말이면 2,500명이 넘는 이용자를 기록한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커뮤니티 중심의 축’이라는 운영 목표에 따라 현재 70여 개가 넘는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망가진 책을 ‘뚝딱’ 고치는 사람들
책 보수 동아리 '뚝딱'은 작년에 시작을 알린 신생 동아리다. 도서관 동아리를 담당하는 최순남 사서는 "도서관의 이용자 수가 많아지며 훼손된 책이 늘어났지만, 도서관 내에 책 보수와 관련된 전문 인력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라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책 보수 동아리를 고안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뚝딱'은 회원 모집부터 원활하게 진행됐다. 단 몇 분 만에 15명의 회원이 모두 모집되었고, 마감 이후에도 참여 문의가 이어졌다. 회원들은 6월부터 9월까지 9회차의 교육을 통해 책 보수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12월, 동아리 창단식을 개최한 후 ‘뚝딱’ 1기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동아리
'뚝딱' 모임은 매월 첫째, 셋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약 두 시간 정도 진행된다. 신생 동아리임에도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회장, 부회장, 총무, 서기를 선발했으며 일지, 책 상태 스티커 등도 직접 제작해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는 '뚝딱'에서 보수한 책임을 나타낼 수 있는 도장을 제작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담당 사서는 "회원분들이 정말 꼼꼼하게 잘 해주시고, 열심히 참여해주셔서 동아리 운영이 잘 되고 있어요. 초반인데도 자랑거리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뚝딱’ 회원이 직접 제작한 뚝딱 진단서‘뚝딱’ 회원이 직접 제작한 책 상태 선별 스티커
모임은 회의와 함께 시작된다. 회의 시간에는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회원이 직접 제작한 ‘뚝딱 진단지’를 작성한다. 책 상태에 따라 상, 중, 하로 선별한 후 ‘표지와 텍스트 블록 해체’, ‘책 테두리 자르기’ 등 구체적인 보수 계획을 세운다. 아직 활동 초반인 만큼 모임 앞뒤로 30분씩 회의를 진행하여 그날의 계획, 마무리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점점 회의 시간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손상된 책 표지를 중성접착제로 붙이는 모습책 보수 전용 테이프를 사용해 표지를 보수하는 모습
취재팀이 찾은 이날은 책등이 손상된 책, 책 표지가 떨어져나간 책 등 총 5권의 책 보수 활동이 진행됐다. 각자 책을 맡아 보수 활동을 진행하면서도 더 나은 방법을 찾고자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색연필로 칠하는 게 나을까요?", "코팅 종이는 풀을 넉넉히 칠해야 하더라고요" 등 서로 조언을 얻고, 도움을 주며 보수 활동을 이어갔다.
책 보수, 어떻게 하나요?
① 집게로 책의 양 끝을 고정시킨 후 책등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톱질을 해 홈을 만든다.
② 홈에 실을 끼운 후 책 보수 티슈를 덧대 중성접착제 칠을 한다.
③ 책 커버를 붙인 후 4웨이 고무 H밴드를 이용해 고정한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뚝딱’ 동아리
'뚝딱' 1기가 힘찬 시작을 알리며 성장하고 있는 만큼 담당 사서도 동아리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담당 사서는 "광진구청 우수 동아리로 선정되면 100만 원의 상금이 있어요. 꼭 선정돼서 보수 용품, 전문 교육 등 회원분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요"라며 올해의 포부를 밝혔다. 특히, 2기 모집을 통해 동아리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며 '뚝딱'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INTERVIEW. 광진정보도서관 책 보수 동아리 ‘뚝딱’ 회원들
책 보수, 책의 역사를 이어가다
보수 예정인 책들
Q. ‘뚝딱’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평소 독서를 좋아해 독서 모임 등 타 동아리 활동을 여러 번 했지만, 책 보수에 대해서는 잘 몰랐거든요. 책 보수 교육을 통해 종이의 질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 책이라는 사물 자체에 대해 배워가면서 흥미를 많이 느껴 현재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책 보수 동아리 활동의 즐거움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도서관 이용자들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아무래도 가장 뿌듯한 점이죠. 직접 보수한 책이 서가로 옮겨지고 이용자에게 전해진다는 점이 동아리 활동의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어려운 점이라면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아닐까요? 책 보수라는 게 정형화된 방법이 있지 않거든요. 한정된 재료 안에서 논의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점이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함께 고민하고 상의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해요.”
보수가 완료된 책들
Q. 도서관 내 타 동아리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책의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다룬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죠. 책이라는 사물 자체에 집중하는 활동이라 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기더라고요. 예전엔 도서관에 가면 책의 제목이나 내용에 집중했다면 요즘엔 책이 서가에 눕혀져 있는지, 비틀어져 있는지 자꾸 확인하게 돼요.“
Q. 여러분에게 책 보수 활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의 역사를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교육을 들으면서 '이야기 전달자'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어요. 책의 하드웨어를 다루는 활동이지만 결국 책의 내용이 계속해서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잖아요. 책의 역사가 오래 지속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는 마음으로 보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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