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팟”은 독립서점, 도서관, 북카페, 복합문화공간 등 책과 관련된 이색 공간을 소개하고 해당 장소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입니다.
이번 탐방은 그동안 주로 다녔던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고양시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중에서도 정감 가는 이름이 왠지 눈에 띄는 일산 밤가시마을 주변의 밤리단길에 위치한 독립서점을 찾았습니다.
그림이야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63번길 48-14 1층
건우네 책방: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63번길 63 1호(정발산동)
시디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72번길 30-9 1층
밤리단길을 처음 들어본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밤리단길의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정발산동에 위치한 정발산공원과 경의중앙선이 지나가는 풍산역 사이에 자리잡은 이곳 일대는 본래 상가와 연립주택이 대부분인 평범한 주택가였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빈 점포도 많았습니다. 그나마 있던 상점들도 정발산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웨스턴 돔’, ‘라페스타’와 같은 상업지구와 삼송동에 생긴 ‘스타필드’, ‘이케아’ 등의 복합쇼핑몰로 빠져나갔습니다.
밤리단길 일대는 활기를 잃어갔고, 임대료 역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떨어진 임대료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소규모 공방, 원테이블 레스토랑, 앤티크 소품숍 등이 조금씩 터를 잡았고, 서서히 활기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살아나던 밤리단길은 초창기엔 여자나 어린아이들이 쓰는 모자의 일종인 보넷을 쓰고 플리마켓을 열었다 하여 ‘보넷길’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탔습니다. 특히 빈티지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걸맞게 감각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이색적인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SNS에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뜨기 시작했습니다. ‘보넷길’이라고 불렸던 이곳은 인근에 위치한 밤가시마을 이름의 첫 글자를 따 ‘밤리단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밤리단길’로 자리잡았습니다.
밤리단길엔 정발산공원과 풍산역 사이를 가로지르는 ‘밤가시공원’이 있습니다. 주변에 밤나무가 많아 가을이 되면 밤가시를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해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실제로 밤리단길 양옆에 수많은 밤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 위로는 탁 트인 하늘이 펼쳐져 있어 산책하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거리를 둘러싼 나무들 사이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놀았던 유년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공원에 크게 그려진 트릭아트 바닥화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할 정도로 크기가 컸는데요. 그 옆에 있는 밤리단길 AR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설치 방법과 함께 이용 방법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이곳을 찾는 분들은 한번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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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가시공원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에 있는 곳을 먼저 찾았습니다. 첫 번째 독립서점인 ‘그림이야기’입니다.
그림이야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63번길 48-14 1층
그림이야기는 비영리 예술단체인 나이브아트스토리가 운영하는 복합예술공간입니다. 복합예술공간인 만큼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 판매 공간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서점 안으로 들어가기 전 ‘전시중’이라고 크게 쓰인 팻말이 왼편 하얀 공간에 붙어 있어 그곳이 전시 공간임을 알려줍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몇몇 작품과 조각들을 팻말 너머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마다 새겨진 글자 조각들을 통해 그림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메운 엽서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는데요,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엽서들 중 일부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멋들어진 사진이 있는 엽서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그.널’이라고 쓰인 제목을 시작으로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시가 뒷면에 있었습니다. 글씨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특수학급 학생들인데요, 제가 알던 엽서들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계속해서 눈길이 갈 만큼 특별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흔적은 서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흙으로 구운 조각들, 조심스럽게 붓 터치를 한 그림들, 천에 그려 넣은 그림과 글씨까지, 학생들을 위한 배려와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엽서 외에 다양한 서적도 구비하고 있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여러 작가들의 사진집부터 소설, 동화, 시집, 잡지까지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봤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에 나오는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도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림이야기가 일반적인 독립서점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그림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점을 방문했던 날 역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로 북적였습니다. 단, 수업은 모두 특수미술작가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어 방문 전에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락을 구하고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방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습니다. 한쪽에서는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는 학생들이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곧 있을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그림을 오려 옷에 붙이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작업 공간엔 그동안 학생들이 그렸던 수많은 작품이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그렸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상당한 실력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한쪽 구석엔 작업하는 데 사용하는 채색 도구와 제도용품 등이 모여 있었는데요, 이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의 작품들을 탄생시킨 그림 재료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림이야기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닌,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따뜻함이 가득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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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를 나와 이동한 곳은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건우네 책방’입니다.
건우네 책방: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463번길 63 1호(정발산동)
건우네 책방은 ‘독립서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담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비록 공간은 작지만 그 안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건우네 책방은 다른 서점과 달리 독특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서점 한 켠에 쓰인 ‘책방 사용설명서’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무인 독립서점이라면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 것 같은데요, 1년여 동안 무리 없이 운영된 사실만으로도 사장님의 믿음과 함께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양심과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서점 가운데에는 책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긴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고, 그 위엔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이 남긴 방명록이 놓여 있었습니다. 방명록이 펼쳐진 페이지가 끝을 향해가고 있어 꽤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찾아온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책방에서 편히 쉬었다 가기 위해 찾아온 사람부터 생각지 않게 들어왔다가 나만의 보물 같은 장소를 찾았다고 한 이들까지, 방명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건우네 책방에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방명록에 짧은 후기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건우네 책방엔 서로 다른 테마로 이뤄진 큐레이션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자기계발’과 ‘나의 이야기’, ‘엄마 이야기’ 등 테마에 맞는 책들이 모여 있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여러 큐레이션 가운데 눈길이 갔던 것은 ‘블라인드 북’이란 코너였습니다. 흔히 우리는 서점에서 책 표지나 내용을 훑어보고 책을 구입하곤 하는데, 그러한 생각을 모두 버리고 오직 키워드만 가지고 책을 권해주는 코너였습니다. 이렇게 구매한 책이 내 생각과는 달리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취향에 맞는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쪽 벽에는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서점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자유롭게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활용한 공간이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남긴 의견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건우네 책방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동네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책을 읽는 공간에서 끝나지 않고 동네 주민들의 쉼터이자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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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디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372번길 30-9 1층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도착한 시디오는 앞서 방문한 두 독립서점과는 다르게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탁 트인 테라스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작은 나무가 저를 반기는 듯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가 아직 진행 중이라 다소 어수선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상당히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흰색과 은색으로 이뤄진 인테리어가 ‘시디오’라는 이름과 잘 어울렸습니다. 구비된 인테리어 소품과 판매 중인 서적, 액세서리들은 트렌디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수많은 서적과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단연 눈길이 갔던 건 여러 종류의 인테리어 포스터였습니다. 포스터를 수집하는 사람으로서 자연과 여러 가지 도형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디자인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판매 공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구매한 서적을 보거나 음료를 편히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이 공간에는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과 잡지가 비치돼 있는데요, 영화 잡지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찾아보기 어려운 《KINO》도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특히 은은한 조명과 함께 정면에 크게 낸 창이 있어 따뜻하면서도 탁 트인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저도 이곳에 잠시 앉아 음료를 마시며 시디오만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점을 둘러보는 동안 아직 책이 채워지지 않은 공간들이 보였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개점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몇몇 공간이 비어 있지만 손님들의 취향을 알아가고 있으며 그에 맞는 콘텐츠로 채워나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시디오는 제가 방문한 다른 독립서점에 비해 가장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인테리어와 서적 큐레이션, 각종 굿즈들을 취급하고 있었는데요, 독립서점을 많이 방문해본 건 아니지만 사장님의 취향과 방문자들의 취향이 함께 반영되는 분위기의 독립서점이라면 나중에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장님께 추후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하면서 시디오를 뒤로 하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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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탐방한 독립서점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그림이야기’가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라면 ‘건우네 책방’은 아담하고 사색적인 분위기, ‘시디오’는 트렌디하고 세련된 분위기였습니다. 이 글을 보고 밤리단길의 독립서점에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지나가다가 슬쩍 들러보기를 추천합니다.
취재/글 : 나인턴*
*책과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양한 해석과 촬영기법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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