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나비 마을에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큰 물체가 나타난다. 혼란에 빠진 마을 주민들은 각자 의견을 내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 한 나비소녀가 물체에 손을 뻗는데... 과연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림책 작가는 글을 쓴 사람일까, 그림을 그린 사람일까?
《달콤한 문제》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둘 다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글을 쓴 스위스 출신의 작가 ‘다비드 칼리’는 그림책, 만화, 시나리오, 그래픽 노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2005년 바오바브상과 2006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그의 상상력과 유머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작가의 재치 있는 글이 돋보인다. 또한, 그림을 그린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코 소마’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여러 차례 선정됐다. 채도가 낮아 빈티지 느낌이 나는 이번 책의 그림도 인상적이다.
《달콤한 문제》 표지 ⓒ예스24
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담당하기도 하고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으로 하기도 한다. 특히 협업의 경우는 부부가 같이 활동하며 글과 그림을 각각 담당하기도 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또는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 글 작가가 함께 작업하기를 요청하기도 한다. 협업의 경우 두 사람의 특색이 특정한 작품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어 마치 한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것 같은 일체감을 주기도 한다. 《달콤한 문제》도 한 작가의 작품처럼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다. 같은 제목 같은 내용이라도 그림 작가가 바뀌어 다시 발간되는 책도 있으니 그림책을 볼 때는 글과 그림의 작가를 자세히 살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커다란 문제
ⓒ예스24
어느 날, 하늘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무언가가 ‘쿵’ 떨어졌어요.
그림책은 표지를 넘기는 순간 시작된다. 면지 왼쪽 페이지 아래를 보면 45도로 기울어진 마을을 향해 오른쪽 위에서 속도감을 가진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어 그것이 점점 다가와 땅에 떨어지자 그 충격은 나비가 뒤로 넘어질 정도로, 꽃잎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크다. 커다란 꽃잎과 풀의 흔들림, 나비의 표정으로 그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들 중에는 어떤 예고나 전조도 없이 ‘쿵’ 하고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황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나비들이 살아가는 이 마을도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엄청나게 커다란 무언가로 인해 주민들이 모두 혼란에 빠진다.
ⓒ예스24
그 무언가는 사회현상일 수도 있고, 전쟁이나 질병일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처럼 그 문제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감당하기 힘들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학자들은 그것을 옮기기 위해서는 100마력의 큰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군대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은 직접 만든 폭탄을 전쟁에서 사용해보고 싶어 폭파를 주장한다. 발명가는 특별한 기계를 만들어 그것을 옮길 수 있다고 큰소리만 치고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그때 철학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왜 이것을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만 하죠?
이것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보자. 그 문제를 보이지 않는 다른 곳으로 치우려고 애쓰는지, 지금 당장 없애지 못해 안달하기만 하는지,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새로운 도구를 발명하기도 하고, 힘센 히어로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철학자의 말처럼 이동시키지 않고도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 커다란 천으로 덮는 방법, 주위에 꽃과 나무를 심어 자연스럽게 마을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 등 문제의 심각성만큼 해결책도 다양하지 않을까? 이후에는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다.
철학자의 말에 이어 소설가와 몽상가도 의견을 더하지만 누구도 시원한 답을 줄 수 없다. 각자가 가진 지식과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지만 효과가 없다. 답답한 마을 주민들은 그 문제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시위대를 조직하지만 ‘그 큰 문제는 단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는 문제 해결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려운 문제도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며 하는 말이 의외로 큰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큰 문제가 달콤해지려면
소녀는 큰 문제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음.... 달콤해!”
주민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나비 소녀는 큰 문제에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하곤 손가락을 넣어 맛을 본다. 달콤함을 맛본 소녀는 작은 조각을 떼어서 집으로 가져가고 다른 이들도 너도나도 한 조각씩 떼어간다. 그것은 오이 맛, 망고 맛, 수박 맛 등 달콤한 맛이 나서 마을 주민들은 그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잊기까지 한다. 낯선 것이 익숙한 맛이 되기까지 여러 각도의 탐색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나비 소녀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자 큰 문제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은 텅 비고 문제도 사라졌다.
“우리가 함께 나누면, 아무리 큰 문제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요.”
너도나도 한 조각씩 가져간 덕분에 마을에 나타난 큰 문제는 사라졌다. 만약 그 문제가 마을에 존재한다고 해도 두렵거나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익숙한 맛과 같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았고 함께 해결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또 힘을 모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우리도 책 속의 마을처럼 ‘큰 문제’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많다. AI가 여러 분야에 활용되어 지금까지의 생활과 전혀 다른 낯선 세상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 지구환경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전문가의 수치적 접근보다 나비 소녀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방법이 오히려 해결의 키가 되어줄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을 때 큰 문제는 해결과 동시에 모두에게 달콤함을 선물할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보기
- 왜 마을에 큰 물체가 떨어졌는지 상상해보세요. - 나라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우리가 미래에 마주하게 될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허유진_숭례문학당 강사
현재 숭례문학당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그림책과 어린이 글쓰기 관련한 다양한 강연과 모임의 리더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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