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5월호에서는 최규승 시인을 소개한다.
Q 시인 최규승을 소개한다면?
A 4년 정도의 습작기를 거쳐 2000년부터 시를 발표해왔고, 또 몇 권의 시집을 내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은 자본주의 사회에 걸맞은 직업이 될 수 없으므로 시를 ‘생산’하거나 ‘판매’해 생계를 유지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러므로 시를 생각할 때, 쓸 때, 돌아볼 때만 시인이 된다. 이외의 시간은 자본주의 틀 안에서 살아가지만, 시를 쓸 때는 자본주의 비판자, 또는 아웃사이더로서 살고 있다. 물론 그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등단 이후의 20년이 오롯한 시의 시간은 아니고 그 10분의 1 정도 시인으로 살아온 셈이다. 시인이면서 시인이 아닌 삶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상태가 현대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를 소개하는 한 문장이 아닐까 한다.
Q 처음 시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꽤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하다. 지난 세기의 일이기도 하고. 초등학교 때 과제로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 마을에서……’ 운운하는 시조를 쓴 기억이 있지만 그걸 말하는 것은 아닐 테고, 아무래도 시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 자의식을 갖고 쓴 첫 시를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품기 시작한 것은 서른 이후였다. 다니던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다가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때 회사 근처에 서울예전(현재의 서울예술대학교)이 있었고 입시전형을 알아보니 수능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원서를 내고 시험을 치르고 문예창작과 학생이 되었다. 시 창작 수업 때 냈던 과제물이 아무래도 첫 시로 기억에 남는다. 회사에서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풍경 속의 내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나의 첫 시가 아닐까 한다.
Q 시를 쓰는 일 말고도 여러 일을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장을 위한 꿈의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람을 인터뷰한 책 《음악은 흐른다》를 내고,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를 통해서 삶이 변화한 12명의 이야기를 정리한 《소설 같은 내 인생》을 냈다. 둘 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주요 사업인데, 이런 일들이 시 쓰기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A 시집 아닌 책을 몇 권 내긴 했지만 모두 의뢰를 받아 작업한 책이다. 질문에서 언급한 《음악은 흐른다》 《소설 같은 내 인생》은 출판사에서 냈기 때문에 서점에서도 판매하는 책이지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외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등 문화예술 관련 기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참여자의 활동을 정리한, 비매품인 보고서 형식의 책을 10여 권 작업했다.
물론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은 생계를 위한 것이 주목적이지만, 아무래도 문화예술 교육과 관련된 것이기에 작업하는 동안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시의 소재 등 직접적으로 영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 교육의 현실이랄까, 국가의 예술 교육 지원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 생각 거리를 얻는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자로 참여하는 예술 강사 중에 시인, 소설가가 시집이나 작품집을 낼 때 기쁘고 보람되다. 특히 첫 시집이나 작품집을 내는 작가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이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일시적이나마 경제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점 역시.
Q 입시 제도로 과열된 한국 사회에서 예술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A 한국 사회에서 입시와 관련 없는 교육이 있을까. 예술 교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사회의 가장 큰 문제, 거의 유일한 문제인 시대를 벗어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어느 정도 바뀌었는데, 그전에는 ‘예술’ 하면 ‘먹고 살기 어려운’ 일이어서 ‘먹고 사는 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하는 분야였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선 사회는 다양성을 요구하게 되었고, 예술 관련 학과는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선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무시(?)하는 학생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다. 심지어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까지 대치동 학원가에 네온사인을 밝힐 정도가 되었다. 문학이 사회의 변방에서 또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질문에서 언급한 예술 교육은 아무래도 사회 교육 차원의 예술 교육을 말하는 듯한데, 이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 예술 관련 민간 교육 단체에서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 예술 교육은 정답이 없는 교육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방향이 정해진 교육, 올바름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예술이 경쟁이 아닌 다양성 교육이 될 수 있기에.
그런데 현실의 사회 예술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성과를 내지 않는 성과’에 집착하는 점도 보인다. 예술 교육은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하는 장치도 아니며, 그렇다고 계층을 타고 오르는 ‘사다리’도 아닌, 아무런 목적 없는,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우리에게 던질 수 있는 즐거움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시를 써서 뭔가가 되려 하기보다는 시를 쓰고, 시를 하고, 시를 사는 것이 시인이듯이.
Q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반려묘를 둔 시인들이 참여한 시집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아침달)에 실은 짧은 에세이 〈뭐, 닮은 데, 있는, 없는〉에서 반려묘를 두고 ‘너는 시집을 베고 눕는 것을 좋아’한다고 썼는데, 독서할 때 고양이와 함께하는지 궁금하다. 고양이가 독서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도.
A 집에 있을 때면 주로 고양이가 내 주위를 맴돈다. 집에 고양이가 둘이 있는데 몸집이 큰 애는 얌전하고 조심스럽다. 반면에 다른 한 애는 몸집이 일반적인 고양이 정도 되지만 애교가 넘친다. 의자나 소파에 앉아 있을 때 큰 애는 옆자리나 의자 뒤 선반에 앉아 있고, 작은 애는 허벅지 위에 자리를 잡고 똬리를 튼다. 누워 있을 때는 큰 애는 발끝에, 작은 애는 내 배 위에 너부러진다.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가끔 시를 쓸 때도 특별히 방해받지 않는다. 고양이마다 성격이 천차만별이라서 컴퓨터 키보드 위나 노트나 책 위에 앉는 고양이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집 고양이는 둘 다 딱히 방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잘 자고 있는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부비부비’를 하거나 귀찮게 굴 때가 잦다. 물론 책을 읽다가 옆에 두면 그걸 베개 삼아 베고 눕기는 한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그렇다.
Q 시를 쓸 때 나만의 습관이 있다면?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다든지, 커피를 마신다든지. ‘육필 시집을 냈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쓰는지.
A 시를 펜이나 연필로 쓰지 않은 지는 오래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에는 머릿속에 떠오른 시적 정황이나 아이디어를 수첩에 메모했다가 컴퓨터로 옮기면서 시를 완성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는 펜으로 메모하는 대신 스마트폰 메모장 어플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시적 단상이나 정황이 떠올랐지만 펜을 꺼내고 수첩을 꺼내기가 여의치 않아 나중에 적으려 하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스마트폰은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할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메모장 어플을 사용하게 된 것 같다.
커피는 좋아하지만, 시를 쓸 때 꼭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 쓰는 것과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마신다. 음악은 듣고 싶을 때 듣고. 굳이 습관을 찾자면 시를 쓸 때는 대개 혼자일 때인 것 같다. 메모할 때는 그렇지 않지만, 시를 완성할 때는 혼자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주로 가족이 잠든 늦은 밤일 때가 잦다. 물론, 그때도 고양이는 옆에 있지만.
Q 독서 말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취미가 있나.
A 내게 독서는 취미가 아닌 것 같다. 물론, 한국인의 평균보다 많은 책을 읽지만, 취미라기보다는 책을 읽어야 할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또는 재미있어서 읽을 뿐이다. 정보나 지식을 얻는 것은, 이제는 책이 아니어도 다양한 방식이 있기에 그럴 때면 꼭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 것 같다. 책은 읽는 사람이 오롯이 자신의 시선과 관점으로 읽어나가는, 책을 장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강렬하고 오래 남는 문화 행위이기는 하지만, 마음의 건강을 얻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어떤 책은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니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수영을 하고 있다. 동네 구민체육센터 수영장에 다닌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몸 건강은 물론이고 마음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마음을 비우는 데는 산책만큼, 아니 산책보다 수영이 나은 것 같다. 산책은 말 그대로 어떤 책략,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흩어놓는 것인데, 나는 산책을 할 때 오히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뿐 흩어지지는 않는다. 반면, 수영할 때는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느라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몇 바퀴를 돌았는지 헤아리는 것조차 까먹는다.
Q ‘문학실험실’에서 시집 《속》을 발간하고 현재 이사를 맡고 있다. ‘문학실험실’에서는 문학잡지 《쓺》을 발간하고 문학포럼을 여는 등 상업주의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듯하다. 그 이름이 낯선 독자에게 문학실험실을 소개해 달라.
A 문학실험실은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내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긴 하지만 잡지와 문학 단행본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은 편집위원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사와 감사는 ‘사단법인’을 담당하고, 편집위원은 ‘문학실험’을 맡는 꼴이다. 문학실험실에서는 매년 시인, 소설가 각 1명에게 ‘김현문학패’를 수여하고 있고, 반년간 문학잡지 《쓺》과 시집이나 소설집 등을 아우르는 ‘틂’ 시리즈를 발간한다. ‘틂’ 시리즈의 첫 책인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Death)》은 한국계 미국 시인 최돈미의 번역으로 출간되어 2019년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문학실험실’의 출간물과 활동, 지향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silhum.or.kr)에서 살펴볼 수 있다.
‘상업주의와는 다른 길’이 정확히 어떤 길인지 모르겠지만, 사단법인인 이유와 그 길이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한다. 후원회원의 후원금과 회비를 근간으로 문학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서점을 통해 출간물을 유통하고 있지만 잘 팔리는 책보다는 문학성과 실험성을 주요하게 여기는 작품을 발간하는 데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서 자체가 출판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현실에서 실험적인 작품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 아우른 것이 ‘상업주의와 다른 길’이지 않나 싶다.
Q 최근에 이석구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과 협업한 그림 시집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타이피스트)을 내고 관련해서 전시회도 열었다. 시와 그림이 횡단하는 이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또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에서 어떤 문구를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A 그림 시집이라 명명한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의 협업 방식은 단순하다. 시를 보고 떠오른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과 그림을 보고 시를 쓴 것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특별히 함께 생각을 맞출 일도 없었고 생각을 조율할 일도 없었다. 접점은 ‘이미지’다. 시 이미지와 그림 이미지를 시인과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의 방식으로 쓰고 그린 것이 작업의 처음이고 끝이었다. ‘시의 기본은 묘사’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는 글로 그린 그림, 그림은 그림으로 쓴 시’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시에서 어떤 문구를 좋아하는지 스스로 가리기는 힘들다. 모든 문구가 좋고, 또 모든 문구가 마음에 안 든다. 시집을 출간하고 나면 다시 펼쳐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 시집은 전시도 있고 ‘북토크’도 준비해야 해서 꽤 여러 번 다시 읽어봐야 했다. 그럴 때마다 얼른 행사를 마치고 덮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시를 쓰면서 가끔 이런 문장은 평론하시는 분이 좋아하겠다 싶은 것은 있다. 그런 문장은 왜 상투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내 시의 문구를 볼 때면 지워버렸으면 할 때가 있다. 좋지만 낯 뜨겁다.
Q 시를 통해서 기획해보고 싶은 새로운 일이 있나. 이를테면 또 다른 장르와 결합해본다든가.
A 장르 결합 등 형식 실험보다는 ‘시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여전히 관심이 간다. 시 아닌 것은 과연 시가 될 수 없는가, 하는 것도 그렇고 흔히, ‘이건 신데, 시적인데’ 하는 것은 과연 시인가, 하는 것도 궁금하다. 시가 되지 못한, 말이 되지 못한, 언어가 되지 못한 것을 파편처럼 모아놓으면 시가 될까, 하는 것도 궁금하다. 움직임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는 지난 세기에 변방의 중심이었다가, 이제는 변방의 변방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다. 변방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한없이 밀려나는 중이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이 걱정되기보다는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이러다가 소멸하겠지만, 어쩌면 그게 시인 것이 아닐까 한다. 불안은 소멸을 멈추지 못한다. 소멸 역시 불안을 잠식하지 못한다. 시는 불안과 소멸을 드러내는 장르인지도 모르겠다. 이즈음의 시를 보면 참 아리게도 아름답다. 시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사람들이 안타까워 보일 뿐이다.
Q 지금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올바름으로부터 어서 졸업했으면 좋겠다. 가치로부터도, 시대로부터도 모두 멀어졌으면 좋겠다. 나에게 나만큼, 우리에게 우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수많은 나, 우리의 가치는 결코 하나로 정할 수 없으므로.
최규승이 추천하는 책 다섯 권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야마모토 다카미쓰)
이 책은 서양 학술용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근대어, 한자 개념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교양학술서라고 굳이 장르를 표시할 수 있으나 내용은 소설처럼 흥미롭다. ‘문학’, ‘문장’, ‘예술’, ‘규모’, ‘연역법’, ‘귀납법’, ‘학술’, ‘실제’ 등의 한자어가 사실은 100여 년 전, 일본의 지식인이 서양의 학술용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근대(개념)어라는 점이 그렇다. 만약 이런 번역 과정이 없었다면, 문학은 ‘리터러처’로 표기했을 것이다, ‘콘텐츠’처럼.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의 근대어, 그중에서 특히 학술용어가 한자어로 탄생한 배경과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우리의 머리를 자극한다.
《이미지란 무엇인가》(이솔)
‘이미지 철학 탐구’라는 부제로써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이미지에 대한 철학자의 관점을 다루고 있다. 데카르트로부터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이미지에 대한 철학자의 관점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이들의 이미지 탐구를 통해 ‘내면적 자아라는 판타지가 얼마나 견고한 동시에 얼마나 연약한’지 독자에게 살펴보도록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물음을 던진다. 당신에게 이미지란 무엇인지, 당신이 알고 있는 이미지는 어떤 의미인지를.
《김혜순의 말》(김혜순)
이 책은 ‘글쓰기의 경이’에 관한 김혜순 시인의 생각을 황인찬 시인의 인터뷰로 펼쳐놓은 책이다.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문학동네), 《여성, 시하다》(문학과지성사)와 함께 김혜순 시인의 시(문학)론 삼부작의 결정판이다. 시론이라고는 하지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쉽게 읽히지만 울림이 있는 글이다.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물론, 시를 읽고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시를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 방식은 논리적이기보다는 감각적으로 스며들게 한다. 정말? 읽어보면 안다.
《거기 눈을 심어라》(리오나 고댕)
지은이는 시각장애인 작가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비시각장애인이 얼마나 편견과 선입견으로 시각장애인을 보는지 차분히 들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지은이의 음성이 지워지지 않는 듯할 것이다. 차별적인 시선은 말할 것도 없고 ‘눈멂의 은유’, 예를 들면 ‘예지력 있는 현인’, ‘마음의 눈’이라는 이미지는 얼마나 시각장애인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도 들려준다. ‘눈멂은 곧 암흑’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장애 극복’의 신화라는 것도 비시각장애인의 차별적 올바름이란 것 역시. 또한, 이 책을 읽으면 ‘감각적’인 것의 실체를 알게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책을 읽고 든 생각. 심청의 아버지는 눈을 ‘번쩍’ 뜨고 딸인 심청을 제대로 알아보았을까? 《심청전》에는 그렇게 묘사되어 있지만, 진짜?
《조율의 시간》(이종열)
지은이는 피아노 조율사이다. 그는 책머리에서 ‘조율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면 피아노 고쳐주는 아저씨에 불과할 테지만, 나는 조율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렇다. 조율은 피아노를 완성하는 과정이고, 피아노 음악의 처음이다. 현대 음악의 불협화음조차 피아노를 조율하지 않고는 성립하기 어렵다. 60여 년을 피아노에 손과 귀를 맡기고 마음으로 조율해온 시간으로써, ‘아트’는 기술이자 예술인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글마저 제대로 조율된 느낌이다. 군더더기 없고 헐렁하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은.
최규승_시인
시인. 2000년부터 시를 발표해왔다. 시집으로 《무중력 스웨터》 《처럼처럼》 《끝》 《속》, 육필 시집 《시간 도둑》 등을 냈으며, 인터뷰집으로 《음악은 흐른다》 《소설 같은 내 인생》 등이 있다. 최근에 일러스트레이터 이석구와 함께 그림 시집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을 냈다.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당일배송으로 책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인천의 작은 공간에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A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1년 휴학을 했다.
신구문화상(新丘文化賞)은 신구문화사의 창립자 故 우촌 이종익 선생(1923~199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우촌 정신을 미래세대로 잇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한 상이다. ‘올해의사서상’, ‘올해의책’ 총 두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이번 제2회 시상식은 10월 17일 제61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리는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
이번 호 석학 인터뷰의 주인공은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이자 유튜브 ‘김영익의 경제스쿨’ 운영자인 김영익 교수다. 가장 어렵고 복잡한 경제학의 기본은 문학 독서라고 말하는 애널리스트 김영익 교수를 모시고, 금융 교육의 중요성, 경제학의 중요성, 향후 대한민국 경제의 흐름에 대해 들어보았다. 온 국민의 금융 멘토 김영익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 그리고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