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이제는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은 귀하다. 과제를 작성할 때도 도서관에서 논문이나 학술지를 검색하기보다 인터넷 포털의 정보를 검색ㆍ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므로 책을 왜 읽지 않느냐고 비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 번째 도서관의 날을 맞은 도서관이 과연 수십 년 뒤에도 살아남아 있을 수 있을까? 또한, 사서(司書)라는 직업도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 4월 12일은 첫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도서관의 날'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도서관주간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이기도 했다. 4월 한달 내내 책과 도서관에 관련된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고 자평하고 싶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편치만은 않다. 사서(司書)로서의 자존심일까?
과거에는 '책이 곧 정보'요, ‘도서관은 지식의 창고’였다. 미지의 세계와 지식을 추구하던 열정이 있던 곳, 미래를 꿈꾸며 낭만이 함께 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책을 찾지 않는다.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만능키트가 나타난 것이다. 작년 12월 오픈AI(Open AI)에서 선보인 '챗GPT'라는 괴물은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 대화형으로 보여주는 인공지능 서비스로 사람들의 환호를 사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인공지능 챗봇 등 새로운 미디어와 정보 서비스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모바일 정보검색, 클라우드 기반의 스토리지, 정부자료 등 공공정보의 공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도서관 존폐와 직결된 새로운 도전과 함께 사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대목으로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침,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여의도로 향하는 9호선 지하철에는 예외없이 침묵이 흐른다. 모두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것이다.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은 귀하다. 요즘 대학생들의 가방에는 전공서적들 대신에 e-Book이나 pdf 파일을 담은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들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젊은이들에게는 무거운 전공서적을 들고 다니며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효율적이고 익숙한 일인 것이다. 도서관을 찾을 때는 논문을 작성하거나, 디지털화되지 않은 자료를 찾을 때 뿐이다. 과제를 작성할 때도 도서관에서 논문이나 학술지를 검색하기보다 인터넷 포털의 정보를 검색ㆍ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므로 책을 왜 읽지 않느냐고 비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사적으로 도서관은 단순히 서적이나 기록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인류의 생각과 지식들이 모이는 곳이자 전파되고 재생산되는 장소로, 시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서관 이용자의 고령화와 함께 20~30대 이용자의 감소, 그리고 인터넷 포털 등 온라인 정보검색의 일반화, 장서를 기반으로 하는 출판매체에서 온라인 디지털매체로의 전환 등 안팎으로 큰 변화를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도서관의 날을 맞은 도서관이 과연 수십 년 뒤에도 살아남아 있을 수 있을까? 또한, 사서(司書)라는 직업도 유지될 수 있을까?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에서는 2022년까지 약 7,500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25년에는 기계(AI)가 전체 업무의 52% 이상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미래에 사라질 수도 있는 직업으로 변호사, 회계사, 스포츠 심판 등 20개를 소개했다. 그리고 그 직업 중 하나가 '사서'라고 제시하고 있다.
즉, 도서관이나 사서에 대한 패러다임은 이미 변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도서관 관계자와 사서들은 이미 새로운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사서의 역할 역시 새로운 정보 출처를 개척하고, 디지털화하여 지식과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도록 변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보에 대한 접근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정오, 나는 서지 정보와 씨름하며 이용자들을 만난다 국회의사당역을 내려 도서관 정문을 지나 열람대 출입구 옆에 위치한 자료조직과 사무실로 향한다. 동료들과 간단한 아침인사를 나눈 후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토시를 양팔에 끼고 오늘 할당된 동양서 수십 권을 북트럭에 실어와 오전 내내 서지 정보를 입력한다.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도서관 지하 식당은 서여의도에서 나름 가성비 좋은 맛집이다. 근처 회사직원들도 찾곤 하는데 대부분 열람자와 도서관 직원들이다. 이용자들은 크게 양극화되는 것 같다. 젊은 청년들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간혹 전직 의원분들도 도서관을 이용하곤 한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또다른 인생을 느낀다. 즉 열람자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유추해 보는 것이다. 나는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읽어낼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것 같다.
최근 서지 정보를 입력하는 업무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오늘날 존재하는 데이터의 90%는 지난 10년 동안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만큼 새롭게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 텍사스대 R. 데이비드 랭크스 교수는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하여 서가를 둘러보고 서고에서 정보를 찾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가 끝났다고 하여 도서관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 도서관은 메타데이타(서지 정보) 작성에 노력을 쏟기보다는 본문이나 그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활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정보 출처를 조직화하고 디지털화하여 인류의 흔적을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제공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도서관학이 문헌정보학으로 발전한 것처럼, 이제는 또다른 어떤 용어로 진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저녁, 지친 몸을 이끌며 새로운 도서관을 꿈꾼다 퇴근 후 가끔씩은 연인과 함께 영화를 보는 대신 근처 도서관을 찾는 것은 어떨까.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책 한 권을 읽으며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낭만 가득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주말이나 저녁에 남편과 도서관에서 데이트를 즐기곤 한다.
우리 도서관은 1952년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개관한 이후 주로 의원을 대상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1998년 10월 1일 국민에게 개방한 이후 주말개관, 야관개관을 거쳐 더 많은 국민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권위적인 면모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도서관=정숙’ 또는 '엄숙'이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깨뜨려 버린 공간. 도서관이 누구든지 대화를 나누며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이자 책 한 권의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여유 공간으로 다시 낭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와 같은 최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의회・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는 한편 새로운 도서관으로의 변신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시도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휴머니즘이라는 감성과 낭만이 어우러진 미래의 도서관을 상상하며 이제 하루를 마감한다.
박정숙_사서
국회도서관에서 전자정보제작과, 공공정책정보과를 거쳐 현재는 자료조직과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전문도서관은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학문적 탐구부터 취미활동까지 관심사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정 분야의 도서와 정보를 모아 깊이를 더해주는 도서관 3곳을 소개한다. 서울 도심 속 책의 숲, 문학도서관 소전서림#문학 #아트살롱 #소통 서울 도심에서 한적하게 문학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있다. 바로 소전문화재단에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4월 12일이 ‘도서관의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2023년 현재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소통하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해진 도서관을 즐기는 이용자의 모습과 운영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바쁘지만, 주말만큼은 부모 노릇 제대로 하고 싶어 아이들과 가볼 만한
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파주출판도시의 랜드마크를 꼽을 때 반드시 포함되는 곳이 바로 ‘지혜의 숲’이다. 책 관리에서부터 북큐레이션까지 이용자와 모든 부분을 함께하는 ‘공동의 서재’ 지혜의 숲 인기비결을 소개한다. 지혜의숲은 출판도시문화재단이 2014년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조성한 이래 재단의 자체 재원으로 운영 중인 독서문화공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