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을 먹으면 다른 사람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인 생활 동화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학습동화에 비해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만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기기 쉽다.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장점보다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고 아름답게만 포장하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많은 아이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마법의 샘물을 마시고 영원히 살게 된다면 어떨까?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옷장으로 들어가 판타지 세계를 만난다면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맘껏 상상한다. 판타지 그림책들은 마법의 음식이나 공간을 미리 체험하게 하고 시간의 유예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연습게임과도 같다.
《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는 사물인 소파에서 시작해 반려견 구슬이, 아빠, 할머니,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런 체험은 동동이에게 관계맺기를 할 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능동성을 갖게 했다.
《판타지 문학의 비밀》을 쓴 이수경은 “판타지는 현실과 대립하는 황당무계한 공간이 아니다. 현실의 반영이자 현실의 이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아이들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즐겨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공감 포인트가 있다.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 누구나 책을 통해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는 인물이 존재한다.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보고 읽으며 마음을 살짝 열어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보는 과정에서 등장인물과 동일시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알사탕의 마지막 부분에서 많은 아이들은 나도 저렇게 먼저 말을 해볼까 하고 동동이의 자신있는 태도에 몰입했을 것이다.
놀이를 통한 아이의 심리 발견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지만 동동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책에서는 그것을 “자기들끼리만 논다”라고 쓴다. 아이들에게 그룹짓기 즉 ‘끼리’는 정말 중요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그 부류만이 서로 함께’라는 뜻으로 나온다. 서로 함께 놀 수 있지만 그 부류가 되지 못하면 아무나 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동이는 구슬치기를 좋아하고 친구들은 공놀이가 더 재미있나 보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면 함께 어울릴 수 없을까? 학생 수가 예전보다 줄어들어 같은 반 친구 중 같은 취향을 가진 아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많은 아이들이 새 학기에 고민하는 것도 바로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동동이는 구슬치기를 같이 할 친구가 없다. 구슬치기는 구슬 두 개가 부딪쳐서 소리를 내고 규칙에 따라 게임을 이어나가는 놀이다. 같이 놀이 할 상대가 필요하지만 아이의 말처럼 혼자여도 가능하다. 아이는 혼자 2명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놀이터 저쪽에서 다른 아이들은 축구공을 가지고 같이 놀고 있다. 놀고 있는 아이들 옆을 지나며 동동이는 “새 구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평소 가지고 놀던 구슬 외에 더 많은 구슬을 원해 문방구에 간다. 아이는 왜 더 많은 구슬을 원할까? 혼자 놀기에는 충분한 양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준비를 하는지 모른다. 맨날 혼자 놀던 동동이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문방구는 아이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지나가다 꼭 들르는 친숙한 곳이자 판타지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동동이는 구슬 대신 모양은 같지만 먹을 수 있는 ‘사탕’을 산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책을 읽는 독자는 몰입하게 된다.
사탕을 녹이는 행위. 혀를 이용해 사탕을 녹이는 행동은 유아기의 촉감 욕망을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사탕의 색도 인상적이다. 소파를 나타내는 빨간 체크 사탕, 강아지의 무늬, 아빠의 수염자국 같은 무늬 등 여섯 개가 들어있다. 작가는 사탕을 통해 아이가 사물에서 친구에게까지 마음을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더벅머리의 동동이가 체크무늬 사탕을 먹자 귀가 뚫린다. 귀가 뚫린다는 것은 소통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동동이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내가 그동안 애써 무시했던 것, 무관심했던 것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사탕을 먹고 제일 먼저 알아듣는 것은 사물인 소파의 목소리였다. 그 다음이 반려견, 아빠, 할머니, 단풍나무의 순서이다. 우리는 이 순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물과 대화하는 것은 구슬놀이처럼 1인 2역이 가능하다. 내가 생각한 대로 답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동이가 생각하는 대로 소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장 쉬운 소통의 방법이다. 동동이는 아직 혼자하는 구슬 놀이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다음은 강아지 ‘구슬이’와의 소통이다. 함께 산 지 8년이나 지났지만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동동이는 비로소 나이든 구슬이의 모습을 자세히 보게 된다. “또 오해하네. 개는 긴장하면 하품을 한다고”,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늙어서 그래. 자꾸 눕고 싶거든.” 그동안 둘 사이에 있었던 오해가 풀리는 순간이다. 상대의 표정을 읽고, 친구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단계에 왔다. 상대를 잘 살피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동동이는 구슬이와의 대화를 통해 그걸 연습하고 있다. 책은 강아지와 동동이의 대화를 6컷의 그림으로 담아 더욱 인상적이다. 강아지 ‘구슬이’의 말뿐만 아니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따로 따로 분리해서 강조하고 있다.
소통이란 쌍방향인데 동동이는 그동안 자신이 생각한 대로 강아지를 대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나의 마음을 이어 붙여가는 일이 소통이다. 내 생각대로만 행동하고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고립되고 말 것이다. 나를 돌아볼 수 있어야 밖으로 관계를 확장할 수 있다. 동동이는 이렇게 하나씩 소통의 단계를 밟아간다.
그 다음에는 가족인 아빠의 등장이다. 아빠의 잔소리는 길고도 크게 들린다. 책의 한 페이지를 꽉 채운다. 엄마의 부재를 두 배로 감당하듯 잔소리는 크고 길어진다. 그 소리를 듣고 까칠해진 동동이는 자신의 마음처럼 까칠한 사탕을 먹고 자기로 한다. 사탕을 입에서 굴리다보니 아빠의 진심이 들린다. 이 부분에서 아이들은 잔소리가 사랑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기 힘든 사실도 알게 된다. 사탕을 통해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되자 동동이는 그 많은 잔소리도 잠깐은 들어줄만 한 것 같다.
그동안 동동이가 먹은 사탕과 질감이 다른 풍선껌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와 만난다. 조부모는 부모님과 달리 아이들에게 많은 부분 허용적이다. 무한한 따스함을 기대할 수 있는 아이의 편이자 잔소리의 대피소이다. 천국에서도 할머니는 친구들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단다. 할머니는 동동이에게 "친구들이랑 많이 많이 뛰어 놀아라"라고 당부한다. 동동이는 그 목소리를 자주 듣고 싶어 식탁 밑에 붙여놓고 “할머니와 언제든 얘기하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 언제든 얘기하고 싶은 상대가 생겼다는 점을 주목하자.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고 받아줄 가까운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동동이에게 안정감과 소통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할머니와의 대화는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딜 때 손을 잡아 줄 누군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출구로 나가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니까.
이제 동동이는 밖으로 나왔다. 자연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자신도 잘 돌본다고 했다. 동동이는 단풍잎을 닮은 사탕의 힘을 빌려 붉게 물든 나뭇잎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시점부터 그동안 놀라거나 불안했던 동동이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바로 그때 멀리 한 아이가 보인다. 이번에도 동동이는 사탕의 힘으로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멀리 서 있는 친구의 마음을 알고 싶어 투명사탕을 먹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동안 소통의 단계를 밟아 온 동동이에게는 ‘용기’라는 것이 생겼다.
동동이는 “나랑 같이 놀래?” 먼저 말해버리기로 한다. 동동이와 친구는 보드와 쌩쌩이를 타며 어울린다. 같은 보드가 아니어도 같이 놀고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동동이는 알 것이다. 그동안 사탕을 통해 사물과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의 경험이 동동이를 변화시켰다.
자연을 닮은 작가
백희나 작가의 전작 《구름빵》과 《달샤벳》에서도 ‘구름’과 ‘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구름빵에서는 구름이 빵이 되어 아빠의 마음을 달래주고, 달샤벳에서는 달이 샤벳이 되어 이웃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번 작품 《알사탕》은 저작권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백희나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 되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게 된 최초의 한국작가가 되었고 많은 작가들에게 첫 발자국을 내어 주었다.
한 인터뷰에서 백희나 작가는 《구름빵》 가족을 4인 가족으로 무심히 설정하여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작가는 “한부모가정·혈연관계 아닌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 작품에 담는 중”이라고 했다. 자연의 다양성만큼 삶의 다양성도 그려가는 작가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허유진_숭례문학당 강사
현재 숭례문학당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그림책과 어린이 글쓰기 관련한 다양한 강연과 모임의 리더로 참여하고 있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착한 달걀은 착한 일을 나서서 하며,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머리에 커다란 금이 생긴 후, 한 가지 다짐을 한다. 과연 착한 달걀은 어떤 다짐을 했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는 착한 달걀의 다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른과 아이가 함께 대화를 하며 읽어야 할 그림책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단순히 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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