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은 우리 동네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친근한 독서문화 공간이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의 양적 증가에도 제한된 자원과 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책과교육연구소 김은하 대표를 통해 작은도서관의 질적인 성장을 위한 방안을 살펴보았다.
도서관은 놀이동산인가? 놀이터인가?
비유는 때때로 우리가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측면을 드러내며 관점을 명확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도서관을 ‘놀이동산’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도서관은 대규모 시설로 각종 자료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규모가 크니 듬성듬성 위치한다. 먼 거리에서도 찾아오고 한 번에 오래 머물기도 한다. 인근 주민을 제외하고는 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마음먹고 방문해야 한다.
또 한편 도서관을 ‘놀이터’에 비유해 설명하면, 도서관은 작은 공간에서 한정된 자료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촘촘하게 위치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도서관은 큰 맘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편의점처럼 자주 이용하는 생활 필수 공간이 된다. 놀이터에서 마을의 아이들과 양육자들이 서로 사귀듯, 마을의 도서관은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기회를 준다.
도서관은 놀이동산이기도 하고 놀이터이기도 하다. 놀이동산 같은 큰 도서관도 필요하고, 놀이터같이 곳곳에 촘촘하게 위치한 작은 도서관들도 필요하다. 작은도서관이 사라지면 놀이동산만 남고 놀이터를 없애는 격이 되고, 이는 특별히 한국에서 큰 문제가 된다. 65세 이상 고령자, 어린이,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비율이 이미 총인구의 30%(2021년)이며, 고령화가 급격해지는 2040년이면 총인구의 4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염, 폭우, 폭설, 미세먼지 등 기후 위기가 빈번해질수록 교통약자의 이동은 더 어려워지고 이들의 고립은 심화된다. 인접한 곳에 도서관이 없으면, 먼 곳에 아무리 멋진 도서관이 있어도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환경 위기에 맞서는 대안으로 도서관, 공원, 체육시설에 대한 접근을 자동차와 주차장이 아닌 걷기, 자전거 같은 무동력 이동으로 바꾸는 도시계획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파리의 ‘15분 도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듬성듬성 큰’보다 ‘촘촘하고 작은’의 가치에 주목한다.
공공도서관보다 5.6배 많은 작은도서관
《2022년도 작은도서관 운영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은 총 6,899개관이다. 공공도서관이 지자체 976개관, 교육청 235개관, 사립 25개관으로 총 1,236개관(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2022년 기준)인데 비해서 약 5.6배 많다.
작은도서관은 아래의 표와 같이 경기도(1,676개관)에 가장 많으며 서울특별시(943개관), 경상남도(489개관), 부산(430개관) 순으로 수도권에 약 40%가 집중되어 있다.
지역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총
6,899
개관
관수
943
430
219
300
346
244
188
59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1,676
224
260
389
352
337
293
489
150
작은도서관은 운영 주체에 따라 공립작은도서관과 사립작은도서관으로 나뉜다. 공립작은도서관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 운영한다. 사립작은도서관은 개인 및 단체, 법인, 새마을문고, 종교시설, 아파트(공동주택)에서 운영한다.
공립도서관은 1,587개관으로 22.9%를, 사립도서관은 5,321개관으로 77.1%를 차지한다. 사립도서관의 수가 3배 이상이다. 사립도서관 중에는 아파트 작은도서관이 2,097개관으로 가장 많고 증가율도 높다. 다음으로 개인 및 민간단체가 설립한 작은도서관이 1,497개관, 종교시설 작은도서관이 1,115개관이다. 작은도서관은 지방자치정부의 정책이나 지원하는 운영 주체에 따라 직원 수, 인건비, 도서 구입비 및 운영비, 프로그램, 상호대차 서비스 등이 천차만별이다. 평균적으로 작은도서관은 직원 한 명에 3, 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실정이다.
현재 작은도서관의 수는 공공도서관의 5배가 넘을 정도로 꾸준히 양적으로 증가해왔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은 예산과 인력, 지원의 한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운영진의 열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운영진과 자원봉사자의 역량에 따라 질적으로 매우 다양한 활동력을 보인다. 작은도서관의 장기적인 운영 및 발전을 위해서는 후속 세대의 참여와 양성이 필수적이나, 제한된 자원은 이러한 후속 세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외적인 변화
작은도서관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다. 공공성과 역량의 차이가 많은 약 7,000개의 작은도서관 운영을 모두 공공도서관처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반대로, 모든 사립작은도서관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공적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도 사회적 손실이 크다. 사립작은도서관의 아웃리치 서비스 노하우, 많은 독서량과 독자상담 경험, 지역사회에 대한 지식, 커뮤니티의 요구에 맞는 책 문화활동 기획력, 독서동아리와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역량 등은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과 경험으로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역량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기도 하다.
윤송현은 《청주시 작은도서관 진흥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에서 사립작은도서관 중 역량 있고 공공성이 높은 곳을 ‘공공형 작은도서관’으로 지정하여 지원하자고 제안한다. 박소희는 《우리 동네에는 작은도서관이 있습니다》에서 활동력이 높고 오래 검증된 사립작은도서관들에게 공적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여 시설유지비를 지원하는 방법(서울 성북구의 ‘책읽는엄마책읽는아이들’, 평생학습센터 1층을 제공받아 운영하는 대전 ‘모퉁이도서관’)을 소개한다. 공적 장소 제공은 작은도서관의 위치를 재배치하여 분포를 고르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사립작은도서관 운영자의 역량과 그가 가진 지역 주민 및 지역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가져가면서 기존의 장서와 가구 등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공간을 옮기면 낮은 비용으로도 작은도서관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주시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가장 활발하게 협업하는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파주시에서 작은도서관 시작하기: 파주시 신규 작은도서관 운영 매뉴얼》은 작은도서관을 시작하는 타 지역의 운영자와 작은도서관 협업을 구상하는 지자체, 공공도서관의 담당자가 꼭 읽어보길 바라는 매뉴얼이다. 파주 시민의 놀이동산이자 놀이터로서 공공도서관 19개관과 작은도서관 87개관은 그물망처럼 밀도 높게 협력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의 권리를 모든 시민에게 제공한다는 면에서 이상적이고 이러한 네트워킹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에서 실용적인 사례이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여 가장 두드러진 점은 끊임없는 의사소통의 기회가 정례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월 1회 열리는 ‘상설 업무 소통 협의 회의’에 지자체(파주시의 도서관 정책팀), 거점도서관(중앙도서관과 교하도서관) 그리고 파주시 작은도서관협의회가 참가한다. 또한, 작은도서관 경험이 풍부한 ‘협력사서’를 거점도서관에 별도로 배치하여 작은도서관 업무를 전담하게 한다. 협력사서는 작은도서관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컨설팅을 진행하여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북 큐레이션 코너를 작은도서관이 맡기도 하고, 공공도서관에서 공들여 만든 책 소개 코너를 장식물까지 그대로 작은도서관에 전달하여 장기간 활용한다. 인적 자원의 교류도 활발해서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예술가, 활동가를 소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내적인 변화, 50+ 서비스
작은도서관의 태동기였던 1990년대, 비슷한 시기인 80~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인구는 매년 60~70만 명이었다. 인구 구성 비율로 보면 만 0-14세 미만 인구가 총인구의 34%(1980년대), 25.6% (1990년대)를 차지했다. 당시는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부족했고 도서관의 어린이실이나 어린이 서비스는 부재했던 시기였다. 인구의 약 30%가 갈 도서관이 없었던 때다. 작은도서관은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샘물 같은 책 공간으로 환영받았다. 반면 2020년, 만 0-14세 미만 인구는 총인구의 12.2%를 차지하고, 2030년부터는 8%대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공도서관 어린이실, 학교도서관의 배치율이 100%에 육박하면서 어린이는 소수인데 비해 머물 수 있는 도서관은 급증했다. 대신 도서관계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이용자가 늘어났다. 바로 고령자다. 2023년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의 구성비는 2023년 18.4%, 2030년 25.5%, 2040년 34.4%, 2050년 40%를 넘어선다.
1990년대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 서비스에서 비어 있는 틈이었던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실험해왔듯이, 2024년 작은도서관은 중년과 노년에 대한 실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76.2%는 1년에 어떤 종류의 책(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도 읽지 않는다. 그리고 도서관 이용률은 고작 5.9%에 불과하다. 1년에 도서관에 한 번도 들르지 않은 이들이 94.1%이다. 50대도 91.5%로 별다르지 않다. 시니어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는 매우 기초적이거나(한글 교실, 큰 글자 도서, 돋보기, 도서 배달)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어 시혜적이거나 다양하지 않다. 0세부터 19세의 어린이 청소년 서비스가 세밀하게 분화되었듯 ‘50+ 서비스’도 분화가 필요하다. 현재 50+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를 정리한 한국의 도서와 전문 사서, 전문 교육도 거의 없다.
베이비붐 세대의 작은도서관 운영자가 가장 뛰어나게 해낼 수 있는 실험은 당사자성을 갖고 “나는 읽고 생각하고 공감하고 행동하며 나이 들고 싶다. 그런 친구와 이웃을 찾아 함께 공동체를 만들고 서로를 돌보며 살겠다”라는 자기 문제로 도서관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들과 경제적인 문제,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 부모의 돌봄과 간병, 자녀 세대와의 관계, 조부모의 역할, 문화 예술과 여행에 대한 욕구, 달라지는 인권 감수성, 달라지는 시민의식, 빠르게 변화하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 에이지즘(연령에 따른 차별), 고립과 허무 등을 도서관 서비스에 녹여내는 실험이 시급히 필요하다.
천호동에 위치한 '작은도서관 웃는책'은 마을 공원 옆에 자리잡고 있어 잠시 머물거나 산책하는 시니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도서관 비이용자를 위해 입구에 '1 대 1 멘토링' 안내판을 설치하여 그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친절하고 알기 쉬운 방법으로 맞춤형 도서관 이용법을 제공한다. 도서관에 친숙해지면 이용자들은 자신의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고, ZOOM 사용법을 배우거나 도서관의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년층의 인지 건강을 위해 어른을 위한 보드게임 모임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보드게임을 사람들과 함께 하며 읽기와 말하기, 듣기를 모두 발달시키는 독서동아리는 50대부터 시작되는 인지기능의 저하 및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세대와 함께 일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 인권 의식과 감수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중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직장을 찾거나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이는 더욱 필요하다. 현대 사회의 가치관을 현행화하지 않고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으면 타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무례를 범할 위험이 있다. 과거에 용납되었던 언어, 편견, 차별적 시선은 현대의 사회생활 중 특히 직업생활에서 큰 장애가 된다. 현대 사회는 여성, 한 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전업주부 남성, 이주민, 이슬람교나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들, 1인 가구, 장애인,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개방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반영하는 문학작품이나 에세이, 우리 안의 차별과 혐오를 다루는 책,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공존과 대안을 제시하는 도서들을 큐레이션하거나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을 운영함으로써 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보다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성남의 한 작은도서관은 어린이 프로그램과 시니어 프로그램을 일부러 같은 시간에 마련하여 우연적인 마주침을 촉진한다. 글을 낭독하는 어린이 모임과 시니어들의 뜨개질 모임은 다른 공간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세대가 섞이는 기회를 갖는다. 어른들은 뜨개질을 하며 옆방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낭창한 목소리를 듣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오가며 인사를 건넨다. 두 그룹이 섞여 활동하지 않아도 우리 동네 아이들, 우리 동네 어르신의 얼굴을 익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약한 연결이 만들어진다. 서로 아는 얼굴이 많으면 범죄나 폭력, 위험, 방치에 덜 노출되는 사회적 결속력을 형성하게 된다.
이 밖에도 손주와 조카를 위해 ‘목소리 그림책’이나 ‘오디오 동화’를 만들어 카톡으로 보내기, 조부모를 위해 아이들이 오디오북 만들기, 마미북이나 대디북같이 질문으로 만들어진 책 만들기, 디지털 도구(Notion, ChatGPT, Google Drive, Zoom, SNS 등)를 배우고 생활에 활용하는 워크숍, 일을 위한 글쓰기(기획서, 안내문, 설명서, PPT, 홍보문구, 이메일 등) 워크숍을 함께 해볼 수 있다. 맥주 한 캔만 가져와 마시며 책 읽는 모임처럼 공공도서관에서는 규정상 실현하기 어려운 시도도 좋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커피 한잔 마시며 책 읽는 모임도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다. 15분에서 30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자주 진행하는 게 좋은 프로젝트는 작은도서관에 딱 맞다. 작은도서관의 의미 있고 창의적인 실험을 기대해본다.
김은하_책과교육연구소 대표
책과교육연구소 대표로 고려대 교육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서교육 연구와 실천을 잇는 다리가 되길 희망해 교육청 및 도서관, 학교 등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독서문화와 교육에 의미 있는 실천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 개회식에서 우수도서관 총 48개 관을 선정해 정부포상을 수여했다. 공공도서관 부문 최우수 도서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은 제천시립도서관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도서관 운영과 서비스 발전에 기여한 우수도서관을 선정해 정부포상을 수여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도서관대회 개회식에서 정부
4050세대는 인생에서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지만 소위 ‘낀 세대’라고 불리며 2030세대와 시니어 세대의 중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2023년 ‘4050 책의 해’ 출범과 함께 중장년이 새롭게 리마인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책문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4050세대가 모여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을 찾아보고, 참여자들의 목소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4월 12일이 ‘도서관의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2023년 현재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소통하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해진 도서관을 즐기는 이용자의 모습과 운영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바쁘지만, 주말만큼은 부모 노릇 제대로 하고 싶어 아이들과 가볼 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