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운영하는 전문 도서관은 설립자의 취향과 철학이 반영된 개성 있는 공간이어서 더 이용자들의 눈길을 끈다. 인천에서 사진 전문 도서관 ‘LBDF’를 운영하는 노기훈 작가를 만나 도서관과 사진 매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천 중구에 위치한 LBDF(La Biblioteca de Foto, 사진의 도서관)는 책을 통해 사진 매체의 다양성을 공유하는 곳으로, 노기훈 작가가 2021년 설립했다. 67㎡의 공간이 개성 있는 모듈 가구와 작가들이 직접 제공한 서적 등 약 1,000여 권의 장서로 채워져 있다.
LBDF 내부 안내판도서관 창가 테이블
LBDF의 책장은 크게 4개로 나뉜다. Reference 공간은 작가의 작업에 영향을 준 레퍼런스를 소개하는 곳으로 LBDF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이색 코너다. Reading 공간에서는 LBDF에 비치된 책을 편안하게 열람할 수 있으며, Selling 공간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생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Library 공간에서는 LBDF에서 추천하는 서적과 참여 작가들이 함께 읽고자 공유한 서적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의 레퍼런스가 전시된 Reference 공간책을 읽을 수 있는 Reading 공간참여 작가들의 생산품을 판매하는 Selling 공간도서관 추천 서적과 작가들의 공유 서적으로 운영되는 Library 공간
LBDF에서는 사진을 주제로 한 워크숍, 프로젝트, 연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일본의 설치미술가 가마타 유스케(鎌田 友介) 작가와의 쇼케이스 전시,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재학생과의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자 했다. 노기훈 작가를 만나 도서관의 개관부터 운영 철학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사진 분야에서 박물관, 미술관, 스튜디오가 아니라 ‘도서관’을 찾아보기는 힘든데요, 도서관을 개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공간 자체가 작업이 되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Artist-run space)’로 기획했어요. 기획 당시에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화제였는데요. 대략 30명의 작가가 추천하는 좋은 책을 한 권씩만 모아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고, 그런 책들을 같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지금은 45명 작가의 책을 모았습니다.
도서관을 준비하면서 《도쿄 책방 탐사》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시간이 멈춰 선 파리의 고서점》 《잘 지내나요? 도쿄 책방》 등의 책을 참고했어요. 책에서 영감을 주는 서점들을 찜해두었다가, 그중 일본 도쿄에 있는 ‘포스트(Post)’라는 책방을 직접 가봤어요. 책을 한 권씩만 전시하는 섹션, 전시를 겸하는 공간, 그리고 인테리어와 같은 ‘포스트’의 분위기를 참고했어요.”
노기훈 작가가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며 참고한 책들
Q. 개인 도서관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었나요?
“2020년 1월에 공간 계약을 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졌어요. 갑자기 계획을 180도 전환해서 사람이 못 온다는 전제하에 해야 했는데,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시장을 가지 않고 전시를 보게 하는 것처럼, 도서관에 가지 않고 책을 소개할 수 있는 고민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여기 책들은 작가들이 대여해준 소중한 자산이라 그에 대한 책임감 내지 부담감이 항상 있어요. LBDF의 주가 되는 ‘레퍼런스(Reference)’는 작가의 작업에 제일 큰 영향을 준 도서를 소개하는 섹션인데요. 대부분 서로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들에게 연락해서 취지를 설명하고, 작가가 가장 아끼는 책을 빌려온 거예요. 당연히 훼손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서 패키징을 꼼꼼하게 하고 있어요.”
“도서관 이름인 ‘LBDF(La Biblioteca de Foto)는 보르헤스의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서 차용… 무한하게 증폭하는 사진과 도서관을 의미”
노기훈 작가책을 읽고 있는 노기훈 작가
Q. 도서관 내 가구들은 모듈 가구로 이루어져 특색 있게 느껴지는데요. 모듈 가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LBDF의 모듈 가구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구성품도 제작했던 가구 디자이너이자 제 후배가 남긴 유작이에요. ‘레퍼런스’ 책장은 후배와 함께 시중에 있는 사진집 크기를 다 재고 그에 맞춰 제작했죠. 모듈로 한 이유는 우리 도서관은 언제든지 하루만 주어진다면 해체하고 분리해서 쉽게 옮길 수 있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에요. LBDF를 인천에서 서울 망원동으로 잠시 옮겨서 2주간 팝업 도서관으로 열 수 있었던 것도 모듈 가구라서 가능했던 일이죠.”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향… 음악과 차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자 노력”
Q. 일본의 설치미술가, 대학교 재학생 등 다양한 분들과 연계, 협력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했는데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외국 작가를 초청하면 와서 그냥 작가와의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3일 정도를 머물면서 도서관 체험을 하도록 해요. 동경공예대학교 교수님인 히로카와 타이시는 사진작가이자 영화 촬영감독이기도 한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간단하게 도서관을 설명해 드리고 나서 작가가 며칠 동안 LBDF에서 자유롭게 작업하셨죠.”
히로카와 타이시 작가가 남긴 폴라로이드
Q. 이용자들을 위한 도서관 활용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일반 이용자라면 마음의 격리를 해제하고 오시는 걸 추천해요. LBDF는 도서관이기도 하지만 작가로서의 저의 작업실이기도 한데요. 작가의 작업실을 탐방한다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사진에 관심이 있는 분은 작가들의 레퍼런스를 참고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레퍼런스는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LBDF에서는 책들을 통해 작가 45명의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Reference 공간 속 책들Reference 공간 속 책을 들면 나오는 작가의 정보
Q. 도서관과 사진 매체가 어떤 존재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저에게 사진이 무엇인지 늘 생각하게 되지만 그때마다 답변은 달라지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에 드는 생각은, 사진은 망막에 새겨져 그냥 스쳐가는 이미지를 잡아주는 수단이지 않을까 해요.
ChatGPT 등이 나와서 AI가 인간을 대신한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사진이 어떤 이미지나 풍경에 대한 자극이라면, 책은 인류에 대한 자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류도 지구도 영원하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래서 인류는 기록하고 책을 만들면서 유한한 상황에 대해서 인식하고 긍정성을 찾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올해 계획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처음에는 3년 정도만 운영할 계획이었는데, 수요가 있다 보니까 이제 지키고 싶은 공간이 되어버렸어요. 이제는 서울 등 다른 장소에서도 LBDF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가상공간도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어떠한 식으로든 시도가 있을 것 같아요.
올해는 만남의 창구 같은 역할을 생각하고 있어요. 레지던시 기능을 확장하고 강연 같은 것도 하고요. 이영준 평론가 같은 분들을 초대해서 그분들의 레퍼런스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고도 있습니다.”
이용 정보
위치: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160-2, 2층
이용 시간: 13:00 ~ 19:00, 입장마감 18:00 (현재 일반 운영X, 토일에 한해 예약제로 운영) 도서관 이용료 무료, 공간 대여 시간당 38,000원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4월 12일이 ‘도서관의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2023년 현재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소통하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해진 형태의 도서관을 즐기는 이용자들 모습과 운영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각종 콘텐츠에서 핫한 도서관이 있습니다. 바로 의정부
지구 반대편 미국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한 책, 한 도시' 독서운동. 현재 국내에서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각 지역의 사람들은 어떤 책들을 읽고 있을까?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지역에서 선정된 책들을 정리해봤다. 부산, 원북 원부산부산광역시교육청 및 부산광역시, 부산일보사가 주최하고 부산광역시 공공도서관
지난해 12월 '도서관법' 개정으로 매년 4월 12일이 '도서관의 날'로 지정되었고, 올해는 첫 번째 맞는 법정 기념일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과연 도서관의 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용히’ 해야만 하는 도서관 매너처럼 너무 조용히 지나간 것은 아닐까? 더라이브러리에서는 2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광화문광장 도서관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 3명을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