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서적과 프로그램, 이용자를 관리하는 일은 적지 않은 수고로움이 따른다. 더구나 그 일을 개인이 하려고 한다면, 그 고생은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닐 것이다. 인천 강화군에서 미술도서관을 설립해 운영 중인 최유진 관장. 그런 고생을 선뜻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시 강화군에 위치한 강화미술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도서관이다. 22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한 최유진 관장이 직접 수집한 약 1,700여 권의 작품과 책을 기반으로 설립한 도서관으로, 어느덧 4년 차를 맞이했다. 최유진 관장은 도서관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 큐레이터 일을 그만두고 진행해오던 외부 강연도 중단했다.
도서관은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에 자리잡고 있다. 도서관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과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미술 서적과 작품, 소품들이 마치 미술관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준다. 최유진 관장을 만나 도서관 설립을 결심한 계기와 운영 방향 등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언제부터 도서관 설립을 결심하시게 되었나요?
“미술도서관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큐레이터로 활동할 당시 제가 미술사학자가 아니니까 도서를 열심히 모으고 공부도 열심히 했거든요.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책을 소장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작품집과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모은 거예요. 작품보다는 작품집이 훨씬 많고, 책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도서관이니까 자연스럽게 도서관의 형태가 되었네요.”
Q. 도서관을 개관하고 운영해오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때 준비하게 되었는데, 그게 오히려 도서관으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됐어요. 방문객들이 와서 대화를 안 하고 조용히 책만 읽어야 했으니까요. 서울이 아닌 강화에 미술도서관을 마련한 것도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조용히 쉬었다 가기를 바랐던 거라서요. 책과 책장들도 집 서재에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죠. 다만, 운영을 하다 보면 100명 중 한두 명은 저를 조금 힘들게 하시는 분들이 있긴 한데, 그런 건 모두가 겪는 일일 테니 감수하고 있습니다.”
Q. 도서관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강화미술도서관에는 정규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그중 ‘깊이 보는 미술’은 제가 직접 강연을 하는 미술 강좌이고, ‘아트북 클럽’은 저자를 직접 모셔요. 독서 모임이지만 특별한 점은 책을 미리 읽고 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자의 강연을 통해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을지 이야기를 듣고 같이 모여서 책을 돌아가며 읽어요.
라이브러리 컬렉션에서는 제가 두 달에 한 번 작가 또는 주제에 따라 선정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신정식 심리상담전문가를 초대하는 ‘마음 돌봄 예술학교’도 있죠. 시각예술을 통해 마음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작지만 전시 공간도 갖추었는데, 제가 모은 130여 점 정도의 작품을 조금씩 소개하고 있어요.”
Q.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 혹은 원동력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80% 정도는 강화도 주민이시고 나머지는 외지에서 오세요. 서울은 물론 더 멀리서도 오시니까 감사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강화미술도서관은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라 돈을 쓰는 구조예요. 입장료는 모아서 매주 성당에 봉헌금으로 내고요, 프로그램 수강료는 그대로 강연자에게 전부 드리고 있죠. 사명감 없이는 못 해요. 제가 20년 동안 미술로 돈을 벌었고 또 개인적으로 미술로 치유를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거죠.”
“도서관 강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형성… 이용자와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가득해”
Q.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요?
“여기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는 제가 안내를 해드려요. 먼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는지, 관심 있는 분야나 일반적인 관심사가 있는지 물어봐요. 여기 1,700권 중에 제가 읽지 않은 책은 없으니까 가장 적합한 책을 추천해드릴 수 있죠. 종종 미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분도 오세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노벨문학상 수상작들만 모아놓기도 했어요.”
Q. 개인 전문 도서관을 준비 중인 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보다는 시간이에요. 시간을 온전히 도서관에만 투자할 각오를 하셔야 해요. 돈을 주고 사람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그 애정이 오시는 분들에게 그래도 전달되지 않아요. 그리고 도서관의 장점이나 색깔을 정확하게 정하고 유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화미술도서관을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도서관은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루클린 아트 라이브러리(Brooklyn Art Library)’였어요. 아쉽게도 작년에 문을 닫기는 했는데, 여기에는 드로잉만 5만여 점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좀 외진 곳에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거죠.”
“내년에는 1년 정도 도서관 운영에 집중할 계획…
해외를 다니며 작품, 작품집을 모으고
도서관 운영 방법을 배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예정”
Q. 관장님에게 강화미술도서관은 어떤 의미인가요?
“강화미술도서관은 그냥 제 인생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제 인생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제 인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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