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빠진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종시 학부모들 중심의 그림책 활동가 모임인 ‘같이,봄’의 구성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단지 아이의 엄마라서,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라고?! 하나같이 그림책에 진심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림책 활동가들 모임 ‘같이,봄’. 그림책을 같이 보면서 함께 이해하고 얘기하고 고민하자는 의미로는 더할 나위 없는 직관적인 명칭이다.
이 모임은 2017년 세종시의 초등학교에서 그림책 읽어주는 학부모 동아리 ‘왜요?!’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정작 엄마들이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그런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깊이 공부하게 되었고, 더 많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2022년, 이제는 학교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그림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 결심하고 그림책 활동가들 모임 ‘같이,봄’을 결성했다.
이제 3년차를 맞이하는 같이,봄의 열혈 활동가는 모두 6명이다. 그동안 그림책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세종FM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경진: 저는 정말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이야기와 그림을 좋아했고 그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그림책으로 흘러갔어요. 어렸을 때 보물 1호가 동화책이었을 만큼 이야기를 좋아했거든요.
박민정: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운좋게 소개받아서 만난 책들이 지금 다시 봐도 좋은 책들이었거든요. 덕분에 그림책으로 그림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림책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그 덕분에 그림책에 푹 빠지게 되었죠.
조영지: 저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그 시간이 즐거웠거든요. 그리고 그림책 동아리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좀 더 깊이 보게 되었습니다.
차정인: 저는 큰아이 입학하고 그림책 동아리에 들어왔는데, 그림책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어요. 아이를 위해 혼자 읽어주다가 동아리에 들어와서 교육을 받는데, 그때 누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처음 경험한 거죠. 그러면서 그림책에 대한 나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누군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함께 보고 같이 나누는 과정이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그림책에 완전 빠져버린 거죠.
최진주: 그림책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코로나 시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부터였어요.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감이 높아졌는데, 그때 본 그림책들이 저에게 위로가 되고 큰 힘이 되었어요. 그때 어른들이 더 많이 그림책을 읽어야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유연순: 독서 모임에서 목소리 기증을 해보자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그림책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것을 계기로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엄마들이 들려주는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그림책을 읽어주게 되면서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졌죠.
Q. ‘같이,봄’은 단순한 그림책 동아리가 아니라 ‘그림책 활동가’ 모임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이경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책을 읽어주고 소개하면서 그림책을 알리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림책을 읽어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사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찾아가서 읽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같이,봄’을 만들고 맨 처음 한 활동이 그림책 콘서트였습니다. 작은 카페에 사람들을 모아서 음악과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또 유튜브에서 그림책 토론도 했죠. 그러던 중에 우연히 시작한 것이 라디오입니다. 우리 목소리로 책을 소개하고 읽어주고 나누던 활동을 계속 다각화시키고 있는 거죠. 우리가 처음에 초등학교에서 하던 그림책 읽기 봉사가 좀 더 확장되고 방법이 다양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어요.
박민정: 도서관 북큐레이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림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까요. 그림책에서 질문을 시작해 어른들이 주로 보는 일반 문학으로 연결하면서 어른들도 그림책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거죠.
Q. 다양한 채널 중에서 라디오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경진: 사실 저희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선택당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같이,봄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소개하고 읽어줄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모임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던 중에 세종FM의 ‘말랑말랑 그림책’ 팀에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회의 끝에 ‘라디오’라는 매체가 그림책을 더 많이 알리고 저희 활동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차정인: 라디오는 특정 인물들만 듣는 게 아니라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무작위 방송 매체니까, 누군가에게는 우연히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요. 저희의 희망사항입니다.
유연순: 프로그램 기획부터 대본, 연출 및 편집까지 모두 도맡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저희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세종FM은 지역방송이지만 앞으로는 전국구로 나아가 더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세종FM 라디오 ‘말랑말랑 그림책’에서는 사연과 함께 그림책을 소개하는 ‘이럴 땐 이 책을 펼쳐봐’ 코너를 진행하거나 게스트를 초대해 진행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라디오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나 같이,봄만의 활동 방식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차정인: 저는 처음으로 타 지역에서 받은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일산에 사는 분이었는데, ‘까칠중년’이 되어가면서 힘든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그림책을 소개해달라는 사연이었어요. 그때 제가 추천한 그림책이 《삶의 모든 색》이라는 책이었어요. 나중에 방송을 듣고 제가 추천한 그림책이 참 좋았다고 후기까지 보내주셔서 기쁘고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연순: 전업주부로 살다가 최근에 워킹맘을 준비하고 있는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받았는데, 제 경험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기억에도 많이 남아요. 사연과 딱 어울리는 그림책으로 《앙코르》를 추천했는데요, 사연을 통해 저도 공감하고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 같았어요.
조영지: 라디오 프로그램은 모두 남이 써주는 대본 보면서 방송하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기획, 대본, 녹음, 편집 모두 우리가 직접 하고 있어요. 무보수로요. 방송을 위해서 매주 회의하고 대본 쓰고 2주에 한 번씩 몰아서 녹음하고, 정말 빡셉니다. (웃음)
이경진: 사실 ‘말랑말랑 그림책’이 틀에 박힌 것이었다면 더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지금도 계속 회의를 하면서 다양하게 기획을 해보려고 해요. 각자 원하는 코너가 있으면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우리 방송을 듣고 그림책을 찾아보거나 서점 가서 사봤다고 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박민정: 마침 4월부터 방송 형식을 좀 바꿨어요. 우리 6명이 매주 메인 DJ를 번갈아가면서 담당하고요, 각자 코너를 하나씩 맡아서 6개의 코너로 매주 꾸며가기로 했어요. TV 파일럿 프로그램처럼요. 청취자 반응이 정말 궁금합니다.
최진주: 이번에 ‘키워드로 보는 그림책’, ‘그림책으로 여행하기’, ‘나의 책장 속 그림책’ 같은 코너들이 새로 생겼어요. 관심 가지고 들어주세요.
Q. 활동 중에 느꼈던 어려움이나 고민은 무엇인가요?
유연순: 사실 경제적인 고민이 가장 크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내가 이 일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어요.
이경진: 처음에는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았는데, 가정주부로서 나한테 투자하는 돈은 항상 마지막이었다가 계속 그림책 사는 데 돈을 쓰고 있으니까 눈치가 보이죠. 시작은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의 만족을 위해서였지만, 우리의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롭게 조율하면서 꿈꾸는 이상도 이루고 보상도 얻을 수 있을지 그런 고민들을 해요.
박민정: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살림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 힘들어요. 같이,봄 일과 집안일을 양립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에 대한 명분이 떨어진다는 거죠. 이 일을 시작할 때 돈을 버는 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그런 면에서 보상이 있으면 명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은 해봤어요.
차정인: 우리가 그림책 읽어주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일을 하고 있잖아요? 대본도 쓰고 큐레이션도 하고 강의도 하고. 대부분 처음 해보는 일들인데, 그래서 내가 잘 하고 있나 걱정이 들어요. 학교 다닐 때처럼 선생님들의 피드백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최진주: 저는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배우는 재미가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 보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지원 없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들어와서 보니까 하는 일은 정말 많은데 또 대강대강 하질 않는 거예요. 이런 퀄리티를 만들려고 계속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잖아요. 그래서 집에 눈치가 보인다는 것도 이해가 되고 걱정도 되는 것 같아요.
차정인: 그림책은 그냥 ‘삶’이에요. 일단 한번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같은 그림책을 보더라도 책이 나에게 와닿는 메시지가 굉장히 다양한데, 그 다양한 생각을 나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조영지: 그림책은 ‘일상 속 예술’이 아닐까요? 미술관이나 음악회에 가서 예술을 즐기는 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하지만 그림책은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서 다양한 예술을 만날 수 있어요. 그림책 한 권으로도 충분히 내 삶의 예술적 감수성을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최진주: 같은 생각이에요. 그림책은 가성비 좋은 예술 작품이죠. 사실 회화 작품 하나 사려고 해도 수백만 원, 수천만 원 들잖아요. 그림책도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좋은 그림책은 정말 좋은 가격에 소장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다 싶어요.
유연순: 그림책은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타인과 나눌 수도 있고 나 자신과 나눌 수도 있고요. 나눔의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고요.
박민정: 맞아요. 깊고 다양한 생각을 담고 있는 종합예술 작품이죠. 그리고 볼 때마다 질문을 하나씩 주는, 모든 세대가 보면서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인문학 도구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경진: 문학책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좋아도 분량 때문에 여러 번 보기 힘들지만 그림책은 쉽게 보고 또 볼 수 있죠. 또 볼 때마다 느낌이나 와닿는 장면이 달라져서 새롭기도 하고요. 그림책을 보다 보면 여행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림책으로 고민이 해결되기도 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도 되죠. 그런 게 그림책의 매력인 것 같아요. 짧고 가성비 좋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예술품이죠.
도서관 이용자가 사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더라이브러리에서는 몇 년 전부터 사서들이 이용자 대상으로 직접 강연을 진행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충남도서관의 두 명의 사서를 만나보았다. 인문고전을 강연하는 ‘사서고생’ 윤소연 사서와 베스트셀러를 쉽고 재미있게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사서’ 유재열 사서이다.충남도서관은 충남도청이 옮겨
매년 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소도시 지역의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이뤄진다. 과학자들이 직접 도서관을 찾아가 수준 높은 강연을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10월의 하늘’ 덕분이다. 올해도 전국에서 개최됐던 10월의 하늘 현장 중 한 곳을 함께해보자.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10월의 하늘’은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도서관 이용률이 하락하고 있다. 청소년을 다시 도서관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박주옥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등학생의 평균 독서량은 86.9권으로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25.2권으로 현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