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이 뜨겁다. 한 여행상품 플랫폼에서는 고객의 여행 일정을 예측하고 상품을 추천하는가 하면, 한 의원의 연설문을 대필해주기도 했고, 학교는 학생들이 숙제에 악용하는 것을 걱정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챗GPT의 시대 속에서 지식의 보고 도서관은 어떻게 변할까?
필자는 2021년 메타버스 붐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을 때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서관 한마당> 기조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강연에서 메타버스 가상공간으로의 경험 확장이 도서관 및 도서관 이용자에게 많은 변화를 주고, 오히려 도서관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이듬해 2022년 11월, 세계를 뒤흔들 챗GPT가 출시됐다. 챗GPT를 둘러싼 인공지능 기술은 또 도서관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챗GPT가 무엇인지 쉽게 말하자면, 이 세상의 모든 분야에 대해 매우 친절하게 답해주는 24시간 인터넷 콜센터이다. 이 콜센터가 어찌나 능력 있고 친절한지, 출시 5일 만에 전 세계 백 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해 버렸다.
이 똑똑하고 친절한 콜센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스스로 학습하여 만든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단순 정보 제공 뿐만 아니라, 보고서도 작성해주고, 프로그램 소스 코드도 만들며, 작곡까지도 해준다는 게 우리를 놀라게 한다. 챗GPT의 등장으로 지금껏 기계가 범접할 수 없다고 여겼던 인간의 창의력과 창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의 침범을 맞게 되었다. 사용 방법 또한 매우 쉽고 간편해서 순식간에 수많은 분야에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그럼 챗GPT가 도서관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많은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이에는 음과 양이 있다. 요즘 MZ세대의 문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기사를 한 번쯤은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에서 수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지만,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 위주의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긴 글에서 쌓을 수 있는 문해력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것이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디지털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어졌을 수도 있다. 때로는 도서관에서 지식을 습득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앞에 거쳐야 하는 수많은 관문에 좌절하고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지식을 습득했을 수도 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 문헌 중 귀중본, 유일본 등의 자료와 더불어 발행된 지 5년이 넘은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어떤 이가 세계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 어떤 책을 빌리면 좋을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검색해 보았다고 하자. 그럼 도서 35건, 잡지/학술지 5건, 기사 7건, 멀티미디어 10건 그리고 기타 2건까지 총 59건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이제 일일이 검색 결과에 나온 도서의 목차 혹은 기사 내용 등을 확인하여 나에게 맞는 세계 도서관의 역사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도서관에 가는 관문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총 59건의 결과를 다 살펴보다 지쳐 잠들지도 모른다. 물론, 글을 직접 작성하는 빈도나, 긴 글을 문자로 읽게 되는 빈도는 인류 기술 발전에 따라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지식을 찾고, 접근하는 과정이 더욱 편해진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도서관과 같은 지식 저장소에 대한 문턱을 낮춰줄 수 있다.
요즘 말로 ‘알잘딱깔센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는)’ 추천이다. 아까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했던 사람이 같은 내용을 챗GPT에 검색했다면, 지쳐 잠들지 않고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바쁜 현대인에게 더욱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한 도서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듯 챗GPT는 다양한 방면으로 사람들에게 도서관에 대한 허들을 낮춰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챗GPT 본인은 앞으로 자신이 도서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까? 또 순식간에 답변을 내놓았다.
최근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 AI 분야는 인간만의 유일한 능력이라고 여겨 왔던 창작, 통찰, 소통 등 많은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할 ‘with AI’ 시대에,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찾아내고, 이를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챗GPT의 답변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서는 더 많은 시간을 독자 상담과 도서 추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라는 부분이다. 챗GPT를 활용하여 도서관의 다양한 업무들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하고, 사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독자 상담과 도서 추천 또한 챗GPT가 해줄 수도 있지만, 기계적인 상담과 추천이 아닌, 인간의 지혜와 감성이 담긴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다.
챗GPT에도 아직 한계는 있다. 현재 챗GPT는 2021년 9월을 기준으로 제한된 정보를 기반하고 있기에 최신 정보는 검색할 수 없으며, 그마저도 사실이 검증되지 않는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설명하는 ‘환각(Hallucination)’으로 불리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아직 한국어 정보의 정확도는 미흡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 모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사람들의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보다 더 큰 한계는 도서관의 변화 속도이다. 최근 내가 디지털 기술에 대해 강의했던 수많은 기업의 HR 담당자들이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디지털 전환에 변화 적응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아무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준비가 안 되어있다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인공지능과 챗GPT가 도서관을 바꿔 놓겠지만, 도서관을 운영하고 이용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담당자들이,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맞게 새롭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상윤_교수, 인공지능(AI) 전문가
현재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하나금융융합기술원 기술전략셀장을 역임하였으며, 국가혁신성장동력 기획위원, 세계경제포럼(WEF)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위원 등 다수의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리치의 시대》 《미래 시나리오 2021》 《미래 시나리오 2022》 등이 있다.
도서관 외에도 대형서점, 독립서점, 북카페 등에서 북큐레이션이 다양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장을 만나 북큐레이션의 최신 트렌드와 북큐레이션 담당자와 이용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미술과 예술 분야에서 사용하던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분야에서 보이고 있다.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먼저 골라준’ 양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4월 12일이 ‘도서관의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2023년 현재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소통하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해진 형태의 도서관을 즐기는 이용자들 모습과 운영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각종 콘텐츠에서 핫한 도서관이 있습니다. 바로 의정부
현재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급격한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다. 도서관 역시 늘어나는 시니어를 위해 고령자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제외하면 고령자 서비스 대상의 가이드라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앞으로 우리가 갖춰나가야 할 도서관 고령자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노년층 서비스의 중요성‘시민의 대학(People’s